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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닭강정’, 명작과 괴작을 가를 이 황당한 드라마의 분수령은?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던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이 펼쳐놓는 상상의 세계는 이토록 황당하다. 치킨집을 소재로 해 무려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초대박 영화 에 이어 이병헌 감독이 또다시 닭을 소재로 한다는 점을 은 강조한다. 그래서 작품 소개도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시청자들이 ‘신계(鷄)념’ 추적극으로 보게 될지 아니면 ‘황당무계(鷄) 추적극’으로 볼 지는 아직 미지수다. 포스터만 봐도 느껴지듯이 은 B급 병맛 코미디다. 이상한 노래를 중얼거리며 춤을 추며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으로 첫 등장하는 백중(안재홍)만 봐도 딱 알아차릴 수 있다. 이건 평범한 이야기가 아..
‘무빙’, 자식 가진 부모들을 초능력자로 그린 건 “아 아 아빠 어 엄마 데리러 그 금방 갔, 갔다 올게. 강훈이 자, 자기 전에 올 게. 아빠 야 약속 꼭 지켜. 지, 진, 진짜 강훈이 자기 전에 올게. 저지지 진짜 약속 꼭 지킬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에서 재만(김성균)은 아들 강훈에게 재차 약속한다. 꼭 자기 전에 돌아온다고. 재만은 바보다. 정신 지체를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도 또 아들 밖에 모른다는 의미에서도. 밤이 늦었지만 돌아오지 않는 아내가 걱정된 재만은 그토록 아끼는 아들을 혼자 집에 두고 아내를 찾으러 나간다. 자기 전 꼭 돌아온다는 약속을 연거푸 하면서.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노점상 강제철거 반대 시위에 나섰던 아내가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을 본 재만이 폭주하기 시작..
‘무빙’, 재생 능력자 류승룡의 피, 땀, 눈물에 빠져드는 건 등짝에 칼이 수십 개씩씩 박혀도, 총알이 팔뚝을 뚫고 심지어 얼굴을 관통해도 툭툭 털고 일어나 본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재생 능력자 장주원(류승룡). 하지만 이 초능력자도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앞에서는 오열하며 무너져 내린다. 모든 걸 재생시키고 회복시키는 능력을 가졌지만, 한 사람 앞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이 초능력자는 그것으로 자신이 결국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이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지점이다. 초능력자가 가진 인간적 상처와 고뇌. 물론 이건 슈퍼히어로물의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슈퍼맨도 배트맨도 스파이더맨도 인간적 고뇌는 모두 갖고 있지 않았던가. ..
‘킹덤2’ 이 시국이어서 더 의미심장해진 이야기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즌2가 돌아왔다. 시즌1이 방영된 지 1년 2개월만이다. 사실 우리에게 이런 휴지기를 갖고 이어지는 시즌제 드라마는 낯설 수 있지만, 는 충분히 그 기다림을 상쇄시켜줄 만큼의 가치를 보여줬다. 완성도 높은 대본과 압도적인 스케일의 연출 그리고 더 깊어진 연기들이 ‘조선 좀비’의 귀환에 충분히 환호할 수 있게 해줬다. 시즌1의 이야기는 죽었다 살아난 왕으로부터 지율헌으로 어떻게 좀비 창궐의 역병이 전파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영상대감 조학주(류승룡)는 이 모든 일들의 진원지로 권력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죽은 왕을 생사초로 되살리는 악의 근원으로 등장했다. 세도가들이 제 핏줄에 집착할 때 학정과 흉년으로 굶주린 백성들은 역병에 감염된 인육..
'휴머니멀' 돈 욕심에 폭주하는 인간들,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아주 오래 전 인간은 시시각각 위협해오는 동물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을 게다. 하지만 인간이 지배자가 된 지금은 거꾸로다. 인간에 의해 멸종 위기를 맞은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물론 그 동물들의 멸종은 고스란히 인간에게도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시 그 생태계의 일원이지 않은가. MBC 은 지금껏 자연 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다른 지점을 드러내줬다.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을 보여주거나 파괴되어 가는 환경 속에서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동물들을 보여주던 정도에서, 은 생태를 파괴하고 종을 멸종시키고 있는 인간들의 ‘불편한 진실’을 꺼내놓았던 것이다. 가축들을 공격한 것에 대한 피의 보복이 이어져 멸종..
65억 들인 '극한직업', 코미디의 진수이지 진수성찬제작비 65억을 들인 영화 이 157억을 투입한 나 160억을 쏟아 부은 보다 더 잘 나간다. 는 기대와 달리 140만 관객에 머물렀고, 도 180만 관객에 그쳤다. 하지만 은 단 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항간에서는 1천만 관객 영화가 탄생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사실 영화의 완성도로 흥행이 갈렸다고 말하긴 어렵다. 장르 자체가 다르고 흥행에서는 저조했지만 나 도 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건 지금의 관객들이 원하는 코드가 무엇인가다. 관객들은 웃음을 원했고, 은 말 그대로 웃음을 주기 위해 대본, 연출, 연기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한 면이 있었다. 그러니 잘 될 수밖에.은 일단 마약반 5인방으로 등장하..
'킹덤'이 열어놓은 조선판 좀비세상, 시즌1은 시작일 뿐(본문 중 드라마 내용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죽은 왕을 되살리려는 욕망에서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죽은 자를 살릴 수도 있다는 생사초. 그걸로 살아난 왕은 그러나 괴물이 되어버린다. 죽었지만 살아난 왕. 그리고 살아났지만 죽은 왕. 의 전제가 되는 이 설정은 그 자체가 상징적이다. 한 나라의 운명을 쥐고 있는 자가 살아있어도 산 자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나라 전체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가 하는 건 굳이 조선이 아니어도, 또 좀비라는 특이한 존재들이 아니어도 우리는 근현대사를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좀비는 ‘죽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좀비 이어 초능력 ‘염력’, 연상호 감독이 더한 한국적인 맛뭐 이렇게 소시민적인 슈퍼히어로가 있을까. 아마도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을 본 관객은 조금 당황했을 지도 모르겠다. 흔히 슈퍼히어로라고 하면 멋진 슈트를 차려입고 액션 또한 화려하다고 여기겠지만 의 석헌(류승룡)은 그런 슈퍼히어로하고는 거리가 멀다. 평범한 은행 경비원 차림 그대로이고, 몸이 붕 떠서 날아오를 때보면 엉거주춤한 자세가 영 슈퍼히어로의 그것과는 딴판이다. 그가 염력으로 거대한 차를 공중에 떠올릴 때 보면 그 동작은 마치 차력사의 그것처럼 보인다. 입으로는 연실 기합을 집어넣고 양손을 허공에 내젓는 슈퍼히어로의 면면이라니. 그래서 그의 이런 초능력은 놀라움이나 스펙터클을 보여주기보다는 웃음을 준다. 은 그래서 슈퍼히어로 무비라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