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조승우와 원진아의 멜로, 공과 사는 다르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의 구승효(조승우)와 이노을(원진아)의 관계는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드라마 속 남녀와는 너무나 다르다. 한 사람은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그 일적인 위치로 보면 상하관계가 뚜렷하다. 그런데 직장 내의 상하관계와는 다른 행보를 이노을은 보여준다. 

소아병동을 보여주겠다고 구승효를 데리고 간 건 과연 신임사장에게 병원을 안내하기 위함 만이었을까. 구승효는 그 곳에서 인큐베이터 속 생명을 보며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지방병원으로 소아과를 파견 보내려했던 걸 번복한다. 물론 구승효는 그런 결정의 번복이 다른 이권을 챙기기 위한 카드인 것처럼 말한다. 그게 진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는 진짜로 이노을로 인해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을 수도 있다. 이노을 역시 구승효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품었을 수도.

구승효와 이노을의 관계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정재계가 얽힌 의문의 사체를 부검하지 않고 넘기려던 걸 유족을 설득해 검시하게 한 오세화 병원장(문소리), 주경문(유재명), 예진우(이동욱)를 면직처분하며 이노을도 그 명단에 끼워 넣으면서다. 구승효는 왜 이들을 갑자기 면직처분한 것일까. 그것도 해당 사건과 그다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노을까지 끼워서. 

구승효의 마음이 흔들린 건 화정그룹 조남형 회장(정문성)이 이 사건으로 뒤틀어진 걸 바로잡기 위해 “직접 나서겠다”고 한 말 때문이다. 그 말의 의미는 자칫 연루된 이들에 대한 위해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었다. 실제로 오세화 병원장은 의문의 인물들에게 거의 가택연금을 당하게 되는 상황에 몰려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구승효의 이노을 면직처분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선택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진짜 속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면직 처분을 내리고도 술 취한 이노을을 굳이 차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주는 구승효의 모습에는 일에 있어서의 관계와 사적인 관계가 너무나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것은 아마도 실제 현실이 그럴 것이다. 드라마는 사적관계가 공적관계와 얽혀 있는 걸 당연하다는 듯 그리곤 한다. 하지만 어디 실상이 그런가. 제 아무리 해고를 하고 해고를 당한 인물이라도, 사적인 감정은 또 다를 수 있다. 바래다주는 구승효의 차에서 도망치듯 아파트 현관을 향해 달려가는 이노을에게서 취한 모습을 보인 연인의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것처럼.

<라이프>의 멜로가 확연히 다르게 다가오는 건 새글21의 기자 최서현(최유화)과 제보자로서의 의사 예진우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갑자기 병원에서 사체의 사인을 번복 발표하자 무언가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한 새글21은 최서현에게 예진우를 통해 그 정보를 알아보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최서현은 예진우를 찾아오지만 피곤해 보이는 그를 보며 차마 그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 예진우에 대한 좋은 감정이 기자로서 해야할 질문을 던지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라이프>의 멜로는 일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보이지 않는 선 같은 것이 그어져 있다. 제아무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도 해야 할 일은 할 수밖에 없는 공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그 공적 관계 속에서도 사적인 감정은 지워지지 않는다. 또 자신의 직분대로라면 해야 할 일을 사적인 감정이 가로막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진짜 리얼한 우리가 사적이며 공적인 관계 속에서 겪는 애매모호한 감정들이 아닐까. 심지어 미스터리한 느낌마저 주는 <라이프>의 멜로는 확실히 여타의 드라마들이 그려온 단선적인 멜로와는 다르게 다가온다.(사진:JTBC)

‘라이프’, 선악 아닌 영향과 변화로 보는 인간탐구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에서 구승효(조승우) 사장에게 이노을(원진아)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던져 놓는다. 스위스의 어느 마을에 핵폐기장 건설 투표를 했는데 처음에는 60%가 찬성했다는 것. 그런데 그 마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면 돈을 주겠다는 정부 방침에 재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구승효 사장은 그 재투표의 결과가 궁금하다. 

결과는 찬성 25%. 어째서 돈을 준다는데도 찬성률이 뚝 떨어졌을까를 궁금해하는 구승효에게 이노을은 문득 ‘중독 같은 성과급제’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성과급제는 마약 같아요. 중독성이 있어요. 인센티브가 동기부여가 되는 직종들도 물론 있죠. 근데 어떤 일에선 그 업종 사람들을 파괴시켜요.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들, 책임의식, 보람이 중요한 일들, 우리 일요. 스위스 마을 사람들은 그걸 따졌던 거예요. 맞아. 어딘가 짓긴 지어야 돼. 우리가 책임지자. 그게 옳은 일이야. 근데 거기 돈이 들어와 버리니까 생각하는 회로 자체가 바뀌어버렸어요. 뭐가 옳은 거지에서 뭐가 나한테 이득이지? 이걸로. 일단 그렇게 돼버리면 왜 그 위험한 걸 내 앞마당에? 이게 결론이죠. 구 사장님. 저 많이 봤어요. 그 이전으로 못 돌아가는 사람들. 움직일 때마다 돈이 생기는 성과급제에 중독돼서, 책임지자 이게 옳아 그게 아예 없어져 버린 사람들. 전 구승효 사장님이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들과 행복하게 일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노을의 이 이야기는 구승효의 마음을 살짝 움직인다. 병원도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다며 경영이라는 잣대로 판단하고 이익을 내는데 집중해온 구승효. 그는 문득 이노을이 자신을 데리고 갔던 소아병동의 아기들을 떠올린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손을 꼼지락대던 그 작은 생명들. 그 생명들을 ‘서비스 산업’이라 치부하며 수익을 내자고 외치는 화정그룹 조남형(정문성) 회장의 목소리가 오버랩 된다. 구승효는 변화하고 있다. 

구승효의 변화를 보여주는 건 그가 데려온 유기견 저녁이의 이야기에서도 발견된다. 동물병원이 비보험이라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 하에 유기견을 위한 봉사활동에 의도적으로 나갔던 구승효지만, 거기서 만난 유기견을 외면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와 ‘저녁이’라고 이름 붙였던 그였다. 노을과 저녁은 그렇게 냉철하기만 할 것 같던 구승효 사장의 마음을 움직인다. 

흥미로운 건 구승효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예진우(이동욱)의 변화다. 예진우는 눈앞의 생명을 외면하지 못하는 차원을 넘어서 집착까지 보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환자의 편에 선 진정한 의사처럼 보이지만, 그 병적인 집착은 평범한 선을 넘어서고 있다. 그의 눈앞에 자꾸만 나타나는 동생 예선우(이규형)와 죽은 이보훈(천호진) 원장의 환영은 그의 비정상적인 집착을 잘 말해준다. 

그래서 오로지 환자만을 쳐다보며 살아가던 그가, 구승효의 등장과 이보훈 원장의 죽음을 계기로 병원의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다. 그가 주경문(유재명)에게 원장 선거에 나가달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에게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원장 선거에서 주경문 대신 오세화(문소리)가 당선되지만, 그런 변화는 예진우나 주경문 모두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승효와 예진우의 변화가 주목되는 건 <라이프>라는 드라마가 보고 있는 인간관이 특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라이프>는 인간을 선악의 개념으로 바라보지 않고 서로 다른 입장들이 부딪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또 변화하는 그런 인간관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것은 <라이프>가 애초에 기획의도에서 예고했던 것처럼, 병원이라는 공간과 그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우리 몸에서 벌어지는 항원-항체 반응처럼 담겠다는 그 이야기 구조에 합당한 인간관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받는 변화들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하나의 기업화되어가고 있는 병원이기에 경영이 필요해진 게 현실이지만, 책임과 보람 같은 것들이 중요한 이 특수한 공간이기에 그 변화에도 어떤 합의점이 있어야 한다는 게 <라이프>가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사진:JTBC)

‘감빵생활’, 감방만 비춰도 갑질 세상이 보이네

본래 영상은 프레임 안의 이야기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면 이 이야기가 실감난다. 이 드라마의 카메라가 포착하고 있는 건 거의 90% 이상이 감방 안이다. 그러니 어딘가 답답할 법도 하고, 이야기도 한정적일 것 같지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감방 안에 거의 카메라를 드리우고 있는 드라마가 이토록 다채롭고 세상 바깥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그 비밀은 감방 안에 들어오게 된 인물들에게서 나온다.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고 그 사연은 그들이 감방에까지 들어오게 됐다는 사실에서 사회적 함의를 갖기 마련이다. 이를 테면 주인공인 제혁(박해수)이 감방에까지 들어오게 된 사연 자체가 그렇다. 정당방위가 과잉방어가 되고 그래서 감방에 들어와 야구 은퇴 선언까지 하게 된 스타 프로야구선수. 겉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 죽을 만큼 열심히 노력해온 그는 ‘꿈을 위해 죽을 만큼의 노력을 요구하는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물론 제혁은 성공한 인물이지만 그렇게 노력을 아무리 해도 성공은커녕 계속 갑질을 당하고 억울하게 감방생활을 하는 이들도 있다. 고박사(정민성)가 그런 인물이다. 건설회사 재무팀 과장으로 지내다 자신은 저지르지도 않은 배임 횡령죄로 감방에 들어왔다. 그의 가족을 챙겨주겠다는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문제들을 홀로 책임지게 된 것. 하지만 회사의 갑질은 감방에 들어왔다고 해서 끝나지 않았다. 회사에 문제가 또 터지자 그것마저 고박사가 떠안으라는 편지가 날아온 것. 없는 자는 더 핍박받는 우리 사회의 고구마 현실을 고박사라는 캐릭터는 그대로 보여준다. 

사병을 때려 숨지게 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방에 들어오게 된 유대위(정해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있던 부대에서 백이 있다는 이유로 계급과 상관없이 마음대로 폭력을 행사해온 오병장은 박일병을 때려죽인 후 부대원들을 협박해 그에게 누명을 씌운 것. 유대위는 군대라는 조직에서조차 권력자의 백이 우선하는 사회의 면면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군대가 저 정도이니 사회는 오죽할까. 고박사는 유대위 같은 인물은 그래서 사회생활이 감방생활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걸 보여준다. 어찌 보면 감방생활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제 아무리 현실이 ‘감방생활’이어도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는 것으로 이 힘겨움을 버텨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드라마가 바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다. 자신이 그 정도로 쉬운 인물이었다는 걸 절감한 고박사는 그래서 면회를 온 도부장에게 반격을 가한다. 스스로 회사의 비리를 털어놓게 하고 그 내용을 감청해 오히려 도부장을 협박한 것. 또 유대위의 형 유정민(정문성)은 끊임없이 당시의 부대원들을 찾아다닌 결과 증인을 찾아낸다. 사실 당시의 중대원 전부가 오병장이 박일병을 죽인 걸 목격했던 것. 

물론 이건 드라마가 가진 다소 판타지적인 해결이지만, 그래도 이들의 감방생활이 어딘가 우리네 사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여긴 시청자들로서는 잠시나마 시원한 느낌을 가졌을 게다. 어찌 보면 어딘가 소외되어 있어 더더욱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래서 갑질하는 세상에 함께 머리를 맞대 일격을 가하는 그 이야기에서 시청자들은 은밀한 동지의식 같은 걸 갖게 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프레임 안에 담긴 감방 이야기를 통해 프레임 바깥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거기에는 갑질하는 세상의 부조리한 현실들이 담기고, 그것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드라마의 방식으로 답답한 고구마 세상에 한 방의 사이다를 날리며 갑질 세상에 핍박받는 을들을 위로한다. 시청자들이 감방 이야기에 이토록 공감하고 매료될 수 있는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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