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 제자들이 있어 가능해진 새로운 볼거리들

tvN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은 어느덧 시즌3 40회를 앞두고 있다. 시즌1이 스페셜까지 합쳐 38회, 시즌2가 36회를 했으니 통산 100회를 훌쩍 넘은 셈이다. 사실 요리 레시피라는 한 가지를 갖고 이렇게 오래도록 예능 프로그램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물론 요리 프로그램이라면 교양으로서 충분할 수 있지만,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 하나만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만큼을 이어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그래서 시즌3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살짝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새로 제자로 투입된 이규한, 남상미, 윤두준, 양세형이 있었지만 결국은 ‘요리 무식자’에서 요리를 알아가는 그 스토리텔링은 시즌1이나 시즌2 그대로일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3는 이전 시즌들과는 살짝 다른 면들을 보여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자들의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움이었다.

시즌3 39회에 소개한 돼지갈비를 이용한 갈비탕, 갈비볶음 그리고 육개장을 보면 그 자체가 사실 파격이다. 주로 갈비탕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사용한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해먹는 요리법을 응용한 이 요리들은 간편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제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들로서는 상대적으로 값도 싸고, 요리도 간편하며, 맛도 그만인 이 요리를 한 번쯤 해보고픈 욕망이 생길 법하다. 

즉 백종원은 이번 시즌에서 상식을 깨는 요리법을 종종 소개해 제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회에 했던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닭칼국수는 물론이고 들깻가루를 이용해 만드는 너무나 간단한 들깨칼국수 그리고 비빔칼국수도 지금껏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레시피였고, 김밥 하면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단일 재료로도 충분히 맛을 냈던 어묵김밥이나 건새우김밥도 새로운 레시피였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깨는 요리는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일종의 응용편이라는 점이다. 돼지갈비로 만든 육개장이 가능한 건, 이미 육개장을 해본 그 경험에 돼지갈비라는 재료에 맞는 약간의 응용이 있어서였다. 돼지갈비볶음이 설탕과 양파를 먼저 넣어 충분히 볶아주는 것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다는 건 이미 양파를 충분히 볶았을 때 풍미가 높아진다는 걸 다른 요리들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즉 이번 시즌3가 흥미로웠던 건 기존 시즌1,2에서 소개됐던 요리 방법의 그 원리들이 응용됨으로서 더 깊은 요리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하다못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양념으로서 액젓은 이제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백종원의 레시피 응용편만큼 시즌3를 빛낸 건 바로 제자들이다. 물론 시작점에서 양세형은 확실히 다른 제자들보다 요리능력자로서의 면면을 뽐냈지만, 뒤로 갈수록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만큼 다른 제자들도 성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백종원은 자신이 요리를 하기 전에 각자 아이디어를 보태 요리를 내보이라는 미션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김밥을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보라는 주문에 윤두준은 간장계란밥을 응용한 밑간을 한 김밥을 내놨고, 이규한은 모짜렐라 치즈를 녹여 속재료로 만든 김밥을 내놓았다. 이런 응용은 이 프로그램을 하며 배운 요리법들을 김밥이라는 과제에 적용해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자들은 단지 먹방과 요리의 성장만 보여준 것이 아니다. 이번 시즌에서 제자들이 달라졌던 건 ‘맛 표현’ 부분이다. 양세형이 먼저 나서서 보여줬던 섬세한 맛 표현은 차츰 다른 제자들의 각기 다른 표현방식으로 이어졌다. 사실 눈과 귀로만 백종원식의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어진 음식의 맛을 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누구나 맛봤을 기존 음식의 맛을 인용해 그 맛 표현에 활용했다. 마치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맛 설명을 위해 갖가지 묘사들을 동원하듯이.

이런 제자들이 있어 가능해진 건 다음 회에 예고된 것처럼 이제 제자들이 백종원을 위해 한 때의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다. 그간 배웠던 것들을 응용해 제자들이 어떤 요리를 내놓을까 하는 점이나, 그 요리를 먹고 백종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풍성해진 볼거리로의 진화가 가능했던 건, 역시 제자들이 함께 하는 그 시너지가 있어서가 아닐까.

<집밥 백선생>의 맛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레시피들

 

tvN <집밥 백선생>을 그냥 시청하는 것과 그걸 보고 한 번 따라 해보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냥 보는 것이야 음식을 소재로 한 토크쇼에, 쿡방과 먹방을 덧붙여놓은 정도지만, 직접 따라서 해보는 건 마치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성취감을 맛본 후에는 프로그램이 완전히 달리 보인다. , 양파 같은 기본 재료들도 심상찮게 보이고 그걸 볶거나 삶거나 하는 조리 과정도 새롭게 다가온다. 재료를 달리해 저 조리방법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 재료가 공개되면 미리부터 마트로 가 그 재료를 사 놓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도대체 <집밥 백선생>이 나한테 무슨 마법을 건거야 하는 생각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집밥 백선생>은 비판이 많았다. 백종원이 프렌차이즈 사업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집밥과 과연 어울리는가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또 물론 방송의 과장된 편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슈가보이라는 별명이 만들어지면서 지금도 설탕을 넣을 때면 미묘한 머뭇거림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비판들이 있다고 해도, <집밥 백선생>이라는 프로그램이 우리 같은 요리무식자들에게 주는 효용성은 모든 걸 용서하고도 남는다. 집에서 홀로 해먹는 요리라고 해봐야 라면 끓여 먹는 정도였던 우리를 이제는 볶음 우동도 만들고 쟁반 짜장도 만들며 제육볶음 정도는 뚝딱 해치우고, 양파만 달달 볶아도 맛이 완전히 다른 카레를 내놓을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물론 이런 레시피가 새로운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제 아무리 레시피가 있으면 뭐하나. 그걸 보고 실제로 해볼 수 있을 만한 동기를 부여해주지 않는다면 두꺼운 요리책 속의 수많은 레시피들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을 게다. <집밥 백선생>은 그래서 그저 어떤 재료들을 갖고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대한 기본 레시피만으로 맛을 낸 프로그램이 아니다. 거기에는 이 프로그램만이 갖고 있는 독특하며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숨겨진 레시피들이 있다. <집밥 백선생>만의 특별 레시피.

 

1. 간편하다

<집밥 백선생>의 특별 레시피 중 가장 강력한 건 바로 간편하다는 점이다. 그 많은 만능을 제조해낸 건 바로 이 간편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만능간장, 만능된장, 만능고추장, 만능춘장까지. 물론 음식전문가들은 이 만능의 천박함을 얘기한다. 그런 단순한 공식(?)이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음식의 세계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해먹는 음식이 모두 작품처럼 만들어지는 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다. 특히 요즘처럼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고 그래서 간편하지 않으면 해먹기 힘든 현실 속에서는 음식을 작품 대하듯 하는 이런 태도가 심지어 위화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똑같아도 좋으니까 기본이라도 하게 해줘. 아마도 <집밥 백선생>의 간편함에 환호하는 열혈 시청자라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을까.

 

2. 응용이 무한하다

간편하게 만능으로 일단 장을 제조해 놓고 냉장고에 넣어 두면 그 응용이 무한하다는 점은 <집밥 백선생>의 레시피를 일종의 마법처럼 여기게 되는 이유다. 만능간장 하나로 꽈리고추에 넣어 먹기도 하고, 잡채를 만들기도 하며, 가지를 조려 먹기도 한다. 만능춘장을 만들면 단 몇 분 만에 쟁반짜장이 가능하고, 짜장 라면이 짜장 떡볶이는 너무 쉬운 음식이 된다. 이건 단지 만능 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테면 파 기름 내는 것 하나만 알고 있어도 볶음밥 맛이 달라지고 볶음 우동의 맛이 달라진다. 한 가지 레시피를 알고 나면 거기에 재료만 살짝 바꿔도 다른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대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레시피대로 따라하다가 차츰 다른 재료를 넣어 응용해보게 되는 것. <집밥 백선생>의 세계는 초심자들도 요리라는 즐거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3. 이건 마치 화학실험실 같다

남자들에게 그래도 요리가 낯설다면 <집밥 백선생>은 그 부엌을 마치 화학실험실처럼 활용함으로서 그 낯섦을 상쇄시켜준다. 계량컵으로 돼지고기 두 컵, 간장 한 컵, 양파 두 컵... 이런 식으로 죽 늘여놓고 그걸 프라이팬에 하나씩 차례로 넣어 요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요리에 익숙지 않은 남자들에게는 마치 화학실험을 하는 것 같은 흥미를 유발한다. 물론 이 화학실험은 그 결과물로 맛좋은 안주를 만들어내기도 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4. 없어도 된다

요리 무식자에게 재료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무슨 요리를 레시피를 보고 하려고 하다가도 재료 하나가 없다면 포기하는 게 다반사다. 요리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 재료가 없으면 결코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에서는 없는 건 없는 대로 패스하는 통쾌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원 재료가 없을 때 대체할 수 있는 걸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굴소스가 없을 때 간장으로 비슷하게 맛을 내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모든 게 있어야 제 맛을 낸다는 생각에 빠져 있어 포기하게 되는 요리를 <집밥 백선생>은 쿨하게 패스함으로써 우리 같은 요리무식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5.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이른바 요리에 대한 신화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다. 이를테면 엄마의 손맛같은 것이 그것이다. 물론 엄마의 손맛을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과도하게 신격화하는 건 요리를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장벽을 만든다.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집밥의 의미를 과도하게 엄마의 밥상으로만 상정하게 되는 것도 이런 신격화 때문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은 내놓고 누구든 따라 하기만 하면 되유라고 말한다. <집밥 백선생>은 그래서 누구나 집에서 해먹는 밥집밥의 의미로 재위치시킨다.

 

6. 고급진 것처럼 보인다

가끔 쑥스러운 듯 백선생은 우리끼리의 사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똑같은 음식도 조금만 달리해 고급진것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전문요리사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을 알려주면서도 이런 자기 폄하를 하는 것이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팁이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된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고 눈으로도 먹는 것이니. “있어 보이는 건맛만큼 중요한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있어빌리티가 또 하나의 능력으로 치부되는 시대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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