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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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랑' PD들, 직접 만나보니

D.H.Jung 2009. 6. 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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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 달, 우리들 가슴을 먹먹하게 해준 '휴먼다큐 사랑'. 그 만드는 분들의 면면이 궁금해 MBC를 찾아갔더랬습니다. 마지막 회인 '엄지공주 편'이 방영되는 날이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문에 방송사 분위기도 착 가라앉아 있더군요. 'MBC스페셜' 전체의 책임을 맡고 있는 윤미현CP가 '휴먼다큐 사랑'도 맡아서 하고 있었는데, 또 밤을 새웠는지 초췌한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있어서 올해 '휴먼다큐 사랑'을 찍은 세 주인공, 유해진, 김새별, 김진만 PD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휴먼다큐 사랑'의 진심이 대중들과 공감하게 되었는가를 알 수 있었죠.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몇 마디를 적어보는 것만으로 그 분들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과연 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 김진만 PD('로봇다리 세진이' 연출)
바로 이것이 '휴먼다큐 사랑'이 출연자를 선정하는 기준이라고 합니다. 신문기사나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고 또 그 인물들을 찾아가지만 실제와 다른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첫 순간부터 "저 사람들과 사랑에 빠질 것 같다"고 느껴지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섭외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찍는 사람과 그 찍히는 대상 사이에 이러한 사랑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아마도 그 영상은 아무런 감흥도 전달되지 못할 것이 뻔한 일입니다. 세진이를 처음 본 순간 김진만 PD는 그 발게 웃는 모습에 홀딱 반해버렸답니다. '풀빵엄마'를 연출한 유해진PD도 처음 그 엄마와 은서를 봤을 때, "이들이 정말 예쁜 사랑을 하는구나"하는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군요.

"1인칭 내레이션은 (소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 윤미현 CP(전체 총괄)
'휴먼다큐 사랑'의 내레이션은 3인칭이 아니라 1인칭입니다. 즉 출연자를 관찰하는 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바로 그 출연자의 목소리를 대신 하는 것이죠. 이것은 자칫 다큐 자체를 어색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영상에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는다면 1인칭은 그저 거짓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여기에 대해 윤미현 CP는 그것이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출연 가족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이미 가족의 한 부분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과감한 시도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미화하거나 동정적 시각을 끌어내려 하지 않습니다." - 김새별 PD('네 번째 엄마', ‘우리가 사랑할 시간’ 연출)
'네 번째 엄마'에서 입양의 문제를 다루면서 그래도 '내 딸에 아직은 더 마음에 간다'는 솔직한 심경 표현으로 게시판에 찬반양론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새별 PD는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것이며, 억지 감동을 주려고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또한 출연자들을 너무 동정적 시각으로 다루려 하지 않는 '휴먼다큐 사랑'의 방향성과도 맞는 이야입니다. 유해진 PD는 '풀빵엄마'가 자신들의 이야기가 동정적으로 그려지기보다는 노력하며 사는 이야기로 비춰지길 원했고, 이것은 후기에 등장한 그녀가 고마움을 전한 이유이기도 하죠.

"때론 세진이 아빠가 된 기분입니다." - 김진만 PD
이러한 동정없는 시각과 가족같은 친밀함 속에서 촬영을 하다보면 점점 가족이 되어가는 기분에 사로잡힌다고 합니다. 김새별 PD는 "명절 같은 때 가족보다 먼저 출연했던 주인공들을 챙기게 된다"고 말하며 "그럴 때면 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하더군요. 김진만 PD는 세진이랑 가까워져서 세진이 교육문제나 수영코치문제 등을 가족들과 함께 상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답니다. 그럴 때면 진짜 아빠가 된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방송을 통해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예를 들면 의족기 같은 걸 세진이를 통해 홍보하려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그걸 선별하는 건 중요한 일이랍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 유해진 PD
유해진 PD는 '풀빵엄마'를 찍으러 가면서 엄마가 없던 시간에 늘 혼자 놀았을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없는 방에 덩그라니 놓여졌을 혼자의 시간 때문인지 촬영팀이 우루루 몰려가(그래봐야 한두 명이지만 말입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더랍니다. 그 과정에서 그 가족들은 어떤 보호받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진짜 사실이죠. 방영된 바로 다음날 '풀빵엄마'에 쏟아진 찬사와 대중들의 사랑은 카메라가 보았던 그 따뜻한 시선, 보호하고픈 시선의 연장선이었을 것입니다.

이들을 만나고 오는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위안받는 느낌을 주더군요. '휴먼다큐 사랑'을 통해 알게된 것은 이 차갑디 차가운 카메라의 시선 역시 그걸 들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영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죠. '휴먼다큐 사랑'이 전하는 기적같은 사랑의 이야기는 이 프로그램이 하고 있는 행위 자체에도 해당되는 것이었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갖고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지 벌써부터 설레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