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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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도사' 작가가 말하는 좋은 토크쇼란?

D.H.Jung 2009. 9. 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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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제작자들, 즉 PD나 작가를 만나보면 그들이 만드는 프로그램과 너무도 닮아있는 그들의 모습에 놀라곤 합니다. '무릎팍 도사'의 최대웅 작가도 그랬습니다. 남자다운 굵은 선의 얼굴에 거침없는 시원시원한 언변은 저 무릎팍 도사가 바로 눈앞에 서 있는 듯 했죠. 그래서였을까요? 인터뷰는 마치 무릎팍 도사를 옮겨온 듯, 활기차고 힘이 넘쳤습니다.

인터뷰는 이런 저런 통상적인 토크쇼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었습니다. '무릎팍 도사'가 강호동을 전면에 내세워 구사하려 했던 낮은 화법에 대한 이야기나, 강호동을 받쳐주는 건방진 도사 유세윤과 꿰다 논 보릿자루 올밴의 캐릭터가 하는 보조 그 이상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토크쇼에서 공간 구성이 갖는 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릎팍 도사' 이외에도 타 토크쇼들, 예를 들면 '야심만만'이나 '박중훈쇼' 같은 쇼들에 대한 것까지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죠.

결국 최대웅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토크쇼라는 것은 지금 대세라고 일컫는 집단 토크 형식이라든가, 상황을 집어넣어서 분위기를 만드는 설정 토크 형식 같은 외관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좋은 토크쇼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본질적인 토크쇼였습니다. 간단한 테이블 정도를 놓고 호스트와 게스트가 앉아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토크쇼 말입니다.

물론 조건이 있죠. 호스트는 다방면에 박학다식해야 하고, 게스트와의 대화를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입을 대신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게스트는 진심어린 답변을 성실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하며, 그의 이야기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중들에게도 공감을 주어야 하는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공감과 보편성의 기준 때문에 게스트 풀은 당연히 넓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처럼 지나치게 연예인에게 편중된 게스트는 다양한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죠.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작가가 말한 좋은 토크쇼의 기준에 딱 들어오는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가 게스트로 출연한 '무릎팍 도사'였죠. 호스트는 준비가 철저했고(물론 역할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강호동은 전체를 리드하고 유세윤은 심층 정보를 부가하며, 올밴은 엉뚱한 이야기로 토크쇼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하죠), 게스트는 열려 있었으며, 그 호스트와 게스트가 나누는 이야기는 아주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기는 삶이 만들어낸 장한나라는 위대한 음악가는 평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울리는 점이 많았죠. 음악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음악에 매몰되지는 않겠다는 말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이 평균이하의 캐릭터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그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은 장한나의 음악인생이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그대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균형잡힌 토크쇼는 모두를 즐겁게 한다고 최대웅 작가는 말했습니다. 즉 호스트도 즐겁고 게스트도 즐거우며,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도 즐겁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무릎팍 도사-장한나'편은 작금의 우후죽순 생겨나는 토크쇼들에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