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중 조조에 영화관을 가는 이유

영화요금이 인상된다고 합니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시너스에 이어 CGV가 영화관람료를 1000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했죠. 이로써 주중에는 7천원이던 것이 8천원이 되었고, 주말에는 8천원이던 것이 9천원이 되었습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들이 이렇게 들고 나왔으니 이제 영화요금 9천원 시대는 기정사실이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이동통신 카드할인도 사라져가는 요즘,영화관에서 영화보는 건 이제 '돈들어가는 일'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건 충분히 예견된 일이기도 합니다. 멀티플렉스화 되어가는 영화관은 점점 테마파크화되어가는 추세니까요. '트랜스포머'같은 영화를 보다보면 놀이공원에 와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영화관이 체험관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멀티플렉스들이 일방적으로 영화관람료를 인상시키는 것에는 어떤 저항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둘이서 주말에 영화관에 가는데 드는 비용은 과거와 비교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이것은 영화관람료 인상이나 사라져버린 할인혜택 때문만은 아니죠. 멀티플렉스에 즐비하게 늘어선 팝콘과 콜라, 오징어에 들어가는 비용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콜라 한 컵에도 2천원이 넘고 팝콘과 함께 콤보로 먹을라 치면 5,6천원은 훌쩍 넘어갑니다. 다른 음식은 반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으니 어찌 보면 영화관은 영화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이 팝콘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이렇게 돈벌이를 버젓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악화니 뭐니 하면서 관람료를 올린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 여겨지기도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일제히 모든 멀티플렉스들이 천원 인상을 동시에 들고 나온 그 행태가 저항감을 만듭니다. 자유경쟁이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물론 만나서 답합을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심정적인 담합은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이렇게 된 것은 과거처럼 독자적인 영화관들이 사라지고 체인화된 거대 멀티플렉스가 거의 전국의 영화관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죠. 단 몇 개 회사의 결정으로 전국 영화관의 영화관람료가 인상된다는 이 상황은 독점이 낳은 폐해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영화관람료 인상이 현실적이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제가 사는 일산의 경우 CGV와 롯데시네마가 모두 가격이 인상되었고, 시너스는 제외되었죠. 그 인상된 가격도 멀티플렉스마다 조금씩은 다릅니다. CGV는 조조를 기존 4천원에서 1천원 이상된 5천원을 받지만, 롯데시네마의 경우에는 예전처럼 4천원을 받고 있죠.

저는 일이 일인지라 거의 모든 영화를 보고 있는데, 기자시사회는 되도록 가지 않으려 마음먹고 있기 때문에(사실 영화는 첫 개봉일에 일반관객들과 함께 봐야 그 실감을 제대로 할 수 있죠), 꽤 돈이 드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조조를 애용합니다. 첫 개봉일, 첫 회로 하는 영화를 본다는 의미도 있죠. 제가 애용하는 곳은 시너스 일산입니다. 이번에도 가격인상에서 빠진 이 곳은 사실 한때 죽은 영화관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조조에 아줌마 관객들이 몰려오는 통에 때아닌 성황(?)을 누리고 있답니다.

시너스 일산은 조조에 4천원을 받으면서 통신사 카드 할인 천원을 해줘 3천원에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11시 이전에는 커피까지 무료로 주니 오전 시간이 한가한 아줌마들에게는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3천원이면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가격이니까요. 이것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습니다. 아줌마들이 새로운 영화 관객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니까요.

가격인상만이 해결책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낮시간대에 영화관을 가보면 거의 텅 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이 가격인상은 텅빈 평일 낮시간의 손실을 상대적으로 몰리게 되는 주말의 관객들이 보전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시너스 일산의 경우처럼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관객을 영화관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독점적으로 전국의 모든 영화관을 제 손에 쥐고는 떡 하니 가격을 올려놓고는, '그래도 어차피 주말이 되면 보게될 것이다'하고 생각하는 멀티플렉스들이 욕을 먹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주욱 이런 영화관을 찾아서 조조에 영화를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시간대에 어울리는 좀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저로서는 혼자 떡하니 영화관을 차지해 보게 되는 행운(?)이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