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캠>에서 듣는 만재도 유해진의 신청곡이라니

 

지난 105일 저녁 7시 즈음,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는 특별한 노래신청(?)이 들어왔다. 라디오를 듣던 분들이라면 반색했을 노래신청. 바로 참바다 유해진이 보낸 노래신청이었다. 과거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했을 때 언제든 노래신청을 하라 했던 배철수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유해진은 마돈나의 ‘La Isla Bonita’를 신청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그런데 그 노래를 신청한 곳이 흥미롭다. 다름 아닌 <삼시세끼> 어촌편2를 찍기 위해 떠난 만재도에서 신청한 노래라는 것. 배철수는 이 조금은 애잔하면서도 신나는 리듬의 마돈나 노래를 틀어주며 그 노래를 듣고 어깨 춤을 들썩일 유해진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아마도 그건 동 시간 그 사연과 노래를 들은 청중들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1을 눈여겨봤던 시청자들이라면 유해진이 그 만재도 벽지의 집에서 찾아낸 조금은 낡은 라디오를 기억할 것이다. 구멍가게가 하나 뿐인 섬이다. 그것도 주인이 언제 문을 열어줄지 몰라 갈 때마다 헛걸음을 하게 하는 구멍가게. 그러니 문화생활이라고 별게 있겠는가. 그런 곳인지라 낡은 라디오의 직직 대며 나오는 노래가 남다른 감흥으로 전해질 수밖에 없다.

 

월요일 저녁. 어딘지 일주일의 첫 날이 주는 피곤함을 달래주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뜻하지 않게 흘러나온 만재도 참바다 유해진의 음악신청은 잠시나마 도시의 바쁜 일상을 떠나 그 멀고도 먼 바다 한 가운데의 섬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도시에서 떨어진 만큼의 그 여유로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고, 거기에 유해진이라는 어딘지 유유자적하는 인물이 그것도 마돈나의 ‘La Isla Bonita’를 들으며 어깨를 들썩일 상상은 생각만 해도 마음 한 구석을 흐뭇하게 만든다.

 

1987년도에 마돈나가 발표한 ‘La Isla Bonita’란 노래의 뜻은 영어로 ‘The Beautiful Island’라고 한다. 그러니 그 출렁이는 듯한 음률에 더해진 이런 의미는 만재도라는 공간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이번 주부터 방영될 <삼시세끼> 어촌편2가 갑자기 그리워지는 건 당연지사다. 라디오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삼시세끼>를 연결해주었고 그로써 도시와 섬을 연결해주었으며 나아가 도시인의 지친 마음과 저 섬의 유유자적을 연결해주었다.

 

유해진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노래를 신청하고 그 노래가 흘러나오는 과정은 <삼시세끼> 어촌편이 갖고 있는 일상의 느낌을 잘 말해준다. 누구나 노래를 신청하는 라디오가 아닌가. 유해진은 이 노래신청을 통해 <삼시세끼>에서의 자신이 배우가 아닌 도시를 잠시 떠나 섬에 들어간 아주 보통 사람의 일상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 그러니 대중들이 그의 일상에 쉽게 공감하고 동조하는 것일 게다. <삼시세끼>에서 유해진의 모습에는 과장됨이 거의 없다.

 

<삼시세끼> 정선편이 마무리되고 금요일 밤이 어딘가 헛헛함을 느꼈다면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해준 위안과 편안함이 적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갑자기 들리는 유해진의 만재도 소식에 반색했다면 잠시 멈춰 누리는 여유에 우리가 그만큼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낡은 라디오와 <배철수의 음악캠프><삼시세끼>. 달라도 닮은 구석으로 우리의 일상을 조금은 숨쉴 수 있게 해주는 존재들이 아닌가



손호준의 <삼시세끼><집밥 백선생>의 콜라보

 

실로 손호준이 있어 가능한 콜라보레이션이 아니었을까. tvN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의 애제자이자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의 귀여운 막내였던 손호준이 <삼시세끼> 정선에 식구 같은게스트로 돌아왔다. 본인은 게스트임을 주장했지만 결국은 식구처럼 그 누구보다 일을 많이 하게 된 손호준이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상황이 더 마음 편한 듯 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흥미로운 건 손호준의 등장으로 <삼시세끼><집밥 백선생>의 콜라보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아침 메뉴를 전담하게 된 손호준은 <집밥 백선생>에서 배웠던 백종원식 강된장을 만들어 모든 출연자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무를 먼저 넣어 낸 육수에 고기와 된장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낸 강된장은 마치 <집밥 백선생>의 실전 버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손호준이 <삼시세끼>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그의 리액션이 100% 진짜였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억지로 하려 하기보다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진짜로 가만히 있으면서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아 눈치를 보는 모습이 리얼하게 느껴졌다.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존재감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진 건 바로 그 리얼함 때문이었다.

 

그는 <응답하라 1997>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내고, 이후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으로 주목받더니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는 장근석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뒤늦게 합류해 차승원과 유해진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중들의 마음에 조금씩 자리를 차지한 손호준은 <집밥 백선생>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tvN이 키워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손호준. 그런데 그것이 과연 tvN과의 인연 때문만이었을까. 손호준은 그 많은 프로그램들에 출연하면서도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항상 아랫사람으로서 알아서 일을 챙겨 하는 모습이 바로 그의 모습이었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바다낚시를 나간 유해진에게 도시락을 챙겨 배달해주던 모습이나,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이 뭘 시키지 않아도 척척 준비를 하던 모습.

 

흔히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면 자기를 알리기 위해 말을 많이 하지만, 손호준은 말은커녕 오히려 어눌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신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의 성실성을 드러낸다. 식구 같은 게스트로 <삼시세끼>에 돌아온 손호준은 김광규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는 브로맨스를 보여주는 한편, 옥택연과는 세끼 셰프의 자존심을 건 묘한 대결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손호준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독특한 것은 어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오래도록 자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언제든 그 프로그램들에 들어가도 아무런 이물감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 현재 자신의 스케줄 때문에 <집밥 백선생>에서도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그가 그 프로그램을 떠났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이것은 <삼시세끼>도 마찬가지다. 그는 떠나 있어도 다시 돌아오면 늘 거기 있던 사람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리에 없어도 그 존재감을 늘 유지하는 능력. 그건 결코 쉽지 않은 손호준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보통사람들의 보편적인 공감이 가능했던 까닭

 

이들이 만든 요리만 83가지란다. 그 중 80가지는 차승원이 만든 것이다. 이 정도면 화려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지금껏 요리를 내놓으면서 그 요리가 화려하게 느껴진 적은 별로 없다. 그저 친근하고 그 옆자리에 나도 앉아서 한 숟가락 들고 싶을 정도의 편안함. 그것이 <삼시세끼>의 밥상이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 이 기본 반찬(?)에 정우와 추성훈이라는 특별한 재료까지 얹어지니 <삼시세끼>의 인물 차림은 화려할 수밖에 없었다. 갖가지 예능에서 자신만의 지분을 확실히 갖고 있는 차승원이었고, 워낙 입담 좋기로 소문난 유해진이었다. 여기에 최근 예능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도 뜨고 있는 손호준까지. 하지만 이 화려한 캐스팅이 <삼시세끼>에서는 그리 도드라진 적이 없었다. 어찌 보면 만재도라는 섬에 사는 보통 사람들 같은 느낌이 들 정도.

 

만 가지 재물이 있다는 만재도. 그러니 잡을 물고기도 채취할 것도 넘치고 넘쳤다. 놀래미에 우럭, 게는 물론이고 여러 음식의 훌륭한 식재료가 되어 주었던 홍합, 배말, 다시마, 미역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하지만 요리만 83가지를 했어도 유해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 차승원이 부러 차려준 콩자반을 얘기하듯, 또 차승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 제일 소박하고 가짓수도 적었던 눌은밥에 된장찌개 계란말이를 얘기하듯, <삼시세끼>의 밥상은 소박함이 묻어났다. 만재도 사람들이 일상에 먹을 법한 밥과 찬들.

 

그러니 이 소박하고 보통의 어촌 삶에서 뭍에 나갔다 온 차승원이 사온 돼지고기로 만든 제육볶음은 섬사람들 마음처럼 먹는 이를 뿌듯하게 만들 수 있었고, 하루 한 시간 반 장사한다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만재슈퍼 사장님 덕분에 가까스로 산 새우깡 맛동산 한 봉지가 그리 귀하게 다가올 수 없었다. 이렇게 지독히도 평범하고 보편적인 정서에 닿아 있는 세계. 화려하기보다는 일상적이었던 그 세계였기 때문에 <삼시세끼>는 그토록 많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 세 연기자가 술 한 잔을 놓고 하는 연기론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다. “배우는 보통사람의 특별한 직업일 뿐이야. 내가 특별한 게 아니라 직업이 특별할 뿐이고 나는 보통사람인거고. 그래야지 접근할 수 있거든. 그래야지 보편적인 거에.. 왜냐하면 대중이 보고 대중이 공감해야 되니까. 나와 다른 별개의 사람을 보는 게 아니니까.” 유해진의 이 진술은 그들이 생각하는 연기의 세계와 바로 이 <삼시세끼>의 세계가 조응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그들은 만재도에서 연기를 한 게 아니지만 그들의 일상에 대한 자세는 이미 연기에 대한 그들의 생각 속에 녹아 있었다. 결국 특별한 것보다는 일상이 오히려 더 소중하고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근데 멋진 거는 되게 단편적이야. 우린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연기를 해야 사람들한테 울림을 줄 수 있거든.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계속적으로 일상에 던지는 거지.” 톱배우지만 지극히 일상으로 내려와 차줌마가 된 차승원은 단편적인 멋진 것을 추구하려 하지 않았다.

 

제 자신을 연예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냥 배우란 직업이 일반인들에 비해 약간 특수한 직업일 뿐이지.” 손호준이 예능에서 그리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그의 진술 그대로다. 그는 연예인 같지 않은 순수함을 보여준다.

 

<삼시세끼>의 힘은 바로 일상에서 나왔고, 보편적인 것에서 더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제목이 왜 <삼시세끼>인가를 떠올려 보라. 제 아무리 특별한 사람도 삼시 세끼를 먹는다. 그 일상에 대한 긍정과 찬미. 그것이 바로 <삼시세끼>의 세계가 가진 특별함이다.

 

자연스러운 역발상, <삼시세끼>의 저력

 

tvN <삼시세끼> 어촌편 승승장구의 일등공신은 단연 차승원이다. 그가 만들어낸 놀라운 요리들은 <삼시세끼>의 밥상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켰다. 홍합을 채취해와 만든 홍합짬뽕에서부터 보였던 쿡방의 향연은 생선찜에 어묵탕으로 이어지더니 심지어 아궁이를 개조해 만든 가마에서 빵을 구워 내는 단계로까지 이어졌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만일 보통의 연출자라면 차승원의 부재는 용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딸 바보 차승원이 딸 예니의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무려 20시간의 왕복을 감행(?)한다는 건 물론 훈훈한 일이지만 방송 프로그램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공백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이런 빈 자리 또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기회로 삼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승원이 있는 만재도와 그가 없는 만재도는 너무나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가 빠져나간 만재도와 거기 남은 유해진과 손호준이 이 빈 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는가 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차승원이 있을 때의 상차림과 그가 뭍으로 나간 후 유해진이 처음으로 회를 떠 회덮밥을 만들고 얼렁뚱땅 만들어낸 된장국과 먹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비교점을 만들어준다.

 

그러면서 엉성하지만 어딘지 여유가 묻어나는 유해진의 밥상은 <삼시세끼> 어촌편의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차승원이 뭍으로 나가기 전 레시피를 알려준 손호준이 거기에 집착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유해진이 설렁설렁 대충대충 요리를 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물고기 한 마리를 죽이지 못하는 그가 어찌 어찌 회까지 떠서 내놓은 회덮밥을 감탄하며 먹다가 손호준이 가시가 가득하다며 뱉는 장면은 코미디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큰 웃음을 준다.

 

게다가 이런 차승원 없이 지내는 유해진과 손호준의 20시간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정서를 담아낸다. 마치 잔소리꾼 엄마가 여행이라고 가고 나면 남겨진 이들이 한편으로는 자유(?)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리움을 갖게 되는 것처럼, 이들의 20시간은 겉보기의 여유로움과 빈자리가 만드는 허전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차승원은 없어도 충분히 있는 존재로서 기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차승원의 부재가 새삼 떠올리게 한 것은 <삼시세끼>의 본질이다. 이 프로그램의 본령은 본래 화려한 밥상을 거의 요리 수준으로 매번 챙겨먹는 그런 것이 아니다. 소박하더라도 거기 나는 재료로 무언가를 해먹는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차승원은 자신의 숨겨졌던 재능을 보인 것뿐이지만, 그 매번 화려한 밥상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 수 있다. 차승원의 등장 이후 시청자들은 무언가를 점점 더 바라게 되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요리가 선보여질까를 기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본래 <삼시세끼>의 핵심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있다. 자꾸만 뭔가를 더 바라는 것이 아니라 빠져 있어서 오히려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고 또 갖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그런 것이다. 그러니 쉴 새 없이 업그레이드된 요리를 선보이던 차승원이 잠시 부재한 상황은 본래의 <삼시세끼>를 되돌아보게도 해주고, 또 그의 요리가 실로 특별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계기도 된다.

 

나영석 PD<삼시세끼>가 힘을 발휘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이 차승원의 부재를 대하는 프로그램의 면면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제작진의 무리한 욕심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느껴지고, 그 흐름 안에서 오히려 또 다른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런 역발상이야말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하지 않는 것으로 예능의 새로운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 <삼시세끼>의 저력일 것이다.

 

<삼시세끼>, 차승원 때문에 이서진이 시시할거라고? 글쎄

 

tvN <삼시세끼> 어촌편으로 최고의 주목을 받게 된 건 단연 차승원이다. 못해내는 요리가 없다. 홍합을 넣은 짬뽕에서부터 어묵탕을 만들더니 심지어 빵을 구워내기까지 한다. <삼시세끼>라는 소소한 제목에 걸맞지 않게 실제 내놓아지는 요리는 거의 만찬 수준이다. 만재도라는 격리된 공간에서 이 정도로 삼시 세 끼를 즐길 거라고는 나영석 PD조차 생각 못했다고 한다. 적이 당황한 눈치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뭐든 척척 해내는 차승원의 놀라운 요리 실력은 <삼시세끼>의 요리를 그저 한 끼 챙겨먹는 단계가 아니라 어떤 도전과 미션의 단계로 격상시켰다. 시청자들은 이제 차승원이 무슨 요리에 도전하고 또 해낼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다. 더불어 시청률도 고공행진. 14.2%(닐슨 코리아)tvN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건 지상파 예능 또한 앞질러버린 시청률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삼시세끼>의 본 프로그램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서진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요리 장인인 차승원과의 비교도 부담이 될 것이다. ‘요리학원 수강 고심설까지 나오고 소속사가 요리학원을 다닌다고 이서진이 20년 요리경력의 차승원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장을 얘기한 건 그런 비교점들 때문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 둘 다 출연하고 있지만 차승원과 이서진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것은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재도 같은 고립된 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로와 채취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차승원의 요리 실력은 어쩌면 이 척박한 환경을 상당부분 살만한 느낌으로 유화시키는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원도 정선은 다르다. 이 농촌은 요리도 요리지만 농사를 통한 변화(환경과 출연자 모두)를 보여줄 수 있다. 이런 환경에는 뭐든 척척 해내는 차승원보다는 이서진처럼 아예 시골 살이가 귀찮기까지 한 어설픈 차도남이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변화와 성장도 극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즉 차승원은 어촌이라는 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조차 인간의 능력(이를테면 요리실력 같은)과 노력이 그 삶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메시지를 가진 인물이다. 이것은 현재의 대중들이 처한 삶과 정확히 상징적으로 조응하는 면이 있다. 척박한 삶이지만 그 곳에서도 삼시 세끼 챙겨먹으며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은 현실에 지친 대중들을 위로해준다. 차승원은 그런 점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뭐든 해낼 수 있도록 준비된 이미 완성된 인물이다.

 

반면 이서진이 보여주는 건 좀 더 현실적이다. 도시인들에게 시골은 로망이기도 하지만 힘겨운 삶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것을 가장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는 미완의 농부가 바로 이서진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차츰 완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서진의 <삼시세끼>가 가진 차승원의 <삼시세끼>와는 다른 점이다.

 

이서진의 <삼시세끼>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괄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것은 바로 이 과정에 집중하는 포인트 때문이다. 차승원의 <삼시세끼>가 일회적인 아이템으로서 매번 결과를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포인트다.

 

사실 정착형 예능으로서 본류를 말한다면 그것은 이서진의 <삼시세끼>가 맞다. 차승원의 <삼시세끼>는 미션형이고 며칠 씩 거주하며 보여주고는 있지만 장기 여행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삼시세끼>가 제목은 그렇지만 요리 프로그램이나 시쳇말로 먹방, 쿡방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이서진을 꾀기 위해 나영석 PD가 포장한 말일 뿐, 그 실체는 유기농 라이프에 맞춰져 있다.

 

농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씨 뿌린 대로 거두는 그 과정은 잘만 포착하면 굉장한 스펙타클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바로 바로 보여지는 자극은 없어도 소소하게 쌓여나가다가 나중에는 거대한 결과물 앞에 경이로움마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너무 잘 해준 차승원이지만 그것 때문에 이서진의 <삼시세끼>가 시시해질 거라는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가진 거대한 기획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얘기다. 과정을 보여주는 이서진은 결과를 보여주는 차승원과는 사뭇 다르고, 또 그것이 본래 <삼시세끼>의 소박해보이지만 사실은 그 속에 숨겨진 대단한 야망(?)이기 때문이다.

 

요즘 예능이 차승원 같은 인물을 요구하는 이유

 

역시 위기에 강한 나영석PD지만, 거기에는 또한 차승원이라는 위기에 강한 인물이 있었다. 장근석의 하차로 <삼시세끼> 어촌편에 드리워진 불안감을 한 방에 잠재워버린 인물. 차승원의 등장만으로도 <삼시세끼> 어촌편은 첫 회에 일찌감치 9.6%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강원도편의 최고 시청률인 9.1%를 단번에 뛰어넘은 기록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시청률보다 더 폭발적인 건 차승원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차줌마로 등장한 차승원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차승원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은 그가 스스로도 말했듯 요리하는 남자의 섹시함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는 무얼 만들까 고민하다가 마음을 먹고 나면 거침없이 척척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요리하는 남자의 섹시함은 남성성만을 강조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맛을 보고 좋다고 말하는 유해진의 반응에 한없이 즐거워지거나, 비 맞는 걸 피하기 위해 임시로 비닐로 덮어놓자 맘에 안 든다는 듯 장대를 세워놓으며 잔소리를 해대는, 영락없는 억척엄마의 모습도 들어있었다.

 

그러면서도 통발을 들고 낚시를 하는 모습에서는 여지없이 성격 급한 남자의 모습이 툭 튀어나왔고, 연거푸 텅 빈 통발로 낙담하다가 물고기가 있다는 유해진의 소식에 댓바람에 달려가는 모습은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마치 소년 같은 면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화보가 되는 비주얼이지만 전혀 폼을 잡거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그 상황에 몰입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가 왜 최근 예능에서 주목받는가를 잘 말해준다. 게다가 그는 늘 가장 힘든 공간으로 들어가거나 미션을 수행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런 면을 가장 잘 보여준 게 최근 <무한도전>에서 했던 아르바이트 특집이었다.

 

그가 위기에 강하다는 건 그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당시 노홍철의 하차로 위기에 빠진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출연한 그가 유재석과 함께 탄광에서 탄가루를 뒤집어쓴 채 벌인 사투는 <무한도전>의 초심을 찾아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 장근석이 갑작스레 하차하게 되어 위기에 빠진 <삼시세끼>를 일으켜 세운 인물이 된 것. 이를 어찌 우연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삼시세끼>의 나영석 PD는 아마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예능 PD들일 것이다. 따라서 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낙점을 받은 차승원을 행운아라고 말하는 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두 프로그램이 겪은 일련의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오히려 차승원을 섭외할 수 있었던 김태호 PD나 나영석 PD가 행운아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차승원의 이런 매력은 남자다움에서 나온다. 물론 그 남자다움은 결코 마초적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며 힘든 상황도 마다치 않고 해야할 일을 하는 그 모습을 말한다. 그 속에서 자존감을 잊지 않으면서도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고 털털하게 웃는 모습에서는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남자다움에 끌릴 수밖에 없다.

 

최근 차승원은 아들 차노아의 친부가 낸 소송으로 아픔을 겪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그 어떤 친아버지보다 더 아버지다운 모습을 보여 대중들을 오히려 감동시키기도 했다. 바로 이런 면이 차승원의 진가일 것이다. 그가 위기에 강한 건, 그 상황에서도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의 남자다움의 실체다.

 

 

민감한 세금문제, 정서적 지지가 관건인 <삼시세끼>에는 큰 부담

 

장근석의 세금신고누락 관련 보도에 관해 소속사에 확인해 본 결과 고의성은 없었다. 이미 과징금을 납부하여 법적인 책임 없이 완료가 된 사안이라는 해명을 들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장근석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시기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장근석 측과 합의해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삼시세끼> 하차를 결정한 tvN측의 이야기 속에는 제작진의 고충이 엿보인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이미 몇몇 티저 예고들을 통해 확인된 것처럼 이미 시작 전부터 대중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터져 나온 장근석의 세금 논란은 이 모든 열광의 불씨를 순식간에 꺼버릴 수 있는 문제로 다가왔다.

 

이미 찍어놓은 분량에서 장근석만을 편집해낸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삼시세끼>는 무엇보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거기서 발생하는 정서적인 교감이 절대적인 프로그램이다. 특별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프로그램 콘셉트가 아니기 때문에 이 방송 편집의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제작진들 입장에서는 작품을 스스로 망가뜨려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석 PD는 장근석의 하차를 결정했다. 그것은 무엇보다 대중들에게는 민감하게 다가오는 세금문제가 정서적인 지지가 관건일 수밖에 없는 <삼시세끼>에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걸 그 역시 똑같이 느끼기 때문이다. 나영석 PD<삼시세끼>는 강원도편이 그랬던 것처럼 정서적 지지가 프로그램의 전제가 되고 그 위에 재미요소들을 얹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이 기반이 되는 정서적 지지가 깨진다면 재미요소는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장근석의 세금누락관련 사안은 tvN측이 밝힌 것처럼 법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사건은 아니다. ‘이미 과징금을 납부해 법적인 책임 없이 완료가 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정서는 법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움직인다. 물론 장근석의 소속사인 트리제이컴퍼니측은 이 사안이 장근석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회사의 회계상 오류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대중들에게도 납득될 수 있는 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제작진은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시기상 적합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판단에는 나영석 PD 특유의 보편타당한 시선이 느껴진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대중들의 눈높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연출자다. 그의 프로그램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힘도 여기서 나온다. 끊임없이 대중들의 생각과 공감하려는 노력.

 

그러니 장근석의 세금 논란을 대하는 대중적인 정서가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나영석 PD가 첫 방송 하루를 앞두고 하차라는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재편집 때문에 한 주가 늦춰지게 되었고, 또 편집을 하게 되면 그만한 프로그램의 손실을 겪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나영석 PD는 대중들과의 지속적인 공감대를 지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들 입장에서도 지지할만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실험 끝낸 <삼시세끼>, 어촌편은 블록버스터다

 

이미 실험은 끝났다? <삼시세끼>를 처음 런칭할 때까지만 해도 나영석 PD는 이 예능 실험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 콘셉트로 내세워질 만큼 확실히 손에 잡히는 요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시세끼> 강원도편이 대성공으로 끝난 만큼 스핀오프로 돌아오는 어촌편은 이미 대박이라는 얘기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거기에는 그만한 합당한 근거들이 있다. 첫째, 캐스팅이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삼시세끼> 강원도편의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줄줄이 이어진 게스트들의 면면이 약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 어촌편은 캐스팅이 톱 클래스급이다.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장근석까지. <무한도전>의 고정 게스트라고 여겨질 만큼 나올 때마다 살벌한 노동강도를 보여주는 차승원이고, 티저에도 나왔듯이 나는 <12>이야라고 이미 예능판을 충분히 경험한 유해진이 아닌가. 여기에 예능의 손이 한 번도 타지 않은 프린스 장근석의 동참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인다.

 

고생하면 할수록 짠해지면서도 웃음이 나게 만드는 차승원이고, 그 고생 속에서도 끝없는 특유의 농담으로 좌중을 쓰러지게 만드는 유해진이다. 이들을 보필하는 장근석은 지금껏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 왔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망가짐의 미학(?)’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미 5차 예고 동영상으로 통해 보여졌듯이 만재도에 들어간 세 사람은 못생김(?)’을 먹고 못생겨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대박의 근거는 어촌이라는 공간이 주는 살풍경에서 나온다. 바다는 강원도편의 유유자적하는 농촌의 환경과는 사뭇 다르다. 파도가 치고 바람이 몰아친다. 그런 배경은 <삼시세끼>의 새로운 느낌과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낚시를 해야 하고, 바람 속에서 불을 지펴 무언가를 해먹어야 한다. 노동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주는 정서나 느낌 또한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석 PD 예능 특유의 따뜻하고 훈훈한 관계가 이런 어촌의 살풍경 속에서 오히려 더 드러날 것이라는 게 세 번째 대박의 근거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보여졌듯이 문밖을 나서면 파도와 바람이 불어 닥치는 만재도지만 그 문 안에서의 세 사람은 뒹굴뒹굴 누워 이런 저런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부린다. 문 밖의 살벌함과 문 안의 따뜻함.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현실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나영석 PD의 예능이 늘 그러하듯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성공한 작품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원도편이 성공적인 실험의 성격이 강했다면 어촌편은 블록버스터다. 출연자들도 또 카메라에 담기는 환경도 강원도편과는 급이 다른 강도로 다가온다. 그 안에서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장근석은 지금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금요일 밤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만한 파괴력 가진 라인업 찾기 힘들다

 

<미생><삼시세끼>가 모두 종영했지만 이 프로그램들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끝이 없다. <미생>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윤태호 작가가 시즌2의 연재를 시작할 거라는 이야기는 즉각 기사화되어 인터넷을 달군다.

 

'미생(사진출처:tvN)'

웹툰과 드라마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 시즌2가 드라마화 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CJ E&M과 시즌2 계약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웹툰 시즌2가 작품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드라마화가 결정된다고 해도 제작상의 문제, 이를테면 캐스팅이나 비용적인 문제 같은 것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이후에나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tvN은 좀체 <미생>의 그 화제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예능판 패러디로 <미생물>2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는 것은 여러모로 <미생>이 만들어낸 tvN 콘텐츠에 대한 존재감을 계속 이어가려는 의도다.

 

이런 상황은 <삼시세끼>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망한프로그램인 양 등장했지만 의외로 엄청난 성과를 낸 <삼시세끼>는 본래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즌제로 기획되었다. 따라서 가을 시즌이 끝나고 어느 정도는 휴지기를 가져가는 게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여기서 쉬지 않고 스핀오프로서 어촌편을 기획해 촬영에 들어갔다. 차승원, 유해진, 장근석 같은 출연자들의 면면만 봐도 이 어촌편은 거의 블록버스터급으로 진화한 모습이다. 정선에서 했던 <삼시세끼>가 소소한 일상의 특별함을 잡아냈다면, ‘어촌편은 그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바다가 주는 그 힘을 느끼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이 <삼시세끼>가 어촌편의 스핀오프를 제작함으로써 tvN이 이미 금요일 저녁에 구축해 놓은 시간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미생>, <삼시세끼> 그리고 <슈퍼스타K6>로 이어지는 황금의 tvN 라인업은 시청자들의 금요일 밤 시청 행태까지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를 찾기보다는 tvN에 고정되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

 

<미생><삼시세끼>가 모두 시즌을 마감했지만 그 후에도 여전히 그 힘을 유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로그램의 성패는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편성시간대의 헤게모니를 가져오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tvN 입장에서는 <미생><삼시세끼>의 흐름을 어떻게든 이어나가야 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과연 <삼시세끼> 어촌편은 그 흐름을 계속 잇게 만들 수 있을까. <미생> 신드롬이 만들어낸 tvN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정도 이어질 수 있을까. 만일 <미생>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또 한 번의 <삼시세끼><미생>의 황금 라인업은 가능할 수 있을까. <미생><삼시세끼>tvN이 못 버리는 카드가 된 이유다.

 

청불댁, 영자의 전성시대 다시 열리나

 

조용했던 <청춘불패2>에 간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시청자를 초청해 꾸미는 ‘청춘민박’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바뀐 <청춘불패2>에 새 주인이 들어왔기 때문. 그 주인공은 바로 “안계시면 오라이!”로 잘 알려진 이영자다. 이영자는 그간 웃음의 포인트가 없는 데다가 아이돌과 시골과의 연계라는 의미도 사라졌다고 비판받았던 <청춘불패2>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녀는 특유의 개그감과 콩트 능력으로 웃음을 만드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 후덕한 인상으로 일반인 출연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의미까지 선사했다.

 

'청춘불패2'(사진출처:KBS)

한때 이미 섣부른 이들은 사망선고를 내렸던 <청춘불패2>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로라하는 아이돌 걸그룹 멤버들을 이처럼 한 코너에 모아놓고도 이렇다 할 시청률도 얻지 못했고 그렇다고 화제성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청춘불패> 시즌1이 유치리라는 동네와의 끈끈한 유대를 보여주며 착하고 훈훈한 예능으로 호평 받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시즌2는 지역과의 유대조차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다. 지역적으로 어촌이라는 특성이 시즌1의 유치리 같은 농촌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어촌의 주민들은 특성상 농촌보다는 도시에 가깝다. 물론 지역 주민들의 도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한 불협화음도 종종 생긴다. 누군 나가고 누군 안 나간다는 것에 대한 은연 중의 민원도 생겨난다. 따라서 <청춘불패2>는 지역과의 연계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지역을 챙기는 착한 이미지가 사라지자,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으로 웃어주던 시청자들은 반대로 돌아서게 되었다. 의미가 사라진 세계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돌들의 풍경이 그 힘겨운 시골 환경에서 철없는 짓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건, <청춘불패2>는 이 위기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데서 넘어서려 했다. 지역과의 연계가 어렵다면 시청자분들을 참여시키는 ‘청춘민박’이라는 콘셉트로 그 따뜻한 이미지를 되찾으려 했던 것.

 

청불댁으로 분한 이영자의 투입은 그런 면에서 적절했다고 여겨진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아이돌들이지만 상대적으로 예능에 약한 그들에게서 웃음을 뽑아내는 능력을 이영자는 보여주었다. 엄마와 딸 설정으로 딸들에게 일을 시키고(말 안들을 때 프라이팬을 들고 쫓아다니는 모습이나 효연에게 닭발을 씻으라고 시키는 등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때로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토크는 영자의 전성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 같은 인상을 만들었다.

 

게다가 청불댁이라는 손 크고 뭐든 끌어안을 것 같은 후덕한 캐릭터를 연출해낸 것도 <청춘불패2>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따뜻한 이미지에는 적격이었다. 안으로는 딸들(아이돌)과의 아옹다옹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뽑아내고, 밖으로는 참여한 일반인 출연자들과의 소통으로 따뜻함을 만들어내는 것. 이영자는 <청춘불패2>라는 위기의 예능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실 이영자의 개그감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이영자에게도 취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거침없는 입담이 때로는 너무 과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이영자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은 좀 더 세밀한 편집이 요구되기도 했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가진 긴 자숙기간과 tvN의 <택시>나 KBS의 <안녕하세요>를 통해 조금씩 방송에 적응한 그녀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연륜마저 느껴지는 이영자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청춘불패2>는 그런 의미에서 이영자에게는 하나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미와 재미를 읽고 기울어져 가는 이 예능을 되살린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이영자의 두 번째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 때의 사건으로 자칫 잃을 뻔 했던 발군의 개그우먼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그것은 우리 예능에 큰 수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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