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25년 만에 대상' 김숙의 눈물, 받아도 벌써 받았어야 했기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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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대상' 김숙의 눈물, 받아도 벌써 받았어야 했기에

D.H.Jung 2020. 12. 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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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연예대상', 김숙 대상에 축하와 응원 이어지는 이유

 

<2020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김숙에게 돌아갔다. 대상후보로는 김숙과 함께 김종민, 샘 해밍턴 가족, 이경규, 전현무가 올랐다. 아마도 김숙은 이번에도 대상이 자신과는 상관없다 여겼을 게다. 그래서 대상으로 김숙이 호명됐을 때 그는 진짜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김숙의 마음이 촉촉한 눈물과 함께 전해진 수상소감에 고스란히 담겼다.

 

"진짜 상상도 못했고 아까 수상소감 미리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장난처럼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KBS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여기 딱 섰을 때 이곳이 25년 전에 공채로 들어올 때 처음 상을 받은 곳이거든요. 25년만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실은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그는 "상복이 없다"고 이야기했고 이번 대상을 통해 그것이 "큰 상을 받으려 지금까지 그랬나 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 김숙이라고 상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이 없었을까. 빈손으로 돌아갈까 가족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말 속에는 그 소회가 담겨 있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신 의료진, 자영업자들, 힘겹게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영광 돌리고 조금이라도 더 웃음 지을 수 있는 방송 만들어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실 김숙에게 대상을 수여한 프로그램들은 생각만큼 뜨거운 프로그램이라 말하긴 어렵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주말시간대에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건 김숙만큼 관찰카메라에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의 비중도 컸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나름 괜찮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은 다소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김숙에게 대상이 돌아가고, 거기에 대해 이견보다는 축하와 응원이 이어지는 건 이 상이 그런 몇몇 프로그램에서의 활약만이 아니라 지금껏 25년 간 꾸준하고 성실하게 김숙이 해온 노력들에 대한 의미 또한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방영됐던 <다큐 인사이트 –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숙은 그간 개그우먼으로 살아오며 쉽지 않았던 시간들을 술회한 바 있다. 1995년 <B사감과 요조숙녀>로 송은이와 처음 코너를 만들어 활동할 때 개그맨들 사이에서 김숙은 "재능 있는데 같이 나랑은 뭘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하는 그런 후배였다고 한다. 그는 개그 프로그램의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무대에 설 수 있던 개그우먼이었다. 스무 살에 방송국에 들어와 그렇게 7년을 무명생활 했다. 

 

그때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며 "숙아 나는 네가 너를 했으면 좋겠어. 네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 말고 그냥 김숙을 하면 어때?" 하고 제안했다고 했다. 그것이 김숙을 스타덤에 올렸다.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따귀소녀'로 주목을 끌었고, SBS <웃찾사>에서는 '난다김'이라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 후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오면서 김숙은 물론이고 개그우먼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송은이와 다시 의기투합한 김숙은 팟캐스트를 통해 스스로 설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2015년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주목받는 개그우먼이 됐다. 사실 받아도 벌써 받았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최근 KBS와 MBC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지만 대상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자신이 처음 발을 디뎠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개그우먼으로 섰던 그 무대에서 드디어 받아낸 대상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해온 그 시간들의 가치를 인정한 것. 김숙의 대상에 축하와 응원이 가득이 이유다.(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