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매력’ 항상 애쓰는 서강준과 늘 미안한 이솜의 서투른 사랑

준영(서강준)은 뛰고 또 뛴다. 강력계 형사로서 범인을 잡기 위해 뛴다. 그 범인을 빨리 잡고 영재(이솜)를 만나러가기 위해 또 뛴다. 그게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의 준영이다.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 그래서 범인을 잡거나, 영재가 환하게 웃을 때 자신도 행복해지는 것. 그래서 잘 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준영이다. 

하지만 영재는 준영과는 다르다. 그는 ‘잘 못하겠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되게 잘 못하겠더라. 오빠가 속상해할까 봐도 그렇고. 그게 습관이 됐나봐.”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오빠 앞에서 그는 뭔가를 잘 하려 노력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준영과 만나며 느끼게 되는 사소한 감정들을 그에게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 때 그 때 드는 사소한 감정들을 준영이한테 바로 다 얘기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아마 그래도 준영이는 날 이해하려고 노력했겠지? 아마 그러면 난 계속 더 미안했겠지.” 그래서 준영은 늘 애쓰게 되었고, 영재는 늘 미안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사랑하면 할수록 더더욱 힘들게 되었다. 

그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서투른 스물일곱 살, 사랑이 익숙하지 못한 이들의 엇나감이다. 함께 섬으로 의료봉사를 갔던 날, 두 사람은 어느 노부부의 집을 찾아가 머리를 해주고 돌아온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사랑하는 노부부의 따뜻한 눈길들을 보며 행복해한다. 하지만 돌아와서도 영재와 함께 지내지 않고, 그 집에서 고쳐주겠다고 가져온 라디오에 준영은 집착한다. 뭐든 자기 앞에 있는 것들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건 그의 습관이 되었다.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 상처받을 일이 없었을 게다. 그것이 준영이 경찰이 되고 또 강력계에서도 표창을 받는 힘이 되었을 테니. 하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다.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때론 부담이 되기도 한다. 특히 영재처럼 노력하지 않으려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상대방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영재가 미안해하고 힘들어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고스란히 준영에게도 힘겨운 시간으로 되돌아온다. 

<제3의 매력>이 담고 있는 준영과 영재의 이별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건, 그것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사랑하지만 서투르고 모자라서 생긴 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사랑에 있어서 ‘노력한다는 건’ 그래서 어쩌면 양자를 모두 힘겹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수재(양동근)가 사고로 장애를 가진 후 병수발을 들던 연인을 애써 “보기 싫다”며 밀어낸 건 그 ‘노력’이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힘겹게 만드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오면 헤어짐은 상대방을 위한 마지막 사랑의 행동이 된다. 

“서툴러서 아팠고 모자라서 미안했던 시간들. 고마웠고 설레었고 사랑했던 순간들. 찬바람이 불 때 바람 앞에 곧게 서 있는 나무가 되었으면. 추운 겨울엔 햇빛이 되고 더운 여름엔 그늘이 되었으면.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우리의 스물일곱이여. 안녕.”

범인을 검거한 공으로 경찰서장의 표창을 받는 날, 준영은 상을 받지 않고 대신 사직서를 낸다. 그리고 차를 몰아 영재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 곳 먼발치에서 영재를 바라보다 돌아선다. 준영은 드디어 알게 됐다. 마치 상을 받기 위해 종종대며 노력해왔던 그것들이 얼마나 서투른 사랑이었는가를. 

그는 과연 더 이상 뛰고 또 뛰지 않으며 사랑할 수 있을까. 스물일곱의 서투름을 넘어서 좀더 성숙해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어느 섬에서 만난 노부부의 그 편안하지만 한없이 느껴지던 진정한 사랑에 도달할 수 있을까. 잔잔하고 소소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을 겪었을 스물일곱 준영의 사랑이야기가 가슴 아픈 공감으로 다가오는 이유다.(사진:JTBC)

‘제3의 매력’이 끄집어낸 서민 판타지, 그 놀라운 매력

못이기는 채 미팅에 나왔지만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온준영(서강준). 딱 봐도 그럴 법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꺼운 안경에 치아교정을 한 채 그 자리에서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한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누가 봐도 연애 숙맥에 의외로 자존심 강하고 섬세하지만 깐깐한 성격처럼 보이는 그런 인물이다.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이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드라마가 시시하던가 아니면 그 시시해 보이는 인물이나 일상들이 사실은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을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던가.

그 온준영 앞에 나타난 이영재(이솜)는 그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지하철 치한을 그냥 보고 넘어가지 못해 경찰서까지 가는 오지랖의 소유자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오빠 이수재(양동근)와 함께 살아가면서 대학은 포기했다. 대신 헤어샵에서 일하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간다. 그러던 그가 온준영을 만나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매일 같이 일하느라 쉴 틈 없던 그는 온준영과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 뒤늦게 가방이 바뀐 걸 알고 헤어샵에서 다시 온준영을 만난 이영재는 그 어색한 분위기에서 그의 머리를 해준다. 머리가 성감대인 것도 모른 채. 그 달달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첫 키스를 나눈다. 

<제3의 매력>이 담고 있는 연애담은 이처럼 우리가 많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봐왔던 그런 판타지들과는 사뭇 다르다. 신데렐라가 등장하고 왕자님이 등장하는 그런 로맨틱 코미디와는 더더욱. 여기에는 그저 우리와 똑같은 서민들의 삶이 있고, 그 삶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사랑의 순간들이 있다. 온준영과 이영재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신데렐라나 원하는 건 뭐든 해줄 수 있는 왕자님 같은 이야기들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평범한 서민들의 연애담이다. 그것은 평범해보여도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드는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결코 소소한 게 아니다. 다만 더 거창하고 화려하게만 보이던 으리으리하고 운명적인 사랑의 판타지들만이 그럴 듯하게 드라마에서 다뤄져 소소하게 여겨져 왔을 뿐이다. 실상 그 소소해 보이는 것들을 깊게 들여다보면, 거기 놀랍게도 우리의 가슴을 휘어잡는 놀라운 ‘제3의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온준영이 다니는 대학의 화학과에서 주최한 일일호프에 참석하는 것으로 두 사람은 ‘오늘부터 1일’의 연애를 시작하는 듯 보였지만, 이영재가 사실 대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 자리에 함께 온 고등학교 동창에 의해 폭로되고, 두 사람의 1일은 그렇게 끝나버릴 위기에 처한다. 온준영은 이영재를 찾아가 대학생인지 아닌지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너희들처럼 한가하게 연애할 시간도 없다며 “꺼져버리라”는 이영재의 독설을 들은 채 뒤돌아서게 된다. 

그리고 7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저마다의 위치에 서 있다. 온준영은 형사가 되었고 이영재는 헤어디자이너가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 아픈 헤어짐의 상처를 안고 살아왔던 온준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옛날처럼 대하는 이영재가 밉게 다가오지만, 그 때 벌어졌던 사건을 듣고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영재가 독설을 던진 그 날, 사고로 그의 오빠가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온준영은 자기 생각만 했던 자신이 오히려 미워진다. 그래서 한달음에 이영재에게 달려가 사과한다. “미안해. 아무 것도 몰라서... 내가 너무 미안해.” 

그 순간 이영재는 뭉클해진다. 그래서 울컥하는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이내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 짧은 순간, 이영재와 온준영의 소소해 보였던 사랑은 위대해진다. 너무나 평범한 한 형사와 헤어디자이너가 만나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머리를 매만져주고 그래서 입맞춤을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마법처럼 느껴진다. 스물의 나이에 ‘1일’을 겪은 두 사람은 그렇게 스물일곱의 나이에 다시 ‘2일’을 시작한다. 

<제3의 매력>을 보면 우리가 어째서 누구에게나 위대했던 저마다 가졌을 법한 ‘사랑의 연대기’를 소소하게 치부하고 타인의 판타지만을 욕망했던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어째서 그 많은 멜로드라마들이 주인공들에게 재력, 외모, 권력만을 중요한 매력으로 그려냈을까. 그래서 사랑 속에 그 헛된 신분상승 판타지를 담아내려 했을까. 

그래서 이 드라마는 마치 그간 매력으로 그려지지 않던 보통 서민들의 일상적인 사랑담과, 그 속의 평범한 사람들이 내적으로 보여주는 너무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제3의 매력’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펙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려 애쓰며, 너무 다른 취향을 가졌어도 그것이 오히려 너무나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그런 매력. 뽀글파마를 해도 귀여워 매만져주고 싶고, 오지랖이 넓어도 그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보고 싶은 그런 매력.

이 드라마는 ‘제3의 매력’을 가진 많은 배우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먼저 서강준을 다시 봤다. 이렇게 매력이 넘치는 배우인 줄은 몰랐다. 코미디와 멜로를 버무릴 줄 아는 이 배우는 술에 취해 토악질을 해도 귀엽게 느껴진다. 이솜을 다시 봤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 이토록 매력적인 면면이 있었다는 걸 이 드라마를 주의 깊게 보신 분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밖에도 이 드라마에는 ‘제3의 매력’을 뽐내는 조연들이 넘쳐난다. 남다른 추리능력으로 오빠를 당황하게 만드는 동생 온리원을 연기하는 박규영, 워낙 생활연기의 진수를 보여줘 왔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더더욱 빛나는 이영재의 오빠 이수재를 연기하는 양동근, 톡톡 튀는 매력으로 웃음까지 책임지는 이영재의 절친 백주란 역할의 이윤지, 온준영의 절친으로 귀여운 카사노바 같은 현상현 역할의 이상이 등등... 실로 드라마 제목과 걸맞는 조연 구성이다.

1.8%(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시청률이 3회에 2.8%로 뛰더니 4회에는 3.3%를 기록했다. 이 수치적 지표가 말해주는 건 아마도 시청자들도 이 드라마가 가진 ‘제3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는 게 아닐까. 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제3의 매력>은 그렇게 지금껏 멜로드라마들이 소외시켜왔던 보통 서민들의 판타지가 가진 놀라운 매력을 끄집어내고 있다.(사진:JTBC)

정현종에 이은 도리스 레싱, ‘이번 생은’이 품은 문학들

드라마에 문학이 더해지자 그 울림이 커진다.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인용해 남세희(이민기)와 윤지호(정소민)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되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구가 어쩌다 계약 결혼을 하고 한 집에서 살게 된 두 사람의 우연적 만남이 사실은 운명적인 만남이었다는 걸 암시해줬던 것. 

그리고 이번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가 드라마에 울림을 더했다. 윤지호가 20대에 읽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 소설 속에서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 결국 모텔을 찾게 된 주인공이 그게 들키자 바람을 피웠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처음부터 현실적인 문제로 내세웠던 집, 즉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생각을 이만큼 환기시켜주는 작품도 없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당신의 방은 처음이라’라는 부제를 갖고 저마다 가진 19호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남세희와 윤지호는 같은 집에 살지만 서로의 19호실을 지켜주며 살아간다. 그것은 계약결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함께 지내는 것과 혼자 사는 것 사이에서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양가적 감정 때문이기도 하다. 남세희와 윤지호는 처음으로 같은 방에서 함께 잠을 청하고 그것이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또한 자신만의 19호실을 버릴 수가 없다. 

마침 윤지호에게 드라마 작업을 같이 하자는 제작사의 제안이 오자 그는 더 이상은 글을 쓰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결혼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윤지호는 이내 느끼게 된다. 그렇게 결혼 핑계를 대는 것이 자신 안에 있는 19호실을 부인하고 안주하려는 것이라는 걸. 남세희는 결혼이 윤지호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결혼을 했지만 그의 19호실을 지켜주고 싶은 것이다. 

걸크러시의 면면을 보여주며 살아가는 듯 보였던 우수지(이솜) 역시 자신만의 19호실을 갖고 있다. 그것은 불편한 몸으로 억척스레 일을 해 자식을 잘 키워낸 엄마라는 존재다. 그가 결혼을 부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몸이 불편한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그는 바로 이 사적 비밀을 담은 자신만의 19호실에 그 누구도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그의 19호실을 보게 된 남자친구 마상구(박병은)는 그 방으로 들어와 그의 엄마와 인사를 한다. 우수지는 숨기고픈 사적 비밀을 들킨 일로 화를 내지만 마상구는 그를 위로해주며 오히려 그 현실을 피해 19호실을 숨기려 하지 말고 세상과 당당히 맞서라고 해준다. 자신이 항상 옆에 있어주겠다며. 

오랫동안 함께 같은 집에서 살아온 양호랑(김가은)과 심원석(김민석)은 이별을 준비한다. 결혼을 요구하는 양호랑과 그래서 노력을 해봤지만 서로의 불행만을 확인하게 된 심원석은 어찌 보면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저마다의 19호실에서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심원석의 이야기에서 남세희가 항상 주어가 자신이라는 걸 알려주자, 심원석은 비로소 깨닫는다. 양호랑의 19호실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헤어져야 한다는 걸. 

결혼이라는 것은 결국 그 19호실을 여는 것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19호실을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남세희의 19호실은 과거 첫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이다. 그는 그 곳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중이지만 우연히 윤지호의 제작사 대표가 된 그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남세희의 19호실에는 이제 첫 사랑도 있지만 윤지호도 새로 들어와 있는 셈이다.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그 시작을 집을 가졌지만 하우스푸어인 남자와 홈리스인 여자가 동거하게 되는 이야기로 열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담아낸 블랙코미디에 멜로드라마가 섞인 형태였던 것. 하지만 이 드라마는 어느새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깊은 의미를 말하기 시작했다. 공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토록 깊어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인용하고 있는 문학적 감성들이 더해져서가 아닐까. 삶에 대한 통찰까지 엿보이는 이런 로맨틱 코미디는 정말 최근 들어 처음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현실 담은 코믹 캐릭터 열전

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는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하던가. 좋은 작품에는 눈에 띠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고, 좋은 캐릭터가 있어야 좋은 작품이 된다는 뜻일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저마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주인공인 남세희(이민기)와 윤지호(정소민)는 물론이고 주변인물들인 우수지(이솜), 마상구(박병은), 양호랑(김가은), 심원석(김민석) 하다못해 분량이 많지 않은 윤보미(윤보미) 같은 캐릭터까지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들 캐릭터들이 이렇게 돋보이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번 생은 처음이라(사진출처:tvN)'

남세희는 마치 ‘시리야-“하고 부르면 나올 법한 고저강약 없는 목소리로 무표정을 일관하는 캐릭터다. IT업계에서 잘 나가는 브레인인 그는 모든 걸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근거로 결정하고 선택하려 한다. 심지어 결혼을 ‘선택’하는 일도 사랑 같은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살만큼 생활습관이 맞는 대상이고 또 월세를 꼬박꼬박 받아 평생을 갚아나가야 하는 집 대출금을 내는데 도움이 되는 대상이라는 ‘필요’에 의해서다.

그런데 이 무표정하고 무감정해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감정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순간 전해지는 매력은 더 커진다. 다른 사람들은 결혼을 한 부부라 부르지만, 당사자들은 집주인과 세입자인 관계로 그는 윤지호가 자신의 사적 영역 속으로 들어오는 걸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그러면서도 윤지호가 스토커로 추정되는 남자와 다니는 게 영 눈에 밟힌다. 

백미러 하나 수리하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오토바이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초절정의 순발력을 발휘하며 몸을 날리는 짠돌이지만, 윤지호를 궁지로 몰아가는 그 스토커의 오토바이를 발로 밀어버리는 장면은 그의 숨겨진 마음을 드러낸다. 그가 윤지호에게 말하는 “우리집으로 가자”는 말 한 마디가 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건 그가 평소 아무런 감정을 보이지 않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남세희의 친구이자 그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인 마상구는 보면 볼수록 마음이 가는 인물이다. 이 드라마의 제목을 빗대 표현하자면, “이런 사장은 처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 CEO로서 어떤 권위는 분명히 있지만 권위주의라는 건 전혀 보이지 않고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리더십을 보이는 인물이다. 

어찌 보면 철없어 보이는 인물이지만 그런 인물이 자신이 좋아하는 우수지가 술자리에서 성희롱에 성추행을 일상적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상대남자를 들이받는 장면은 이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낸다. 투자 건이 무산되는 것을 감당하면서까지 우수지를 지켜내려 하는 모습에서 그가 철없는 인물이 아니라 순수한 인물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세희나 마상구가 겉보기와 다른 반전 매력을 통해 그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처럼, 우수지라는 캐릭터도 그 반전 모습을 통해 어떤 현실적인 공감대를 주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남세희와 마상구는 그 현실과 부딪치며 어떤 판타지를 주는 인물인 반면, 거꾸로 우수지는 평소 자유분방한 모습과는 달리 회사생활에서는 지극히 감정을 누그러뜨리며 버텨내려는 모습으로 현실의 무거움을 보여주는 인물인 셈이다. 

이처럼 자유분방한 인물이 회사 생활에서 일상으로 겪는 성추행이나 성희롱과 맞서지 않는다는 그 설정은 우리네 현실이 얼마나 여성 직장인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은가를 드러내준다. 맞서는 순간 결국 여성인 자신만 다칠 뿐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맞서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는 남세희와 윤지호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만큼, 우수지와 그를 좋아하는 마상구가 이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보다 보면 ‘이런 캐릭터들은 처음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건 저마다 코믹하고 반전을 가진 캐릭터들이지만 그 밑바탕에 드리워져 있는 현실이 이들 캐릭터에 어떤 페이소스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그래서 이런 좋은 캐릭터들을 연기한 좋은 배우들을 발견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좋아해줘>, ‘좋아요누를 수밖에 없는 66색 매력

 

영화 <좋아해줘>의 제목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에서 따왔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아요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것은 의례적인 클릭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심어린 관심의 표명이기도 하고 나아가 애정어린 시선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많은 마음의 표현들 중 선택할 수 있는 게 좋아요하나밖에 없다는 건 SNS가 가진 한계지만 어쨌든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이 연결고리를 통해 먼저누군가를 만나기도 한다.

 


사진출처 : 영화 <좋아해줘>

정통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문법에 충실한 <좋아해줘>의 이야기는 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다채로운 사랑의 양상을 담아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러브 액추얼리>식을 따르고 있다. 세 커플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병렬적으로 구성되다가 함께 겹쳐지기도 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 서사를 따르고 있지만 SNS라는 소재가 뻔하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한류 스타 노진우(유아인)과 스타작가 조경아(이미연),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장애를 가진 작곡가 이수호(강하늘)와 연애고수지만 마음이 따뜻한 신입 PD 장나연(이솜), 나이들었지만 어딘지 어리바리한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과 그녀와 동거하게 되는 자칭 연애전문가이자 요리사 정성찬(김주혁). 이들의 멜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SNS를 활용한다. 노진우는 조경아의 SNS 사진을 통해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이수호와 장나연은 SNS로 밀당을 한다. 함주란은 정성찬이 코치하는 대로 SNS에 사기 사진(?)을 올려 관심있는 남자의 주목을 끌려한다.

 

SNS를 통해 벌어지는 멜로의 이야기가 가진 참신함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건 이들 6명의 배우들이 마치 진짜 자신들의 모습인 양 보여주는 6색의 매력이다. 유아인은 역시 톱스타답게 허세로 똘똘 뭉친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과 박력을 겸비한 매력을 선보이고, 이미연은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하는 털털한 매력을 한껏 뽐낸다. <동주>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 눈물 연기가 매력적인 강하늘과 <마담 뺑덕>과는 전혀 다른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을 드러내는 이솜의 연기도 돋보인다. 또한 <12>과 일련의 나영석 PD 예능에서 각각 빛났던 김주혁과 최지우의 빵빵 터지는 로맨틱한 웃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것은 개봉 시기다. 만일 이 영화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정도에 개봉되었다면 어땠을까. 훨씬 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알다시피 작년 한 해 동안(심지어 연말까지) 극장가를 달군 장르들은 사회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일종의 복수극들이었다. <베테랑>에서부터 <내부자들> 그리고 <검사외전>까지. 이런 상황이니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멜로물이 설 자리가 없었던 것.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극장가에서 복수와 분노로 들끓는 영화들에 조금 지쳐 있다면 <좋아해줘> 같은 마음까지 밝아지는 편안한 영화가 쉼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면면을 보기만 해도 좋아요를 눌러주고 싶은 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톡톡 터트리며 그간 무거웠던 우리네 감성을 가볍게 털어주는 듯한 유쾌함이 절로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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