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유민상 같은 캐릭터 발굴만 더 된다면...

드디어 바닥을 친 걸까? 900회 특집 이후 조금씩 KBS <개그콘서트>의 색깔이 살아나고 있다. 물론 아직 두드러진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새롭게 마련된 코너들에서 한동안 잘 느껴보지 못했던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정체기를 넘어 침체기에까지 들어섰던 <개그콘서트>에서 작은 희망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그 중심에서 도드라지는 인물은 단연 유민상이다. <개그콘서트>의 선배답게 그는 여러 코너들 속에서 자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웃음을 선사한다. 오프닝 무대에 새롭게 마련된 ‘힘을 내요 슈퍼뚱맨’은 유민상의 뚱보 캐릭터를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만들어놓은 후, 영웅과 악당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참신한 발상으로 웃음을 주었다. 즉 슈퍼히어로가 악당을 갖가지 방법으로 무너뜨리지만, 그 때마다 악당의 당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동정심을 느껴 오히려 슈퍼히어로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는 설정. 굉장히 어린아이 놀이 같은 설정이지만 그 안에는 선악구도로 나누어 강자(국가)들이 약자를 힘으로 누르는 논리에 대한 비판의식 같은 것이 느껴진다. 

유민상은 <개그콘서트>에서 늘 먹히던 ‘뚱보’ 캐릭터 중 한 명이지만, 그 특징은 ‘당하는 뚱보’라는 점이다. ‘힘을 내요 슈퍼뚱맨’이 그렇듯, 새로 마련된 ‘퀴즈카페’에서도 그는 난감한 퀴즈에 어떤 답도 내기 어려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원빈과 이나영, 비와 김태희 그리고 지성과 이보영 커플을 차례로 보여준 후, 어떤 커플이 여자가 가장 아까운 커플인가를 묻는 질문을 던지거나,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사진을 보여준 후 어떤 색깔이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냐는 질문을 던지고 초록색을 선택하자 그 사진을 확대해 사실은 녹조라떼가 퍼진 장면을 보여줘 당황하게 만드는 식이다. ‘퀴즈카페’는 과거 유민상이 출연했던 정치풍자 코너였던 ‘민상토론’과 궤를 같이 하는 새로운 코너다. 

송영길과 호흡을 맞춘 ‘볼빨간 회춘기’도 유민상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코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코너는 이제는 운신도 쉽지 않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큰 소리로 외치듯 대화해야 하는 어르신들이 마치 ‘불량할배’처럼 대결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코너다. 힙합 음악에 맞춰 건들대며 들어오는 등장부터 웃음을 주는데다, 대결이라고 해도 제기차기 한 번 한 것에 졌다고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수준이다. 송영길의 연기가 돋보이는 코너지만 그와 양갱 하나를 두고 대립관계를 만들어내는 유민상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가 되고 있다. 

사실 최근 SBS <웃찾사>가 폐지되고 KBS <개그콘서트>마저 예전 같지 않다며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위기라는 것도 어찌 보면 간단한 해법으로 풀릴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웃음과 재미를 찾는 일이다.

<개그콘서트>가 최근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이렇다 할 대표적인 캐릭터가 잘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등장하기만 해도 어떤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무대와 그렇지 않은 무대는 확연히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유민상 같은 ‘당하는 뚱보’ 캐릭터가 최근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에서 일관되게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물론 <개그콘서트>에는 유민상 이외에도 충분히 발굴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개그맨들이 많다. 예를 들어 ‘볼빨간 회춘기’에서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는 송영길이나,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에서 당하면서도 톡톡 쏘는 캐릭터를 선보이는 정명훈, ‘배틀트집’에서 돋보이는 이상훈, 김기열, 송준근, 그리고 개그우먼으로서 다양한 코너에서 맹활약하는 이수지, 박소라 등등의 개그맨들이 그렇다. 

유민상의 사례처럼 이들 각각의 개그맨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 코너들이 개발되어 이들 개그맨들의 캐릭터가 안착될 수 있다면 어떨까. <개그콘서트>는 어쩌면 이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개콘’, 풍자는 있는데 참신함이 떨어진다

“야 인턴! 넌 뭐가 그렇게 신나서 실실거려?” 직장상사인 부장 박영진이 이제 갓 들어온 인턴에게 그렇게 지청구를 날린다. 그런데 이 인턴 박소영 보통 내기가 아니다. 당하지만 않겠다는 듯 부장이 한 말을 또박 또박 받아 되돌려준다. “부장님은 뭐가 그렇게 화나서 씩씩거리세요?” 그러면서 월급은 언제 주냐고 묻자, 부장은 얄밉게도 “일도 제대로 안하면서 돈 타령”이란다. 그러자 또 이 인턴의 사이다 반박이 이어진다. “그러는 부장님은 돈도 제대로 안주면서 왜 일 타령이세요?” 관객의 박수갈채가 터진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KBS <개그콘서트>의 ‘불상사’에서 인턴 박소영이 등장하는 이 부분은 확실히 눈에 띈다. 그것이 단지 직장 내 부조리에 대한 젊은 세대의 사이다 발언이 담겨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부장으로 대변되는 구세대가 갖고 있는 직장생활에 대한 생각과 인턴으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부딪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시원한 일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달라진 세대의 일에 대한 생각 같은 걸 읽게 된다. 

“야 열정페이란 말 몰라?” 부장의 한 마디에 “페이를 주셔야 열정이 생기죠.”라고 재치 있게 받아넘기고, “야 내가 너 땐 이런 식으로 안했어.”라고 논리가 부족해지면 들고 나오는 자세에 대해 “저도 부장님 되면 이런 식으로 안할 거예요.”라고 당차게 대꾸한다. 그러자 부장은 역시 나이를 걸고넘어진다. “30년 전에는 너 같은 애 뽑지도 않았어.” 하지만 인턴은 “30년 전에는 저 태어나지도 않았어요.”라고 물러서지 않고, 급기야 부장이 “이게 어디서 말대답이야?”라고 화를 내자, “말을 하시니까 대답을 하죠.”라고 되받는다. 그리고 퇴근한다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퇴근 후 깨톡으로 일시키지 마세요.”라는 말은 작금의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놓은 퇴근 없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되는 노동의 현실을 드러낸다. 

<개그콘서트>의 ‘불상사’는 이 박소영이 하는 인턴 역할이 눈에 확 들어오지만 다른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부분들은 사실 그리 인상 깊게 남지 않는다. 그건 너무 익숙한 코드를 반복하고 있거나 아직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히 잡아내지 못해 미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나마 칭찬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잔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계속 말을 바꾸는 송왕호가 연기하는 이중인격 팀장 캐릭터는 흥미롭지만 생각만큼 공감을 주지는 못한다. 

‘불상사’라는 코너가 어떤 부분은 흥미롭고 또 공감에 웃음까지 주지만 어떤 부분은 그저 구색처럼 붙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지금의 <개그콘서트>의 전체 상황을 축소해놓은 듯 보인다. 즉 노력하고 있는 건 분명히 느껴지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땀복근무’ 같은 코너는 마치 과거 ‘마빡이’ 같은 노동 강도로 웃음을 주려 안간힘을 쓰지만 몸이 힘든 만큼의 웃음의 강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전설의 미남 개그맨 정명훈’ 같은 코너는 호들갑스럽게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정승환으로 인해 정명훈에게 잔뜩 부담을 주는 특이한 콘셉트의 코미디지만 이것 역시 진짜로 웃기지 않는 정명훈의 멘트가 나올 때는 약간 맥이 풀려 버린다. 과정은 흥미롭지만 결과는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세젤예’는 예민한 사람들의 조합을 통해 오해하는 상황들을 빚어내는 것으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코너다. 하지만 ‘이게 실화냐?’ 같은 코너는 여자들 두 명을 앉혀놓고 화장을 했냐 안했냐 가지고 계속 따지고 드는 상황을 통해 웃음을 만들고자 하지만, 그것이 요즘 같은 현실에 왜 중요한지는 알기가 어렵다. 

‘연기돌’은 도입 부분에 잔뜩 긴장해 대사를 계속 틀리게 말하는 임성욱과 후반부에 지나치게 연기론에 대해 운운해면서 화장실 청소원 연기에 과장되게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라고 대사를 던져 웃음을 주는 이수지가 주목되지만 오나미 부분은 너무 익숙한 설정이라 그다지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대통형’은 <개그콘서트>가 풍자가 왜 그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어가지 못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코너는 비슷한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실제 이슈가 됐던 말들의 패러디는 나열되어 있지만 그 이상의 참신함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풍자라면 소재를 가져오되 그걸 그 코너가 가진 색깔로 녹여 내거나 비틀어야 비로소 참신한 웃음을 만들 수 있다. 

‘돌아가’처럼 늘 반복되는 조폭개그나 ‘1대1’처럼 너무 오래도록 반복되어 이제는 시들해진 코너들이 곳곳에 채워져 있는 상황으로는 <개그콘서트>가 트렌드를 선도했던 과거의 그 힘을 되찾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상사’의 박소영이나 ‘연기돌’과 ‘부담거래’ 등에서 캐릭터를 200% 살려내는 이수지 같은 보석들이 보이지만, 너무 많은 클리셰들 속에 같이 묻혀 버리는 경향이 있다. 

<개그콘서트>의 힘은 결국 팀플레이에서 나온다. 몇몇 개그맨만의 특별함으로 프로그램이 다시 살아나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너무 쉬운 접근이나 틀에 박힌 캐릭터의 반복 같은 것들을 전반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개그맨이나 개그들도 눈에 들어올 테니 말이다.

<개콘> ‘세젤예’,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나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임우일이 카페에 들어와 시원한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라고 하자 주인인 유민상이 시럽 넣어드릴까요?”하고 되묻는다. 카페에 가면 통상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지만 시골 사람으로 무시받는 것에 특히 예민한 임우일이 한 마디 쏘아붙인다. “왜 시골 사람들은 쓴 커피 못 마실 것 같아서요?”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KBS <개그콘서트>에서 지난주부터 새로 시작한 세젤예라는 코너의 한 장면. ‘세젤예는 인터넷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이를 지칭하는 신조어지만, <개콘>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예민한 사람들을 뜻한다. 카페를 찾은 이 예민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특히 예민한 구석을 갖고 툭하면 불편함을 토로하며 주인인 유민상을 복장 터지게 만든다.

 

예쁜 개그우먼 김승혜는 늘 자신에게 들이대는 남자들이 불편하고, 지금껏 모태솔로로 살아온 이수지는 연애 이야기만 하면 발끈한다. 얼굴이 완전 노안인 송준근은 자신이 사실은 고등학생이라며 나이 이야기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혼자 오셨냐고 유민상이 묻자 김승혜는 마치 작업을 거는 사람에게 쏘아붙이듯 혼잔데요 왜?” “그쪽 제 스타일 아니거든요!”하며 오버하고, 답답한 유민상이 누구 연애 못해서 환장한 사람 있나하고 혼잣말을 하자 옆에서 이수지가 그걸 듣고는 지금 제 얘기하시는 거 맞죠? 저 모태솔로라고 놀리는 거잖아요!”라고 반응한다.

 

유민상이 저도 서른여덟 살인데 모태솔로라구요. 같은 처지라구요.”라고 답답함을 토로하자 이수지는 한 술 더 떠 같은 처지? 전 서른 세 살이에요. 뭐가 같은 처지예요. 어 너도 5년 동안 쭉 남자 없을 거다?” 하고 배배 꼬인 심사를 드러낸다. 한편 누가 봐도 나이 들어 보이는 송준근에게 시원한 맥주도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저 고등학생이에요!”하고 발끈한다. 송준근은 지난 회에서는 외국인처럼 생긴 외모로 저 외국인 아니에요!”하고 계속 외쳐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사실 어찌 보면 말장난 개그처럼 보이는 세젤예는 그러나 작은 일에도 민감해하고 발끈하는 지금의 세태를 담아내고 있다. 아마도 개그를 하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민감한 세태가 특히 공감가는 대목일 것이다. 그저 웃기려고 한 말이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하게 해석되면서 의외로 큰 불편함으로 돌아오는 걸 여러 차례 느꼈을 테니 말이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입장은 저 유민상처럼 고구마 백 개를 입에 넣은 듯 답답했을 게다.

 

그런데 왜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이토록 예민해진 걸까. 그저 웃고 넘어가면 될 일들을 웃지 않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자신을 공격하는 걸로 알아들으며 화를 내는 건 아무래도 그만큼 여유가 없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담아내는 것처럼 보인다. 이른바 프로 불편러들의 세상은 작은 일에도 예민해져버릴 정도로 각박해진 우리네 현실을 드러낸다.

 

세젤예는 저 마다의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불편한 구석들 때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웃음이 터진다. 누군가에게는 우리 가게라는 표현이 왜 당신과 제가 우리냐는 불편함으로 돌아오고, 또 누군가에게는 남의 가게라는 표현이 왜 저쪽하고는 우리고 나는 남의 가게에요라는 대거리로 돌아온다. 한쪽의 이야기는 다른 쪽의 불편함을 유발하며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래서 세젤예의 웃음은 쉴 틈 없이 터져 나온다.

 

세젤예는 실로 오랜만에 <개그콘서트>에서 보는 현실 풍자가 가미된 웃음이면서 동시에 다른 코너들과 비교해 그 밀도도 높은 웃음을 선사한다. 한참 웃고 나면 그 밑에 깔린 세태에 대한 풍자가 묘한 페이소스까지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웃음. 이런 참신한 코너들이 좀 더 많아져야 최근 들어 위기라고까지 불리는 <개그콘서트>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개그우먼들의 다양한 변신, 오나미와 박지선에게 필요한 건

 

<개그콘서트>의 개그우먼들들이 자신의 외모를 무기로 개그를 선보일 때마다 외모 비하논란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정도는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만큼 외모 개그가 일반화되었고 무수히 반복되면서 둔감해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외모로 웃기는 것 또한 개그의 한 부분이라고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김준현이 뚱뚱한 몸 하나로 무대에서 빵빵 터트리더니 CF계의 떠오르는 별이 된 것처럼 외모개그는 폄하될 것이 아니라 제대로만 살려낸다면 오히려 편견을 깨고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다. 김준현이 하고 있는 큰 세계같은 코너는 단적인 예다. <신세계>를 패러디한 큰 세계는 뚱뚱해야 보스로 인정받는다는 역발상으로 웃음을 주는 코너다. 이 코너를 보다보면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에 대한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이 코너는 외모 비하의 차원을 넘어서서 오히려 당당하게 뚱뚱한 몸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가 뚱뚱한 사람을 돼지라고 부르며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당부분 없애주기도 한다. 김준현이나 유민상 같은 뚱뚱한 몸을 내세우는 개그맨들은 그것을 긍정적으로 전화시키는 개그를 통해 이른바 돼지 캐릭터도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김준현을 똑똑한 돼지라 부르고 유민상을 여유로운 돼지라 부르는 건 그런 이유다.

 

외모 개그에 있어서 특히 비판의 대상이 유독 많이 됐던 건 개그우먼들이다. 여성이라는 입장이 우선 외모 지적이나 비하에 대해 반감을 갖게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개그우먼들이 툭하면 외모로 웃기려는 경향이 비판의 이유가 됐다. 하지만 최근 서수민 PD에 이어 김상미 PD로 여성 PD들이 <개그콘서트>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개그우먼들의 캐릭터도 다양해졌다.

 

사건의 전말쉰 밀회로 독특한 개그영역을 만들어내는 김지민이 그렇고, ‘두근두근같은 코너로 멜로 개그를 선보인 장효인이 그렇다. ‘선배, 선배!’의 이수지나 끝사랑의 김영희는 물론 외모 개그가 바탕에 깔려 있지만 그것만이라고 볼 수 없는 캐릭터의 재미가 묻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수지는 황해에서 보이스피싱 연기로 주목을 받은 바 있고 김영희는 두분토론으로 여성의 입장을 대변한 바 있는 개그우먼이다.

 

그런데 이렇게 달라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개그우먼들 속에서 너무 한 가지 모습으로만 갇혀 있는 두 개그우먼들이 있다. 바로 박지선과 오나미다. ‘우리동네 청문회에 출연하는 박지선은 스스로를 진상 박지선이라고 소개하며 외모 비하 개그를 보여준다. “속였잖아요. 저 그 말만 믿고 진짜 베란다에서 비키니 입고 선탠 하다가 주민신고 당했잖아요. 비키니 입고 경찰서에서 조서 썼잖아요.” “속였잖아요. 그 앞집총각 나랑 눈 마주치자마자 바로 이사 갔잖아요. 남자 없잖아요. 남자.” 이런 개그 속에는 못 생긴 얼굴이라는 닳고 닳은 박지선의 단골 개그 소재가 무한 반복된다.

 

이런 사정은 오나미도 마찬가지다. ‘억수르에 나미다라는 캐릭터로 등장한 그녀는 과장된 포즈를 취하고 애써 눈을 찡긋 대는 모습으로 웃음을 만들려한다. 그 외모개그에는 스스로 못생긴 얼굴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바닷가에 갔는데 안전요원이 비키니를 못 입게 하는 거야. 이제는 집에서만 비키니 입을게.”하고 오나미가 말하자 억수르가 바다 사줄게.”라고 한다거나, 김기열에게 인사하는 척 하면서 자기 다리를 봤다며 너도 남자구나. 오케이 콜. . 대놓고 봐. 안구정화해. 힐링시켜. 봐 봐 봐.”하는 대사 역시 이제는 좀 식상하게 다가온다.

 

물론 외모개그도 개그의 한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외모만을 캐릭터화해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개그는 이제 과거만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지 않다. 이것은 박지선이나 오나미처럼 개그에 더 많은 장점을 가진 개그우먼들에게 마치 족쇄 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제는 그것을 과감히 뛰어넘어야 할 때다. 물론 그것이 그녀들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완전히 벗어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탕 위에서 무언가 새롭게 외모에 대한 편견 자체를 깨버릴 수 있는 그런 캐릭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훌륭한 개그우먼들이 단지 외모만이 아니라 다양한 끼와 재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코너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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