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의 맛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레시피들

 

tvN <집밥 백선생>을 그냥 시청하는 것과 그걸 보고 한 번 따라 해보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냥 보는 것이야 음식을 소재로 한 토크쇼에, 쿡방과 먹방을 덧붙여놓은 정도지만, 직접 따라서 해보는 건 마치 하나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 성취감을 맛본 후에는 프로그램이 완전히 달리 보인다. , 양파 같은 기본 재료들도 심상찮게 보이고 그걸 볶거나 삶거나 하는 조리 과정도 새롭게 다가온다. 재료를 달리해 저 조리방법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머리 속에 떠오른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 재료가 공개되면 미리부터 마트로 가 그 재료를 사 놓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도대체 <집밥 백선생>이 나한테 무슨 마법을 건거야 하는 생각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집밥 백선생>은 비판이 많았다. 백종원이 프렌차이즈 사업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집밥과 과연 어울리는가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또 물론 방송의 과장된 편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슈가보이라는 별명이 만들어지면서 지금도 설탕을 넣을 때면 미묘한 머뭇거림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비판들이 있다고 해도, <집밥 백선생>이라는 프로그램이 우리 같은 요리무식자들에게 주는 효용성은 모든 걸 용서하고도 남는다. 집에서 홀로 해먹는 요리라고 해봐야 라면 끓여 먹는 정도였던 우리를 이제는 볶음 우동도 만들고 쟁반 짜장도 만들며 제육볶음 정도는 뚝딱 해치우고, 양파만 달달 볶아도 맛이 완전히 다른 카레를 내놓을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물론 이런 레시피가 새로운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제 아무리 레시피가 있으면 뭐하나. 그걸 보고 실제로 해볼 수 있을 만한 동기를 부여해주지 않는다면 두꺼운 요리책 속의 수많은 레시피들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을 게다. <집밥 백선생>은 그래서 그저 어떤 재료들을 갖고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대한 기본 레시피만으로 맛을 낸 프로그램이 아니다. 거기에는 이 프로그램만이 갖고 있는 독특하며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숨겨진 레시피들이 있다. <집밥 백선생>만의 특별 레시피.

 

1. 간편하다

<집밥 백선생>의 특별 레시피 중 가장 강력한 건 바로 간편하다는 점이다. 그 많은 만능을 제조해낸 건 바로 이 간편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만능간장, 만능된장, 만능고추장, 만능춘장까지. 물론 음식전문가들은 이 만능의 천박함을 얘기한다. 그런 단순한 공식(?)이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음식의 세계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해먹는 음식이 모두 작품처럼 만들어지는 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다. 특히 요즘처럼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고 그래서 간편하지 않으면 해먹기 힘든 현실 속에서는 음식을 작품 대하듯 하는 이런 태도가 심지어 위화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똑같아도 좋으니까 기본이라도 하게 해줘. 아마도 <집밥 백선생>의 간편함에 환호하는 열혈 시청자라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을까.

 

2. 응용이 무한하다

간편하게 만능으로 일단 장을 제조해 놓고 냉장고에 넣어 두면 그 응용이 무한하다는 점은 <집밥 백선생>의 레시피를 일종의 마법처럼 여기게 되는 이유다. 만능간장 하나로 꽈리고추에 넣어 먹기도 하고, 잡채를 만들기도 하며, 가지를 조려 먹기도 한다. 만능춘장을 만들면 단 몇 분 만에 쟁반짜장이 가능하고, 짜장 라면이 짜장 떡볶이는 너무 쉬운 음식이 된다. 이건 단지 만능 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테면 파 기름 내는 것 하나만 알고 있어도 볶음밥 맛이 달라지고 볶음 우동의 맛이 달라진다. 한 가지 레시피를 알고 나면 거기에 재료만 살짝 바꿔도 다른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대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레시피대로 따라하다가 차츰 다른 재료를 넣어 응용해보게 되는 것. <집밥 백선생>의 세계는 초심자들도 요리라는 즐거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3. 이건 마치 화학실험실 같다

남자들에게 그래도 요리가 낯설다면 <집밥 백선생>은 그 부엌을 마치 화학실험실처럼 활용함으로서 그 낯섦을 상쇄시켜준다. 계량컵으로 돼지고기 두 컵, 간장 한 컵, 양파 두 컵... 이런 식으로 죽 늘여놓고 그걸 프라이팬에 하나씩 차례로 넣어 요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요리에 익숙지 않은 남자들에게는 마치 화학실험을 하는 것 같은 흥미를 유발한다. 물론 이 화학실험은 그 결과물로 맛좋은 안주를 만들어내기도 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4. 없어도 된다

요리 무식자에게 재료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무슨 요리를 레시피를 보고 하려고 하다가도 재료 하나가 없다면 포기하는 게 다반사다. 요리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 재료가 없으면 결코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에서는 없는 건 없는 대로 패스하는 통쾌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원 재료가 없을 때 대체할 수 있는 걸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굴소스가 없을 때 간장으로 비슷하게 맛을 내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다. 모든 게 있어야 제 맛을 낸다는 생각에 빠져 있어 포기하게 되는 요리를 <집밥 백선생>은 쿨하게 패스함으로써 우리 같은 요리무식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5.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이른바 요리에 대한 신화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다. 이를테면 엄마의 손맛같은 것이 그것이다. 물론 엄마의 손맛을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과도하게 신격화하는 건 요리를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장벽을 만든다.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집밥의 의미를 과도하게 엄마의 밥상으로만 상정하게 되는 것도 이런 신격화 때문이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은 내놓고 누구든 따라 하기만 하면 되유라고 말한다. <집밥 백선생>은 그래서 누구나 집에서 해먹는 밥집밥의 의미로 재위치시킨다.

 

6. 고급진 것처럼 보인다

가끔 쑥스러운 듯 백선생은 우리끼리의 사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똑같은 음식도 조금만 달리해 고급진것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전문요리사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을 알려주면서도 이런 자기 폄하를 하는 것이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 팁이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된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고 눈으로도 먹는 것이니. “있어 보이는 건맛만큼 중요한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있어빌리티가 또 하나의 능력으로 치부되는 시대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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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에서 <동상이몽>으로 달라진 토크쇼의 흐름

 

SBS <힐링캠프>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신작 <그래 그런거야>가 주말 시간대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 시간대에 있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가 대신 월요일 밤 시간대로 편성될 것이 유력한 상황. SBS 측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힐링캠프>는 밀려날 처지에 놓였고 <동상이몽>은 더 뜨거운 시간대로 옮겨갈 것이란 건 확실해 보인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사실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지만 이 변화는 작금의 토크쇼 트렌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힐링캠프>는 물론 김제동 체제로 바뀌면서 500인의 방청객이 MC 역할을 하는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줬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드러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힐링캠프>라고 하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건 과거 이경규, 성유리가 함께 했던 전형적인 연예인 토크쇼일 것이다.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앉혀 놓고 MC들이 질문을 던져 그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힐링캠프>는 당시에는 꽤 화제가 됐던 토크쇼였다. 1인 연예인 토크쇼 형식은 조금은 구시대적인 느낌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힐링트렌드를 끌어들여 상당히 트렌디하면서도 직설적인 어법으로 화제를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갈수록 시청자의 힐링이 아니라 게스트의 힐링처럼 보인 면이 추락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김제동 체제로 바꿔 부랴부랴 변화를 준 것이 일반인들의 참여였다. 500인의 방청객이 그 날의 게스트에게 직접 질문하는 형식이 그것이다. 이렇게 일반인들의 참여를 시도했지만 이것 역시 결과적으로 보면 연예인 토크쇼라는 그 틀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드러냈다.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연예인들이라는 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청자들 본인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힐링캠프>가 힘겨워지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건 이러한 시청자들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보면 <힐링캠프>가 사라지는 마당에 <동상이몽>은 이 달라진 시대의 대안적인 토크쇼 형식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동상이몽>은 유재석, 김구라 같은 쟁쟁한 연예인 MC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토크쇼의 주인공은 일반인들이다. 어떤 사연을 가진 일반인들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리는 토크쇼. 연예인 MC와 패널들은 다만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코멘트를 달거나 공감 혹은 비공감의 입장을 드러낼 뿐이다. <동상이몽>이 가진 이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이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동상이몽>은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수다로만 일관하는 토크쇼와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는 최근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형식이 결합되어 있다. 일반인들의 사연은 이야기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관찰카메라로 가감 없이 찍혀져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이 나란히 보여 진다. 그러니 토크쇼가 가진 말과 스튜디오라는 한계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관찰카메라가 가진 실제 장면들과 현장이라는 생생함으로 대치되면서 극복된다.

 

<힐링캠프>의 시대가 가고 <동상이몽>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것은 한 때를 풍미했던 연예인 토크쇼 형식은 퇴조하고 일반인 토크쇼와 관찰카메라가 접목된 새로운 형식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이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 연예인들의 위치도 달라지고 있다. 그 전에는 중심에 섰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일반인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대신 그 옆자리를 자처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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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외면 시대, <해피투게더>가 살 길은

 

3.7%.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해피투게더3>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유재석이 말했듯 시즌4를 향해 가기 위한 일종의 과정일 수 있다. 그래서 지난 주 새롭게 바뀌었으나 어딘지 산만했던 프로그램은 한 주가 지나자 훨씬 정리된 느낌(?)이었다. 게스트의 100가지 물건을 강당 같은 스튜디오에 늘어놓는 프로그램의 도입부분은 과감히 사라졌고, 대신 후반부의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온 물건들을 갖고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전부를 구성했다.

 


'해피투게더3(사진출처:KBS)'

게스트로 출연한 조정석과 배성우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배성우는 전혀 웃기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빵빵 터트렸다. 형사 연기를 하고 있을 때 형사 목소리로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는 배성우의 이야기는 그의 엉뚱한 매력을 잘 드러내줬다. 조정석 역시 과거 <건축학개론>에서 했던 납득이의 대사들이 상당 부분 애드리브에 의한 것이라는 걸 들려줬다.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하기 위해 지난주의 앞부분을 과감히 잘라내자 뒷부분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해피투게더>식의 연예인 토크쇼가 되어버렸다. 물론 컨베이어 벨트가 있고 거기 물건들이 올라와 그걸 통해 이야기를 끄집어내긴 하지만 그들이 테이블에 앉아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방식은 단지 사우나에서 이 공간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줬다.

 

이렇게 되니 게스트의 출연 역시 과거 <해피투게더>가 보여주던 방식 그 이상을 보여주진 못했다. 유재석은 끊임없이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복기하고 그렇게 캐릭터를 끄집어냈고, 박명수는 특유의 콕콕 찌르는 멘트들로 프로그램에 적당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이렇게 되니 전현무와 김풍은 전혀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건 과거 <해피투게더>의 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익숙한 유재석과 박명수 그리고 게스트들의 전형적인 토크쇼로 회귀한 것.

 

유재석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고 그걸 또 프로그램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자신을 포함한 MC들도 필요하면 하차하겠다는 뜻까지 언뜻 내비쳤다. 그 진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제아무리 유재석이 진심을 다해 노력한다고 해도 연예인 토크쇼에 대한 시청자들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시청자들은 언젠가부터 연예인들이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JTBC에서 하는 <썰전>이나 <비정상회담> 나아가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을 연예인 토크쇼의 변형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의 관전 포인트는 <해피투게더>가 보여왔던 연예인 토크쇼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썰전>은 시사나 정치라는 특수한 소재를 가져왔기 때문에 연예인 이야기는 들어갈 틈이 없다. <비정상회담>은 연예인이 아닌 외국인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관점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틀이고, <냉장고를 부탁해>는 토크쇼라기보다는 웬만한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요리 버라이어티쇼에 가깝다. 즉 스튜디오에서 하는 예능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해피투게더>는 지금껏 시즌을 거듭하면서 위기 때마다 변신했고 그 진화를 성공시켜 왔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예능의 경향을 읽어야 하고 달라진 시청자들의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 토크쇼라는 형식 자체가 먹히지 않는 시대에 들어섰고 그것도 연예인 토크쇼는 제아무리 재미있어도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게 이미 드러났다.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가 자리를 잡은 것은 유재석이나 김구라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거기 매회 기막힌 사연과 이야기들을 갖고 출연하는 일반인 출연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친근하다. 지석진이 중국에서 한류스타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나 개리가 힙합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몇 권의 노트를 빼곡히 가사로 채웠다는 이야기는 흥미롭긴 하지만 시청자들의 이야기처럼 여겨지지는 않는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상이몽>처럼 부모와 자식 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보여주거나, <썰전>처럼 정치나 시사에 깔려 있는 우리 사회의 현안을 쉽게 알려주거나, <비정상회담>처럼 외국인의 관점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토크보다는 버라이어티쇼에 더 초점을 맞춰 눈을 떼지 못하게 하거나 해야 시청자들은 비로소 몰입한다.

 

<해피투게더>는 일반인을 출연시킬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토크쇼보다는 스튜디오에서 벌이는 버라이어티쇼를 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나마 연예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어떤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공포의 쿵쿵따같은 게임쇼를 하는 편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몰입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쟁반노래방같은 버라이어티 요소들을 더욱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재석의 진심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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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성공한 <백년손님>, <해피투게더>가 배워야할 것

 

SBS <자기야 백년손님(이하 백년손님)>은 본래 <자기야>라는 스튜디오형 토크쇼에서 진화한 버전이다. 스튜디오에 연예인 부부들을 초대해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는 수다형 예능에서 <백년손님>이 사위의 강제 처가살이라는 현장형 예능으로 진화를 꾀한 건 대단히 적절한 선택이었다. 물론 스튜디오에서의 후토크와 현장에서의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지만 <백년손님>은 확실히 요즘 트렌드에 걸맞는 예능 형식으로 자리한 것만은 분명하다.

 


'백년손님(사진출처:SBS)'

8.8%의 괜찮은 시청률을 낸 11일 방송에서는 늘 스튜디오에 앉아 토크를 이끌던 <백년손님>의 안방마님 김원희가 남서방의 후포리를 찾아가 밭일을 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이 방송에서 김원희는 현장에서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괜찮은(?) 쟁기실력을 보여줘 심지어 암소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스튜디오에만 앉아 있기 보다는 현장으로 뛰어나가는 김원희의 모습은 마치 <백년손님>이 이뤄낸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인다.

 

연예인들의 사담을 위주로 하는 스튜디오 토크쇼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트렌드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만일 <백년손님>이 요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 형식을 과감히 시도하지 않고 과거의 스튜디오 토크쇼에 주저앉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생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백년손님>은 연예인만이 아닌 장모들이라는 일반인들을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세웠고 장모와 사위라는 관계 속에서 연예인의 일반인적인 면모들을 더욱 부각시켰다. <백년손님>의 후포리 남재현이나 이만기 그리고 마라도의 박형일 같은 인물들에게서는 전혀 연예인의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건 장모들과 티격태격하며 만들어진 일상적인 관계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백년손님>이 마치 최근 예능 트렌드의 정답처럼 여겨지는 건 그 공간이 너무나 시골스러운 서민적인 공간이라는 점이다. 후포리에 내려간 남재현이 장모에게 엉뚱한 요리를 해주거나, 후포리의 어르신들인 후타삼이 그 요리를 먹고는 요상하다며 인상을 찌푸리는 장면에서는 푸근한 시골의 정서가 느껴진다. 마라도 외진 곳에서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장모를 찾아가 이런 저런 일을 도와주는 박형일이 장모에게 얼굴 팩을 해주고 같이 누워 웃음을 짓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이건 단지 착해서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착하면서도 지금의 서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건드릴 수 있는 잘 짜여진 예능의 만듦새에서 나오는 공감대다. <백년손님>이 그 털털한 인물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갖고 꾸준히 괜찮은 반응과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는 건 그래서다.

 

반면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해피투게더>는 적절한 진화의 타이밍과 방향성을 못 맞춤으로써 서서히 추락했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를 두고도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고 화제성조차 예전만 하지 못하게 된 데는 여전히 이 프로그램이 전형적인 스튜디오 연예인 사담 토크쇼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쿡방 트렌드를 가져와 요리를 토크와 버무리고 있지만 이건 전혀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해피투게더> 역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박미선과 김신영을 하차시키고 전현무를 투입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나가고 새로 들어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연예인 사담 토크쇼의 틀을 깨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천하의 유재석이 자리하고 그 옆 자리에 최근 들어 대세 MC로 급상승한 전현무가 들어온다고 해도 반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듯싶다. 리뉴얼을 준비하는 <해피투게더><백년손님>이 이룬 진화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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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가 배워야할 이연복, 최현석, 황교익의 토크 맛

 

저희 집 홍보나 그런 것에 관련된 건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요.” tvN <수요미식회>에서 이연복 대가는 대놓고 자신의 음식점 홍보를 거부한다. 그 이유는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것. 이연복 대가가 얼마나 손님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가가 그 말 속에는 담겨져 있다. 하지만 이런 홍보의 유혹을 거부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수요미식회(사진출처:tvN)'

토크쇼만 틀면 보이는 것이 홍보.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와 뮤지컬과 새로 내놓은 음원을 소개하기에 바쁘다. 토크보다 홍보가 우선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MBC <라디오스타> 같은 경우에는 아예 대놓고 짧게 홍보 시간을 주기도 한다. 물론 나머지를 홍보가 아닌 토크로 채우기 위해서다. 그러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연복 대가가 짬뽕을 주제로 그것도 문 닫기 전 가야할 식당리스트를 공개하는 방송분에서 자신의 음식점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대단한 소신이다.

 

이연복은 대신 짬뽕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화된 조리법에 대한 이야기들로 자신의 분량을 채웠다. 식당 리스트를 얘기할 때도 특별한 코멘트를 달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의 토크를 덧붙였다. 맛있긴 하지만 오래도록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이 좀 이상하게 느꼈다는 식의 이야기. 즉 전문적인 자신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토크쇼 특유의 재미에 오히려 집중하는 모습. 실로 연예인 토크쇼들이 배워야할 자세가 아닐까.

 

최현석 셰프는 허세캐릭터로 유명한 만큼 토크쇼에서도 그 캐릭터를 통한 특유의 웃음을 만들었다. 이연복이 자신의 음식점 홍보를 안 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최현석 셰프는 스테이크 특집을 하면 자신의 음식점을 알리고 싶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연복 셰프가 겸손과 소신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최현석 셰프는 솔직함의 매력이 돋보였다. 그는 심지어 민감한 MSG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가게에서는 쓰지 않지만 자신은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MC가 중식을 잘 모르는 최현석 셰프에게 짬뽕 전문점은 있는데 왜 짜장면 전문점은 없느냐고 짓궂게 질문을 던지자 그는 뭐라 얘기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은 잘 모르겠습니다하고 답해 출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셰프라고 해서 음식관련 모든 분야에 대해 해박할 필요는 없다.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얘기하는 것. 최현석 셰프의 솔직함 역시 여타의 토크쇼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또한 토크쇼에서 중요한 건 할 말은 하는그 토크쇼만의 소신 있는 발언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수요미식회>에서 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른바 전국 5대 짬뽕에 대해 그저 동네에서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짬뽕이라고 말했다. 한 블로거가 올린 내용을 신문이 받아 기사화하면서 생겨난 5대 짬뽕의 신화에 대해 사실 그리 대단한 맛이 아니라는 걸 확인해준 것.

 

황교익이 보여주는 토크쇼의 이 직설은 프로그램을 엣지 있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린 것으로 소신대로 드러내는 토크야말로 막연한 환상이나 정보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이연복, 최현석과 늘 그 자리에 앉아 해박한 미식의 세계를 알려주는 황교익. 이들은 여타의 토크쇼들과는 다른 <수요미식회>의 묘미가 어디서 나오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홍보 같은 잡스런 맛을 빼버리고, 특유의 감칠맛을 살리며 때로는 지켜야할 소신 있는 맛을 고집하는 토크쇼. 토크쇼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맛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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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스튜디오에서도 연예인이 아니어도

 

벌써 1주년이란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1년 간 <비정상회담>이 만들어낸 파장은 적지 않았다.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너로 시작했지만 <비정상회담>은 적어도 토크쇼의 신기원을 만들었고, 그 분야에서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 JTBC라는 플랫폼이 지상파와는 다르지만 그 플랫폼의 인지도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비정상회담>은 마치 돌연변이 같은 힘을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비정상회담>이 이끌어낸 건 외국인 출연자 전성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들이 방송을 통해 접해온 외국인들은 그저 한국말을 잘하는 신기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달랐다. 그들은 각국의 문화를 소개해주고 또 우리 문화에 대한 각자의 식견을 밝히는 지적인 인물들이었고, 한편으로는 언제든 재치 있는 끼로 즐거움을 줄줄 아는 존재들이었다. 이 진지함과 경쾌함의 조화 속에 우리가 갖고 있던 막연한 외국인들의 이미지는 좀 더 가까이 대중들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비정상회담>이 놀라운 건 이 회의 테이블(?)에 올라온 토론의 주제가 논술시험에 내놔도 괜찮을 법한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각국의 문화에 맞춰 다채롭게 바라보는 주제에 대한 시선은 시청자들의 식견을 한층 넓혀주었다. 가벼운 문화의 차이에서부터 안락사나 동성애, 낙태, 전쟁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이 테이블 위에는 뭐든지 오를 수 있었다. 그것은 정상회담이 아닌 비정상회담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정상회담>이라는 예능의 테이블은 무거운 주제도 즐거운 토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외국인들이 나오고 또 그 토론 주제가 진지한 문제들이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비정상회담>이 지상파 토크쇼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늘 연예인들이 나와 그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털어놓는 것이 지상파 토크쇼가 오래도록 해왔던 것들이다. 한 때는 그것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지만 지금은 식상해진 것이 사실. <비정상회담>은 연예인이 아니어도, 또 사생활 토크가 아니어도(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충분히 된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뜨거운 화제에 오른 만큼 논란도 많았던 <비정상회담>이었다. 기미가요 논란이 터지기도 했고, 에네스 카야의 사생활 논란은 프로그램의 위기설을 만들기도 했다. 여러모로 외국인들이라는 새로운 인물군들을 출연시키면서 생겨난 논란들이었다. 지금껏 어떠한 전례도 없었기 때문에 이 경험은 향후 <비정상회담>에는 꽤 쓴 약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출연자들에 대한 관리와 이문화를 다룰 때 조심해야 될 민감한 부분들에 대해 <비정상회담>은 비싼 수업료를 낸 셈이다.

 

무엇보다 <비정상회담>의 성과는 그간 야외 예능의 전성시대에 가려 점점 힘이 빠져가고 있던 스튜디오 예능에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스튜디오가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다뤄지는 내용이 문제라는 것. 새로운 인물군을 찾고 콘텐츠를 달리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비정상회담>은 보여줬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난 것이지만 <비정상회담>이 만들어낸 길은 의외로 넓고 새롭다. 그 길의 연장선으로서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이 가능했을 것이다. 외국인 대신 셰프를 세우고 그들의 콘텐츠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스튜디오물을 만든 것이 이제는 셰프의 전성시대로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스튜디오물의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비정상회담>1년은 그래서 지금 현재 예능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의 1년이 더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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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쇼>, 과학과 상상력을 연결한 흥미로운 과학토크쇼

 

이제 3회를 했을 뿐이지만 KBS <장영실쇼>가 보여준 비전은 우리 시대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었다. 비록 몇 평 남짓 되는 스튜디오에서 찍혀지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지만 이 토크쇼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상상력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한 것이었다. 장영실이라는 명명이 지칭하는 것처럼 이 프로그램은 과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과학을 뛰어넘어 예술과 종교, 철학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학문의 폭을 보여주었다.

 

'장영실쇼(사진출처:KBS)'

사실 3D프린터 하면 또 다른 프린터의 하나 정도로 여기고, 드론이라고 하면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카메라로 등장하던 그것을 떠올리고, 사물인터넷이라고 하면 광고에서 봤던 저 스스로 켜지는 가로등 정도를 떠올리는 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장영실쇼>는 이러한 발명 혹은 발견이 가져올 거대한 세상의 변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의 시야를 넓혀준다.

 

3D프린터는 우리가 프린터하면 무언가를 출력하는 정도의 프린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로 상상했던 이미지들을 물질의 차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세상을 뜻하는 것이고, 드론은 그저 하늘에 띄우는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이 아니라, 하늘이라는 공간에 열려진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뜻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역시 마찬가지다. 사물인터넷은 그저 하나의 편의성을 얘기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이 이어지는 초연결사회가 가져올 대변혁을 뜻하는 것이다.

 

마샬 맥루한이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하면서 그 미디어의 개념을 TV나 라디오 같은 것에 국한시키지 않고 전신주나 도로, 자동차 같은 거의 모든 사물로 확장시켜 바라봤던 것처럼, <장영실쇼>가 바라보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하나의 단초로서 바라본다. 이것은 기존의 과학프로그램들이 과학의 발견 그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방식이다. 과학에 상상력을 덧붙이고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일은 과학의 편의성의 차원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방송 프로그램이 점점 예능화 되어가는 요즘, 그럴 듯한 과학프로그램 하나를 찾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연예인들이 나와 저들끼리의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토크쇼들은 대중들에게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계속 쏟아져 나온다. 이 와중에 우리의 재미란 표피적인 것으로만 길들여진다. 하지만 재미에 어찌 감각적인 재미만 있을까. 거기에는 지적인 재미도 있고 상상력이 주는 재미도 있기 마련이다.

 

<장영실쇼>는 그 지적 상상력의 재미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조금 어렵게 생각했던 과학 지식이나 너무 단순하게 바라봤던 과학적 발견들을 한번쯤 더 들여다봄으로써 그것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 게다가 이것은 어쩌면 국가경제의 미래와도 밀접한 일이 될 것이다. 과학적,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이 없는 이들에게 어찌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장영실쇼> 같은 프로그램이야말로 KBS라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모두가 당장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달려가는 와중에 정작 필요한 정보를 주는 교양 프로그램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의미 없는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만 늘어놓는 토크쇼를 하느니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운 지적 토크쇼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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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균형감각 유지가 관건이다

 

SBS <동상이몽>은 어떤 사안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차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어느 한 욕쟁이 소녀의 이야기는 엄마의 관점으로 보면 심지어 집안에서도 쉴 새 없이 욕을 해대며 그것이 그냥 일상어라고 말하는 소녀를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소녀의 관점으로 다시 보게 되자 그녀가 중3 때 눈이 작다고 놀림을 받았으며 그것 때문에 욕을 하게 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게다가 잘못한 남동생을 오히려 두둔하며 소녀가 욕하는 것만을 나무라는 엄마의 모습도 살짝 드러난다.

 

'동상이몽(사진출처:SBS)'

사실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동상이몽>은 있는 그대로의 사건을 처음부터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편집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소녀의 행동을 먼저 부각시키고 나중에 그 이유를 편집된 부분을 보여줌으로 해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악마의 편집처럼 보이지만 결코 <동상이몽>은 그런 자극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당사자들이 가족인데다, 그들이 모두 스튜디오에 함께 자리해있기 때문이다. 관찰카메라의 시선이 보여주는 편향은 극적인 편집을 사용하긴 해도 그것이 거기 서 있는 서로 다른 입장을 표현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드라마틱한 구성은 그 자체로 극적인 효과를 낸다. 소녀가 욕을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되자 엄마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안쓰러운 마음이 묻어나고, 결국 숨겼던 속내를 털어내고 그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소녀는 눈물을 터트린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그 개구진 남동생 역시 눈물을 터트리고 사안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달은 아빠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일종의 소통 단절이 가져온 오해가 관찰카메라의 관찰을 통해 소통의 물꼬를 여는 것. 그것이 <동상이몽>이 갖고 있는 재미이자 의미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달라지고 있는 예능의 경향들을 기막히게 연결한 하이브리드의 성격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요즘 트렌드라고 하는 관찰 카메라 형식이 있지만 또한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게 보이는 스튜디오물이 존재한다. 토크쇼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토크는 마치 TV를 보면서 수다를 떠는 듯한 모습이다. 그들끼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한 주제가 드러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재석과 김구라 같은 톱 MC들이 자리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사연을 갖고 무대로 올라오는 일반인들이다. 즉 최근의 예능이 갖고 있는 일반인 트렌드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연예인 MC가 합류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재석과 김구라의 조합도 특이하다. 김구라가 욕에 대해 얘기하며 자신은 과거의 욕 때문에 존경받지 못한다고 경험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역할이라면, 유재석은 이 서로의 입장이 첨예한 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예능 프로그램이 웃음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우리 사회의 일단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 역시 제공해준다는 사실이다. 욕하는 소녀의 이야기는 학교의 왕따 문제나 학생들의 언어생활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단을 보여준다. 사실 그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한 주제토론보다 이런 여러 입장을 드러내주고 거기에 대해 각자의 의견들을 더하는 형식이 더 효과적이다.

 

<동상이몽>은 이처럼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로 끌어안아 융합시킨 새로운 예능 형식을 갖고 있다. 거기에는 관찰카메라도 있지만 스튜디오의 안정감이 있고 일반인들의 놀라운 사연들이 있지만 연예인들의 재치 있는 입담도 곁들여진다. 재미와 의미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이것은 <동상이몽>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지만 만만찮은 도전도 있다. 이 많은 요소들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욕쟁이 소녀의 사연은 <동상이몽>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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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카메라는 어떻게 김영철의 비호감을 깼을까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영철은 들떠보였다. 그 스스로도 그것을 인정했다. 자신이 비호감으로 이미지화되었던 것을 이제는 조금 떨쳐내고 새로 비상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그는 드러냈다. 그러면서 <라디오스타> MC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설정과 개인기를 자제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본래 성격이나 개성을 드러내려는 모습이 보였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개그맨답게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주려는 유전자를 드러내면서 때로는 물어뜯는 질문에 툭툭 재치 있는 반격을 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물론 이런 모습이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그것은 김영철하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떠오르는 게 아니라 그의 모창이 먼저 떠오르고 어딘지 나대는 듯한 인상이 남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을까.

 

힘을 내요. 슈퍼파월-” 요즘 이 유행어는 개그맨 김영철의 상징처럼 되었다. 한 때 하춘화의 모창으로 먼저 기억되던 그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힘을 내요라는 수식이 들어 있는 것처럼 이 유행어 속에는 김영철이 갖고 있던 비호감적 요소들과 그럼에도 불굴하고 그것을 넘어서라는 격려의 지지가 들어있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건 여러모로 <진짜사나이>의 공이 크다. 물론 과거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함께 만들어낸 <밀회>의 패러디 물회가 그의 독보적인 모창의 진가를 보여준 바 있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웃음을 만드는 재능 같은 게 아니었다. 김영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떤 토크쇼에 등장해도 꺼내놓을 수 있는 개인기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었고 그것은 또한 계속 진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개인기가 그의 캐릭터를 뒤덮는 순간, 요즘 예능에서 요구되는 그의 진면목이 가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어디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모창 캐릭터로만 소비되었다. 그 캐릭터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다른 걸 해도 결국은 그 캐릭터 안에 매몰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 그에게 <진짜사나이>라는 관찰카메라는 그래서 굉장한 기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단단한 캐릭터의 껍질을 벗겨내는 데는 이만한 살풍경한 환경이 필요했던 셈이다.

 

<진짜사나이>에서 척 봐도 고문관이 될 것 같은 그의 캐릭터는 그러나 정반대의 반전을 보여줬다. 처음 내무반에 들어가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도 그는 의외의 빠릿함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반장으로 임원희가 노란 모자를 쓴 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데도 철없는 신병들이 군화 사이즈가 안 맞는다며 투덜댈 때 대충 신어라고 호통을 칠 줄 아는 그였다. 드러나 보이는 치아 때문에 지적을 받자 애써 입을 앙다문 모습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였고, 화생방에서 끝까지 버텨내는 모습에서는 의외의 끈기와 근성을 느낄 수 있었다. 힘든 훈련 속에서도 웃음을 주려는 개그맨의 본능은 그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진짜사나이>가 관찰카메라라는 장치를 통해 김영철에게 했던 것은 그의 설정된 캐릭터가 아니라 진면목이 보여주는 실제 인성이었다. 알고 보니 꽤 괜찮은 인성을 가진 그의 모습이 설정이란 가면을 걷어내자 비로소 보이게 됐던 것. 물론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그는 여전히 설정을 하고 개인기를 보이려는 모습이 여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다른 느낌을 다가온 것은 일단 우리가 그의 진면목을 한번 들여다봤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진짜사나이>가 살짝 보여준 그의 인성은 그가 슈퍼파워를 내게 된 그의 최대 자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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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가 연예인 토크쇼에 연연할 때 <냉장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스튜디오물이다. 구성만으로 보면 전형적인 토크쇼 형태다. 매회 새로운 게스트가 출연하고 정형돈, 김성주 같은 고정 MC들이 있으며 8인의 쉐프들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들이 있다. 하지만 이 전형적인 토크쇼 구성을 통해서도 <냉장고를 부탁해>가 전혀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비법은 뭘까.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그것은 같은 공간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 안에서 완전히 다른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걸 <냉장고를 부탁해>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토크쇼 형태로 게스트가 출연하지만 이야기가 괜한 연예인 신변잡기로 흐르지 않는 건 거기 함께 출연(?)하고 있는 냉장고가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게스트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냉장고의 재료들에서 나온다.

 

이규한이 공개적으로 밝힌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냉장고를 부탁해>에 들어오면 냉장고 속 식재료 이야기로 이어진다. 몇 년 전 식재료가 나오면 거기서 이전 연애의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뉘앙스를 정형돈이 풍기자 이규한이 긴장하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만의 음식을 통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잘 말해준다.

 

탈모를 방지하기 위해 렌틸콩을 환약 먹듯이 먹어왔다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나 부패해버린 양파를 김치로 알고 놔두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규한의 인간적인 면모를 읽어낼 수 있다. 냉장고 안의 재료들은 일종의 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유추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 재료들이 그리 특별하다기보다는 누군가의 냉장고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처럼 일상적일 때 <냉장고를 부탁해>는 일종의 마법적인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이규한은 자신의 평범한 냉장고에서 홍석천이 만들어낸 렌틸콩 요리 털업 샐러드나 이연복 대가의 완소 짬뽕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 점은 여기 출연하는 셰프들에게 연금술사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이고 최근 이들 셰프가 스타덤에 오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일상 속에서 마법 같은 특별함을 체험하고 싶어 한다. 음식을 통한 것이라면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은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지니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음식은 15분이라는 제한시간을 둠으로써 프로그램에는 쇼적인 성격을 부여하고(허세 최연석 셰프의 현란한 동작과 이연복 대가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칼질을 떠올려 보라!) 또한 일반인들도 왠지 그 마법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셰프들의 등장은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벗어나 실용적인 느낌마저 부여한다. 실제로 여기 등장한 레시피들은 일반인들이 직접 시연해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양방향적인 소통체계에 얹어진 실용성은 이 프로그램이 정보적으로도 유용하다는 걸 말해준다.

 

이렇게 게스트와 셰프를 연결해 하나의 음식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부여하자 메인 MC들의 역할 또한 여타의 토크쇼와는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 ‘호들갑 콤비로 이미 정평이 난 정형돈과 김성주의 시너지는 게스트를 콕콕 찔러 요리(?)해버리는 정형돈과 셰프들의 요리를 마치 스포츠 중계방송하듯 풀어내 긴박감을 만들어내는 김성주에 의해 활활 타오른다. 이들은 게스트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흔하디 흔한 토크쇼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다. 버라이어티한 상차림이 이미 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각자의 주석을 다는 토크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냉장고를 부탁해>웰 메이드의 성공이다. 혹자는 최근 쿡방이라는 트렌드와 맞아 떨어졌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소재나 기획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촘촘한 재미로 완성시켜내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흔히들 현장으로 나가는 리얼리티쇼의 시대에 토크쇼나 스튜디오물은 한 물 갔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스튜디오물이 성공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소재나 구성보다 그것을 어떻게 잘 만들어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것은 현재 고전하는 지상파 주중 예능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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