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유닛’, 팀 미션이 끄집어낸 기대되는 얼굴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가 아닐까. KBS <더유닛>이 처음 참가자들을 선보였을 때 눈에 띄는 인물들은 역시 개인 기량이 뛰어난 친구들이었다. 이를테면 스피카의 양지원은 남다란 가창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빅스타의 필독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춤 실력으로 관객과 선배 군단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의 주인공 자리를 놓고 벌어진 첫 번째 팀 미션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개인기량만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물론 춤, 노래의 숨은 실력자이지만 김티모테오가 주목받은 건 남다른 열정과 팀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전략적인 행보 때문이었다. 그는 이런 면면을 통해 ‘티갈량’이라는 캐릭터가 부여되었다. 

그가 결성한 빨강팀은 그래서 시작 전부터 이미 어벤져스팀으로 불렸다. 대부분이 슈퍼부트와 6부트 멤버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션을 끝낸 이 팀에서 보이는 인물은 필독만이 아니라 팀의 얼굴 역할을 했던 아이엠의 기중이나 트로이의 칸토 같은 인물들이었다. 특히 기중은 특유의 귀염성 있는 표정으로 뮤직비디오에서 센터에 서게 되기도 했다.

양지원은 첫 무대에서의 강렬함 때문에 팀 결성 당시부터 서로 함께 하려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팀에 그다지 좋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보컬로서 댄스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계속해서 안무를 틀렸고, 결국 최종 무대에서도 혹평을 받았다. 팀에서 리더로까지 추대되었지만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양지원은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반면 밴드 출신으로 춤 경험 자체가 없던 마스의 멤버들이 들어간 하양팀은 애초부터 최약체로 꼽혔다. 하지만 매드타운에서 춤을 맡았던 대원이 기꺼이 합류하면서 하양팀의 춤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대원의 리더십도 돋보였고 무엇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마스 멤버들의 노력도 주목할 만했다. 결국 ‘꼴찌들의 반란’을 보여준 이들은 팀 미션을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됐다.

남자유닛의 대결에서 흥미로웠던 건 모두가 애초에 기대했던 어벤져스팀이라 불린 빨강팀과 그 대항마로 지목됐던 파랑팀이 생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반면, 연습에 연습을 더해 퀄리티를 만들어낸 노랑팀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즉 유닛을 만들어가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 제 아무리 뛰어난 기량이 있다고 해도 연습으로 함께 합을 맞추고 서로 부족한 면들을 채워나가지 않으면 팀이 돋보이기 어렵다는 걸 이 팀 대결은 확실히 보여줬다. 

<더유닛> 같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성적만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 안에서 어떤 노력들을 보이고 또 함께 하는 팀에서의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해내는가 하는 점들이 팀 성적이나 당장의 순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남자 초록팀의 준 같은 경우 다리 부상에도 무대에 올라 그 열정을 확실히 보여준 바 있고, 걸 그룹 에이스들이 모인 팀에서 유독 춤에 자신이 없던 이보림과 그를 도와 팀 미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소나무의 의진 역시 주목되는 인물이었다. 

검정팀의 리더로서 직접 시범을 보여가며 팀을 가르쳤던 에이스 준이 무대에서 실수를 했지만 주목됐던 것도 그 과정의 노력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또 독보적인 보컬로 조현아마저 인정하게 만든 임팩트의 제업이나, 연습과정에서 갈등을 갖게 됐지만 이내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효선과 이현주도 향후의 성장과정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더유닛>은 아이돌 오디션이 갖는 자극적인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순위를 강조하거나, 심사위원을 세워 혹독한 평가를 내리거나 혹은 탈락을 강조하지 않아서다. 물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기조가 만들어진 건 여기 출연하는 아이돌들이 아마추어가 아니라 이미 데뷔를 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지적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고, 선배 군단도 최소한의 예우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 아이돌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피력한 것처럼, <더유닛>은 왜 자신들이 잘 되지 못했는가를 끊임없이 반추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이런 실력으로 성공하지 못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이들도 있었지만, <더유닛>은 아이돌 그룹이란 개인 실력 그 이상의 자질들을 요구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시작은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꼴찌의 반란이 보여주는 감흥처럼 실패했던 아이돌들이 제대로 된 한 방을 보여줄 수 있다면.(사진:KBS)

'비긴' 이소라·윤도현·유희열이 남긴 음악의 진짜 얼굴

과연 우리네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은 음악의 진짜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걸까. 무수히 많은 오디션들이 쏟아져 나오며 음악 예능의 트렌드가 되면서 음악에 또 하나 수식어로 붙는 건 ‘경쟁’이었다. 서로 누가 더 잘 불렀는가를 뽐내고, 누군가는 합격하고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래서 음악이 더 절실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음악의 본질이었을까.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프랑스의 몽블랑이 보이는 샤모니에서 마지막 버스킹을 끝으로 종영한 JTBC <비긴어게인>이 남다른 음악 예능으로 느껴진 건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모여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 ‘비긴 어스’는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까지 함께 하며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다. 

낯선 타국의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음향 시설도 제대로 되지 않은 그 현장의 돌발 사건들을 그대로 겪으며 때론 스스로 실패라고 자괴감을 갖게 되는 공연도 있었고, 때론 너무나 좋은 느낌을 주고받아 한껏 흥이 올랐던 공연도 있었다. 갑작스레 부는 바람에 스코어가 날아가기도 하고, 너무 시끄러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스위스 몽트뢰의 시끄러워 난항을 겪은 버스킹에서는 한 하모니카를 들고 합주를 제안한 청년이 함께해 오히려 더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기도 했다. 

<비긴어게인>은 그래서 누군가와 대결하고 이기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그 돌발적으로 생겨나는 난관들 속에서도 서로 목소리를 맞춰 그것을 넘어서는 하모니의 힘을 보여주는 공연이었고,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공연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공연이 되었다. 

샤모니에서 하게 된 <비긴 어게인> 마지막 버스킹 공연은 그 취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너무나 조용히 경청하는 분위기에서 치러진 그 버스킹은, 들리게 하기 위해 소리지르기보다는 오히려 조용조용 부르는 것으로 더 잘 들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공연이 되었다. 그간 팝송을 섞어 부르던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우리 노래로 채워준 그 버스킹은 또한 음악이 가사는 몰라도 모두가 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걸 확인해준 무대이기도 했다. 

낮은 목소리들이 서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배려하며 하모니로 어우러지고, 그렇게 나온 하모니에 낯선 외국인들이 언어는 몰라도 빠져드는 모습은 <비긴어게인>이 어쩌면 궁극적으로 이런 무대를 위해 지금까지의 여정을 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진짜 음악의 힘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소통과 하모니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음악 프로그램이 보여줬다는 것.

그 과정에서 이미 베테랑들이 이소라도 윤도현도 또 유희열도 저마다 가수로서의 또 다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소라는 이런 낯선 도전 자체가 힘겨웠지만 차츰 자신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갔고, 윤도현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이런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유희열은 여기서의 경험이 처음 음악할 때의 그 초심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것은 <비긴어게인>이라는 이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제목 그대로일 것이다. 그들은 이 여정을 통해 음악을 처음 대하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그 계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그동안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음악을 마치 경쟁하기 위한 무기처럼 그려오며 떠나온 그 먼 길을 되돌려, 다시 음악이 가진 본질 즉 소통과 하모니의 길로부터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준 것일 게다. <비긴어게인> 시즌2와, 이를 통해 경쟁이 아닌 다른 면면들을 보여줄 많은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대한다.

오디션보다 하모니 ‘팬텀싱어2’가 사랑받는 까닭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치열한 경쟁을 내세우곤 하지만, 어딘지 JTBC <팬텀싱어2>는 그런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경쟁을 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늘 그 밑바닥에 깔려 있고, 자신을 더 돋보이고 싶은 순간에도 하모니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인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2:2 팀 미션에서 월드 클래스라고 불려진 김주택이 보여준 무대가 그랬다. 사실 실력은 누구도 평가할 수 없을 만큼을 가진 그에게 유리한 건 아마도 외국의 성악곡이었을 지도 모른다. 팀을 결정할 때 그에게 다가와 같이 하자고 제안했던 조민웅 대신 그와 함께 1:1 대결 무대를 펼쳤던 배두훈을 선택한 대목부터가 남달랐다. 그는 좀 더 우리 정서를 담은 곡을 부르고 싶어했다. 

그런 결정은 김주택 같은 월드 클래스가 왜 <팬텀싱어2> 같은 부담스런 무대에 오르게 됐는가를 잘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것은 성악이나 오페라 같은 장르를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게 하고픈 소명 같은 것이었다.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음악이지만 어딘지 대중들과 거리가 느껴지는 그 선입견을 깨려는 것. 그러니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뽐내기 보다는 보다 대중적인 것들을 소화해내며 친숙하게 다가가려 했을 게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건 뮤지컬 배우인 배두훈과 그가 ‘꽃피는 날’을 부르면서 한껏 자신의 목소리를 낮춰 배두훈과 하모니를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하려고 했다면 김주택은 더 절정의 가창력을 드러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그 팀의 하모니를 맞추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정한 클래스의 품격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팀 대결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김주택 배두훈 팀의 패배였다. 그들과 대결을 벌인 조민규 고우림 팀이 워낙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조민규는 고우림을 완벽히 분석하고 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극강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승자가 된 조민규 고우림은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특히 고우림은 자신의 우상인 김주택을 이겼다는 것에 아연실색해 했다. 

하지만 그 때도 역시 김주택은 월드 클래스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선선히 “너무 잘했다”고 상대 팀을 칭찬해주고 박수쳐준 것. 또 마치 패배가 자신의 탓인 양 자책하는 배두훈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아직 탈락한 게 아니라 탈락 후보니 낙담하지 말자고 했다. 

아마도 이런 점들이 <팬텀싱어2>가 여타의 오디션이 보여주는 경쟁과 궤를 달리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쟁을 하더라도 타인을 배려하고, 팀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출연자들이 있고, 또 패배하더라도 당장 탈락을 시키는 자극적인 룰이 아니라 탈락 후보가 되어 여지를 남겨주는 패자에 대한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우리 사회를 ‘승자 독식 사회’라고들 한다. 그래서 모두가 누군가를 짓밟고라도 무조건 승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승자의 자리가 과연 빛날 수 있을까. 경쟁만큼 중요한 것이 공존이라는 것을 무대 위의 하모니와 무대 밖의 팀워크로 보여주는 <팬텀싱어2>의 무대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김주택은 결코 지지 않았다.

웃음 넘어 감동까지, 최고의 위치서도 최선 다하는 잭 블랙

순간 잭 블랙이 한국 사람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긴 하지만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언어나 문화의 장벽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잭 블랙은 등장하자마자 1년 7개월 전 <무한도전> ‘예능학교 특집’에 출연했던 그 순간의 친밀함으로 다가왔다. 다 함께 발을 동동 굴리며 위로 뛰는 모습을 연출했고 누군가 어떤 동작이나 리액션을 요구하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걸 열심히 해주었다. 언어 따위는 필요 없는 그의 친근함에 거리감은 사라졌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는 웃음은 그 이상의 감동까지 느끼게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특히 춤과 한국어를 그대로 따라하는 능력은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날렵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 잭 블랙은,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춤을 복사 수준으로 척척 따라했고, “고마해라 마이 묵었나 아이가” 같은 대사를 진짜 한국 사람처럼 따라했다. 그러니 언어나 외모, 문화적 차이 같은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지난 <무한도전> 출연 당시에도 화제가 됐었던 ‘고요 속의 열창’ 게임을 통해 잭 블랙은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줬다. 소리를 그대로 복사 수준으로 따라 부르면서 그 노래가 가진 특징들을 정확히 표현해냈다. 그건 그저 ‘노래 따라하기’의 남다른 능력이라기보다는 연기자로서의 표현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마치 진짜 임재범이 된 듯 완벽하게 불러내는 ‘고해’는 그가 얼마나 재능 있고 또한 노력하는 연기자인가를 잘 보여줬다.

사실 이번 <무한도전>이 잭 블랙을 만나게 된 건, 정준하 밀어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드 출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사전에 출연자들 각자 셀프 테이프를 준비해 할리우드에 보낸 <무한도전>은 오디션을 보기 위해 직접 LA로 날아갔던 것. 잭 블랙 출연은 그 오디션을 사전에 경험하게 해주기 위한 깜짝 ‘몰래카메라’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잭 블랙이 워낙 열심히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줘, 그것 자체가 ‘잭 블랙 특집’처럼 느껴지게 했다. 

중요한 것은 잭 블랙이 보여준 이러한 프로정신이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는 전 세계가 이미 인정하는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배우지만 <무한도전>에서는 그저 친근한 ‘잭 형’의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모든 걸 내려놓고 <무한도전> 출연자들과 어우러졌고 우스꽝스런 동작과 표정연기, 말 따라 하기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열정과 노력에 <무한도전> 출연자들도 감복했다. 박명수는 “정말 또 많은 걸 배워간다”고 했고, 유재석은 “정말 우리의 선생님이다”라고 말했다. 

한때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주어지는 모든 것들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봅슬레이부터 프로레슬링 같은 실제로 도전하기 어려운 미션들까지 해내는 그 프로정신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시작점은 실제로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지만 11년을 달려오며 어느새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됐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바로 이 ‘최고의 위치’에 선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프로정신이 아닐까. 

사실 스테판 커리가 나왔던 지난 주 미션 이전까지만 해도 <무한도전>은 어딘가 너무 느슨해진 느낌이 있었다. 몇 회간 새로운 기획의 참신함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의 반응도 그리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주 스테판 커리가 등장해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한 농구경기는 충분한 재미와 의미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LALA랜드 특집’ 역시 잭 블랙의 출연과 더불어 이들의 새로운 도전이 남달랐던 한 회가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잭 블랙이 보여준 ‘최고의 위치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무한도전> 출연자들에게도 어떤 자극제가 되어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잃을 게 없는 ‘평균 이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어쩌면 쉬운 일일 수 있다. 오히려 모든 걸 다 가진 최고의 위치에서도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최선을 다할 때, 그 프로정신은 단지 웃음 그 이상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걸 잭 블랙은 보여주었다.

‘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법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 우리의 음악 프로그램들은 거의 대부분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토리텔링을 반복해왔다. <프로듀스101>이나 <쇼미더머니> 같은 프로그램들은 그나마 아이돌, 힙합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그 명맥을 잇고 있지만,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그 수명을 거의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무슨 죄가 있으랴. 음악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지 않은 것이 죄라면 죄일 뿐. 

'비긴어게인(사진출처:JTBC)'

JTBC <비긴 어게인>은 그런 점에서 이러한 오디션 형식이 아닌 여행과 버스킹이라는 형식 속에 음악을 담아내려 한 시도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과거 MBC <나는 가수다>가 성공을 거둔 후 임재범을 주인공으로 시도했던 <바람에 실려>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미국을 여행하며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또 간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던 그 프로그램은 당시 오디션 전성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법의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비긴 어게인>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들의 스토리텔링을 음악 프로그램으로 가져왔다. 영화 <원스>의 배경이 됐던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그리고 노홍철이 날아가 그 영화 속 버스킹이 등장했던 그 곳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이 콘셉트다. 영화라는 원천적인 스토리의 밑그림이 있고, 그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명곡들을 유희열의 반주와 함께 이소라와 윤도현이 부른다는 그것만으로도 사실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마력 같은 힘이 집중되는 건 역시 이소라다. <나는 가수다>의 첫 방송 때 ‘바람이 분다’를 불러 단 몇 초만에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가수가 아닌가. <비긴 어게인>에서도 이소라가 노래를 부르는 그 대목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집중하게 만든다. 크게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읊조리는 것처럼 조곤조곤 부르는 그 목소리는 마치 쉽게 깨질 것 같은 유리병 같아서 듣는 이들조차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듣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얹어지는 것이 어떤 스토리의 진정성이다. 이미 <원스>를 봤던 많은 관객들이 그 감동의 원천이 바로 거기 등장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통해서였다는 걸 확인했듯이, <비긴 어게인> 역시 음악인들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을 가지려는 그 진정성이 발견된다. 버스킹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것을 그렇게 만든다. 길거리,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고 노래를 듣게 하며 그 노래에 심지어 감동을 하게 만드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이 그 버스킹이라는 행위 속에는 자연스럽게 얹어진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우리네 가수들이 버스킹을 한다는 설정은 저 <윤식당>에서 윤여정이 만들어 내놓은 음식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먹는가를 바라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음식처럼 음악도 사람과 사람을 공감시키는 그 힘을 발휘할 것인가. 윤도현의 긴장감 속에는 그래서 어떤 기대감이 뒤섞인다.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 역시 똑같이 느껴질 정도로. 

<비긴 어게인>에서 이소라는 더블린의 숙소에서 연습 삼아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그녀는 완벽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노래를 평가했지만 거기 함께 연주한 유희열이나 노래를 듣는 노홍철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그 노래에 깊게 빠져들었다. 더블린, <원스>, 버스킹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얹어 부르는 노래. 이 새로운 스토리텔링 속에서 그녀의 노래가 어떤 힐링으로 다가온 이유다.

일찌감치 시즌2 예고한 ‘팬텀싱어’, 어떤 숙제 남겼나

프로듀서 윤종신이 술회했던 것처럼 “조기종영만 하지 말자”고 제작진이 얘기했던 프로그램이지만, JTBC 오디션 <팬텀싱어>는 일찌감치 시즌2를 예고해놓았다. <팬텀싱어>는 그 파이널 무대를 마치면서 시즌2로 돌아올 것을 예고를 통해 못을 박았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그만큼 기대했던 것과 달리 <팬텀싱어>가 얻은 성과는 컸다. 시청률은 2%대에서 시작해 5%까지 치솟았고 프로그램은 갈수록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 선 건 다름 아닌 출연자들의 놀라운 기량과 프로그램에 혼신을 다하는 열정이었다. 이들이 정성껏 준비하고 부른 노래들은 시청자들의 귀를 넘어 마음을 어루만졌고 입소문은 속삭임에서 함성으로 커져갔다.

파이널에 오른 12명의 면면을 보라. 이번 <팬텀싱어>의 우승을 한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의 고훈정은 뮤지컬 배우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살려 노래를 극적으로 구성하고 프로듀싱하는 팀의 리더로서 능력을 발휘했고, 성악가 김현수는 음악에 클래식한 품격을 세워주었으며, 손태진은 감미로운 바리톤의 매력을 새삼 시청자들에게 알게 해주었고, 이벼리는 연극인으로서 그저 노래가 아닌 몰입을 통한 연기를 하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2등을 한 인기현상 팀은 거의 운명에 가까운 커플(?) 백인태, 유슬기는 성악 베이스로서의 이태리 감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주었고 여기에 항상 안정감을 주는 바리톤 박상돈과 이번 <팬텀싱어>로 모창가수가 아닌 자기 목소리의 매력을 제대로 찾아낸 원킬 곽동현이 있었다. 3등을 했지만 흉스프레소 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남성 4중창의 진수를 보여준 팀이었다. 꽃미남 외모는 물론이고 가창력, 연기력까지 두루 갖춘 고은성과 역시 뮤지컬배우로서 록커 같은 고음까지 가능한 백형훈, 남성적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바라톤 권서경, 흑소라고 불릴 정도로 강렬한 테너의 매력을 보여주는 이동신이 그들이다. 

물론 이 12명의 파이널 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팬텀싱어>를 빛낸 얼굴들은 그 외에도 넘쳤다. 중학생이지만 놀라운 카운터 테너로 노래에 어떤 신비감까지 만들어줬던 이준환군. 뮤지컬배우로서 남다른 끼와 가창력을 선보였던 박유겸, 꽃미남의 외모에 특유의 저음의 매력을 들려준 류지광, 괴물성량의 성악가 최용호와 미성의 짜잔형 정휘 등등 그들은 파이널에 올라가지 못했어도 <팬텀싱어>의 진정한 주역들이었다. 

<팬텀싱어>가 이제는 식상해졌다는 오디션을 통해서도 이처럼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갖고 있는 대단한 기량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대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고의 기량들이 4중창으로 자신들의 장점들만을 모은 데다, 무엇보다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그 열정이 더해져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여기에 뮤지컬배우, 성악가들이 합류하면서 지금껏 여타의 오디션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움을 느끼게 해줬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오디션의 성공비결이다. 특히 이태리 뮤직은 <팬텀싱어>를 통해 새롭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이미 시즌2를 예고할 정도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기대감이 한껏 올라간 만큼 남은 아쉬움과 숙제도 적지 않다. 특히 파이널 무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 겪던 음향 문제를 남겼다. 라이브 방송은 음향 보정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존 녹화방송이 들려줬던 음향만큼의 음악적 질을 선사하지 못했던 것. 그간 귀호강 프로그램으로서 명성을 쌓아온 만큼 이러한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의 떨어지는 음향 문제는 <팬텀싱어> 시즌2의 큰 숙제로 남았다. 

또한 진행자들의 문제 역시 <팬텀싱어>의 오점으로 남았다. 전현무와 김희철은 녹화방송에서는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희미했고 파이널 라이브 무대에서는 진행이 무대의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냉엄한 시청자들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라는 높은 품격의 무대들과 전현무, 김희철이라는 MC들의 성격이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었고, 특히 마지막 파이널 무대에서 성의 없어 보이는 시상은 심지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팬텀싱어>는 놀라운 기량을 가진 출연자들의 정성스런 무대를 통해 기대하지 못했던 엄청난 반향을 얻었다. 하지만 그 성과만큼 남은 숙제들은 더 많아졌다. 시즌1이 남긴 숙제들을 해결하고 시즌2는 더 멋진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틱한 무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팬텀싱어>는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열었고 그 세계의 매력은 이미 우리네 대중들의 가슴 깊이 새겨졌으니.

개성과 조화, <팬텀싱어>에 대중들이 열광했던 까닭

 

이른바 오디션 프로그램 혹은 음악예능은 끝물이라는 얘기는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의 현재를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도 계속해서 음악예능은 나오고 있지만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른바 오디션 혹은 음악예능이라는 그 형식적 틀이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식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탓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경쟁과 서바이벌을 전면에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의 틀이나, “나 노래 잘해!”하고 외치는 듯 노래하는 음악예능의 가창력 뽐내기는 그래서 시청자들이 고개를 돌린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형식적 틀을 깨버리고 음악의 새로운결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시금 끌어 모은 오디션이자 음악예능이 있다. 바로 JTBC <팬텀싱어>.

 

신의 한 수는 기존의 오디션과 달리 남성 4중창단을 뽑겠다는 <팬텀싱어>의 목표 그 자체에 있었다. ‘남성 4중창단이기 때문에 대중가수들은 물론이고 뮤지컬 배우, 성악가, 보컬 트레이너 등등 다양한 음악적 바탕을 가진 출연자들을 한 틀로 모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개성들을 가진 출연자들은 4중창이 갖는 음악적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곽동현처럼 이미 <히든싱어>에서 원킬로 불리던 록커가 이동신 같은 성악가와 함께 부르는 ‘Caruso’, 뮤지컬 배우 고은성과 베이스 바리톤 권서경이 부르는 ‘Musica’ 또 뮤지컬 배우 고훈정과 카운터 테너 이준환이 부른 ‘Danny boy’ 같은 곡들은 모두 이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어디서도 느끼기 힘들었을 무대였다.

 

클래식과 뮤지컬 그리고 가요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또한 이탈리아 음악이라는 우리네 현 대중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박상돈, 유슬기, 백인태가 부른 ‘Quando I'amore diventa poesia’나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이 부른 ‘Odissea’ 같은 곡들은 낯설지만 감미롭고 클래시컬한 이탈리아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팬텀싱어>가 기존의 오디션과 달랐던 건 4중창이라는 특색에 맞게 단 한 사람의 우승자를 뽑는 것이 아니고 4명이 한 마음으로 하모니를 낼 수 있는 팀을 뽑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각각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4명이 함께 하게 되면 각자 장점들만을 최적화해 하모니를 구성함으로서 최고의 음악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단점은 고치라고 하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주로 해왔던 방식이라면 <팬텀싱어>는 오히려 장점만을 드러내라고 하는 것이 그 새로운 방식이다. 그래서 저음이 매력인 바리톤은 그 부분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주기만 하면 된다. 굳이 고음까지를 스스로 커버할 필요가 없다는 것.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특히 우리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그것이 환기시키는 우리네 현실의 모습들 때문이기도 했다. 경쟁적인 현실, 공정한 심사 같은 것들이 그래서 오디션의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 오디션에서는 고음이든 저음이든 또 노래든 춤이든 심지어 끼까지 가진 팔방미인들을 요구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팬텀싱어>는 모든 걸 다 잘해내기보다는 자신이 잘 하는 걸 최대치로 이끌어 내주고 또한 타인과의 하모니를 통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팬텀싱어>라는 오디션에 열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단지 무한경쟁만이 아닌 개성과 조화는 지금 우리네 사회에서 희구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틀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오디션은 끝물? <팬텀싱어>는 오디션이 아니다

 

분명 노래에 점수가 매겨지고 누군가는 합격하며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러니 그 형식적 틀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JTBC <팬텀싱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는가에 대한 관심보다 큰 건 이번에는 저 조합의 중창단이 어떤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드디어 본격적으로 4중창단이 꾸려져 첫 선을 보인 <팬텀싱어>의 시청률이 4.4%(닐슨 코리아)로 반등하게 된 건 그런 이유다. 고훈정, 이준환, 이동신, 손태진이 구성한 울트라 슈퍼문팀이 꾸릴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이 방송을 꾸준히 봐온 시청자들이라면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지금껏 전체를 잘 리드해온 고훈정이라는 리더십, 들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슬픔이나 경건함을 부여하는 이준환의 카운터테너 목소리에, 굵직한 남성미가 돋보이는 이동신과 감성 가득한 울림이 있는 손태진의 조합이라는 걸 시청자들은 그간의 무대를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건 혼자 솔로로 부르며 자기 기량을 뽐내는 그런 무대가 아니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목소리 자체가 나오지 않는 이준환군을 배려하기 위해 당일 날 곡 구성 자체를 전부 바꿔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다. 그래서 그렇게 서로를 배려한 마음들이 노래의 하모니를 통해 전달되는 장면을 보며 가사의 의미는 잘 몰라도 어떤 경건한 느낌에 바다 같은 심사위원이 눈물을 떨어뜨리는 건 공감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팀을 꾸리게 되어 한 팀이 된 류지광, 김현수, 정휘, 최경록의 하이브리드 팀 역시 마찬가지다. 예쁜 음색을 가졌지만 다소 불안한 음정들이 있는 정휘의 경우 네 명이 함께 부르며 서로 빈 구석을 채워주자 오롯이 자신의 장점만을 잘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문세의 집으로를 리메이크해 부른 이 팀의 노래는 그 누구보다 하모니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형훈, 윤소호, 고은성, 권서경으로 구성된 빈센트 권고호 백작 팀은 역시 꽃미남 팀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막상 노래가 시작되자 엄청나게 몰아치는 강렬한 무대로 좌중을 압도시켰다. 유슬기, 백인태, 곽동현, 박상돈으로 구성된 인기현상 팀은 셀린 디온의 ‘I Surrender’를 절정의 고음의 향연으로 만들어냈고, 박유겸, 오세웅, 이벼리, 기세중의 8890 팀은 김경호의 아버지를 진솔한 마음으로 불러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압도적인 실력들 하나하나가 모여 자기 실력을 뽐내기보다는 타인과 하모니를 이루는 그 무대들은 더 이상 심사위원들의 심사의 대상이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어떻게 이런 무대에 점수를 매기냐며 힘겨워 했고 결국 4중차 오디션 끝에 떨어진 네 명으로 인해 눈물바다가 된 무대를 보며 그 안타까움에 역시 눈물을 훔쳤다.

 

<팬텀싱어>는 그래서 오디션을 뛰어넘었다. 이 오디션을 표방한 프로그램에 오디션은 없었고 또한 평가를 위한 심사도 있을 수 없었다. 다만 남은 것은 각각의 서로 다른 음색들이 모였지만 그것이 한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과, 그 장면을 보며 관객은 물론이고 시청자 그리고 심사위원까지 한 마음이 되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다. 오디션의 목적이 당락을 앞세운 자극이 아니라 더 좋은 하모니의 광경을 선사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던 것. 금요일이면 이제 귀호강 시간으로 자리한 <팬텀싱어>는 제목에 걸맞게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령 같은 오디션이 되었다. 다음 금요일을 못내 기다리게 만드는.

오디션은 끝물? <>이 보여준 또 다른 가능성

 

<>은 그저 그런 오디션 소재의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다지 많은 홍보 마케팅을 하지 않은 작품인지라 영화를 보기 전 기대감은 거의 바닥에 가깝다. 하지만 이 홍보 마케팅을 하지 않은 것이 별 기대하지 않는 작품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작품 자체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건 영화가 시작된 후 단 몇 분만이면 충분하다.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로 시작하는 비틀즈의 곡 ‘Golden Slumber’를 왕년의 잘나갔던 가수 나나 누들만(제니퍼 허드슨)이 부르는 그 장면은 동물이 부른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장중한 느낌이 주는 묵직함과 동시에 코믹함이 뒤섞여 있다.

 

사진출처:영화<씽>

그 묵직함과 코믹함은 <>이 가진 두 가지 결로 시종일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동물들이 부르는 놀라울 정도로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들은 처음에는 그 어색한 진지함에 웃음이 터지지만 차츰 그 각각의 매력적인 캐릭터에 빠져들고 나면 어느 순간에는 자신도 모르게 뭉클해지는 감동을 경험하게 만든다. 스토리와 메시지가 있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으니 이보다 좋은 궁합이 있을 리 없다. 우리가 흔히 봐오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노래 한 곡이 기적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 경험. <>은 우리에게 이제는 한 물 갔다고 평가되는 오디션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할 때 여전히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슈퍼배드>, <미니언즈>, <마이펫의 이중생활> 등으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는 일루미네이션의 작품답게 <>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톡톡 튀는 캐릭터다. 사실상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캐릭터에 현실감이 부여되자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들의 노래만이 아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되었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지만 우리들조차 쉽게 빙의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바닥에 떨어지면 뭐가 좋은지 알아? 올라갈 길밖에 없다는 거야, 위로 쭉!” 이 한 마디가 설명해주는 <>의 주인공 버스터 문(매튜 맥커너히)은 점점 기울어만가는 극장을 살리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제안하는 코알라. 그가 처한 상황은 힘겨운 현실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물다섯 쌍둥이 아기돼지를 돌보다 자신의 존재를 점점 잃어가는 엄마 돼지 로지타(리즈 위더스푼), 실연당하지만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고슴도치 로커 애쉬(스칼렛 요한슨), 범죄자 아버지에서 벗어나 가수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고릴라 조니(태런 애저튼), 놀라운 가창력을 가졌지만 무대 공포증으로 도망치기만 했던 코끼리 소녀 미나(토리 캘리). 그 누구 하나 현실적인 공감을 주지 않는 캐릭터가 없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 하나하나는 그래서 그저 노래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의 힘겨운 현실을 어루만지는 위로가 된다.

 

<>에 특히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열광하는 까닭은 이런 현실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 덕분이다. 아이들은 그 음악의 흥겨움과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상황들이 주는 재미에 빠져든다면, 그 아이들의 손을 잡고 별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온 어른들은 아이보다 더 박장대소하다가 어느 순간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물론 여기에 깔리는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들이 추억 돋는 감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우리에게 오디션은 그 뻔한 스토리로 인해 끝물인지 몰라도, <>이 보여주는 오디션은 그 현실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캐릭터들로 인해 새삼 오디션의 재미를 복원시켜주고 있다

<팬텀싱어>, 하모니를 오디션의 동력으로 삼은 까닭

 

음악의 본질이 본래 심금을 울리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JTBC <팬텀싱어>는 그 음악의 본질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케이윌이 부른 꽃이 핀다라는 노래가 이토록 마음을 파고드는 노래라는 건 손태진과 김현수의 화음을 통해서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손태진의 목소리가 조용히 관객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었다면 김현수는 그 위에 제목 그대로 꽃을 피웠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노래가 사람을 울릴 수 있다는 건 단지 그 노래가 자체가 슬퍼서가 아니다. 실제로 이들의 노래를 들은 김문정 심사위원은 아름다워서눈물 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감정과 마음과 생각이 노래를 통해 하나로 어우러지고 그 순간 모두가 그 속에서 같은 감정 속에 하나가 되는 기적 같은 순간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이 오디션에 출연한 이들이 노래에 있어서는 저마다 한 자락씩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지만,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은 가창력만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아니다.

 

<히든싱어>에 김경호의 모창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던 인물 곽동현은 <팬텀싱어>의 첫 무대에서 티삼스의 매일 매일 기다려를 불렀다. 물론 엄청난 록 스피릿과 자유자재의 고음을 드러내준 무대였지만 그것이 굉장한 감동을 선사했다고 보긴 어렵다. 심사위원들도 그래서 노래 잘 하는 사람 뽑는 게 아니라며 선을 그으려 했지만 그에게 기회를 준 건 노래를 통해 그가 어떤 성장을 보일 것인가를 궁금해하는 손혜수 심사위원 덕분이었다.

 

그런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했던 걸까. 곽동현은 성악가 이동신과 무대를 준비하며 자신을 뛰어넘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준비 끝에 그와 이동신이 무대에서 부른 카루소는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매일 매일 기다려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뭘 모르는 아이처럼 불렀던 노래라면, ‘카루소는 완벽히 절제되어 성숙된 목소리가 부르는 노래였다. 김경호 모창가수라고 불리던 그의 딱지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연극인으로서 독학으로 노래를 배운 이벼리는 첫 무대에서 달의 노래를 부르며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듬뿍 담아 마치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부르는 노래. 하지만 이벼리가 천재적인 카운터테너 이준환군과 함께 부른 동요 어느 봄날은 그 개인적인 기량보다 두 사람이 서로 맞춰나가는 그 화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말문을 잇지 못하고 노래에 빠져드는 관객들이 느꼈을 기적 같은 감흥이라니.

 

윤소호와 박정훈이 부른 참 예뻐요는 뮤지컬 <빨래>의 한 대목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한 여성을 향해 부르는 세레나데. 굉장한 고음을 보여주거나 혹은 가창력을 드러내는 구석이 별로 없는 이 노래는 그러나 노래가 담고 있는 진정성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 노래에서는 사랑과 아픔과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뮤지컬계에서 주목받는 윤소호는 이 노래를 그 상황에 몰입하려 애쓰며 불렀다고 했다.

 

<팬텀싱어>가 남성 4중창단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을 때부터 아마도 이 프로그램은 진정한 힐링 오디션의 길을 예고했을 것이다. 개인적인 기량이나 개성을 마구 끄집어내 뽐내기보다는 상대방의 목소리와 맞춰나가는 것. 그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된 오디션이니 말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화음을 내기가 곤란한 조합에서 우리는 더더욱 기적 같은 무대들을 경험하게 됐다. 안될 것 같았던 화음이 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이 주는 감동이 주는 힐링의 경험.

 

형식적으로도 <팬텀싱어>는 성숙되어가는 면면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힐링의 순간을 제공한다. 즉 처음에는 홀로 나와 독창하던 그들이 서로서로 만나 듀엣을 이루고 그 다음에는 트리오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궁극적인 목표인 4중창을 하게 되는 그 과정은 조화를 차츰 이뤄가는 그 성숙의 과정과 다름이 아니다. 여타의 오디션들이 자극적인 경쟁과 자신의 끼를 드러내는 것을 하나의 덕목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 경쟁과 개인적 기량이 아닌 함께 이뤄가는 어떤 과정이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주기 마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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