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입국거부, 왜 일본의 자충수일까

 

저도 송일국씨의 귀여운 세쌍둥이 이름을 불러봅니다! 대한 민국 만세~~!!!” 이승철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지난 9일 아내와 함께 일본 지인의 초대로 하네다 공항에 내렸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출국사무소에 4시간 가량 억류된 후 국내로 돌아온 후의 심경이었다.

 

'이승철의 독도공연(사진출처: 진앤원뮤직웍스)

소속사측이 말하는 것처럼 독도 이슈 후 첫 일본 방문이었던 이승철의 이번 일은 표적 및 보복성 입국 거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승철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참여를 통한 독도 지킴이 행사 같은 건 좀 열심히 적극 나서야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 연예인들의 입국 거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비스트와 씨엔블루가 비자 문제를 빌미삼아 공항에 8시간가량 억류됐던 적이 있었고, 송일국은 2012년 독도 수영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일본 외무성 야마구치 츠요시 차관으로부터 송일국은 일본에 입국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송일국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그냥 제 아들 이름이나 불러봅니다. 대한 민국 만세라는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한일 관계는 늘 민감한 부분이 있어왔지만 일본이라는 시장은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류만 하더라도 배용준 열풍으로 시작해 K팝 열풍과 장근석 열풍으로 이어지는 일본이 거의 독보적인 시장으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집권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일본의 한류도 차츰 식어가는 모양새다. 한류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5.9%에서 지난해에는 4.5%까지 줄어들었다.

 

즉 이승철의 입국 거부 사건은 이미 이러한 한일 관계에 의해 틀어지기 시작한 문화 교류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 때문에 우리에게도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네 대중문화계는 일본인들의 출연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비정상회담>의 타쿠야, <학교 다녀왔습니다>의 강남, <헬로 이방인>의 후지이 미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야노시호 등이 그들이다. 정치적으로는 민감하더라도 문화적으로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철의 입국 거부 같은 노골적인 사건은 우리의 시선을 일본에서 중국으로 자꾸만 옮겨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별에서 온 그대><아빠 어디가>, <런닝맨> 등이 중국 내에서 한류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고, 우리의 배우들이 중국 드라마에 진출하는 것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되었다. 지난 10일 체결된 한 중 FTA 타결은 이러한 한중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화 교류의 시기에 최근 일본 정부가 보여주는 행보는 시대에 반하는 것이 분명하다. 마치 시대를 과거 6,70년대로 되돌리려는 듯한 이런 행태가 가져올 결과는 뻔하다. 그것은 고립이다. 최소한의 물꼬로서 문화의 교류는 보다 복잡한 사안들의 해결을 위해서도 허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행태를 보면 하나는 알아도 둘은 모르는 유치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일본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슈스케6> 곽진언의 해석력, 서태지라고 해도 거침없다

 

첫 마디 나올 때 헤드폰을 벗었어요. 이 리얼한 목소리 정말 듣고 싶었거든요. 이 노래가 끝났을 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소격동에 가보고 싶었어요.” <슈퍼스타K6> 서태지 미션에서 곽진언이 부른 소격동을 들은 이승철은 심사평에서 그 한 마디로 특별했던 감흥을 전해주었다. 이승철은 심지어 이 노래 다시 서태지씨가 곽진언씨와 리메이크 해야 되지 않나 생각했다고까지 말했다.

 

'슈퍼스타K6(사진출처:Mnet)'

김범수는 곽진언군은 미쳤어요. 미친 음악쟁이에요라고 말했고 윤종신은 리메이크는 이렇게 하는 거에요라며 전혀 팬덤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통기타 부르는 식으로 불러버렸다고 극찬했다. 백지영 역시 제가 돈이 많으면 그 돈을 다 드리고라도 지금 진언씨가 저한테 그려준 그림을 사고 싶다고 표현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폭풍칭찬을 하게 만들었을까. 곽진언이 재해석한 소격동은 원곡이 가진 일렉트로닉을 빼고 오로지 통기타와 첼로 같은 어쿠스틱한 사운드 위에 마치 느릿느릿 골목길을 걸어가며 추억을 되짚는 듯한 곽진언의 읊조리는 목소리로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소격동의 멜로디 라인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고, 그 가사가 주는 정서를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곽진언 특유의 저음에 깔린 울림이 남다른데다가 듣는 이를 깊게 노래에 몰입시키는 그 힘이 작용한 덕분이다. 사실 서태지가 부른 소격동은 날카롭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곽진언이 부른 것처럼, 그리고 이승철 심사위원이 표현한 것처럼 그 골목길을 걷고 싶게 만드는노래는 아니었다.

 

서태지가 부른 소격동보다 아이유가 부른 소격동이 더 괜찮게 느껴지고, 또 서태지 스스로도 아이유 덕분에 살았다고 표현했던 것처럼 이 노래는 목소리가 주는 따뜻한 감성이 중요한 곡이라는 걸 곽진언을 통해서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아이유는 그 차가운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서 마치 얼음 위에 눈이 녹아내리듯 부드러운 목소리를 얹어 소격동을 완성했다.

 

나아가 곽진언은 이 원곡의 차가움 자체를 덜어내고 아예 아날로그가 주는 따뜻함으로 노래를 재해석했다. 실로 놀라운 건 그 조용조용한 목소리가 그 어떤 외침보다도 더 강하게 듣는 이의 가슴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곽진언을 통해 소격동이라는 곡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듯한 느낌을 받는 건 백지영 심사위원이 표현한대로 그가 자신의 목소리로 그려낸 그 그림이 그만이 그려낼 수 있는 감성으로 이 곡을 새롭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원곡자에게 이 곡이 참 좋은 노래입니다 라고 알려주는리메이크였다는 말은 아마도 그래서 서태지에게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일 것이다. 서태지는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스스로 자신을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싱어 송 라이터이자 프로듀서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자신이 만든 곡을 반드시 자신이 부르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부를 수 있는 가수를 통해 들려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소격동프로젝트는 그의 성공적인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 아이유가 살려냈고 곽진언은 완성시킨 느낌이다.

 

<슈퍼스타K6>, 프로와 아마추어 구분 무슨 의미 있나

 

임도혁은 <슈퍼스타K6>에서 단연 주목받는 참가자다. 그가 이 프로그램의 첫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이나 가능성은 이미 어느 정도 입증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그에게 난데없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슈퍼스타K6(사진출처:Mnet)'

알고 보니 대형기획사 소속의 가이드보컬이었다.” “처음이라고 했지만 타 방송사의 오디션 출연 경험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슈퍼스타K6>제작진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가 가이드 보컬을 한 적은 있지만 대형기획사에 소속되었거나 대형기획사에서 활동했었다는 건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 또 방송에서 처음이라고 말한 것은 오디션이 처음이라는 뜻이 아니라,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실력도 인정받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는 취지였다는 것.

 

제작진은 굳이 해명까지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사안이 해명까지 요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슈퍼스타K>는 지금껏 순전히 아마추어들의 무대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이미 가수로 데뷔했던 이들이나 음반을 내고 활동했던 이들에게도 그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언제든지 부여해왔다. 이번 <슈퍼스타K6>의 톱11에 들어있는 이해나도 키스 앤 크라이라는 그룹 활동을 했던 출연자다.

 

즉 프로냐 아마추어냐는 구분은 <슈퍼스타K>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슈퍼스타K>는 실력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 모두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심지어 가수 데뷔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거나, 과거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가수들에게도 <슈퍼스타K>의 무대는 열려 있다.

 

이승철이 가끔씩 아마추어 같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표현적인 의미일 뿐이지 실제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직 정제가 되지 않았다거나,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할 때 쓰는 하나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사실 최근 들어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이다. 심지어 아마추어리즘이 프로보다 더 각광받고 그걸 통해 성공하는 모습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악동뮤지션은 프로 같지 않아서 오히려 더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그렇다면 악동뮤지션은 아마추어일까 프로일까.

 

프로를 어떤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면 악동뮤지션은 분명 프로다. 하지만 악동뮤지션이 갖고 있는 음악적 자산이 프로의 규정된 틀에서는 좀체 나오기 힘든 아마추어리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것은 또한 아마추어리즘이 프로에 열등하다는 통념을 깨버린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미션을 통해 나온 콜라보레이션 같은 곡들은 다음날 음원차트에 올라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고 그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 임도혁이 아르바이트로 가이드 보컬을 했거나 타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것이다. 과연 우리는 <슈퍼스타K6>가 아니었다면 임도혁이라는 괴물 보컬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것. 임도혁처럼 실력은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친구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건 그래서 어쩌면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의 본분이 아닐까.

 

기존 시스템과 충돌하는 버스커버스커의 행보

 

지금 현재 가요계에서 버스커버스커는 대단히 이질적인 존재다. 이것은 그들이 <슈퍼스타K>를 통해 알려지고 1집을 발표한 후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 자체부터가 그렇다. 버스커버스커가 <슈퍼스타K>의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 윤종신이나 이승철 심사위원이 이들을 혹평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고음이 잘 올라가지 않는 장범준에게 가창력에 대한 지적이 계속 이어졌고, 버스커버스커만의 특징은 비슷한 패턴의 반복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결국 그들은 자력으로 생방송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버스커버스커(사진출처:CJ E&M)'

당시 톱10에 올랐던 예리밴드가 <슈퍼스타K>의 시스템에 반발해 무단이탈하는 사건은 그러나 버스커버스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되었다.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 후 예리밴드는 밴드 오디션이었던 <톱밴드2>에 나갔지만 이슈만 만들었을 뿐 그다지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반면 <슈퍼스타K>의 생방송 무대에 오르게 된 버스커버스커는 의외의 매력을 드러내며 톱2에까지 오르는 성과를 만들었다. 또 <슈퍼스타K>가 끝난 후 발표한 1집은 작년 한 해 내내 차트에 오르며 우승을 차지한 울랄라세션을 압도했다. 올해 들어 발표한 2집 역시 1집과 비교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음원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든걸까.

 

버스커버스커의 이 이례적인 변칙 성공사례는 분명히 달라진 대중들의 어떤 기호를 반영하고 있다. 고음처리가 안되는 장범준의 가창력이나 전문가들에게 비슷한 패턴의 반복으로 평가되던 그들의 노래는 기존 가요계에서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되는 흥미로운 결과를 낳았다. 고음을 얼마나 높게 올릴 수 있는가가 마치 그 가수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오인되던 <나는 가수다>풍의 시선이나, 춤과 끼를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그 가수의 화려함을 드러내주던 기존 기획사 아이돌 풍의 시선에서 이들은 한참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이 전문가들이 지적하던 단점은 그들의 개성이 되었다.

 

사실상 그 사람의 개성을 만드는 것은 장점보다는 단점에서 비롯된다. 완벽하게 모든 걸 구사하는 이들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반면, 어느 한 구석 비어있는 이들이 그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개성이 드러나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버스커버스커가 기존 가요계의 완벽주의가 가진 숨막힘에 하나의 숨통을 터준 부분이다. 버스커버스커의 1집 성공 이후, <슈퍼스타K>의 정준영이나 <K팝스타>의 악동뮤지션 같은 개성강한 신예들이 주목받게 된 것은 무관한 일이 아닐 것이다.

 

버스커버스커가 최근 들어 무수한 잡음을 내고 있는 것은 이들의 행보가 기존 가요계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발표하고 콘서트를 통한 직접 대면만을 고집하는 방식. 게다가 그 흔한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이들의 방식은 대중들에게는 대단히 참신한 것이지만 기존 가요계 시스템에서는 심지어 불편하게 여겨지는 것일 수도 있다. 버스커버스커가 만일 이 행보로 확고한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이끌어낸다면 그것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관리의 문제가 발생한다. 버스커버스커의 브래드가 노이지에 인터뷰한 내용이 대서특필되고, 김형태가 일베논란을 겪거나 <은교> 발언으로 논란이 되는 그 과정들은 이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하는 밴드가 기존 가요계 시스템과 생기는 마찰에 의해 발생하는 것들이다. 어딘지 어수룩해 보이고 완벽히 짜진 틀 안에서 움직인다기보다는 조금은 자유롭게 활동함으로써 논란도 발생하지만 여전히 인기도 있는 이들은 그래서 기존 가요계 시스템에서는 불편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수한 논란이 쏟아지면서도 버스커버스커에 대한 인기가 여전한 이유 역시 이들이 보여주는 아마추어리즘의 힘에서 발생한다. 즉 아마추어리즘이란 프로처럼 완벽한 관리를 전제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 역시 순수함에서 비롯된 실수 정도로 여겨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이 시스템 안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 시스템이 너무 오랫동안 공고하게 유지되어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진입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은 부정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이번 <슈퍼스타K5>의 출연자들이 실력에 있어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결과는 훨씬 후에 나타날 수 있다. 버스커버스커처럼 본인이 갖고 있는 단점들마저 개성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면 기존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단점을 잘라내 버려 개성이 잘 안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또 다른 매력을 대중들에게 선사할 수도 있을 게다. 버스커버스커는 그래서 현 가요계에 대단히 불편한 존재지만 기존 틀에 묶인 가요계 시스템에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안타까운 <송포유> 논란, 좀 더 섬세한 배려가 있었다면

 

추석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송포유>는 애초의 기획의도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풍겨나듯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일진 미화’ 같은 것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목적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은 없을 테니까.

 

'송포유(사진출처:SBS)'

오히려 <송포유>는 이런 사회적인 마찰이나 불편한 시선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지는 기적의 ‘하모니’를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합창을 소재로 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보여줬던 것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목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룰 때 그것은 그 자체로 소통의 의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게다.

 

이런 프로그램이 주는 감동을 우리는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이나, 영화 <하모니> 그리고 지난 2011년 12월에 <SBS 스페셜>에서 방영되었던 ‘기적의 하모니’를 통해서도 본 적이 있다. 특히 ‘기적의 하모니’에서 김천 소년교도소 소년수형자 합창단의 멘토로 출연했던 이승철은 당시에 그가 느꼈던 소통의 경험이 이번 프로그램 출연의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좋은 의도와는 별개로 <송포유>는 불편한 방송이 되어버렸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그 첫 번째는 <송포유>가 영화 같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미셸 파이퍼가 교사로 출연했던 <위험한 아이들> 같은 영화는 그것이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영화라는 허구적 장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함보다는 감동을 안겨준다.

 

하지만 <송포유>는 다르다. 거기 출연하는 아이들이 지금은 달라졌다고 해도 과거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고통으로 각인된 실제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주목된다는 것 자체가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는 모순처럼 여겨질 수 있다. 가해를 한 아이들은 방송에 나와 주목받고 심지어 폴란드 합창대회에 나갈 기회가 주어지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그걸 바라봐야 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송포유>가 서 있는 예능과 다큐 사이의 어정쩡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어찌 보면 심각한 이야기일 수 있는 문제 학생들을 다루면서 <송포유>는 다큐적인 깊이로 들어가기보다는 예능적인 가벼움으로 건드린 면이 있다. 즉 이렇게 문제 학생들이 되어 끝단에 몰려 있는 아이들이 왜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부모와 사회의 책임은 없는지, 피해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은 없는지 그래서 그 아이들은 과거를 후회하는지 등등 다차원적인 접근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예능으로서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능적인 차원으로만 접근해 아이들의 겉으로 드러난 행동들만을 보여준다면 거기에는 왜 이들이 방송에까지 나와 기회를 얻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가 잘 드러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송포유>는 2편까지 마치 조폭처럼 험악한 아이들과 그들이 반항을 하면서도 합창 연습을 하는 장면들만 들어갔을 뿐, 그들의 내면은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이것은 아마도 <송포유>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면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이 그랬듯이 꽤 긴 호흡으로 접근해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필요하다면 피해 학생들의 이야기까지 같이 다뤄졌다면 <송포유>는 진정한 기적의 소통이 가능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3회 분량으로 다뤄지면서 이런 세세한 이야기들은 그저 훑고 지나가버린 상황이 되었다.

 

다큐와 예능을 퓨전하는 것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지만 이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때로는 지나친 미화나 경직성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퓨전이 가진 위험성이기도 하다. <송포유> 논란은 바로 이 예능과 다큐가 접목되는 최근 트렌드가 어떻게 접근되느냐에 따라 얼마나 민감해질 수 있는가를 드러낸 안타까운 사례가 되었다.

 

물론 방송이 교조적일 필요는 없다. 또 잘못을 저지른 문제 학생들이라고 해서 그저 방치하고 배제하며 때로는 격리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즉 이 문제를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으로 보는 시각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좋은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모든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송이라는 결과다. 문제 학생들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들까지 고려한 좀 더 섬세한 배려와 사회적인 접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심사위원만으로 기대감 만든 <슈스케5>

 

역시 이승철과 윤종신의 조합은 최강이다. <슈퍼스타K> 시즌1부터 계속 호흡을 맞춰왔지만 지난해 윤종신이 빠지면서 어딘지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슈퍼스타K4>에서는 대신 싸이가 심사위원으로 들어왔지만 개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후반부에서는 윤건이 그 자리를 메워주기도 했다. 물론 <슈퍼스타K> 심사의 중심은 늘 이승철이지만 그와 때로는 다른 취향을 드러내며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의 인물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윤종신은 거기에 정확히 부합하는 인물이다.

 

'슈퍼스타K5(사진출처:mnet)'

<슈퍼스타K5>가 훨씬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승철이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해줄 이야기는 냉정하게 던지며 음악의 기본기를 중시하는 반면, 윤종신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 기본기 이외의 개성 같은 매력을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구쟁이 같지만 감성 넘치는 모습으로 툭하면 눈물을 보이는 이하늘의 합류는 이 둘 사이의 때때로 생겨나는 팽팽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준다. 물론 이하늘 역시 만만찮은 심사의 묘를 보여주지만.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다양한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슈퍼스타K>는 각각의 출연자들을 통해 때로는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를 선사하기도 하며, 때로는 달달한 멜로의 느낌을 또 때로는 가족애와 형제애의 느낌마저 스토리로 전해준다. 편집 과정을 자세히 보면 이 오디션이 출연자의 이야기를 얼마나 개성적으로 끌어내려 연출에 총력을 기하는가를 알 수 있다.

 

첫 출연자인 12살 천재 싱어송 라이터의 이야기가 어린 아이답지 않은 감성을 끌어내며 웃음과 함께 신선함을 제시할 수 있게 해준 건 윤종신이 그 포인트를 잡아 질문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이승철이 한 발 뒤로 물러나 조금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어찌 보면 그저 치기어린 아이에게 지나치게 심사위원들이 모두 몰입하는 모습은 그다지 균형 잡힌 스토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있어 비로소 이 이야기는 우스우면서도 아이의 아티스트적인 면이 강조된 스토리로 전달된다.

 

바로 다음 출연자로 나온 59세 김대성 스테파노가 담담하게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에 이하늘이 눈물을 참지 못하고 이승철이 경의를 표하며 윤종신이 12살 아이가 던진 ‘인생의 속도’와 59세 김대성 스테파노가 말하는 ‘인생의 속도’를 이어붙이며 의미를 더하는 건 이들의 조합과 역할이 얼마나 잘 어우러져 있는가를 보여준다.

 

유명 프로 세션맨들로 구성된 미스터 파파는 이승철과 윤종신 그리고 이하늘이 모두 알고 있는 멤버들로 사실상 심사하기가 쉽지 않은 참가자였다. 하지만 노래가 끝난 후 이승철은 “쇼케이스 하냐?”고 농담을 던졌고 윤종신은 뮤지션으로서 깊은 공감을 표현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도 이들의 균형 잡힌 심사가 돋보였다는 점이다.

 

윤종신이 뮤지션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며 합격을 주었지만, 이승철은 기권을 선언한 것. 그것은 그가 그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심사에 어떤 잡음이 생길 것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었다. 이하늘에게 모든 결정이 달린 순간, 합격을 주면서도 미스터 파파가 앞으로 슈퍼위크에서 살아남으려면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성 못지않게 대중적인 인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캐릭터를 가지라 조언한 것 역시 적절했다 여겨진다.

 

결국 무수한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나오지만 그것을 일차적으로 스토리화하는 건 심사위원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것이 잘 나오고 나면 2차적으로 PD가 매끈한 편집으로 스토리를 강화시킨다. 이것이 <슈퍼스타K>가 무려 다섯 차례나 반복되면서도 여전히 재미를 잃지 않는 비결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심사위원이 가진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승철과 윤종신의 조합, 게다가 이 사이를 흥미롭게 만들어내는 이하늘의 가세는 그래서 <슈퍼스타K5>의 기대감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걸그룹 섹시 경쟁, 과연 효과는 있었을까

 

걸그룹들의 섹시 경쟁에 대한 선정성 비판은 이제 너무 흔해서 식상해져버렸다. 제 아무리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도, 너도 나도 벗고 벌리고 쓰다듬고 엉덩이를 대놓고 흔들어대는 통에 선정성을 비판하는 글들마저 마치 그들을 홍보하는 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정성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그 실효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과연 이런 섹시 경쟁 마케팅은 효과가 있는 것일까.

 

'사진출처:애프터스쿨'

먼저 대중들을 주목시키는 방법으로는 분명 효과가 있다. 결국 걸그룹들이 노출 경쟁을 벌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너무 많은 걸그룹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 있다. 따라서 아무런 콘셉트 없이 등장했다가는 그저 묻혀버릴 판이다. 적어도 인터넷에 화제가 될 만큼의 주목도를 확보한 후에야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이 비로소 들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티저나 뮤직비디오, 쇼케이스에서의 이벤트가 과감해지는 것.

 

애프터스쿨의 핫팬츠 차림으로 추는 봉 댄스, 달샤벳의 치마를 열어젖히는 동작, 걸스데이의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하의실종에 꼬리를 흔드는 동작은 과감하다기보다는 너무 과해서 보는 이들이 민망해질 정도다. 팬티에 가까운 의상이나 티저를 통한 팬티 노출도 마찬가지다. 이승철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민다리에 티저 팬티에 착시의상? 이런 식으로 활동시키는 건 옳지 않습니다.”라는 글까지 남긴 데는 이미 너무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작금의 섹시경쟁을 에둘러 보여준다.

 

선정성은 퍼포먼스뿐만이 아니다. 몇몇 걸그룹의 노래는 가사가 지나치게 성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는 인상이 짙다. 대표적인 노래가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다. 이 노래의 가사는 ‘눈말고 다리를’ 보라고 하고 ‘손을 놓고 나를 안으라’고 하면서 ‘고민은 그만’하라고 부추긴다. 시쳇말로 ‘진도 나가자’는 말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가사에 담아낸다는 것이 쑥스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걸스데이의 ‘여자 대통령’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 네가 먼저 다가가서 ‘키스하라’고 말한다. 도대체 여자 대통령과 키스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선정적인 가사를 이들은 ‘당당한 여성’이라고 포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성적으로 자신을 과감하게 노출하고 어필하며 때로는 공격적으로 애정 행위를 하는 것이 ‘당당한 여성’의 징표일까. 이것은 그냥 스스로 적극적으로 자신을 성 상품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당한 여성’이란 그런 누군가의 시선이나 관계에 포획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여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런 행위들을 ‘당당한 여성’이라 오도하는 것은 자칫 청소년들에게는 심각한 착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소위 당당한(?) 걸그룹들의 섹시 경쟁은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달샤벳은 처음 퍼포먼스를 보였을 때만 살짝 순위에 올랐다가 금세 잊혀져 버렸고, 애프터스쿨은 그 파격적인 봉춤 퍼포먼스로 시선을 끌었을 뿐 노래와 연동되지 않는 바람에 역시 금세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걸스데이는 이제 시작이지만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섹시 퍼포먼스나 의상, 티저를 보이고도 살아남은 이들도 있다. 김예림이나 이효리, 씨스타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살아남은 것은 섹시 콘셉트가 아니라 음악 자체의 힘 때문이다. 너무 많은 여자 가수들이 경쟁을 하기에 어떤 식으로든 주목시키기 위한 마케팅으로서의 섹시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이들은 좋은 음악으로 그 주목도를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으로 이끌었다. 결국 제 아무리 벗고 나와도 음악이 받쳐주지 않으면 금세 시들해져버린다는 것이다.

 

이른바 섹시 콘셉트의 가장 큰 문제는 점점 높은 강도의 자극으로만 이어질 수 있을 뿐, 그 걸그룹의 음악적인 성취와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지나친 시각에의 집착은 오히려 음악이 들리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가수에게 남는 건 음악이다. 섹시 콘셉트가 모두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건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봉춤을 보여주기 위해 ‘첫사랑’이라는 곡이 맞춰진 듯한 느낌, 치마를 열어젖히는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내 다리를 봐’라는 노래가 만들어진 듯한 이런 느낌으로는 이들 걸 그룹들의 미래는 지극히 어둡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후>, 열린 자세가 최후의 승자를 만든다

 

<불후의 명곡>은 이제 굳이 ‘시즌2’를 꼬리표로 달지 않는다.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성장했고 진화했다. 이제 지금의 <불후의 명곡>을 보며 과거 컨추리꼬꼬가 전설(?)을 모셔놓고도 장난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 때의 <불후의 명곡>을 떠올릴 이는 없을 게다. 어떻게 <불후의 명곡>은 이렇게 엄청난 변신을 통해 그 위상을 지금에 이르게 할 수 있었을까.

 

'불후의 명곡'(사진출처:KBS)

기적 같은 일이지만 처음 <불후의 명곡2>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대중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의 짝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나는 가수다>의 파괴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가수다>는 어떤 성역 같은 것이 만들어져 이른바 ‘나가수급 가수’는 다르다는 것이 대중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나가수급’이라는 성역은 거기 오르는 가수층을 얇게 만들어버린 한계로 작용했다. 유독 가수 선정 문제로 논란을 많이 겪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가수들의 팽팽한 경쟁 구조는 초반 대단한 긴장감을 끌고 와 무대에 대한 화제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일종의 ‘나가수형 무대’의 리메이크 방식이나 노래 구성 심지어 가창 방식까지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초반 소소하게만 느껴졌던 <불후의 명곡>은 그러나 <나는 가수다>의 그늘에 가려져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힘은 뭐든 필요하면 끌어안는다는 열린 자세에서 나왔다. 초반 아이돌들로 구성되었던 가수진은 차츰 중간급(?) 보컬리스트들이 투입되면서 무게감을 높여나갔다. 그 결과 지금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가수진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는 허각이나 울랄라세션 같은 <슈퍼스타K>가 낳은 오디션 가수들도 있고, 영지 같은 보컬 트레이너 출신 가수도 있으며, JK김동욱이나 정인 같은 이른바 <나가수>급 가수들도 있고, 킹스턴 루디스카나 장미여관 같은 인디밴드에서 박재범 같은 아이돌까지 포진해 있다. 물론 케이윌이나 이정 같은 중간급 보컬리스트들이 보여주는 절정의 무대나, 임태경, 소냐 같은 뮤지컬 가수, 또 문명진 같은 숨은 고수들이 보여주는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불후의 명곡> 들국화 편에서 JK김동욱이 부른 ‘그것만이 내 세상’이나 더원의 ‘이별이란 없는 거야’가 <나는 가수다>의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면, 이번 이승철 편에서 허각과 울랄라세션이 보여준 무대는 <슈퍼스타K>의 감동을 떠올리게 했다. <슈퍼스타K>에서 울랄라세션이 불렀던 ‘서쪽하늘’을 허각이 불렀을 때 그 노래를 듣던 울랄라세션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나, 울랄라세션이 ‘방황’을 불렀을 때 거기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 임윤택의 잔상에 찡했다는 허각의 이야기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다채로워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래 진화라는 것은 끝까지 살아남는 이가 모든 요소들을 가져가기 마련이다. 관객이 보여주는 눈물의 리액션이나 시작 전 잠깐 무음으로 멈춰서는 연출은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하고, 또 전설을 앞에 세워두고 불러야 하는 부담감은 <슈퍼스타K>의 오디션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인디에서 아이돌, 중견 가수들까지 격과 급을 따지지 않는 <불후의 명곡>만의 무대는 즐기면서도 긴장감이 가능한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경쟁만이 아니라 함께 모여 소통하는 모습, 그것이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라는 것을 이 프로그램은 말해준다.

 

시작은 미미해도 그 끝은 창대하게 된 <불후의 명곡>은 이제 그 특유의 열린 자세로 <나는 가수다>든 <슈퍼스타K>든 뭐든 끌어안으려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결국 그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불후의 명곡>의 끝없는 진화와 성장은 명곡이 가진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만 천착하면서 열린 자세로 천천히 제 갈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지금의 <불후의 명곡>을 만들었다.

<위탄3> 생방송, 왜 힘이 빠졌을까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의 톱4가 결정됐다. 박우철, 한기란, 나경원, 정진철이 탈락하고 박수진, 이형은, 한동근, 오병길이 4강전에 올랐다. 물론 그 어느 때보다 실력자들이 많았던 탓에 끝으로 갈수록 탈락자에 대한 아쉬움은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경원이나 정진철이 탈락하게 된 것은 <위탄3>가 멘토제와 심사위원을 분리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 이번 투표 시스템에도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위탄3'(사진출처:MBC)

<위탄3>의 변화된 투표 룰은 100% 문자투표를 반영해서 먼저 합격자를 선정하고 난 후 남은 후보자들 중 탈락자를 멘토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멘토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점수를 줌으로써 당락을 결정하게 되면, 결국 자기 멘티들을 우선 챙길 수밖에 없는 <위탄3>의 멘토제가 가진 결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오디션 룰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대그룹, 20대 초반 남자그룹, 20대 초반 여자그룹, 25세 이상 그룹으로 나눠 세대별로 멘티들을 모아 그들 사이에서 경쟁하게 만든 시스템은 특정 세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경원과 한동근이 들어있는 20대 초반 남자그룹은 대표적이었다. 나경원이 특유의 끼와 그루브로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불러냈던 데 반해, 한동근은 패닉의 ‘기다리다’를 불렀지만 무언가 새로운 면을 보여주기보다는 약간 정체된 느낌을 주었지만 결과는 나경원의 탈락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렇게 굳이 세대별로 나누지 않았다면 한동근과 나경원은 결승에까지 오르기에 충분한 후보자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어쨌든 룰은 룰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결정을 봐야 한다면 한동근의 합격과 나경원의 탈락은 온전한 무대에서의 경쟁이라기보다는 그간 방송을 통해 쌓여온 인기투표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나경원이 노래를 끝냈을 때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벌써부터 한동근이라는 맞수를 거론하며 나경원에게 “떨어져도 최고였다”는 식의 심사평을 남겼던 것은 아닐까.

 

물론 공정성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위탄3>의 룰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방송의 측면에서 이 룰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심사위원이 이미 어느 정도 감지하는 결과라면 그 경연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긴장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것은 세대별로 멘티를 나눠 그들끼리 경쟁하게 하는 방식이나 100% 문자투표가 가진 약점으로 지목된다.

 

또한 심사위원들의 심사가 그저 감상평이나 극찬 일색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새로운 룰이 갖고 있는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심사위원이 가진 힘은 거의 절대적이다. <슈퍼스타K>의 이승철, <K팝스타>의 박진영이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상상해보라. 그 재미는 분명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룰보다 더 큰 문제는 100% 문자투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위탄3>가 너무 저조한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일 게다. 4강을 뽑는 이번 오디션이 문자투표를 마감하는 시점에 보인 투표수는 11만 표 정도였다. <슈퍼스타K>의 생방송 문자투표가 1백만 표를 훌쩍 넘어서곤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저조한 표수를 100% 반영하는 룰이 과연 ‘대국민 오디션’이라 불릴 수 있는 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물론 <위탄3>의 멘티별 대결은 지난 멘토제와 심사가 부딪치는 문제를 사전에 봉쇄하고 또 폭 넓은 세대를 고르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룰 역시 특정 세대에게 불리한 점이나, 100% 문자투표가 결국은 인기투표로 흐를 수밖에 없는 점, 또 무엇보다 투표율이 너무 저조해 그것이 대국민투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점들은 이번 시즌의 또 다른 숙제로 남게 되었다. <위탄3>가 생방송에 와서 힘이 더 빠지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슈스케4>, 가창력보다 개성이 중요해진 이유

 

<슈퍼스타K4(이하 슈스케4)> top3 중 탈락자는 정준영이 되었다. 이날 미션은 심사위원 미션과 자율곡 'My Favorite Song' 미션. 정준영은 이승철의 ‘잊었니’를 열창했지만 가사를 실수하는 바람에 이승철로부터 85점 최하점을 받았다. 대국민투표에서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보였지만 결국 생방송 무대에서의 실수는 정준영이 탈락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슈퍼스타K4'(사진출처:Mnet)

여러모로 이번 <슈스케4>에서 정준영이란 인물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예선 초반에 일찌감치 팬덤을 형성한 인물이다. 이승철이 이렇게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참가자는 처음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이유다. 잘 생긴 외모에 오디션 자체를 무화시키는 튀는 행동은 노래 실력과는 별개로 그의 강한 개성을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스타성이라는 측면에서 정준영은 확실히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노래실력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승철은 그의 노래에 대해 “모창가수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고 윤미래는 “고음 부분에서 늘 불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생방송 미션에서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를 때 음 이탈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스타성으로 그는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았고, 그것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준영이 등장할 때마다 ‘음 이탈’에 대한 언급이 따라붙게 된 건 바로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결과였다.

 

하지만 논란이 생길 정도로 커진 정준영의 팬덤은 <슈스케4>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변화와 도전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만일 생방송 무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대국민투표가 실력 그 자체가 아니라 팬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그 평가방식은 과연 옳은 것인가. 바로 이 점 때문에 이승철 심사위원은 <슈스케>의 평가방식이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심사위원의 의견과 대중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거기에는 묻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팬덤 때문이든 아니든 결국 결정적인 선택권은 대중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합당한 것일 게다. 결국 <슈스케>는 국민들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대국민 오디션’이 아닌가. 정준영 같은 가창력은 조금 불안해도 스타성이 확실한 인물이 top3까지 올라간 데는 또한 대중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달라진 시선이 느껴진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진 탓에 대중들은 너도 나도 뽐내는 ‘가창력’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것은 <나는 가수다> 같은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들의 무대에 더 이상 과거처럼 열정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중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대신 대중들이 집중하는 것은 무대 위의 참가자가 얼마나 다른 개성과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제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부여되지 않으면 이젠 그런 가창력은 흔해져버린 탓이다.

 

이번 <슈스케4>의 top3를 보면 이들이 온전히 가창력만으로 이 지점까지 올라왔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어느 정도 기본 이상을 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저마다 색다른 끼와 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딕펑스가 최종 top2에 남게 된 것은 그런 이유다. 만일 가창력에만 집중했다면 딕펑스가 가진 매력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됐을 것이다. 딕펑스는 창의력이 넘치는 무대와 편곡의 묘미를 통해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top2로 가는 길에서 탈락한 정준영은 현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너무 많아진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에, 언젠가부터 우리는 가창력 그 자체가 아니라, 아직 부족해도 무언가 우리를 잡아끄는 색다른 목소리와 끼와 개성을 가진 이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노래 잘 부르는 이들은 이제 넘쳐난다. 중요한 건 그 속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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