착한 남자는 심심해, 나쁜 남자가 좋아 왜?

착한 남자가 나와서 여자친구를 위해 곰 인형을 준비했다며 건넨다. 그런데 이 여자친구 표정이 영 심드렁하다. 그 때 갑자기 우락부락한 남자가 뒤가 다 터진 곰 인형을 들고 등장한다. “널 위해 주워왔다!” 사정없이 들이대는 이 남자에게 그러나 여자는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며 “넌 누구냐”고 묻는다. 그 때 흐르는 비의 노래. “나쁜 남자야!”

이 ‘개그 콘서트’에서 이승윤이 하는 ‘나쁜 남자’라는 코너는 요즘 트렌드인 나쁜 남자 신드롬을 거꾸로 뒤집어 웃음을 전한다. 이승윤의 말을 빌자면, “나쁜 남자라고 하면 멋있고 잘생긴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자기처럼 외모가 별로인 사람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말속에는 나쁜 남자의 진면목이 숨겨져 있다. 나쁜 남자란 그저 성격 나쁘고 외모도 별로고 능력도 별로인 그런 남자를 일컫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쁜 남자는 성격은 좀 모나지만, 능력도 좋고 외모도 출중한 그런 남자를 말한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 같은.

그렇게 보면 지금껏 뜬 나쁜 남자들의 면면이 다시 보인다. 이른바 버럭 캐릭터였던 ‘외과의사 봉달희’의 천재 외과의사 안중근(이범수), ‘스포트라이트’에서 보도팀 캡으로 나왔던 오태석(지진희), 대표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였던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과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까지. 이 나쁜 남자들의 공통점은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칭하는 ‘나쁜 남자’라는 말은 사실은 ‘능력 있는 남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즉 다르게 표현해보면 ‘나쁘게 해도 될 만큼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는 남자’다. 구준표 역을 소화하고 있는 이민호는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이 그 캐릭터로 좀더 욕을 먹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왠걸? 그가 아무리 거만하고 못되게 굴어도 그것이 그의 타고난 재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또 그 능력이 서민인 금잔디(구혜선)에게 쓰여진다는 점이 오히려 더 매력으로 변하게 하는 지점이다.

반면 능력은 없어도 마음만은 착한 캐릭터는 어떨까. ‘스타의 연인’의 김철수(유지태)는 꽤 매력적인 지적 능력의 소유자지만, 여성 시청자들의 로망이 되지는 못한다. 스타인 이마리(최지우)를 지극 정성으로 사랑하면서도 자신을 사랑해온 과거의 여자친구를 매몰차게 끊지도 못하는 착한 그를 어떤 면에서는 답답하게 여기기까지 한다.

불황은 캐릭터에 대한 로망까지 바꿔놓는 것일까. 능력 없는(여기서 이 능력은 대체로 재력이 된다) 착한 남자의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충분히 나쁘게 해도 용서될 정도의 능력을 가진 나쁜 남자의 매력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의드, 고구려 사극, 한류드라마

이른바 대박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드라마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공교롭게도 수목드라마에 포진된 방송3사의 드라마들이 모두 계보의 한 끝을 쥐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의학드라마의 계보를 이은 ‘종합병원2’와 고구려 사극의 계보를 잇는 ‘바람의 나라’ 그리고 한류드라마의 계보를 이어보려는 ‘스타의 연인’이 그것이다.

대박 드라마의 계보를 이어보려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들 드라마들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종합병원2’는 의드의 원조격인 ‘종합병원’의 시즌제 드라마로 등장했지만 작년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뉴하트’의 절반 정도에 머무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는 그 원작인 김 진의 만화가 고구려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지만, 고구려 사극 중흥기를 만든 ‘주몽’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한편 ‘겨울연가’를 꿈꾸는 ‘스타의 연인’은 채 10%에도 못 미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계보를 잇는 드라마들이 가진 공통점은 방영 전까지 다른 드라마에 비해 더 관심과 기대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종합병원2’는 ‘종합병원’의 이재룡이 또다시 메스를 들었고, 당시 이 작품으로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최완규 작가가 펜을 드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종합병원’이 방영되었던 14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그만큼 많이 변화했다.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 그리고 ‘뉴하트’에 이르기까지 의드는 계보를 이어가며 그만큼 발전해왔고, ‘종합병원2’는 결국 그 14년의 공백을 채우지 못했다. 변호사이자 의사인 주인공 정하연(김정은)을 새로운 캐릭터로 내세웠지만, 서로 입장차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의사사회와 변호사 사회 사이에 선 인물의 갈등상황은 새로운 재미보다는 주인공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바람의 나라’는 김 진 원작이 갖는 무게감에 재작년 ‘태왕사신기’까지 이어져온 고구려사극의 대박 신화, 게다가 ‘해신’을 연출한 강일수 PD 그리고 ‘주몽’의 주인공 송일국까지 한껏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제작되어서일까.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 고구려 사극에 대한 판타지가 사라져서일까. ‘바람의 나라’는 현재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끌어 모으고는 있지만(이것도 사극, 그것도 고구려 사극으로서는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상대적으로 별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스타의 연인’은 ‘겨울연가’의 작가 오수연과 배우 최지우가 함께 만드는 것만으로도 제2의 ‘겨울연가’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초반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들은 이 작품이 한류의 부활을 애초부터 기획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바로 이 한류를 예고하는 점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다. 지나치게 일본을 겨냥한 듯한 초반 설정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했다. 또한 ‘겨울연가’가 촉발시킨 한류기획형 드라마들이 가져온 우리네 드라마의 불황은 ‘스타의 연인’의 한류 냄새에 선입견으로 작용한 점이 있다.

작금의 방송3사 수목극이 겪는 시청률 난항이 의미하는 것은 물론 이들 드라마들의 완성도나 작품성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계보에 기대는 것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 기대가 부메랑처럼 실망으로 다가오거나, 오히려 불필요한 선입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반 토막 난 수목극은 계보드라마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타의 연인’, 스타의 정체성, 한류의 정체성을 묻다

‘스타의 연인’의 내면적인 주관심사는 물론 톱스타인 이마리(최지우)와 대학원생 김철수(유지태)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다. 하지만 이 멜로를 촉발시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사건은 ‘스타의 대필사건’이다. 왜 이 멜로드라마는 굳이 대필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을까. 대필과 스타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대필과 스타, 그 정체성의 문제
대필이란 얼굴마담으로서 책에 기재되는 작가가 있고, 그 작가를 대신해 글을 써주는 얼굴 없는 진짜 작가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얼굴마담을 하는 작가가 책을 낼 수 있고, 또 내는 이유는 그 이미지 때문이다. 글을 써주는 실질적인 작가가 가지지 못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얼굴마담 작가는 자신의 것이지도 않은 이미지로 포장되어 팔린다. 상품화된 인간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상황은 어쩌면 스타라는 존재가 가진 운명과 같다. 이마리는 김철수 앞에서는 “∼했어염”하며 닭살 애교를 부리고 때론 약한 모습을 보이며 눈물을 흘리는 한 여자지만 대중들 앞에서는 철저히 그들이 요구하는 이미지의 존재가 된다. 스타라는 외부의 시선으로 위치 지워지는 이미지와 실제 자신의 모습 사이에 놓여진 거리는, 저 얼굴마담 작가와 대필자 사이만큼이나 멀다. 이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상정해놓은 것은 바로 이 스타로서의 인간과 한 보통인으로서의 인간 사이에 놓여진 거리감이다.

그런데 이 거리감을 뛰어넘게 되는 것은 지나치게 대필자와 얼굴마담이 진지해지는 경우다. 대신 쓰기 위해서는 이해를 전제로 해야하는데 바로 그 과정에서 대필자 김철수는 얼굴마담 이마리의 스타로서의 불행한 면면(상품화된 인간)을 바라보게 되고, 이마리는 그 김철수의 진지한 시선이 잃고 있던 자신의 본질을 찾게 해준다는 점에서 끌린다. 스타는 말 그대로 저 하늘에 걸려있는 허구의 별로서 존재하는데, 그 별이 실질적인 땅을 바라보게 되고 그 곳으로 내려오려 하는 그 과정이 ‘스타의 연인’이다. 그러니 갈등은 그 스타를 하늘 위의 허구의 별로 세워놓고 상품화시켜온 서태석(성지루)과 이들 연인 사이에서 벌어진다.

한류드라마와 진정성을 담은 드라마 사이의 거리
바로 이 상품화의 문제는 ‘스타가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을 좀더 확장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드라마가 한류를 겨냥했다는 점은 상품화된 인간인 스타와, 상품화된 드라마로 변질된 한류드라마를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즉 기획된 드라마와 진정성을 담은 드라마 사이에는 얼마 만큼의 거리가 있느냐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스타의 연인’은 한류를 겨냥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게 만들었던 한류기획상품 드라마와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 ‘겨울연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한류를 기획하고 만들었던 것이 아니고 멜로 드라마의 깊은 곳을 진정성의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연가’의 성공 후에 제 2의 ‘겨울연가’를 꿈꾸는 기획 드라마들이 등장했다. 몇몇 한류스타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웠지만 드라마의 진짜 모습은 형편없었던 이들 드라마들의 위상은 때론 김철수 같은 진지한 대필자를 만나 성공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본 모습의 얄팍함을 드러내며 실패를 거듭했다.

‘스타의 연인’은 그런 면에서는 꽤 영리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최지우라는 한류스타를 내세웠지만 그 한류스타로서의 이미지만을 포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드라마를 통해 최지우의 일상적인 면면을 진정성의 이름으로 내보인다. 유지태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통해 이 한류스타의 진정성에 접근하고 동시에 드라마의 진정성에 접근한다. 부성철 감독의 공을 들인 촘촘한 연출과 오수연 작가가 던지는 꽤 진지한 질문들은 멜로만이 남은 앙상한 한류기획상품 드라마라는 선입견을 벗어나게 해준다.

‘스타의 연인’은 스타의 정체성, 즉 하늘에 걸려있는 허구의 별로서의 이미지와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한 실제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질문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드라마에 대한 정체성을 질문하는 드라마다. 한류 드라마는 더 이상 허명으로서 만들어지거나 유지될 수 없고, 실질적인 진정성에 도달해야 비로소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드라마다. 이처럼 꽤 진지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지만 왜 여전히 시청률은 오르지 않을까. 이 상황은 어쩌면 (한물 간) 한류드라마라는 이미지를 가진 ‘스타의 연인’이라는 껍질이 아직까지는 너무나 단단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지도 모른다.

익숙한 캐릭터들, 코드들이 지배하는 드라마 세상

불황기에 접어든 지금, 드라마 제작은 이제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워졌다. 실험적인 시도는 사라져버렸고, 과거 익숙했던 코드들이 성공 방정식처럼 끼워진 드라마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는 신데렐라들이 넘쳐나고, 신파극 속 운명에 처한 눈물겨운 주인공들이 우글거리며, 과거의 옛 영광을 끝없이 되돌아보기도 한다. 드라마 속의 익숙함은 새로움을 잡아먹고 있고, 현실의 고단함은 피로한 새로움보다는 중독적인 익숙함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월화극, 넘쳐나는 신데렐라들과 신파 속 주인공들
방송3사의 월화극을 이끌고 있는 '에덴의 동쪽'은 시대극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전형적인 신파극의 코드들을 모두 내장하고 있다. 거기에는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있고, 전형적인 복수극이 있으며, 절절한 가족극이 있다. 이 상황 속에 던져진 인물들은 운명이라는 말이 클리셰가 되어버린 시대에 운명을 남발하며 피눈물을 흘린다. 신파극의 틀 속에서 중독적인 시선으로 드라마에 빠져보면 그 운명의 질곡은 눈물을 쏙 뽑아내게 만들지만, 만일 그 밖에서 이 드라마의 지나치게 과장되고 거창한 대사들을 들어본다면 어쩌면 실소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중독적 상황을 제시하는 드라마는 불황을 타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에덴의 동쪽'을 맹추격하고 있는 후발주자 '꽃보다 남자'는 그 안에 신데렐라의 극단을 코드로 탑재하고 있다. 서민들이 들어갈 수 없는 신화고등학교에 들어가 부유층에서도 초부유층의 자제들인 F4와 이러 저리 얽히는 멜로 이야기 속에는 강력한 신데렐라 판타지를 자극하는 코드들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이 리메이크 드라마는 수차례 드라마화되고 영화화된 작품으로 이미 중년층들에게까지 익숙한 드라마이다. 익숙한 스토리는 보는 이들에게 이미 판타지에 빠질 준비를 하고 보게 해주는 힘을 발휘한다. 한편 '떼루아'는 와인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 구조로서 씩씩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변주한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와인과 인생 같은 것이 아니라, 와인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우주(한혜진)가 어떻게 주인인 강태민(김주혁)과 가까워지고 또 성공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수목극, 아, 옛날이여를 외치는 드라마들
'베토벤 바이러스'와 '바람의 화원'이 완성도를 갖고 각축을 벌이던 수목극의 풍경은 어느새 시들해져 버렸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후속으로 등장한 '종합병원2'는 의학드라마의 효시라는 '종합병원'을 후광으로 업었으나 그다지 빛을 발하고 있지 못하다. 그 문제는 정하윤(김정은)같은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데다가, 에피소드 드라마의 형식 상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지리멸렬하게 흩어지는데서 오는 집중력 부재에서 비롯된다. 중간에 '종합병원'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던 독사 오욱철이 투입되기도 했으나 그다지 효과를 만들지는 못했다.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사극의 부활을 외치며 나온 사극. 대박 고구려 사극이었던 '주몽'의 주인공인 송일국이 무휼 역으로 등장했지만, 오히려 그것은 '주몽'과의 변별력을 만드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선택이 되었다. 김 진 원작의 '바람의 나라'가 사실 고구려 열풍의 진원지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너무 늦게 만들어진 '바람의 나라'의 어려움은 억울한 점이 있다 할 것이다.

한편 '스타의 연인'은 한류의 부활을 외치며 등장한 드라마다. 한류의 신호탄을 알렸던 '겨울연가'와 코드를 같이 하면서 동시에 그 연장선 위에서 새로운 한류를 세우려는 이 드라마는 그러나 잘 짜여진 대본과 뛰어난 영상 연출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류드라마(특히 멜로 코드의)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이 작용한 점이 클 것이다. 이처럼 현재 수목드라마는 모두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청률이 눈에 보일 정도로 떨어지는 수목극의 상황은 '아 옛날이여'만 외치는 드라마들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주중드라마들은 모두 익숙한 코드들로 무장하고 시청자들의 중독적 시청을 유도하고 있다. 드라마 자체가 본래 중독적인지라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매번 똑같은 것에 중독되는 상황이 유쾌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최근 창궐하는 막장드라마의 탄생은 바로 이 중독적인 드라마들의 마지막 선택의 한 예가 될 것이다. 양적인 것(시청률)에만 치중하여 익숙한 코드들만을 끄집어내는 작금의 드라마들. 그 질은 점점 하향평준화 되어가고 있다.

2009년 새해 방송3사가 미는 드라마, 예능들

연말이면 방송3사가 그 해의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시상식을 펼친다. 하지만 시상식은 단지 그 해의 프로그램만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방송3사는 다음 해에도 똑같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야 할 터, 시상식은 한편 다음 해를 위한 포석을 깔아놓기도 한다. 올해 연말 각종 시상식들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연초 방송사들의 주력 프로그램들은 무얼까.

예능, KBS ‘개콘’, MBC ‘일밤’, SBS ‘골미다’
2008년 KBS가 선정한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은 ‘1박2일’이었다. 하지만 KBS가 시상식을 통해 당장의 주력으로 밀어준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였다. 시상식의 형식 자체가 ‘개그콘서트’에서 따온 것들이 많았고, 그 시상식을 전적으로 이끌어간 것도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이었다. 이것은 불황을 맞아 시간대를 저녁 9시로 변경하고 급부상하고 있는 ‘개그콘서트’를 의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MBC는 2008년도 ‘황금어장’에 상을 주었지만, 올 2009년도를 맞이해 시상식을 통해 주목시킨 것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였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커플들은 시상식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베스트 브랜드 상으로 모든 커플에게 상이 돌아갔다. 또 ‘세바퀴’의 늦둥이 예능인들을 조명해줌으로써 올해 아줌마돌, 아저씨돌의 인기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다분히 1000회의 저력을 가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부활을 기대하는 포석이라 할 수 있다.

한편 SBS는 2008년도 ‘패밀리가 떴다’에 상을 주었다. 하지만 신봉선을 위시한 ‘골드미스 다이어리’의 멤버들은 시상식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면서 이 코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패밀리가 떴다’로 주말의 최강자 예능을 이미 차지한 SBS가 ‘골드미스 다이어리’의 라인업을 통한 명실상부한 일요일의 강자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드라마, KBS ‘천추태후’, MBC ‘에덴의 동쪽’, SBS ‘스타의 연인’
2008년도 KBS가 상을 준 드라마는 ‘엄마가 뿔났다’였다. 연기대상 시상식을 통해 느낄 수 있듯이 2009년을 맞아 KBS가 미는 프로그램은 ‘천추태후’. 신년을 맞아 시작하는 이 주말 사극은 지금까지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사극으로, 2008년 주춤했던 KBS의 주말사극의 전성기를 되돌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작품이다.

한편 MBC는 심지어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에덴의 동쪽’에 거의 일방적인 상을 몰아주었다. 현 시청률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드라마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상식의 이 포석은 다분히 의도가 드러난다. 하지만 공동수상으로 점철된 시상식 문제가 가져온 후폭풍 또한 거셌다. ‘에덴의 동쪽’이 2009년도 MBC 드라마의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인지 그 향방이 자못 궁금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SBS는 상대적으로 밀어주는 대작의 느낌은 아직까지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연초에 시작될 ‘카인과 아벨’그리고 ‘왕녀 자명고’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지만 현재 하고 있는 작품 중, 시상식을 통해 주목시킨 것은 ‘스타의 연인’이다. 이 작품은 물론 그간 백안시되던 멜로를 장르로 두고 있지만, 한류의 부활을 꿈꾸는 드라마로서 연출과 연기, 대본에서 잘 만들어진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그만큼 기대감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각 방송사의 연예, 연기대상 시상식을 통해 현재 방송사가 관심을 두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에게도 그만큼의 만족감을 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부디 이 프로그램들이 방송사가 기대하는 것만큼 시청자들에게도 어떤 반향을 주길 기대한다. 새해에는 방송3사의 모든 프로그램에 복이 가득하길.

드라마의 복고, 왜 지금인가를 고민해야할 때

지금 드라마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출생의 비밀은 괴력을 발휘하고, 향수마케팅은 먹힌다. 가난하지만 씩씩한 트렌디 드라마의 신데렐라들은 그토록 혹독한 비판을 받았지만 여전히 당당하게 드라마 속을 누비고 다니고, 이제는 오히려 짐이 된다며 비판마저 받는 한류는 여전히 추억되고, 부활을 꿈꾼다. 시간은 앞으로 달리고 있지만 드라마들은 자꾸만 뒤를 쳐다본다.

‘에덴의 동쪽’은 드디어 숨기고 있던 신명훈(박해진)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면서 30%를 넘어 시청률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시대극을 표방하고, 어떤 면에서는 영웅본색류의 액션극을 닮아있던 ‘에덴의 동쪽’이 드디어 본 모습인 ‘꼬여진 가족극’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에덴의 동쪽’에는 매 신들이 바로 이 숨겨진 출생의 비밀 코드를 갖고 시청자를 중독시킨다. 이동철(송승헌) 앞에서 그가 실제 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신명훈이 “형”이라고 연거푸 묻는 장면은 우리네 핏줄의식을 자극한다.

‘종합병원2’는 아예 우리네 의학드라마의 효시인 ‘종합병원’을 아우라로 삼고 출발했다. ‘종합병원’에 등장했던 이재룡이 그대로 ‘종합병원2’에 등장하고 이제는 독사 오욱철도 복귀했다. 애초에 생각한 만큼 반응이 시원찮은 데 대한 긴급처방인 셈이다. ‘종합병원2’는 무언가 새로운 면모를 보이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변호사이자 의사인 캐릭터, 정하윤(김정은)은 이 의드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정의에 대한 문제를 고민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 뿐. 여전히 먹히는 건 향수 그 자체다. 옛 ‘종합병원’이 가졌던 냉혹한 레지던트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발휘하는 의사의 모습. ‘종합병원2’는 지금 그 곳으로 다시 회귀 중이다.

한편 ‘떼루아’는 전문직 장르 드라마라는 틀 속에 아예 본격적인 트렌디 멜로를 끼워 넣었다. 몰락한 신데렐라인 이우주(한혜진)는 잘생기고 능력 있는 실장님(이제는 사장이 된) 강태민(김주혁)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가까워지는 중이다. 이 과거의 트렌디 멜로의 틀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 그 때의 향수를 갖고 있는 시청층을 본격적으로 잡겠다는 의도는 그러나 와인이라는 보다 전문성을 요하는 소재 속에서 부조화가 되고 있다. 고전적인 전문직 장르 드라마의 힘으로 말할 수 있는 대결구도가 잘 나타나지 않고 대신 멜로 구도가 너무 전반에 출현함으로써 ‘떼루아’는 조금은 맥빠진 드라마가 되었다.

‘스타의 연인’은 한류의 부활을 꿈꾸는 드라마다. 최지우를 중심에 세운 것이 그렇고, 애초부터 일본을 겨냥한 드라마 촬영이나 홍보마케팅이 그렇다. 작가가 같아서 그럴 수 있겠지만 ‘겨울연가’의 그림자를 드라마 곳곳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겨울연가’와 다른 점은 이 드라마가 전형적인 구조 속에서도 나름 괜찮은 장면들을 연출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본은 전형적이지만 그 장르적 재미에 충실하고 있고, 드라마에 첫 출연한 유지태는 꽤 괜찮은 멜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전작 ‘로비스트’와는 완전히 차별되는 부성철 감독의 연출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역시 멜로의 한계인가. 시청률은 좀체 오르지 않는다.

이처럼 드라마들이 일제히 복고를 선택한 이유는 명백하다. 드라마 주 시청층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그들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에 여전히 시청률이 있을 것 같고, 수익이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것은 가능성일 뿐이지 현실은 아니다. ‘에덴의 동쪽’이 성공하고 있을 뿐, 다른 드라마들은 아직까지는 만족할만한 수준의 시청률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분명한 것은 이들 드라마들이 모두 “아 옛날이여!”를 외치며 전체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큰 완전히 새로운 실험보다는, 과거 성공방정식을 가진 안전한 틀 속에서의 모색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불황 속에서 복고는 하나의 대안일 수 있고, 또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는 늘 어떤 식으로든 과거의 결실 위에서 무언가를 미래를 향해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고 속에 들어가 있는 틀에 박힌 설정들을 시청률을 끌어 모으기 위해 자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저 양적인 성공(시청률)을 이루고도 질적인 성공(완성도)을 이루지 못하면 그것은 자칫 급격한 드라마들의 퇴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복고가 성공적으로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지금 현재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현재성과의 조우에서 판가름난다. 지금 이들 복고를 꿈꾸는 드라마들은 과연 어떤 현재의 의미를 갖는 지 자문해볼 일이다.

멜로의 귀환 ‘스타의 연인’에 교차하는 우려와 기대

멜로는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다만 정체를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와 두루미(이지아), ‘이산’의 정조(이서진)와 성송연(한지민), ‘엄마가 뿔났다’의 영미(이유리)와 정현(기태영). 전문직 장르를 표방한 드라마, 사극, 가족 드라마, 그 어느 것에도 늘 멜로는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멜로가 정체를 숨겼던 것은 멜로 하면 ‘틀에 박힌 설정의 드라마’라는 등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그렇게 숨죽이고 있던 멜로가 이제 본격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스타의 연인’이 그것이다.

어린 시절에 만났다 헤어져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명은 화려한 스타로 다른 한 명은 가난한 시간강사로 서로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이 설정은 고전적이다. 가깝게는 ‘노팅힐’에서 보았고 멀게는 ‘로마의 휴일’에서 보았던 그 지위의 격차를 넘는 사랑의 이야기. 늘 반복되는 이야기의 틀이지만 늘 먹히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서 반복되는 이야기란 고전적이란 의미지, 틀에 박힌 설정이란 말은 아니다. 어떻게 매번 반복되는 틀이 매번 먹히게 될까. 이유는 멜로 드라마의 관전포인트가 가진 특징 때문이다. 멜로는 그 안전한 기대감을 주는 틀을 제공하고, 각각의 드라마는 그 틀 위에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외피로 갖게 된다. 따라서 진짜 포인트는 틀이 아니라, 그 틀 위에 존재하는 외피가 된다.

‘스타의 연인’이 멜로의 틀 속에 외피로 입고 있는 것은 스타라는 이 시대의 주목받는 코드와 그 스타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다. ‘한 아이는 하늘의 별이 되고 한 아이는 땅의 풀이 되어’ 만나는 그 거리감에서부터 드라마는 시작한다. 스타를 보는 시각은 저 연예기자 전병준(정운택)이 동네 아줌마들을 모아놓고 하는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가십들로 가득 차 있다. 가난한 시간강사인 김철수(유지태)는 연예인에 관심이 없고 모든 일에 진지하며 심각한 인물. 톱스타인 이마리(최지우)가 누군지 조차 잘 모르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마리의 대필작가가 되면서 그녀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다.

멜로라는 안전한 구도와 그 위에 입혀지는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의식은 이마리와 김철수라는 두 캐릭터 사이의 긴장감으로 유지된다. 이마리가 전형적인 멜로의 캐릭터라면 김철수는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입혀주는 캐릭터다. 김철수는 스타라면 선망의 눈을 가지는 보통의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김철수에게는 이마리에 대한 선망이 없다. 다만 이마리라는 조금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스타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뿐이다. 자기의 시선, 즉 작가의 시선을 유지하고 있기에 단순히 스타의 외형을 보지 않게 될뿐더러, 막연한 선망으로서의 사랑을 할 위험성도 사라진다. 결국 멜로의 틀을 따라가면 김철수가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는 순간에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 뻔한 일이지만 멜로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겨울연가’의 오수연 작가는 그 작품에서 형성되었던 최지우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드라마 속에 제대로 붙잡아두고, 그 위에 유지태라는 조금은 심각하고 진지한 배우를 접근시킨다. 최지우의 이미지는 조금은 반복적인 면이 있지만 이 멜로의 틀 속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드라마 첫 출연인 유지태는 ‘가을로’나 ‘봄날은 간다’같은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던 진중한 면모를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여 가벼워질 수 있는 극에 무게감을 주고 있다. 일단은 안정감 있는 출발이지만 ‘스타의 연인’이 본격 멜로의 귀환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스타의 연인’은 틀에 박힌 설정의 반복에 그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멜로가 정체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선례를 남기게 될 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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