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꽃남'의 끝, '내조'의 시작 본문

옛글들/블로거의 시선

'꽃남'의 끝, '내조'의 시작

D.H.Jung 2009. 3. 31. 09:20
728x90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꽃보다 남자'가 드디어 끝납니다. 이 현실감 제로지대에서 맘껏 판타지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던 드라마의 종영은 그 중독의 끝에 금단증상을 낳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관심은 월화의 유아독존이었던 '꽃남'의 종영 후, 다시 시작될 월화 드라마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꽃남'에 집중되었던 관심은 이제 어디로 향할까요.

'꽃보다 남자' 후속으로 이어질 '남자이야기'는 말 그대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박용하의 거친 남자 변신이 주목되는 이 작품은 최근 여성들에 편향된 드라마 세상에서 청일점 같은 드라마입니다. 바로 이 점이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해주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이점 때문에 '꽃남'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았던 여심을 그대로 이어받기가 어려운 작품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SBS의 야심작인 '자명고'는 어떨까요. '자명고'는 분명 표면적으로 여성들을 위한 사극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자명공주와 낙랑공주가 중심이 되는 여성 사극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반응은 영 시원찮습니다. SBS에서는 이 초거대작에 거의 사활을 걸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시청률 10%대에도 접근하지 못할 만큼 참담합니다. 아무리 '꽃남'이 포진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사극 프리미엄이란 것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점은 이 사극이 가진 내적인 문제들을 말해줍니다. 물론 사극이란 늘 흐름에 따라 갑자기 달라지기도 하는게 사실입니다만 당분간 이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꽃남'의 종영으로 이제 관심을 끄는 드라마는 MBC의 '내조의 여왕'입니다. 이 드라마는 '꽃남'이 전혀 갖지 않았던 현실을 어느 정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가 갖춘 현실이란, 직장내 권력의 문제라든가, 취업의 문제 같이 꽤 진지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이 현실들을 코믹으로 터치하면서 이 무거운 주제들은 가벼운 풍자의 대상이 됩니다. 세상의 잘못된 구조를 비판하면서, 그 잘못된 구조 속에서 그 구조에 편입하려 애쓰는 주인공들의 모습 또한 비판적으로 그려지는 이 풍자의 구도 속에서는 사실상 큰 웃음과 그 웃음 뒷편의 강력한 페이소스를 동반합니다.

무엇보다 '꽃남'에 주 팬층이었던 여심을 그대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이야기 구조가 장점이라할 수 있습니다. '내조의 여왕'에는 빈부간의 대결구도가 그려지면서도 동시에 그 판타지를 유지합니다. 맹렬 주부인 천지애(김남주)와 퀸스푸드 사장인 허태준(윤상현)의 알게 모르게 피어나는 멜로구조가 그렇고, 이름 그대로 온달같고 백수같은 온달수(오지호)와 사장 부인이자 대학 후배인 은소현(선우선)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물론 자칫 잘못하면 이 복잡한 우연적 관계들이 드라마 본래의 하고자하는 이야기(세태 풍자)와 본말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요인들(여성적 관점, 판타지, 현실적인 풍자)이 '꽃남' 이후에 그 여심을 그대로 끌어안을 수 있는 작품으로 보이는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