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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아버지가 이상해’, 김영철 캐릭터로 본 우리 시대의 아버지우리네 가족드라마에서 아버지의 쓸쓸함이 느껴지게 된 건 이미 오래다. 김수현 작가의 나 같은 작품에서 아버지들은 어느새 집안의 중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앉아 있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엄마들. 하지만 그래도 이들 드라마에서는 그나마 가족이라는 틀이 공고했고 밖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힘겨운 현실들의 문제들은 대부분 가족애라는 이름으로 버텨낼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KBS 주말드라마 에서 아버지 변한수(김영철)의 모습은 어딘지 가족에서 살짝 바깥으로 밀려나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이 아버지가 숨기고 있는 어떤 과거사 때문이기도 하지만(아마도 친구와 연관이 있는), 그것보다는 집안의 거의 모든 대소사에 이 아버지가..
웃긴데 왜 슬플까, 의 할머니들 일찍이 혼자된 할머니는 유난히 흥이 많아 보이셨다. 고추 수확 일을 하다 살짝 데프콘에게 한 눈을 팔던 김준호가 마치 도망친 것처럼 숨자 할머니는 갑자기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떠나버린 그 사람-”을 불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장면은 이상하게 마음이 짠했다. 그 할머니의 흥 속에 숨겨진 한 같은 것이 동시에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제로 떠난 은 내내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너무너무 웃긴데 한없이 슬픈. 김제 신덕마을에서 펼쳐진 ‘전원일기’ 특집의 주인공은 오롯이 할머니들이었다. MC들은 그저 거들뿐, 사실상 이 방송의 웃음도 슬픔도 따뜻한 정도 할머니들이 만들어주셨다. 잔뜩 주름진 얼굴에 깃든 세월의 흔적은 할머니들의 삶에 드리워진 결코..
이상우의 캐릭터가 매력이 없는 이유 잘 생겼다. 얼굴은 미소년이지만 몸매는 짐승남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에는 유독 그의 벗은 몸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장면은 여지없이 그 드라마의 홍보 포인트로 잡혀 대중들에게 알려진다. 하지만 그 뿐이다. 이상우는 꽤 괜찮은 드라마에 다수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로서 그다지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번 그가 출연하고 있는 에서도 마찬가지다. 에서 그가 연기하는 김현우라는 캐릭터는 초반에만 해도 송지혜(남상미)와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는 역할로서 거의 주연으로서의 분명한 비중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드라마 상황을 보면 그를 더 이상 주연이라 말하기 어려워졌다. 13일에 방영된 32회만..
동성애 편견 깨준 대중문화 콘텐츠의 힘 5월은 결혼의 달인가. 백지영과 정석원, 한혜진과 기성용, 장윤정과 도경완, 그리고 서태지와 이은성의 깜짝 결혼 소식이 발표된 데 이어, 눈에 띄는 것은 그 대열에 김조광수와 동성연인인 김승환과의 결혼발표 기자 회견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식 보도 사진 속에서 당당하게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동성애자들이 공식석상에서 결혼발표를 하고 입맞춤을 하는 사진 한 장의 의미는 크다. 1996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본격 동성애 영화 을 본 관객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남자들의 사랑을 서로 주먹을 입에 대고 입을 맞추는 장면으로 대신했다. 영화 속에서마저도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려 했던 것. 하지만 이번 김조광수의 결혼발표는 이제 영화도 아닌 실제 현실..
의 초심은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다. 뉴질랜드편의 짧은 예고 속에서는 이번 논란의 시발이 되었던 박보영이 “언니 나 이거 안하면 안돼?”라고 하는 말이 짧게 삽입되었다. 아마도 뉴질랜드라는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멋진 풍광의 지상낙원에서 뜻밖의 상황을 맞이한 그들이 겪게 되는 고생담이 이어질 것이란 예고다. 부제도 ‘뜻밖의 여정’이다.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피터 잭슨 감독이 찍은 에서 따온 부제겠지만, 이 뉴질랜드에서 맞닥뜨린 뜻밖의 상황을 말하는 제목이기도 할 것이다. 어딜 가든 여전히 힘들고 고생스러운 것은 아마도 의 현실일 게다. 아마존편의 마지막회에서 제작진들의 고생담을 편집해서 보여준 것은 이번 논란에 대한 제작진의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정글에서 넘어지면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고 끝까지 촬영에 임하고, ..
작가가 너무 많은 말을 하게 될 때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가. 이 질문은 모호하다. 작금의 현실적인 삶이 아름다운 것인가를 묻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은 관념적이지만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것인가를 묻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둘 중 어느 질문에 대한 답변일까. 매번 극중인물이 넘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엔딩이 의도하는 바는 명백하다. 삶은 늘 그렇게 우연찮게 넘어지고 다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는 것. 인생은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 하지만 매회 누군가가 넘어져야 끝나게 되는 이 ‘꽈당엔딩’은 말 그대로 작위적인 것이다. 그래서 이 엔딩의 의도 역시 50여회를 반복하면서 하나의 강령처럼 느껴진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표현이 그저 자..
'인생은 아름다워'와 '동이', 거장들도 반복된 코드로는 어렵다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왜 20% 시청률에서 머물러 있을까. 과거 작가의 작품들이 거의 모두 국민드라마 반열에 올랐던 것을 생각해보면 '인생은 아름다워'의 시청률 난항은 이례적이다. 주말 저녁에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적할만한 굵직한 타 방송사의 드라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좀체 시청률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시작한 '욕망의 불꽃'이 서서히 시청률 시동을 걸면서 '인생은 아름다워'를 위협할 기세다. 한편 이병훈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이영 작가가 대본을 쓴 '동이' 역시 마찬가지다. 끝없이 추락하더니 결국 새롭게 부상한 '자이언트'에 월화극 1위 자리를 내줬다. 사극의 거장으로서 시청률 보증..
'인생은 아름다워'의 부성애가 보여주는 것 '인생은 아름다워'의 이른바 '꽈당 엔딩'은 드라마에 어떤 역할을 할까. 제작진이 밝힌 대로 이 특별한 엔딩은 일단 재미있다. 이번엔 누가 넘어질 것인가 은근히 기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엔딩 장면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이른바 드라마들이 늘 엔딩에 보여주곤 하는 '낚시 장면'이 없다는 것이 신선하다. 즉 뭔가 벌어질 것처럼 해놓고 다음 회를 낚는 방식이 아니라, 드라마의 스토리 자체가 보여주는 매력으로 다음 회를 보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하지만 이 엔딩에는 이런 재미나 자신감 그 이상의 의미도 숨겨져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점이다. 인생은 이 엔딩처럼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일로 넘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