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식스센스' 예능 망나니로 거듭난 제시, 유재석의 선택은 옳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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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 예능 망나니로 거듭난 제시, 유재석의 선택은 옳았다

D.H.Jung 2020. 9. 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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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 컴온! 게임보다 유재석과 제시의 케미가 더 돋보인 건

 

tvN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식스센스>는 진짜들 속에 가짜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첫 회에는 세 군데의 특이한 식당에서 가짜 식당을 찾아내는 게 미션이었다. 마트에서 구입한 재료를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당, 하루 한 시간만 영업하는 닭볶음 라면집, 한 끼에 1인당 100만원인 한식 레스토랑이 제시된 식당들로 출연자들은 저마다의 추리와 촉, 감을 발휘해 가짜 식당이 무엇인가를 찾아나갔다.

 

사실 가짜를 찾아낸다는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생각만큼 아직은 특별한 재미를 만들어내진 못하고 있다. 진짜인 줄 알았는데 가짜였다는 반전이 주는 재미라고 하지만 그건 준비한 노력에 비해 방송 효과가 그다지 크다고 보긴 어렵다. 예를 들어 첫 회에 가짜로 등장한 집의 경우 이를 꾸미기 위해 폐가를 장장 3주에 걸쳐 공사했다는 이야기는 아주 짧게 소개된다. 들인 비용과 시간을 생각해보면 가성비가 있는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스센스>의 첫 방송을 재밌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출연자들 덕분이다. 특히 제시는 정철민 PD가 얘기한 것처럼 유재석이 적극적으로 추천할만한 이유를 충분히 보여줬다. 그는 등장부터가 남달랐다. 조금 늦는 제시에게 유재석이 전화를 걸자 엉뚱하게도 "공사 중"이라며 1분만 기다려 달라 하고 "나 식은 땀 나"라고 하는 말의 그 특유의 센 소리 발음을 유재석이 콕 집어 "식은 땀 발음을 왜 이렇게 해? 욕하는 줄 알고 놀랐잖아!"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두 사람의 케미가 돋보였다.

 

초면인 다른 출연자들과 대놓고 뜬금없이 '가슴' 이야기를 꺼내고 그 날의 게스트로 출연했지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 이상엽의 이름을 몰라 "민정 오빠"라고 부르는 제시의 엉뚱한 말과 실수는 특유의 천진 솔직한 캐릭터로 인해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선사했다. 유재석이 웃으며 '망나니'라고 표현할 정도.

 

제사는 또 뜬금없이 사귄 남자가 다섯이라는 TMI를 꺼내놓고 모두가 "예스"라 말할 때 혼자 "노"라고 말하는 '토크 방지턱'으로 웃음을 줬다. 세 번째 집을 방문했을 때 사장님의 연기가 송강호 선배만큼 자연스럽다며 연기자인 출연자들도 따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제시는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브레이크를 걸었고, 음식이 입에서 녹는다고 말할 때도 "하나는 안 녹았어"라고 해맑게 말해 웃음을 줬다.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에서도 이효리까지 당황하게 만드는 엉뚱하지만 솔직한 토크를 하는 제시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껏 주목되고 있는 여성 출연자들 중 한 명이다. 제시가 가진 매력은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지만 그런 것 상관없이 할 이야기는 하고, 때론 당황스런 이야기까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천진하게 꺼내놓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제시의 토크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고 때론 세게 느껴지지만 전혀 악의가 없다는 점에서 웃음을 준다.

 

유재석은 최근 싹쓰리 프로젝트를 통해 이효리에게 짓눌리는 캐릭터의 재미를 선사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식스센스>에서의 제시는 유재석을 당황하게 만드는 케미로 프로그램에 재미를 만들어낸다. 제시와 함께 있을 때 유재석의 유행어가 되어 버린 "컴온!"은 그 케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물론 <식스센스>는 출연자들의 케미 만이 아닌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주는 재미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를 갖게 됐다. 진짜들 속에 가짜를 찾아내는 그 추리요소를 재미로 추구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것보다 오히려 유재석이 홀로 다른 여성 출연자들에 둘러싸여 겪는 당황스러운 상황들이 더 큰 재미로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