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가 그리는 지옥 속의 행복 찾기

“은행부행장이었다가 지금은 모텔에 수건 대고 계시고, 자동차연구소 소장이었다가 지금은 미꾸라지 수입하고 계시고, 제약회사 이사였다가 지금은 백수, 알지 형이랑 나는 청소. 야 좋겄다. 너는. 여기 네가 좋아하는 망가진 인간들이라.”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망가진 게 좋다”며 쫓아다니는 최유라(나라)에게 박기훈(송새벽)은 그렇게 버럭 화를 냈다. 그러고 보면 정희네라는 선술집이 풍기는 분위기가 그랬다. 아저씨들이 몰려오는 그 집에서는 ‘망가짐’의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한 때는 잘 나갔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한참을 망가져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그들. 술 마시는 걸로 전쟁을 하면 무적일 거라며 호기롭게 웃으며 술을 마시지만 그게 어딘가 짠하게 다가오는 그들이다. 

그러니 “망가진 게 좋다”는 말이 박기훈에게는 마치 ‘나보다 못한 인간이 있다’는 걸 그들을 통해 확인함으로써 좋다는 뜻으로 다가왔을 게다. 하지만 유라는 정색하며 그런 뜻이 아니라 자신은 거기 있는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봐 두려워하며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그게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구 사람들도 다 망가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줘서.”

망가져서 힘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것으로 행복을 찾는 것. 이 ‘행복론’은 어쩌면 <나의 아저씨>가 그리려는 세계일 것이다. 드라마는 좀체 밝은 희망이나 행복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건 아저씨들만이 겪는 일이 아니다. 선술집에서 장사하고 그 곳에서 사는 정희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갈 때 돌아갈 집이 없이 괜스레 아저씨들과 선술집을 나선다. 집을 구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퇴근 기분을 내지만 그는 결국 빙 돌아서 다시 선술집으로 돌아온다. 돌아가려 해도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삶이 그가 겪는 현실이다.

박동훈(이선균)은 아내가 자신의 후배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하지만 정작 그가 하는 건 후배에게 아내와 조용히 헤어지라고 엄포를 놓는 일이다. 박동훈, 박기훈, 박상훈(박호산)의 엄마 변요순은 자식들이 세상에서 겪는 일들을 보며 가슴 아파한다. 살기 위해 청소일을 하는 것도 그런데 건물주에게 아들이 무릎까지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본 이 엄마는 애써 활짝 웃으며 아들을 맞는다. 그 눈에는 아프게 흘러내리지도 못하는 눈물이 숨겨져 있다.

이지안(아이유)은 빚 독촉에 시달리면서 낮에는 회사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남들이 먹다 남긴 음식찌꺼기들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가 봉양해야 하는 할머니 봉애(손숙)는 돈이 없어 요양원에서 쫓겨나 하루 종일 그 어두운 방안에서 누워 자그마한 창으로 들어올 달을 보고 싶은 게 소망이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망가져 있다. 그리고 지금도 망가져 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들은 살아간다. 정희네 같은 술집에서 술 한 잔에 아픔을 털어내면서 오히려 웃는다. 박동훈이 말하듯 그들이 사는 곳은 지옥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벌도 받다 보면 왜 받는지 알게 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문득 이지안이 박동훈에게 묻는다. 자신을 왜 뽑았냐고. 박동훈은 이력서 특기란에 써놓은 ‘달리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무슨 특기가 ‘달리기’냐고. 그러자 이지안이 말한다.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박동훈과 아저씨들이 망가져가고 있는 사이, 이 청춘은 투명인간처럼 되어버렸다. 박동훈이 이지안에게 건배를 제안하며 “행복하자”고 한 마디 던지는 게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그리고 그건 이 드라마가 그려나가는 세계다. 지옥 속의 행복 찾기.(사진:tvN)

‘나의 아저씨’가 우리네 비틀어진 현실에 던지는 아픈 질문

어째서 바르고 착하게 살려고 하는 것뿐인데 이들은 이렇게 힘들까.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이선균)에게 이지안(아이유)이 함께 사는 봉애(손숙)는 “좋은 사람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도 그랬다. 최소한 바르게 살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건축구조기술사로서 건물의 위험을 미리 알아내고 건물주로 하여금 사고를 예방하는 일이 그의 일이지만, 회사는 고객이기도 한 건물주를 위해 문제를 눈감아주라고 강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본분을 벗어난 일이라며 자신의 일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박동훈의 ‘소신’은 그가 회사에서 성공가도를 달리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회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장인 도준영 대표(김영민)의 오른팔이 된 윤상무(정재성)처럼 “라인을 잘 타야” 한다. 갖가지 비리와 음모를 저지르며, 일보다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를 하는 것. 그것이 성공의 길이다. 그와 대립각을 세우던 왕전무(전국환)의 라인인 박상무(정해균)는 결국 저들의 계략에 빠져 강등 퇴출되어버린다. 어떻게든 자기 자리로 돌아오려고 도준영의 뒤를 캐는 박상무 역시 다른 인간이 아니다. 그 역시 라인을 타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못 저지를 부정과 비리가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박동훈은 그러기에는 작은 것들에도 신경을 쓰는 세심한 인물이다. 드라마 첫 회 첫 시퀀스에서 사무실로 날아온 무당벌레 때문에 소동이 벌어졌을 때 이를 때려잡으려는 직원의 손을 제지하며 그 벌레를 잡아서 놔주려 했던 그 장면이 박동훈이라는 인물을 잘 말해준다. 그는 벌레 한 마리 쉽게 죽이지 못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렇게 살리는 벌레를 무심하게 툭 죽여 버리는 이지안도 삶이 그를 그렇게 내몰았을 뿐, 그 본심은 착한 인물이지만.

이지안은 그 첫 장면에 벌레를 죽이는 모습에서부터 어딘가 심상찮은 인물이라는 걸 드러냈고, 결국은 박동훈에게 잘못 배달되어온 뇌물을 훔치는 모습으로 그저 사무실 아르바이트 직원은 결코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또 도준영과 박동훈의 아내 강윤희(이지아)가 불륜관계인 것을 알아채고 그걸 은근히 협박하며 도준영에게 박동훈과 박상무를 모두 내보내게 해주겠다며 2천만원을 요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지안의 이런 행동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었다. 정의니 소신이니 진실이니 하는 것들은 그에게는 배부른 소리였다. 그래서 봉애가 박동훈이 “좋은 사람 같다”고 말했을 때 그가 “돈 많은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쉽다”고 한 말은 그의 심사를 잘 드러낸다. 그는 좋은 사람이 되는 일 같은 건 자신에게는 ‘배부른 사치’로 여긴다. 사채업자에게 빚 독촉을 당하고 말도 못하며 운신도 못하는 할머니 봉애를 건사해야 하는 삶. 눈앞에서 할머니가 당하는 폭력 앞에 결국 칼을 들어 살인자가 되어버린 삶. 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지만 그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할머니를 건사한다는 그 상황이 이지안의 숨겨진 실체를 드러낸다. 일하고 들어와 자신은 봉지커피 두 봉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도 할머니에게 홍시를 사다 주는 인물이다. 혹여나 추울까봐 할머니가 누운 이부자리를 이리 저리 옮겨주는 인물이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을 할머니가 달을 보고 싶어하자 마트의 카트를 훔쳐 할머니를 태우고 달을 보러 나가는 인물이다. 

그 누구도 바른 박동훈과 착한 이지안의 실체를 봐주지 않는 세상이지만, 그래서 어딘지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그것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실체를 보게 된다. 박동훈을 직장에서 쫓아내고 대표로부터 돈을 받아내려 그의 핸드폰에 도청장치를 한 이지안은 어쩌다 그의 퍽퍽한 삶과 그 속에서도 바르게 살려는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카트에서 떨어진 과일을 들고 이지안의 뒤를 쫓아갔다가 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 박동훈은 달구경을 하고 돌아온 할머니를 집까지 업어다 주고는 이지안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착하다.”

그런데 그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착하다”는 말 한 마디가 너무나 아프고 짠하게 다가온다. 그건 삶이 지독할 정도로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착하게 살아가는’ 그 어려운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그 절벽처럼 어두운 현실에서 ‘착하고 바른 삶’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삶의 절망감 같은 것들이 거기서 느껴져서다. 

어쩌다 바르고 착하게 사는 이들은 이렇게 힘겹고 소외된 삶을 살아가게 된 걸까. 오히려 부정을 저지르고, 적당히 비겁하게 현실과 타협하고,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는 위악스런 행동들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더 잘 살아가는 현실이 된 걸까. <나의 아저씨>가 우리네 비틀어진 현실에 던지고 있는 아픈 질문들이다.(사진:tvN)

‘나의 아저씨’, 주도권 쥔 이지은이 주는 묘한 카타르시스

이 드라마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기대된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첫 회는 한 마디로 짠 내가 풀풀 진동했다. 이지안(이지은)은 사채업자에게 폭행까지 당하며 돈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고, 박동훈(이선균)은 엉뚱하게 상무와 이름이 비슷해 잘못 배달된 뇌물봉투로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아르바이트에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싸와 배를 채우고, 운신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할머니(손숙)를 보살펴야 하는 이지안의 상황은 너무나 가혹해보였다.

하지만 단 2회 만에 이 모든 상황이 뒤집어졌다. 회사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관계를 눈치 채고 도준영 대표(김영민)가 박동운 상무(정해균)을 퇴출시키려 뇌물을 보냈으며, 박동훈의 아내 윤희(이지아)와 불륜 관계라는 것까지 알게 되면서 이지안이 모든 주도권을 쥐게 된 것. 이지안이 박동훈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책상 서랍에 넣었던 뇌물 봉투를 훔쳐간 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이지안이 그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림으로써 박동훈이 뇌물을 거부한 모양새가 된 것. 

회사 내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아르바이트생이었던 이지안이 도준영과 마주하는 장면은 그래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대표이사지만 이지안은 그런 건 아랑곳없이 그에게 맹랑한 제안을 한다. 자신이 박동운 상무와 박동훈 부장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제안이다. 어찌 보면 황당할 수 있는 제안이지만 이지안이 보여준 때론 과감하고 때론 영악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들을 떠올려 보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제안이다. 그 순간 대표이사와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권력관계는 역전된다. 

<나의 아저씨>는 그래서 ‘아저씨’가 아닌 ‘나’ 즉 이지안이 모든 상황을 쥐고 흔드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여기서 아저씨에 해당되는 박동훈은 한 마디로 착해빠진 데다 어딘가 늘 억울한 일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뇌물 봉투를 받았을 때도 그냥 갖기보다는 양심 때문에 머뭇댔던 인물. 그냥 성실히 자기 하는 일을 해가며, 노모와 형제들을 부양하다시피 하는 가장이고, 아내가 도준영과 불륜관계이며 곧 이혼을 요구할 거라는 것도 까마득히 모르는 인물이다. 

그래서 부장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힘은 하나도 없어 보이는 아저씨 박동훈과 당장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할 것 같은 영악한 청춘 이지안의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다. 박동훈이 이지안을 챙기거나 도와줘야 할 것 같은 위치로 보이지만, 이 관계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어딘지 불쌍하고 억울해 보이는 박동훈을 이 영악한 이지안이 도와주기를 시청자들이 오히려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서 밀려나거나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두 세대를 주인공을 내세웠다. 하나는 이제 곧 퇴출될 위기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아저씨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런 희망조차 찾기 힘든 삶을 버텨내며 그 살벌한 현실 속에서 단단해진 청춘이다. 과연 이 청춘은 아저씨를 구해주는 존재가 될까 아니면 그가 대표이사에게 제안한 것처럼 그를 퇴출시키는 존재가 될까. 그 모든 주도권이 이 작고 가녀리게 보이는 청춘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지금껏 봐왔던 대부분의 빈부와 세대와 성별의 구도를 훌쩍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사진:tvN)

'아저씨' 이선균·이지은, 24살 차이 멜로 괜한 걱정이었나

박동훈(이선균)은 형 박상훈(박호산)과 동생 박기훈(송새벽)과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팍팍한 중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년퇴직 후 자신의 존재 자체가 지워져버리고 있다는 박상훈.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재취업은 아파트 경비 자리 얻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박기훈은 영화 감독이 꿈이지만 만년 조연출로 늙어가고 있다. 한 때는 주목받기도 했었지만 그 후로는 영화판에서 마모되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건축구조기술사라는 그럴 듯한 직업을 갖고 있는 박동훈은 나아 보이지만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무게가 온전히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퇴근 해 혼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게 유일한 휴식이지만 그의 아내는 그가 다니는 회사 대표이사 도준영(김영민)과 불륜 중이다.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아저씨들의 위기로 시작한다. 박상훈이 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저씨가 나오는 공포영화’를 말하듯, 아저씨들은 퇴직 후 사업에 망하고 재취업도 못한 채 심지어 경조사에조차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절망하고 분노한다. 돈이 없어 동생 박동훈에게 손을 벌리는 그 심정이 오죽할까. 그런 형이 큰 일을 낼까 걱정이라며 엄마 변요순(고두심)이 박동훈을 찾아와 가게라도 내주자며 5천만 원 대출을 이야기하지만 그런 돈을 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던 차에 마치 운명처럼 그에게 뇌물 상품권 5천만 원이 퀵으로 잘못 배달된다. 경쟁관계에 있는 도준영(김영민)이 박동운 상무(정해균)를 물 먹이려 보낸 돈이지만 배달사고가 난 것. 결국 도준영은 박동훈을 희생양 삼으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아저씨들의 위기만큼 처절한 청춘의 위기가 겹쳐진다. 그 청춘은 박동훈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알바생 이지안(아이유)이다. 무슨 일인지 사채업자에게 심지어 두드려 맞아가며 돈을 갚아나가고 있는 이 청춘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양원 비용이 없어 청각장애에 운신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다. 음식점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이 버리고 간 음식을 챙겨와 역시 사무실에서 훔쳐온 믹스 커피와 함께 먹는 게 그의 유일한 휴식이다. 불조차 켜지 않는 집에서 꾸역꾸역 음식 같지도 않은 음식을 입안에 구겨 넣고, 달달한 믹스 커피를 꼭 두 봉씩 녹여 마시는 삶. 그에게 꺼져있는 불처럼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박동훈에게 잘못 배달된 뇌물 봉투를 우연히 보게 된 이지안은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그 뇌물을 훔치기로 마음먹고 그에게 접근한다. 뇌물 봉투를 받고 당황한 박동훈이 대충 서류철과 함께 책상에 구겨 넣어둔 걸 안 이지안은 그와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신 후 그가 집에 간 사이 사무실에 몰래 들어와 그 뇌물 봉투를 꺼내간다.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닌 혹독한 현실에 내몰린 청춘 이지안과, 이제 돈도 사라졌지만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쓰게 된 아저씨 박동훈. 그들의 위기가 격돌한다. 

<나의 아저씨>가 아저씨라는 중년세대와 청춘의 위기를 동시에 병치한 건,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다. 이제 직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 아저씨 세대는 아예 취업 전선에 발을 딛지 못하고 있는 청춘 세대들과 현실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건 일자리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지만, 그래서 비롯되는 갈등은 현실의 차원을 넘어서 감정적인 차원으로까지 치닫곤 한다. 

그래서 <나의 아저씨>는 아저씨 세대를 대변하는 박동훈과 그 형제들과, 청춘 세대를 대변하는 이지안이 부딪치면서도 어떤 접점을 만들어낼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애초에 24살 차이의 멜로라는 소재 때문에 갖게 되는 어떤 불편함은 그것을 단지 멜로 차원으로만 바라봤을 때 나올 수 있는 오해가 아닐까. 어쩌면 <나의 아저씨>는 그 24살 차이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을 화해하는 드라마일 수도 있으니.(사진:tvN)

‘임금님의 사건수첩’, 봉골레 파스타와 봉블리가 사극서 만났을 때

이선균과 안재홍이 아니었다면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가능한 작품이었을까. 사실 이 코믹추리극은 사극의 틀과는 조금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임금 예종(이선균)이 셜록처럼 추리를 하고 자기만의 은신처에서 모종의 사건을 해결하는 슈퍼히어로라는 설정이 그렇고, 사관 이서(안재홍)가 한번 보면 사진처럼 기억해내는 놀라운 시력으로 그를 수행한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배트맨과 로빈, 혹은 셜록과 와트슨의 코믹 버전 사극판이라고 해야할까. 

사진출처:영화<임금님의 사건수첩>

하지만 이런 부조화를 적절한 긴장감과 웃음으로 유화시켜주는 건 다름 아닌 배우 이선균과 안재홍이다. 이선균은 특유의 그 굵직한 목소리가 갖는 임금님의 위엄(?)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봉골레 파스타!”로 기억되는 코믹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그 위엄이 슬쩍 슬쩍 무너질 때 이 예종이란 캐릭터는 웃음을 유발한다. 

아울러 이선균이 이처럼 웃음을 유발하는 임금님의 캐릭터를 제대로 연기해낼 수 있게 된 건 다름 아닌 그걸 받아주는 조금은 억울하고 우직하며 선량하기 이를 데 없는 사관 이서를 연기하는 안재홍 덕분이다.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역할로 우리에게는 ‘봉블리’라는 캐릭터 이미지를 갖게 된 배우가 아닌가. 그 봉블리의 매력은 이 영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퓨전을 넘어 장르 사극이 그러하듯이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선시대에 벌어졌을 수도 있는 사건을 현재적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기이한 사건과 그로 인해 번져가는 소문들, 흉흉해지는 민심 같은 것들이 음모론과 결합하여 임금님을 옥죄는 가운데, 이를 과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예종의 추리가 흥미롭다. 물론 그 과정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예종과 이서의 주종관계에서 비롯되는 코미디들이다. 

영화는 초반 여러 사건들과 캐릭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금 지루함을 보이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중반 이후가 지나고 나면 스펙터클한 사건들과 연발 터지는 코미디가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의외로 이서의 예종에 대한 충직한 모습이 뭉클한 브로맨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악역으로는 정평이 난 김희원과 최근 여러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배우 김홍파가 가벼울 수 있는 이야기에 무게감을 얹어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조선명탐정>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작품들이 그래왔듯이 사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연휴나 명절 같은 시기에 별다른 부담 없이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적합한 영화다. 대단한 메시지나 의미를 찾기보다는 가벼운 오락 기획물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작품 역시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지금의 시국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면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메시지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다지 문제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임금님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작품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이선균과 안재홍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연기라기보다는 이들이 가진 독특한 코미디적인 이미지를 사극의 캐릭터와 잘 맞춘 점이 효과적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모험과 웃음. 꿀 같은 연휴에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아바>,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하는 면면들

 

과연 불륜은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일까. JTBC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불륜을 하나의 논제로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아내가 바람을 핀다는 그 내용보다 중요한 한 지점이 있다. 그것은 이 제목이 주인공인 도현우(이선균)가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의 제목이라는 점이다. 그건 이 드라마가 불륜이란 소재를 가져와 하려는 이야기가 단지 불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오히려 불륜이라는 한 사안을 보는 여러 사람들의 관점들과 그들이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며 그래서 어떻게 현실을 바꿔가는 지가 주된 관심사라는 걸.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자신의 아내가 바람을 핀다는 이야기를 게시판에 올려놓는 순간, 그 사적인 이야기는 공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고통스러워해야 하는 도현우의 처지를 공감하거나 혹은 그의 아내를 비난하는 글들이 채워졌다. 그리고 그 글들은 어찌 보면 글을 쓴 사람들이 그 글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상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려 한강에 나가는 한 사내(우현)는 도현우에게 댓글로 한강에서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달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내(이병진)현장을 덮쳐서 다 엎어버리라고 댓글을 단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각자 남편과 아내 입장에서 댓글을 단다. 자신들의 상황을 도현우의 상황에 투영시키는 것.

 

하지만 아내가 집을 나가고 비로소 아내의 힘들었던 삶을 이해하게 된 도현우가 게시판에 아내를 용서했다고 올리자 상황은 갑자기 반전된다. 모두가 그걸 이해해줄 거라 믿었지만 그의 용서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이들도 있었던 것. 그 중 불륜패치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가 아내의 신상을 털었다며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나선다. 사적인 내용이라 생각했던 도현우의 이야기가 이제 그 혼자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공적인 사안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도현우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불륜패치의 신상공개를 막아보려 애쓴다.

 

공지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아내를 용서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판에 계속 채워 넣던 그를 보며 견디지 못한 아내 정수연(송지효)이 자신은 비난받아도 되지만 남편과 아이만은 보호해달라고 애원하는 글을 올리자 오히려 분위기는 더 싸해진다. 불륜패치는 계속해서 협박을 하고 노트북 배터리가 나간 사이 도현우는 결정적인 위기를 맞게 되지만 그 때 갑자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게시판 사용자들이 모두 아내를 용서하겠습니다라는 글로 도배를 한 것.

 

게시판 사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불륜패치의 협박 상황에서 도현우-정수연이 보여준 서로에 대한 진심이었다. 게시판 사용자 중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늘 용서하지 말라는 댓글을 남겼던 한 사내는 보안전문가였던 자신의 경력을 살려 해킹을 통해 불륜패치의 위치를 파악해내 도현우에게 알려준다. 해킹을 하는 와중에 아내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된 사내는 이 일을 계기로 서로 가까워진다. 이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태도가 그 사안 자체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한 입장을 투영한다는 것이고, 또한 그 사안의 변화가 어떤 경우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태도도 바뀌게 한다는 걸 말해준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드라마가 흥미로워지는 건 바로 이 드라마가 상기시키는 현 시국의 한 단면 때문이다. 어떤 잘못된 일들이 공적으로 공표되어 사적인 차원을 넘어서 공적인 차원이 되었을 때 그건 어떻게 사과되어야 하고 또 용서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거기 담겨져 있다. 물론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진정한 사과를 하고 용서를 하고 공적으로도 그 사과와 용서를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해도 당사자들이 실제로 관계를 회복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아내에게 다가가던 도현우가 아내의 불륜 현장을 떠올리며 뒷걸음질 치게 되는 상황은 용서가 말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하물며 부부 간의 사적인 불륜 같은 사안에도 이처럼 사과와 용서가 쉽지 않을진대 국정운영같은 거대한 공적 사안이라면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그래서 그 불륜이라는 소재를 똑 떼어놓고 바라보면 대단히 흥미진진한 현 시대의 소통과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믿었던 사람이 엉뚱한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걸 알게 된 뒤의 그 분노와 허탈감이 어찌 쉽게 풀어질 수 있으랴. 잘못을 저지르고 난 후의 진정한 사과와 쉽지 않은 용서의 이야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이아바>, 불륜보다 흥미로운 다양한 관점들

 

결혼생활이..... 어느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봐라.. 안 힘들고 안 버거운 사람 있나... 그만큼.. 책임이 따르고...무게가 있기에 결혼서약을하고, 하는거지.. 버겁고. 힘들다고.. 조그만한.. 바람에 흔들리면.. 세상사람 다 흔들리고 쓰러지지...... 나쁜 ×.. 진짜 힘들었을 때.. 말했어야지.. 다른 사람한테 말고.. 그게 예의지.. 나쁜..’ - 한은정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종종 별 보러 오자던 남편은 어디로 가고~~ 그 남편에게 다른 여자들과 둘이서 영화 보고 차 마시고 술 마실 여유는 있었어도, 독박가사에 독박 육아 하는 맞벌이 아내 마음 헤아릴 여유는 없었던 거지... 이 드라마가 위기를 외면하는 부부에게 예방주사가 되면 좋겠다. 이미 일 벌어지고 수습하기엔 상처가 너무 크잖아...’ - 차연

 

이 드라마를 단지 바람 폈다는 사실만 주목하면 안돼지. 이선균과 송지효가 살면서 서로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먼저 따져야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정말 결혼한 다음 서로에게 충실한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회이지. 잡은 물고기에게 왜 먹이를 주냐 식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 드라마 보지마라. 그런 사람들은 욕밖에 할 게 더 있냐?’ - anjfqhkf

 

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 대한 기사에는 이런 댓글들이 빼곡하게 달려있다. 드라마에서는 마침 불륜을 저지른 정수연(송지효)이 자신이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해 힘들었던 자신의 심사를 눈물을 흘리며 남편 도현우(이선균)에게 말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맞벌이 하는 워킹우먼으로서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잘 하기 위해 뛰고 또 뛰었고 그게 누구에게나 있는 일로 치부하던 차에 그 사람이 보여주는 친절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갔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정을 가진 워킹우먼들의 입장에서 그녀의 말이 공감 가는 쪽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하나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는 시청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도현우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가끔 애 데리러 가줬고 또 쓰레기도 치워줬다며 자기도 할 만큼 했다고 말하는 도현우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며 도현우의 입장을 지지하는 분들도.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그 내용 안에 이 불륜에 처한 정수연과 도현우의 상황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을 담아놨다는 점이다. 게시판에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제목으로 도현우가 글을 올려놓자 거기에 대한 익명의 여러 사람들이 의견들을 계속 덧붙인다. 당장 이혼하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참치마요처럼 차분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대처해나가라는 조언도 있다. 그 참치마요에게 너무 자기 입장에서 입바른 소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고, 그가 쓴 한 줄 한 줄의 진심에 감동하는 입장이 올라오기도 한다.

 

즉 드라마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륜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있고, 그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또한 다양한 입장들을 내보이고 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사실 이렇게 되면서 드라마는 단순히 불륜이 갖고 있는 자극적인 상황들이 무한 전개되는 것을 벗어나 좀 더 결혼이라든가 부부관계라든가 혹은 일과 가정에 대한 이야기들 같은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이 서로 개진되는 장을 마련해준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그 드라마 속 정수연과 도현우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여러 의견을 달고 때로는 격론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어쩌면 그간 당연히 생각해왔던 결혼과 부부관계 같은 것들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가진 독특함이 드러난다. 드라마적 상황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그 일종의 상황극을 통해 저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 이것은 우리가 단순히 이 드라마를 불륜극이다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찌질함에 대한 공감, <질투> 조정석과 <이번 주> 이선균

 

JTBC 새로운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제목이 말해주듯 아내의 바람을 의심하는 남편의 찌질한 시선이 담긴 드라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온 문자메시지에서 호텔에서 만나자는 내용을 본 도현우(이선균)는 아내 정수연(송지효)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러워지고 그 문자메시지에 담겨진 호텔에서 만나자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진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10년 차 별 볼일 없는 외주프로덕션 PD로 생활해오고 있는 도현우는 마침 불륜 남녀를 소재로 아이템을 기획하면서 회의에서 나오는 말들조차 참아내기 어렵게 된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기를 내 아내에게 그걸 캐묻지도 못한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글로 조언을 구하게 된다.

 

2007년 후지TV에서 방영됐던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어딘지 우리가 봐왔던 불륜 소재의 드라마와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그것은 아내의 불륜 징후를 알게 되고 전전긍긍하는 남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륜을 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나, 또 불륜에 대한 복수나 아픔을 담는 이야기하고도 다르다. 특히 남편의 불륜이 아닌 아내의 불륜을 남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점은 더더욱.

 

물론 이런 도발적인 제목을 갖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불륜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면서 우연히 그 사연을 게시판에 올리게 되고 그걸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랑과 결혼 같은 부부관계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를 발견하는 쪽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어찌 보면 결혼 후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의 관계는 익숙해지는 만큼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관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배우자가 자신에게 대단한 존재인가를 깜박 잊고 살아간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여기에 일종의 위기상황을 집어넣어 그 반응을 통해 잊고 있던 관계를 다시금 확인시키고 회복시키려는 실험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건 이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도현우의 찌질한 반응들이다. 아내를 의심하고 괜스레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며, 흥신소를 찾아가 증거를 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 이 남자는 지극히 현실적이라 오히려 공감이 간다. 아내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 하지도 못하고, 의심스런 행동(이를테면 문자를 주고받는)을 보이면 괜스레 주변을 빙빙 돌며 유도 심문하듯 질문을 던지는 남자. 그러면서도 결혼기념일에 모든 걸 털어내려 선물을 준비하는 남자에게서 어떤 따뜻한 인간미 같은 게 느껴진다.

 

멋지게 포장하기 보다는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떤 면에서는 찌질함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공감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불륜이라는 소재를 갖고 왔지만 어떤 따뜻함 같은 게 느껴지고, 특히 이 남자 도현우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는 찌질한 남자들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조정석)이나 MBC <쇼핑왕 루이>의 루이(서인국) 같은 캐릭터들이 대표적인 찌질한 남자들일 것이다. 잘난 척 하기보다는 떼쓰고 잘 삐치고 징징대는 남자. 과거 그 많던 멋진 실장님들이나 현대판 왕자님들하고는 너무 다른 남성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도현우 역시 바로 그런 캐릭터들 중 하나다.

 

그런데 도대체 그 잘난 왕자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찌질한 남자들이 차지하게 됐을까. 그것은 아마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현실을 알게 된 시청자들에게 왕자님 같은 막연한 판타지가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그보다는 조금 찌질해도 그것이 인간적으로 보이고 나아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그런 현실적인 인물들에 대한 공감대가 더 커져 있다는 걸 이들 캐릭터들은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JTBC드라마 라인업, 그 기대감

 

<미생>, <시그널>, <기억>, <디어 마이 프렌즈> 그리고 <또 오해영>까지. tvN이 최근 내놓은 드라마들의 성취는 놀랍다. 거의 영화적인 영상미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엣지 있는 메시지, 게다가 톱 배우들의 인생연기라 할 만큼 돋보이는 연기까지 높은 완성도를 가진 드라마들을 이렇게 연달아 내놓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tvN 드라마 때문에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이 너무 비슷한 패턴에 묶여있는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tvN 드라마는 확실히 브랜드를 쌓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이러한 흐름에 따라 최근 눈에 띄는 것이 JTBC드라마의 하반기 라인업이다. 사실 <밀회> 같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JTBC지만 최근 1년 동안 JTBC드라마는 이렇다 할 한 방을 보여주진 못했다. 드라마 편수도 1주에 한 편으로 줄였고 그렇게 라인업된 드라마들도 어떤 건 너무 과해서 어떤 건 너무 약해서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엔 어려웠다. 그나마 <송곳>이나 <욱씨남정기> 같은 드라마가 시대 현실을 날카롭게 찌르며 자존심을 세워줬을 뿐이었다.

 

이렇게 된 건 JTBC드라마가 그간 일종의 숨고르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달라지고 있는 드라마 트렌드에 맞춰나가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작가와 배우들을 차근차근 섭외해나가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하고 있었던 것. 최근 나오고 있는 JTBC 하반기 드라마 라인업은 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청춘시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힘쎈 여자 도봉순>, <맨 투 맨> 등이 그 작품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마녀보감>의 후속으로 들어오는 <청춘시대>. 우리에게 <연애시대>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박연선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작년 방영되어 호평을 이끌었던 <사랑하는 은동아>의 이태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연애시대>가 이혼 후 연애라는 당대의 달라진 결혼풍속도의 일단을 감각적인 대본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청춘시대>는 셰어하우스에 동거하는 다섯 명의 청춘들의 연애담이 담겨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박연선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큰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이선균 캐스팅에 유명한 일드 리메이크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송곳>을 연출했고 <조선명탐정> 같은 영화 연출로도 유명한 김석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10년 차 PD의 이야기지만, 요즘 시대에 맞게 SNS를 통한 고민상담 같은 트렌디한 요소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게감 있는 주제지만 가벼운 코미디 스타일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박보영 캐스팅으로 내년 1월 방영을 예정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여성들의 히어로를 담아낼 이 작품은 그 캐릭터가 박보영이라는 배우와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질 것인가가 주목되는 드라마다. <사랑하는 은동아>로 감각적인 필력을 인정받은 백미경 작가가 대본을 쓰고 <욱씨남정기>의 이형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연기자 박보영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으로 느껴지는 드라마.

 

<맨 투 맨>은 메가히트를 거둔 <태양의 후예>를 공동집필한 김원석 작가의 작품으로 <치즈 인 더 트랩>으로 중국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박해진이 주연을 맡았다. 배우와 경호원의 이야기로 <태양의 후예>가 보여줬던 액션과 멜로의 또 다른 교집합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를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아직 확정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7급공무원>을 쓴 천성일 작가의 <더 패키지>가 기획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현지 가이드와 관광객들이 벌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성의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른 스토리라인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연희가 출연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JTBC 하반기 드라마 라인업에서 주목을 끄는 건 박해진, 이선균, 박보영 같은 캐스팅과 박연선 작가, 김석윤 감독, 김원석 작가 같은 스타 제작진들의 면면이다. 드라마를 성공시키는 요인들은 다양하지만 결국 드라마의 성패는 그걸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JTBC 드라마의 하반기 라인업은 확실히 시선을 끄는 면이 있다. 만일 tvN 드라마들이 거둬가고 있는 성과들처럼 JTBC 드라마가 결실을 가져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네 드라마 판도는 또다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냉장고를 부탁해>, 특별했던 이선균과 샘킴의 조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샘킴 셰프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막연히 <파스타>의 버럭 셰프를 연기했던 이선균을 떠올린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파스타>에서 이선균이 연기한 최현욱 셰프의 모델이 바로 샘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샘킴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최현욱 셰프의 그 버럭이 아니다. 늘 조용조용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심지어 소심함까지 보이는 샘킴은 순둥이캐릭터로 불린다. 즉 파스타 장인으로서의 샘킴을 모델로 했다는 것이지 그의 성격을 캐릭터화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그래서 처음 샘킴을 프로그램에서 보는 시청자들은 그에게서 기대했던 <파스타>의 버럭과는 너무나 다른 유한 모습에 반색할 수밖에 없다. 수줍게 웃으며 묵묵히 요리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은 어찌 보면 예능과는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 예능감 쪽 뺀 요리사로서의 진중하고 섬세한 모습의 진정성은 오히려 시청자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허세 최현석 셰프가 단박에 입맛을 확 사로잡는 자극적인 맛의 캐릭터라면 샘킴은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변함없는 맛의 캐릭터다.

 

그러니 샘킴이라는 이름의 이미지를 먼저 만들었던 이선균이 게스트로 나오고 그의 냉장고를 털어 그를 위한 요리를 샘킴이 해주는 그 콜라보레이션은 그 조합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만들 수밖에 없다. 너무나 친하기 때문에 이선균은 마치 <파스타>의 최현욱 셰프가 돌아온 것 같은 버럭 오더를 날리고, 그것을 샘킴이 마치 후배 요리사나 된 듯 예 셰프를 외치며 만드는 상황. 이 상황은 게스트로 나온 이선균은 물론이고 샘킴이라는 캐릭터가 모두 살아나는 장면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물론 셰프들이 마치 기록경기를 하는 듯 냉장고의 평범한 재료들로 현란하게 요리를 내놓는 것이 메인 요리가 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출연하는 셰프들끼리, 또 셰프와 게스트, 셰프와 진행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관계와 케미들이 만들어내는 사이드 디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어찌 보면 비슷한 형식이 매번 반복되면서도 그것이 별로 물리지 않는 맛을 계속 낼 수 있는 건 바로 이선균과 샘킴 같은 관계들의 조합이 의외의 맛을 내기 때문이다.

 

어깨 너머로 셰프들의 요리를 봐오며 이제는 셰프 못잖은 요리를 내놓는 김풍과 그가 사부로 모시는 이연복 대가의 관계를 떠올려 보라. 마치 감초 역할을 하는 인물처럼 누군가 노래를 부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벌떡 일어나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는 김풍은 요리에 있어서도 다른 셰프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셰프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이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걸 상쇄시켜주는 건 이연복 대가 같은 인물과 사제지간 같은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허세 최현석 셰프가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오세득 셰프와 크롱셰프 이찬오의 사이에 앉아서 두 셰프를 서로 비교하며 내놓은 멘트들은 이 세 캐릭터들의 관계와 다른 매력들을 부각시킨다. 감성 돋는 이찬오 셰프와 어딘지 무뚝뚝한 매력의 오세득 셰프. 두 사람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아재개그의 신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셰프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들의 대결구도나 툭탁거림은 그 자체로 친근함의 표시로 다가온다.

 

어디 요리가 한 가지 재료만으로 맛이 날까. 결국 요리의 맛이란 여러 재료들이 저마다의 맛을 내고 그것이 하나로 섞여 조화를 이룸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요리가 여러 번 만들어져도 식상하지 않고 늘 새로운 맛을 내는 건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출연자들이라는 재료들의 조화와 케미가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샘킴과 이선균의 재미있고 훈훈한 콜라보는 바로 이런 <냉장고를 부탁해>만의 묘미를 잘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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