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청년들과 시장상인들의 소통이 시작됐다는 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낸 새로운 과제는 자신의 가게를 찾는 손님을 기억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 번 첫 번째 시식을 위해 찾아주셨던 주변 시장 상인 분들을 다시 초대해 마련한 자리에서 그 한 분 한 분이 어떤 메뉴를 시켰는가를 묻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실 쉽지는 않은 일일 게다. 하지만 찾아주신 시장 상인 분들 중 한 분은 10년 전 찾아주신 손님 중 특이한 분들은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만큼 자신의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을 기억하는 건 ‘장사의 기본’이라는 걸 백종원은 오랜 장사경험이 있는 상인 분들을 통해 직접 알려주려 했던 것. 

찾아주는 손님 자체가 없고, 찾아와서도 한 번 먹어보면 다신 오고 싶지 않다는 손님들의 반응은 대전 중앙시장 청년구단 식당들이 겪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심지어 자신들이 하는 음식에 대한 아집과 편견까지 갖고 있어 도무지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종원이 가져온 솔루션은 결국 ‘손님’이었다. 그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이 어떤 분들이고, 그 분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은 무엇이며, 또 그 분들이 음식점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일. 그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이 총체적 난국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식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치스지카츠나베’ 같은 시장 상인분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메뉴는 이미 외면 받겠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너무 짜거나 달거나 하는 맛의 문제보다 먼저 가장 가까운 고객인 시장 상인분들을 고려치 않은 메뉴 선정부터가 잘못이라는 것. 

메뉴가 이럴진대, 이 청년들이 시장 상인분들을 손님으로서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 리가 만무였다. 물론 몇몇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무슨 메뉴를 시켰는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얼굴을 익히고 서로 소통하면서, 그들도 시장 상인 중 하나라는 걸 인지시키는 것. 그것만큼 이 청년구단에 절실한 일이 있을까. 

하지만 놀라운 것은 시장 상인분들의 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었다. 가끔 찾아와 먹을 때마다 걱정이 되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는 상인분들은 그 누구보다 이 청년들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계셨다. 그러니 바쁜 와중에도 찾아와 시식을 해주고, 음식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했던 것이었다. 

분식집을 운영하신다는 상인분은 어찌 보면 경쟁업체가 될 수 있는 이 청년구단 덮밥집의 신 메뉴를 먹어보고 날 계란보다는 계란 프라이를 해서 얹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조언까지 더해줬다. 따끔한 혹평을 하기도 했지만, 그 혹평 역시 그들을 그만큼 아끼기 때문에 해주는 말씀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을 찡하게 만든 건 손님 알아보기 과제를 냈을 때, 시장 상인분들이 자신이 먹었던 메뉴의 음식점 주인들에게 눈짓을 통해 힌트를 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 속에서는 마치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장 상인분들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결국 이 청년구단의 해법은 손님에게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시장 상인분들이 주고객이라는 걸 청년구단의 청년들은 드디어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 상인분들이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걱정해주고 마음으로 도와주려 하고 있는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장사는 그냥 음식을 내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라는 걸 이들은 백종원의 과제를 통해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사진:SBS)

선배들 총출동 ‘개콘’ 900회 특집, 무엇이 달랐나

900회 특집. KBS <개그콘서트>에는 쟁쟁한 선배들이 총출동했다. 유재석이 축사 콘셉트의 콩트로 포문을 열었고 김대희가 2년 만에 출연해 김준호와 갖가지 옛 인기코너들을 선보였고, 김준현, 신봉선, 김지민, 장동민, 김종민을 비롯한 <1박2일> 멤버들까지 출연해 후배들과 함께 코너를 빛냈다. 900회라는 특집이라는 기대감과 선배들이 총출동한다는 사전 예고 덕분에 <개그콘서트>는 오랜만에 10% 두 자릿수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아마도 이런 좋은 성적표는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축하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선전에 취할 상황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선배들의 출연을 통해 후배들이 현 <개그콘서트>가 어떤 점들이 부족한가를 되짚어보는 일이다. 옛 코너들을 다시 재연한 것에서부터 기존 코너들 속으로 들어온 선배들의 활약을 곱씹어보는 건 그래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선배 개그맨들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 점은 저마다의 캐릭터가 확실하고 또 그 캐릭터를 살려내는 연기력이 바탕에 있다는 점이다. 첫 코너로 세워진 <감수성>의 경우, 두드러진 건 김준현의 연기력이었다. 김준호가 중심에 된 코너지만 이 특집에 맞춰 게스트의 성격으로 출연한 김준현은 그간 자신이 여러 코너에서 만들었던 유행어와 캐릭터들을 아낌없이 코너에 녹여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정적으로 연기를 해내는 그 모습은 그가 어떻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냈는가를 잘 보여준다. 

김준현의 활약은 현재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사랑이 Large’에서도 빛났다. 유민상과 김민경이 이끌어가는 이 코너에 민경의 옛 남자친구 역할로 들어온 김준현은 등장하자마자 유민상과 김민경을 은근히 디스하는 대사들을 살려내며 단박에 코너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 놓았다. 김민경에게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며 옛날에 진짜 122kg이었다는 걸 계속 깐족대듯 얘기하고, 유민상에게는 기수가 “20기”이며 입은 옷이 “그레이색”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마치 욕 같은 발음으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선배 개그맨들의 캐릭터와 연기력이 돋보인 건 ‘연기돌’과 ‘쉰밀회’로 반가운 얼굴을 보여준 김지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한 ‘연기돌’에서 김지민은 과거 ‘뿜엔터테인먼트’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를 가져와 여전히 살아있는 유행어들을 터트렸다. “화장 잘 먹으면 살쪄.” “느낌 아니까.” “사랑스럽다는 소리보다 쌍스럽단 소리 더 많이 들어요.” “욕먹으면 살쪄.” 이 같은 그녀의 유행어들은 짐짓 멋진 포즈를 하다 그걸 무너뜨리는 연기를 통해 더 잘 살아났다. 

하지만 이번 900회 특집에서 가장 빛난 건 역시 김준호와 김대희였다. 두 사람은 ‘감수성’, <씁쓸한 인생> 같은 코너에서 역시 웃음을 주기 위해서 연기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보여줬다. 특히 김대희는 ‘쉼밀회’에서는 다소 나이든(?) 유아인 역할로 웃음을 주었고, ‘대화가 필요해’에서는 웃음을 위한 눈물 연기까지 선보였다. 웃음 연기가 그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할 때 더 큰 웃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김대희는 확실히 보여줬다. 

900회 특집을 맞아 오랜만에 다시 <개그콘서트> 무대를 빛내준 선배 개그맨들의 활약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김대희는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현 <개그콘서트>가 헤쳐 나가야할 길을 제시했다고 보인다. 자기 캐릭터를 구축하고 거기에 더 깊게 몰입하는 연기를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 거기에 <개그콘서트>의 미래도 또 후배 개그맨들의 앞날도 달려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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