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가 다루는 모성의 세계가 꽤 충격적이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새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은 아니다. '빗나간 모성'의 이야기는 늘 존재해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것은 우리가 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상투적인 드라마 설정의 단골소재로 자리해왔다. 그저 자기 아들만 최고인 줄 알고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나, 결혼을 반대하는 엄마는 가족 드라마의 단골이며, 자식을 잘 되게 하기 위해서 범죄마저도 불사하는 모성(예를 들면 '카인과 아벨' 같은)이나, 나이 들어서도 아들에게 집착하는 모성(예를 들면 영화 '올가미'같은)은 드라마나 영화 속의 안티테제로 줄곧 등장해왔다.
최근 주말 드라마로 각광받고 있는 '찬란한 유산'을 보면 이 잔인한 모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은성(한효주)의 계모인 백성희(김미숙)는 남편의 사망통보를 받자(물론 그 남편은 살아있다), 보험금을 독차지하고 은성과 은우(연준석)를 내쫓은 것도 모자라 은우를 내다버리기까지 한다. 그녀의 눈에는 오로지 친딸인 승미(문채원)를 재벌가 아들인 환(이승기)과 결혼시키는 것만 보인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식 때문이라는 게 그녀의 변명이다.
이러한 잔인한 모성들 앞에서 '마더'가 다룬 모성을 새로운 것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다지도 이 영화 속의 모성이 그런 것들과는 다른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이 모성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여타의 드라마나 영화가 이 빗나간 모성을 넘어서야할 악역으로 세워놓는 반면, '마더'는 그것을 주인공으로 세워놓기 때문이다. 즉 아들 도준(원빈)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엄마의 자연스러운 본능으로서 어찌 보면 그 빗나간 모성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배반감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흔히들 '모성은 위대하다'고 말하고 그 말은 전적으로 옳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 위대함 속에는 늘 상식을 뛰어넘는 어떤 엄청난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이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남'에는 복잡한 양반감정이 뒤섞여 있다. 한편으로는 놀라운 모성애를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큰 부담감과 자칫 병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함이 상존한다. 우리네 사회를 들여다보면 이 모성애의 양가적 속성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입시 교육의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원인이 되는 모성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가족 이기주의로 표출되기도 한다.
모성애와 잔인한 모성은 드라마에서 흔히 다루듯 선과 악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 뿌리에서 나온다는 것. 이것이 '마더'가 들여다보는 모성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며, 그 시선이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봉준호가 그린 모성이 우리 사회의 한 트라우마를 건드린 듯한 불쾌와 쾌를 동시에 보여주고 그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무언가를 편견없이 정직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은 늘 이처럼 어렵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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