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2’, 성공적인 시즌제 드라마의 틀이 보인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끝난 것 같은 몰입감이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2>가 또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총 12부작. 보통 16부작에서 20부작인 우리네 드라마 미니시리즈의 통상적인 양으로는 짧다. 하지만 이렇게 줄여놓으니 드라마의 압축도가 도드라진다. 워낙 한번 보면 빠져들 듯 볼 수밖에 없는 긴박감을 그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삼는 드라마인지라, 시쳇말로 ‘시간 순삭’한 그 느낌은 이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보이스2>는 엔딩에 이르러 실로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시즌3 예고를 내놓았다. 아예 시즌3의 부제가 ‘공범들의 도시’라고 붙여진 걸 보면 이미 작업이 들어갔다는 걸 알 수 있다. 미세한 소리까지 듣는 골든타임팀의 수장 강권주(이하나)가 아이의 구해달라는 소리를 따라간 곳에 녹음기가 설치되어 있고, 그 뒤로 시한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엔딩. 

사실 보통의 드라마에서 이런 엔딩은 무수한 뒷말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엔딩이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시즌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우리네 드라마에서 엔딩은 말 그대로 드라마 전체를 끝맺음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열린 결말이나 새드엔딩 같은 충격적인 끝마무리가 유독 비난을 많이 받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보이스2>가 강권주가 폭탄과 함께 폭발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은 것은 다른 의미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지향하겠다는 뜻이고, 그래서 시즌3에 대한 확실한 ‘떡밥’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엔딩이나 충격엔딩은 그래서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만든다. 애초 12부작의 짧은 틀을 만들었던 것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드 같은 경우 이러한 시즌제의 흐름은 이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시즌1의 충격적 엔딩은 다음 시즌의 유입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보이스2>는 12부작으로 짧게 만든 대신, 범죄 스릴러가 그 특성상 늘 해오던 구성방식을 살짝 벗어났다. 즉 범죄 스릴러는 한 가지 사건만으로 전체 분량을 채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중간 중간 여러 사건들을 병렬적으로 보여주고, 전체를 꿰뚫는 중심 사건을 다루기 마련이다. <보이스> 시즌1은 그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그래서 2회에 한 사건 정도가 등장하고 해결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물론 <보이스2>도 전반부에는 각각의 몇 개의 독립적인 사건들을 배치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를 넘어가면서 도강우(이진욱)와 희대의 살인마 방제수(권율)가 대결구도를 이루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풀어나갔다. 전체적으로 <보이스2>가 하나의 강렬한 사건을 다뤘다고 여겨지게 되는 건 한 사건에 대한 집중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보이스>는 이제 시즌제를 표방하면서 시즌2가 해왔던 방식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러 사건들을 그저 병렬적으로 해결해가는 게 아니라 하나의 중대한 사건을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이다. 줄어든 회차는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압축적인 힘을 부여한다. 

<보이스>의 본격적인 시즌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범죄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하다는 점과 강권주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해냈다는 점 덕분이다. 확실한 대표성을 지니는 캐릭터와 다양한 범죄스릴러의 소재들이 있다는 건 <보이스>가 가진 시즌제의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성공적인 시즌제의 틀이 보이는 <보이스>가 지금의 우리네 드라마 제작에 있어 시사 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이제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대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덕지덕지 군더더기를 붙여 괜히 시간만 늘리는 드라마보다는 <보이스> 같은 압축적인 이야기의 힘을 추구하는 시즌제 드라마가 이제는 본격적인 우리네 드라마의 새로운 제작방식으로 자리할 그런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사진:OCN)

‘더 마스터’, 음악장르는 달라도 저마다 감동을 준다는 건

클래식과 국악, 재즈, 뮤지컬, 대중가요, 밴드음악. 어찌 보면 우리는 이런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들과 그 음악들이 서는 무대가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실제로 클래식 공연을 보러가면 느껴지는 건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하는 진중함 같은 것이었고, 국악 공연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마당 같은 널찍한 공간에 둘러 앉아 그 절창의 목소리에 빠져드는 관객의 모습이었다. 또 재즈라면 어딘가 바 한 구석에 앉아 있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뮤지컬이라면 감동적인 공연무대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이런 다른 느낌은 대중가요나 밴드음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tvN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은 이렇게 전혀 다른 무대를 떠올리는 음악 장르들이 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게 가능하고, 또 그렇게 다른 장르들이라고 해도 똑같은 관객들이 저마다의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음악의 공존’이라는 부제는 그저 그럴 듯한 수사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도전적으로 시도하는 음악의 새로운 가치지향을 드러내준다.

매회 하나의 주제를 갖고 6명의 각 장르 마스터들이 자신들이 준비한 무대를 보여주는 <더 마스터>는 첫 회 첫 무대부터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클래식의 마스터 임선혜가 들려주는 ‘울게 하소서’는 이미 일반 대중들도 잘 알고 있는 곡이지만 자유자재로 구사되는 고음과 특히 한 음 한 음 낼 때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다르게 느껴지는 음색을 통해 클래식의 묘미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임선혜는 ‘사랑’을 주제로 한 2회에서 패티김의 ‘이별’을 담백하게 불러 클래식도 충분히 친숙한 장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 

국악 마스터인 장문희는 2회에서 ‘하늘이여’라는 곡을 통해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해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국악 특유의 한이 서린 그 목소리가 가진 힘이 제대로 느껴지는 무대였다. 최백호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불러 특유의 쓸쓸한 목소리에 관객의 귀를 집중시켰다. 대중가요가 갖는 대중적인 정서를 최백호다운 무대로 보여줬던 것.

<더 마스터> 2회에서 그랜드 마스터가 된 최정원은 에디뜨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소화해냈다. 실제 사랑했던 연인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애도를 담은 이 곡을 대사까지 담아 &#47583; 연기하듯 해석해낸 것. 뮤지컬이 가진 장르적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무대였다. 

밴드 마스터인 이승환이 부른 자신의 곡 ‘내게만 일어나는 일’은 발라드지만 록 코러스와 하모니를 만들어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사했고, 재즈 마스터 윤희정의 ‘서울의 달’은 폭풍 성량을 가진 그 목소리에 재즈 특유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줌으로써 재즈가 가진 자유로움을 잘 표현해냈다. 

매회 관객들의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를 선정해 그랜드마스터를 뽑지만 그건 그래서 전혀 순위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다양한 장르들의 저마다 다른 색깔들 중 그 날의 무대에서 인상 깊었던 한 무대를 선정하는 것 뿐. 무엇보다 이 다양한 장르들이 한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점은 <더 마스터>가 이미 성취한 음악 다양성의 가치를 잘 드러내준다. 흔히 음악하면 저마다 떠올리는 한두 가지의 장르들. 그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마스터>는 저마다의 장르가 얼마나 색다른 음악의 매력을 드러내주는가를 감동적인 무대를 통해 설득시키고 있다.

애매모호한 봉합, ‘완벽한 아내’가 외면 받는 까닭

3.5%. KBS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는 5회 만에 최저시청률을 기록했다. 3회에 5.1%로 살짝 반등하는가 싶더니 다시 주저앉고 있는 것. 경쟁작인 SBS <피고인>이 워낙 펄펄 날고 있다고 해도 이러한 <완벽한 아내>의 추락이 외적인 요인에만 비롯된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고 있는 걸까. 

'완벽한 아내(사진출처:KBS)'

<완벽한 아내>는 그 장르적 경계가 애매하다. 물론 도입부분에 들어간 죽은 정나미(임세미)를 심재복(고소영)이 발견하는 장면은 제목과 달리 심리스릴러 같은 느낌을 줬지만, 곧 이어진 심재복이 로펌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은 인턴 채용이 되지 않고 밀려나는 이야기는 평범한 워킹맘의 성장담처럼 여겨지게 했다. 하지만 심재복의 남편 구정희의 정나미와의 불륜사실이 드러나며 불륜드라마의 틀을 가져가더니 이은희(조여정)라는 미스터리한 여인의 등장으로 다시금 심리스릴러의 느낌이 덧붙여졌다. 

물론 이러한 애매한 장르적 경계를 장점으로 지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평범한 워킹맘 성장스토리나 불륜 소재의 가족극에 심리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섞어 긴장감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건 이러한 봉합된 장르들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일관되게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주인공인 심재복이라는 워킹맘의 처지에 시청자들이 깊은 공감을 가질만한 인상적인 시퀀스가 있었는가나, 그녀와 살짝 멜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강봉구(성준)의 매력이 시청자들을 빠뜨릴만큼 강력했는가 하는 점들이다. 그게 아니라면 도입에 들어갔던 정나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만들어내는 호기심이 시청자들을 못내 궁금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라도. 

하지만 4회가 진행되면서 <완벽한 아내>가 끌고 온 힘은 이은희라는 미스터리한 여인이 만들어내는 궁금증이 대부분이었다. 그녀가 왜 심재복과 그 가족을 자신의 집안으로 끌어 들였는가 하는 점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5회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살짝 밝혀진다. 그녀의 남편이 첫사랑이었던 심재복을 줄곧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 때문에 자신이 고통스러웠다는 것. 그래서 의도적으로 심재복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설정이나 의외성 같은 것만 두고 보면 <완벽한 아내>는 이제야 조금 극적 긴장감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이 무려 5회 동안이나 진행되어서야 겨우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건 이 드라마의 전개가 너무나 느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런 전개 속에서 심재복이나 이은희 강봉구 그리고 구정희 같은 주요인물들의 매력이 저마다 풀풀 풀어져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느린 이야기전개에 매력적인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은 시청자들이 도대체 어디에 집중해야 될 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완벽한 아내>가 여러 장르들의 봉합을 시도해 새로운 느낌을 만들려한 건 나쁘지 않은 기획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이질적인 것들의 봉합은 더 촘촘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제각각 흩어져 오히려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확인시켜준다. 제목처럼 좀더 완벽하고 촘촘할 수는 없었을까.

잘 나가던 <낭만닥터>, 과도한 비현실이 복병

 

낭만이 과했던 걸까.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의학드라마에 낭만을 들고 나온 건 이 드라마가 일정 부분 비현실을 담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산 속에 자리한 돌담병원이라는 병원이나 그 곳에서 살아가는 전설적인 외과의 김사부(한석규)라는 존재 역시 비현실적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그 비현실이 낭만이라고 긍정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실의 병원들이 갖고 있는 자본화되어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하게 된 그 부조리한 상황을 이 비현실이 에둘러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것이 가짜임을 알면서도 받아들인다. ‘저런 게 어딨어하면서도 저래야 맞는데하고 생각한다는 것.

 

하지만 그 비현실도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하지 않을까. 응급실에 조폭이 들어와 수술 중인 환자를 죽이려고 의사에게 낫을 들이대는 장면은 너무 과한 느낌이다. 그리고 예고편이 잠깐 등장한 경찰특공대가 병원으로 총을 들도 들이닥치는 장면 역시 너무 과하다. 의학드라마에서 멜로나 판타지가 섞이는 정도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갑자기 스릴러가 되고 액션으로 비화하는 장르의 널뛰기는 시청자들에게 몰입보다는 혼돈을 줄 수 있다.

 

그러한 비현실이나 판타지가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맥락과 맞아 돌아간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 시청자들은 그것이 자극을 위한 자극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누가 봐도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메스를 들고 수술하고 있는 와중에 의사의 목에 낫을 들이대고 환자 수술을 멈추라고 말하는 장면은 대단히 자극적이다. 그런 자극적인 장면에서 끝을 맺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다음 회로의 유입을 유도하는 것.

 

사실 이런 비현실의 과도함이 낳는 불안감은 첫 회에서부터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선배 의사와 새내기 의사로 만난 윤서정(서현진)과 강동주(유연석)이 맥락 없이 키스를 하는 장면이 그랬고, 갑작스런 차 사고에 의해 윤서정과 만남을 갖고 있던 문선생(태인호)이 사망하며 그로 인해 좌절한 윤서정이 등산을 하다 낙상해 손을 다치게 되고 그 때 마침 우연히 그 곳을 지나던 김사부가 그녀를 발견하는 그 우연의 연속들이 그랬다.

 

너무 빠른 속도감과 전개는 첫 회에 모든 걸 승부 걸 수밖에 없는 요즘 드라마들의 처지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은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런 사건 전개가 반복되거나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자주 등장하는 건 드라마 자체의 몰입을 떨어뜨릴 수 있다.

 

물론 일시적인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가 가진 비현실로 현실을 얘기한다는 그 좋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불안하게 만드는 건 때때로 지나치게 과해지는 비현실이라는 걸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의 우화를 그려내고 있다고 해도 그 메시지의 지향점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비현실이 낭만으로 긍정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법정극과 멜로 사이, <캐리어>의 애매한 위치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그 장르적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 시작은 스릴러가 곁들여진 법정극으로 보였다. 노숙소녀 살인사건이 그 시작을 알렸기 때문. 여기에 차금주(최지우)라는 변호사보다 뛰어나지만 시험공포증으로 사무장으로 살아가는 인물이 겹쳐지면서 법정극의 색다른 시도가 엿보였다. 간판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있는 차금주라는 캐릭터가 후에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에 대한 기대감도 충분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사진출처:MBC)'

매회 한 가지 정도의 사건을 에피소드로 갖고 오는 이야기 구성은 마치 저 <동네변호사 조들호><굿와이프>가 보여줬던 법정극의 재미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각각의 사건들은 차금주가 사무장으로 있다가 결국 퇴출된 오성로펌과 계속 연결되고, 오성로펌은 그 뒤에 오성그룹이라는 대기업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로펌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진다. 과거 어떤 사건으로 법조계를 떠나 K팩트라는 파파라치 언론의 대표가 된 함복거(주진모)와 함께 차금주는 이 대기업과 로펌 그리고 정재계가 서로 얽혀있는 거대한 부정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이처럼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법정극의 요소들만 갖고 오면 권음미 작가의 전작들인 <갑동이><로열패밀리> 같은 작품들처럼 충분히 흥미진진한 면들이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여기에 조금은 과한 삼각 멜로의 틀을 집어넣었다. 함복거와 마석우(이준) 변호사 사이에서 차금주를 멜로의 중심으로 세워둔 것. 직장상사로서 일을 앞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때로 사심을 드러내는 함복거와, 대놓고 마음을 드러내며 직진하는 마석우 사이에서 차금주는 갈팡질팡하는 여성이 된다.

 

사무장에서 변호사가 되려는 꿈이나, 또 자신이 맡은 사건을 자기 이름이 남는 것도 아니면서 변호사보다 더 열심히 풀어나가는 차금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런 일에 있어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차금주를 함복거와 마석우라는 남성들은 자꾸만 여성으로 끌어 앉힌다. 일을 빙자해 연애를 하려하고, 심지어 같은 로펌의 대표와 변호사이면서도 연적으로서의 대결구도를 보인다.

 

물론 법정극이든 스릴러든 심지어 연쇄살인이 소재로 담겨진 드라마라고 해도 멜로가 없어야 한다는 공식 따위는 없다. 특히 요즘처럼 여러 장르를 뒤섞은 이른바 복합 장르물이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멜로가 들어간다고 해도 법정물이나 스릴러가 주는 긴장감과 멜로의 이완은 적절하게 균형이 맞아야 하고, 또 그 이질적 장르를 연결해주는 맥락이 있어야 자연스러워진다. 과연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장르 혼용은 이런 자연스러움이 있을까.

 

차금주라는 캐릭터가 흔들리는 걸 보면 이 결합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즉 처음에 이 캐릭터에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던 일의 요소들은 점점 뒤로 밀려나고 대신 뜬금없이 이어지는 두 남자 사이의 멜로가 법정극 사이사이에 맥락 없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정극에서 멜로로 넘어갈 때나 혹은 그 반대로 넘어갈 때 마치 극이 툭툭 끊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저 두 장르를 이어붙인 듯한 안이한 구성과 편집 때문이다.

 

굳이 차금주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을 자꾸만 멜로로 주저앉힐 필요가 있었을까. 로펌 사장이라며 함복거가 그녀에게 9천만 원짜리 외제자동차를 선물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 왜 필요하고, 사건 수사를 하러 성소수자들이 가는 바에 함께 간 마석우와 차금주가 굳이 갑자기 키스를 하는 장면이 왜 필요할까. 물론 그 멜로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본 스토리가 갖고 있는 법정극의 긴장감을 과도하게 이완시킴으로써 드라마 전체의 느낌을 애매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본말을 전도시킨다는 것이다.

 

한때 본격 장르물은 안 된다는 게 지상파 드라마의 공식처럼 되어 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멜로도 조금 넣고 가족드라마적인 요소도 넣으며 심지어 판타지도 넣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런 공식은 서서히 깨지고 있다. <시그널> 같은 본격 장르물이 tvN 같은 케이블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걸 보라.

 

물론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법정물을 다루면서도 로맨스물의 성격을 더해 독특한 톤 앤 매너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도는 분명히 보인다.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정교한 봉합이 있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멜로를 넣더라도 먼저 차금주의 일에 있어서의 욕망이나 정의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을 좀 더 전면에 내세우는 편이 지금의 드라마 트렌드에는 더 맞지 않을까. 연애하는 사무장이 아닌 변호사보다 더 열 일하는 사무장 차금주가 더 매력적이다.

<밀정>, 송강호가 왜 최고의 배우인가를 증명하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에서 송강호라는 배우가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연기하는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 즉 일제에 붙어 경무부장으로 독립운동가들을 검거하는데 앞장서는 인물이면서 의열단을 와해시키기 위해 밀정으로 투입되면서 겪게 되는 심적 변화가 이 영화의 거의 모든 메시지나 재미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영화<밀정>

이정출은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을 잡기 위해 상하이로 보내진 밀정이면서, 동시에 의열단원의 핵심요원으로 이정출에게 접근해 경성으로 폭탄을 실어 나르는 일에 그의 도움을 얻어내려는 김우진(공유) 사이에 서 있는 경계인이다. 사실 이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많은 관점들 중에서 경계인이라는 관점은 중요하다.

 

지금의 시선으로야 분명히 친일파와 독립운동가를 명쾌히 구분해낼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그들조차 어느 쪽이라 애매모호한 입장에 서 있는 인물들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가 모호한 상황에 처한 당대의 인물들은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조차 모호하게 느끼는 그림자같은 경계인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 영화의 첫 시퀀스인 이정출이 일본군에 쫓기다 궁지에 몰린 의열단원인 김장옥(박희순)과 마주하는 장면은 이 인물이 가진 갈등을 잘 드러낸다. 이정출과 김장옥은 과거 친구였지만 이렇게 일제와 의열단원이라는 새로운 경계로 만나게 된다. 총에 맞아 잘려진 발가락을 보며 이정출은 생각보다 너무 가볍다고 말한다. 거기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존재할 안타까움이나 슬픔 같은 것들이 살짝 묻어난다.

 

이정출이라는 경계인을 주인공으로 세우기 때문에 영화는 우리가 <암살> 같은 작품에서 봤던 그런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나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이 영화의 애초 목적이 그런 장르적 즐거움이 아니라 이정출이라는 경계인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 내면은 때론 어두웠다가 때론 밝아지고 때론 한없이 아파했다가 분노하며 폭발하기도 한다. 분명한 적와 아군의 편을 나누고 그 대결을 그렸다면 포착하기 힘든 영화적 재미가 바로 이 이정출이라는 인물로부터 나오게 된다.

 

사실 역사책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의열단같은 조직의 활동을 우리는 좀체 실감하지 못한다. 그들이 항일투쟁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밀정>은 이정출이라는 조금은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 가까운 인물을 통해 그 의열단이라는 존재의 실체에 접근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에게 요구되는 삶은 복종 아니면 죽음이라는 총독부 경무국장의 진술처럼 복종을 거부한 의열단원들은 사실상 죽음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처연하기 그지없다. 고통스러운 고문을 당하고 그럼에도 배신하지 않기 위해 혀를 물거나 아예 곡기를 끊어버리는 그들의 표정은 의연하면서도 쓸쓸하다. 다만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 막연한 강령이 그들을 그토록 끝까지 나가게 하는 힘이 되어줄 뿐이다.

 

경계에 선 이정출은 죽음을 딛고도 또 앞으로 나가는 그들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 감정은 고스란히 지금의 관객들과 맞닿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에 카타르시스란 애초부터 기대할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 복잡하게 바뀌어가는 경계인의 모습을 영화는 유려한 영상과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 속에서 포착해낸다.

 

송강호는 역시 최고의 배우답게 그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을 온전히 관객들에게 설득시킨다. 속물적인 욕망들을 지워내지 못한 지독한 현실주의자의 면면을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그의 앞에서 스러져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약해지는 휴머니스트의 면모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의 섬세하게 표현되는 인물의 내면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움을 주는 영화다. 물론 그를 통해 느끼게 되는 건 결국 의열단원들의 경외로운 삶에 대해 절로 숙연해지는 마음이지만.

맥락보다 상상력, <W>의 의미 있는 드라마 실험

 

맥락 혹은 개연성. 드라마를 쓰거나 보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는 이 틀 안에서 그게 얼마나 잘 맞춰져 있는가를 고심하고 들여다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W>의 세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자유롭다. 대신 이 드라마가 취하고 있는 상상력이다. 맥락도 없고 개연성도 없으며 때로는 멜로에서 단 몇 분 만에 스릴러로 훌쩍 뛰어넘는 식으로 장르적 문법도 무시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계. 바로 <W>의 세계다.

 

'W(사진출처:MBC)'

생각해보면 <W>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뜬금없었다. 갑자기 만화 속 세계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만화가 오성무(김의성)의 딸 오연주(한효주)를 끌고 들어갔고, 웹툰 속 인물인 강철(이종석)은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 마치 작가에게 외치듯 당신 누구야하고 소리치자 그것이 웹툰처럼 글자로 새겨졌다. 웹툰 속에서 현실로 튀어나온 강철이 자신을 그린 작가인 오성무에게 총을 쏘더니 자신이 그저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고 한강 물로 투신한다.

 

그렇게 죽으며 웹툰도 끝난 줄 알았지만 그 마지막 엔딩장면이 그대로 멈춰서 있다는 걸 알게 된 오연주는 다시 강철을 되살리고, 웹툰 속에서 강철의 동인을 만들기 위해 맥락 없이 만들어져 그의 일가족을 살해한 진범은 현실과 웹툰을 넘나들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각성한 진범이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근거를 찾으려 하자 강철은 이 모든 걸 처음으로 되돌리기 위해 오연주에게 현실로 돌아가 모든 게 꿈이었다는 설정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이야기는 돌아가는 듯 했으나, 진범을 제거하지 않으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 오성무는 강철이 납득할 수 있는 진범으로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는다. 하지만 각성한 진범은 오히려 오성무의 얼굴만 빼앗아 방송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지만 그것은 맥락과 개연성을 따라간다기보다는 끊임없이 충격적인 반전을 거듭하는 식이다. 특히 모든 걸 꿈 설정으로 되돌린 후에는 어딘지 이야기가 조금 늘어지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갑자기 얼굴이 사라져버린 오성무가 그 놈이 내 얼굴을 가져 갔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이 맥락 없는 반전이 소름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맥락과 개연성이 실종된 반전의 연속을 시청자들이 허용하고 심지어 나아가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W>라는 드라마가 애초에 설정한 웹툰과 현실의 교차라는 밑그림 덕분이다. 이 비현실적이고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는 밑그림 위에서 이야기는 날개를 달았고 상상력은 한계가 사라졌다.

 

그런데 맥락보다 상상력에 몰두하는 <W>의 이러한 전개에 시청자들이 열광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건 아마도 지금껏 많은 드라마들이 그토록 문법 안에서 뱅뱅 돌며 우리가 생각하는 범주 안에서만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왔던 것에 대한 일종의 해방감이 아닐까. 출생의 비밀과 불치병, 불륜, 신데렐라 이야기 등등 우리네 드라마에는 일종의 되는 드라마의 공식이라는 것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지금도 그것이 유효한 지는 의문이다.

 

그러니 한 번쯤은 그 모든 공식들을 털어내고 오로지 할 수 있는 상상력의 끝을 향해 달려보는 것에 이토록 호응하는 것이 아닐까. <W>의 기상천외한 드라마 실험이 우리네 드라마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맥락보다도 또 개연성보다도 나아가 되는 드라마의 공식들보다도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걸 <W>는 보여주고 있다

<싸우자 귀신아>, 멜로-공포-액션에서 길을 잃다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는 도대체 장르의 정체가 뭘까. 귀신과 인간 사이의 멜로? 공포? 퇴마 액션? 그것도 아니면 코미디? 물론 요즘처럼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른바 복합장르의 시대에 이런 질문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멜로와 공포와 액션 그리고 코미디가 엮어지는 복합장르라면 그 모든 장르적 요소들이 살아나야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싸우자 귀신아>는 그런 복합적인 장르들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키고 있을까.

 

'싸우자 귀신아(사진출처:tvN)'

이질적인 요소들로 보여도 공포는 멜로와도 또 코미디나 액션과도 잘 어울리는 장르다. <스위니 토드> 같은 작품은 대표적이다. 공포가 주는 긴장감은 남녀 주인공 사이의 사랑이야기를 더 절절하고 쫄깃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때론 <무한도전> 귀곡성 특집이 보여주듯 공포에 절절 매는 모습만으로 폭소를 유발해내기도 한다. 물론 <퇴마록> 이후 많은 퇴마 이야기들이 그러하듯이 액션과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싸우자 귀신아>는 어딘지 이야기가 겉도는 느낌이다. 박봉팔(옥택연)과 김현지(김소현)의 멜로는 그리 강렬하지 않고, 또한 둘 사이에서 이뤄지는 코미디적 요소도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CG를 통한 공포와 액션에 상당히 공을 들인 면이 잇는데 이렇게 드라마적인 요소 없이 강화된 공포와 액션이란 사실 볼거리에 치중되기 마련이다. 결국 남녀 주인공 간의 케미가 확실히 살아나지 않는 <싸우자 귀신아>는 눈요기는 돼도 감정이입은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옥택연이 연기하고 있는 박봉팔이라는 캐릭터다. 웹툰이 그리고 있는 박봉팔은 드라마와는 달리 찌질함과 외로움 같은 요소들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어딘지 귀신 소녀 김현지 앞에서 조금은 어눌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점은 공포와 멜로, 코미디에서 모두 괜찮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즉 그 찌질함과 외로움이 하나의 장애요소가 되어 상황과 관계들을 더 흥미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 박봉팔은 이미 퇴마 능력을 갖춘 근육질의 잘 생긴 남자다. 사실 귀신과 싸우거나 남녀 간의 멜로에 있어서 그다지 어려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첫 회 박봉팔과 귀신 소녀 김현지가 만나는 장면은 그래서 별다른 긴장감을 주지 못했고 대신 무협을 보는 듯한 액션이 그 빈 자리를 채웠다. 악플에 상처받아 자살한 원귀와 싸우는 대목에서도 박봉팔은 귀신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완력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캐릭터와 그 심적 상황이 만들어내는 멜로와 코미디에서 확실한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싸우자 귀신아>는 공포 액션물처럼 보여지는 면이 있다. 이것은 많은 시청자들이 <싸우자 귀신아>에서 보기 원하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전작이었던 <또 오해영>이 거둔 성과를 생각한다면, 그 차기작으로서 그 편성시간대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을까.

 

첫 회 시청률이 4.055%(닐슨 코리아)나 나왔다는 건 여러 모로 <또 오해영>이 만들어낸 tvN 월화드라마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불안했던 시청률은 3회 만에 3%대로 떨어진 것은 기대만큼을 채워주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볼거리가 아니라 좀 더 심리적인 요소들을 살려내야 한다. 그래야 <싸우자 귀신아>의 원작 웹툰 팬들도 또 <또 오해영>으로 tvN 월화드라마를 기대하는 팬들도 다시 끌어 모을 수 있다.

<국수의 신><뷰티풀 마인드>, KBS드라마가 고민해야할 것

 

<태양의 후예>의 저주인가? 심지어 KBS 드라마의 부활이라고까지 얘기됐던 그 분위기는 <태양의 후예>가 끝나고 삽시간에 잦아들었다. 후속작으로 기대했던 <국수의 신>10%를 넘기지 못하고 7%대에 머물러 있다. 월화의 시간대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최고 시청률 17.3%(닐슨 코리아)까지 내며 종영했지만 후속작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뷰티풀 마인드>는 고작 4%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국수의 신(사진출처:KBS)'

물론 드라마라는 것이 다 예상한 대로 잘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국수의 신><뷰티풀 마인드>의 경우는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낮은 의외의 결과를 보인 작품들이다. 잘 만들었지만 시청자들이 그만한 호응을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 이것은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것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걸 말해준다.

 

<국수의 신>은 복수극이다. 복수극에서 역시 중요한 건 악역이지만, 또한 그만큼 중요해지는 게 그 악역을 뛰어넘고 고구마 전개를 사이다로 풀어내주는 주인공의 역할이다. 이 드라마에서 악역 김길도(조재현)를 맡은 조재현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눈 하나 까닥 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는 희대의 악역 캐릭터는 조재현의 묵직한 연기가 얹어져 드라마 전체의 힘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무명이(천정명)는 그만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 통쾌함을 선사하는 복수극의 진면목이 느껴져야 하는데, 어째 김길도에게 이리 저리 휘둘리는 인상이 짙다. 천정명의 연기도 조재현만큼의 존재감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수의 신>은 악역의 힘으로 흘러가는 드라마가 되었다. 너무 어두운 이야기들은 결코 요즘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통쾌함을 기대했건만 잦은 패배와 복수에 대한 다짐만 반복되는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지치는 건 당연지사다.

 

<뷰티풀 마인드> 역시 완성도는 떨어지지 않는 작품이다. 공감 제로의 천재외과의라는 설정은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적 설정 속에서도 공감과 소통이 인간의 증명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메시지를 담아낸다. 하지만 <뷰티풀 마인드>는 의학드라마에 스릴러라는 장치를 넣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 섬뜩함마저 느껴지게 만드는 반전 스토리는 물론 흥미진진할 수 있지만, 이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이 의학드라마라는 틀을 통해 보고 싶어 하는 건지는 미지수다. 최근 시청자들은 소름끼치는 이야기보다는 좀 더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에 시선이 가기 때문이다.

 

<뷰티풀 마인드>에서도 연기의 문제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주인공인 이영오 역할의 장혁은 늘 연기가 비슷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이 드라마에서도 듣고 있다. 상대역할인 계진성(박소담)은 캐릭터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박소담은 영화에서는 대단한 연기를 보였지만, 드라마에서의 연기는 어딘지 어색한 면이 묻어난다.

 

결국 <국수의 신><뷰티풀 마인드>도 괜찮은 완성도의 이야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외면 받는 상황이다. 게다가 KBS라는 플랫폼의 충성도 높은 시청층들이 이러한 스릴러 장르물들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감안해보면 이들 드라마들이 왜 힘을 내지 못하는가 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드라마들은 작품의 내적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대중들의 정서다. 즉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완성도와는 별도로 성패가 결정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간만에 <태양의 후예><동네변호사 조들호>로 부활의 단초를 잡은 KBS드라마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것은 KBS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지만.

<탐정 홍길동>, 한국형 판타지 히어로물의 탄생

 

사실 <탐정 홍길동>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낮설다. 홍길동이라는 고전적 영웅 서사의 인물에 탐정이라는 현대적인 직업(?)을 덧붙였으니 그런 낯선 느낌은 어쩔 수 없을 게다. 게다가 <탐정 홍길동>은 사극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대극이라고 할 만큼 현실적인 바탕을 내세우고 있지도 않다. 마치 <배트맨>의 고담 시티 같은 가상의 공간이 <탐정 홍길동>에도 주요 배경이 된다.

 

사진출처:영화<탐정 홍길동>

마치 프랭크 밀러와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만들었던 <씬시티>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것 같은 장르의 혼용과 만화와 실사의 결합이 놀랍게도 <탐정 홍길동>에는 그리 부자연스럽지 않게 시도되어 있다. 이야기는 그래서 배경보다는 홍길동(이제훈)이라는 미스테리한 인물에 맞춰지고 그가 속한 활빈당이라는 비밀조직과 그들이 대항하는 광은회의 대결구도가 영화의 주요골격이 된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기억과 두려움을 모두 잃어버린 홍길동이 한 마을로 들어가 자신의 과거를 캐고 복수를 하는 일련의 단순한 과정들이 영화의 내용이지만, 영화는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이 무지막지한 액션들을 선보일 때 관객들은 그 비현실성도 잊은 채 카타르시스에 빠져든다.

 

이미 영화의 장르적 문법들에 익숙한 관객들은 <탐정 홍길동>이 아무 것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현실적 소재나 공간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게임을 하듯 인물들이 부딪치고 추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또 어떤 반전을 이루는 그 과정들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는 그 캐릭터가 갖는 함의는 분명 존재했을 터다. 왜 이 현대적인 판타지 히어로물에 굳이 홍길동이라는 고전적 영웅 서사를 붙였는가 하는 건 활빈당이라는 그가 속한 조직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싸우는 정의 조직.

 

바로 이 지점에서 <탐정 홍길동>은 하나도 직설적으로 현실적인 부분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어떤 우리네 현대사의 현실성을 상징적으로 유추하게 만든다. TV를 통해 나오는 정치인의 모습이나 군인의 모습은 80년대의 어느 한 시점을 떠올리게 하고, 광은회가 한 마을에 퍼붓는 엄청난 폭력 역시 우리네 현대사의 아픈 지점을 건드린다.

 

결국 <탐정 홍길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사건들은 우리네 뒤틀어진 현대사의 상징처럼 보인다. 무고한 마을 주민들이 있고 그들에 대한 엄청난 폭력과 착취가 행해지며 그렇게 얻어진 부는 정치권과 군부에 맞닿아 있다. <탐정 홍길동>은 어쩌면 현대사를 겪어온 우리네 심연 속 어느 마을로 찾아가 그 아픈 기억들을 헤집고 판타지를 통해서나마 이를 극복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영화는 전형적인 판타지 히어로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어찌 보면 서구의 장르적 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갱스터 무비의 성격을 우리 식으로 해석한 점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대목이다. 하지만 <탐정 홍길동>은 이런 장르적 재미를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그 안에 우리네 정서와 메시지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수작이라 할만하다. <늑대소년>에서 어떤 장르적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보였던 조성희 감독은 <탐정 홍길동>을 통해 한층 더 자신의 세계를 공고히 구축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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