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은 돼도, 나영석PD 없인 힘들다

'1박2일'(사진출처:KBS)

'1박2일' 절친 특집이 보여준 건 나영석PD의 존재감이었다. 이서진, 이선균, 이동국, 장우혁, 이근호를 멤버들의 절친으로 초대해 '혹한기 실전 캠프'를 떠나는 이 여행에서 주목된 것은 고정 출연진들보다 초대된 게스트들이었다. 특히 이서진과 이선균은 독특한 자신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왕과 장군 역할로 근엄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연기해온 이서진은 그런 이미지를 탈피해 가끔씩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며 나영석PD와 대결구도를 만들었고, '낙오 미션'을 치른 이선균은 차를 얻어 타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그 특유의 넉살을 보여주었다.

나영석PD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대목은 바로 이들 게스트들이 이처럼 서슴없이 자신들의 성격(?)을 드러내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절친 특집'이라고 반듯한 게스트들을 초대해놓고 '혹한기 실전 캠프'를 떠난다는 그 독한 미션을 제시하는 나영석PD의 모습은 '1박2일'만의 독특한 야생 느낌을 되살렸다. 게스트들의 어처구니 없어하는 표정들과, 급하게 선착순으로 옷 갈아입는 미션을 통해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하는 나영석PD의 존재감은 지금까지 '1박2일'이 어떻게 유지되어왔는가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물론 이러한 소재와 기획은 작가와 PD들이 고민한 결과이겠지만, 이러한 미션을 실제로 내리고 프로그램을 이끄는 것은 나영석PD다. 이미 '1박2일'의 한 멤버가 되어버린 그는 실로 독한 미션을 던지는 존재이면서도 결코 밉지 않은 캐릭터를 스스로 창출해냈다. 단호한 얼굴 뒤에 언뜻 보이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느낌은 그 독한 캐릭터를 재미에 푹 빠진 아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출사여행' 미션에서 멤버들에게 진 나영석PD가 무릎을 꿇는 장면이나, '절친 특집'에서 "멱살 잡을 뻔 했어"라고 말하는 이서진이 부각되는 건 그가 이러한 독하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캐릭터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멤버들의 개인역량은 중요하다. 사실상 프로그램에 보여지는 건 바로 그 멤버들의 면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방식과 노하우다. 나영석PD는 '1박2일'을 어떻게 운용하면 어떤 재미있는 장면들이 연출될 지를 잘 알고 있다. 게다가 그는 시켜놓고 밖에서 바라보는 방관자가 아니라 그 스스로 이 미션 속으로 들어와 있는 참여자로서 프로그램에 기여한다. 즉 '절친 특집'이 보여준 건 고정 출연자들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다른 인물들로 대치된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1박2일'은 여전히 같은 색채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도드라진 이선균과 이서진이 보여준 건 그것이다.

사실상 'KBS 연예대상'의 대상을 '1박2일'이 받은 것은 어찌 보면 나영석PD에게 준 것이나 같은 의미일 수 있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이 갖는 무게를 KBS측에서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C가 자진 하차하고 MC몽이 빠진 상태에서 강호동마저 잠정 은퇴한 '1박2일'을 건재하게 이끌어왔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특정 몇몇 출연자들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말해준다.

'1박2일' 시즌2가 계획되고 있다고 한다. 벌써부터 누가 출연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높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누가 만들고 이끌어갈 것인가다. 물론 강호동만큼 확실하게 '1박2일'의 위치를 잘 만들어낸 인물도 없다. 하지만 그가 빠졌을 때 많은 이들이 더 이상은 어렵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1박2일'은 건재했다. 하지만 나영석PD가 빠진다면 어떨까. 과연 나영석PD없는 '1박2일'은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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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연기의 새 차원 보여준 한석규 신하균

'SBS연기대상'(사진출처:SBS)

만일 한석규와 신하균이 없었다면? '뿌리 깊은 나무'와 '브레인'은 반쪽 자리 드라마가 됐을 것이다. 그만큼 이 두 사람의 연기는 드라마의 차원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한석규는 짧은 순간에도 계속 해서 변화하는 감정의 선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해 세종 이도라는 역사책 속의 박제된 인물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로 되살려냈다. 신하균은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깊이 있는 연기로 선악의 차원을 뛰어넘는 욕망과 좌절의 이강훈이란 캐릭터를 창출했다.

사실 TV를 통해, 그 중에서도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보기가 어려운 이 두 사람이 2011년 마지막 날, SBS와 KBS에서 각각 연기대상을 받은 것은 드라마계에 상당한 의미를 던져준다. 물론 영화인들이 드라마로 진출하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어쩌면 2011년을 기점으로 이것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이 두 사람을 통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연기는 그 장르적 특성 상 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는 큰 스크린에 담겨지기 때문에 연기자에게 좀 더 섬세한 감정 연기를 요구한다. 또 완성된 작품을 다 찍은 후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연기에 있어서도 좀 더 완성도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좀 더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특성 때문에 연기한다는 느낌이 묻어나지 않을 만큼의 자연스러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또 시간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순발력을 요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적 구분은 이제 그다지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한석규와 신하균이 보여준 연기의 차원은 영화 속에서의 그 극화된 느낌이 있지만 확실히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것이었다. 죽은 광평대군 앞에서 오열하는 세종을 연기한 한석규는 그 짧은 시간 속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을 표정에 담아내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한석규의 이런 섬세한 감정연기에 대한 믿음을 "대본에 여백을 많이 주었다"는 말로 표현했다. 작가들은 오히려 한석규가 그 장면의 감정연기를 어떻게 해석해내는가가 매번 궁금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편 신하균이 연기하는 이강훈이라는 캐릭터는 실로 연기자로서는 쉽지 않은 캐릭터다. 과거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이 보여주던 그 폭주하는 욕망을 다시 발견할 수 있으면서도, 어딘지 잔뜩 상처입어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이강훈이라는 인물은 그 뾰족함에도 불구하고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다. 광기어린 눈빛 속에 가끔씩 드리워지는 텅 빈 공허감이나 한없이 약하게 느껴지는 처연함은 신하균이 아니라면 도무지 담아내기 어려운 연기의 영역이다. '브레인'은 그래서 하균신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신하균의 힘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 드라마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석규와 신하균이 나란히 연기대상을 받은 것은 그래서 이제 드라마에서도 연기의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힌다. 즉 연기의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는 건, 작품의 차원이 달라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제 드라마는 그저 일상 속에 틀어놓는 그런 장르가 아니라, 영화처럼 좀 더 집중해서 몰입하는 장르가 되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제 드라마에서도 필요한 것은 영화가 갖고 있던 수준의 대본과 연기와 연출의 완성도가 되었다. 그만큼 대중들의 눈높이는 한껏 높아졌다. 한석규와 신하균의 대상 수상이 앞으로의 드라마에 시사하는 바는 이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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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대상', 어떻게 모두를 배려했나

'SBS연예대상'(사진출처:SBS)

방송3사 연예대상 중 맨 마지막에 했기 때문일까. 올해 'SBS연예대상'은 방송3사 연예대상 중 그나마 가장 논란이 적은 시상식이 되었다. 'KBS연예대상'의 대상이 애초 후보에도 없던 '1박2일' 팀 전원에게 돌아감으로써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됐고, 'MBC연예대상'이 대상을 개인이 아닌 '나는 가수다'에게 주자 생겨난 '무한도전' 팀의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인해 논란을 겪은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KBS연예대상'이 너무 배려가 없었던 반면, 'MBC연예대상'이 너무 퍼주기식으로 시상을 했던 것도 문제가 되었지만, 'SBS연예대상'은 그런 비판 또한 빗겨가게 됐다.

그렇다고 'SBS연예대상'이 여느 시상식과 크게 달랐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한 해 고생한 예능인들이 골고루 상을 나눠가졌고, 결국은 상을 타야할 이들이 상을 탄 지극히 당연한 결과를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연예대상'이 돋보이게 된 데는 타 방송사의 연예대상과의 비교점 때문이다. 'KBS연예대상'이 배제했던 김병만은 'SBS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버라이어티 부문)을 받음으로써 더 주목받을 수 있었고, 'MBC연예대상'에서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을 받음으로써 어딘지 부족한 느낌을 주었던 유재석은 대상을 거머쥠으로써 더 도드라진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물망에 오른 이승기, 이경규를 한 해의 공과에 따라 각각 최우수상(토크쇼 부문)과 프로듀서MC상을 준 것도 적절했다 여겨진다. 이로써 대상 후보에 오른 인물들은 대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제외되는 상황 없이 전원 상을 받아가게 되었다. 이것 역시 타 방송사의 시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 골고루 나눠 갖는 양상 속에서도 특별히 한 해 주목되었던 프로그램에 대해 더 많은 상을 준 것도 시상식에 균형을 만들어주었다.

즉 '런닝맨'은 대상은 물론이고 최우수 프로그램상, 우수상(김종국, 송지효), 베스트 엔터테이너상(하하), 방송작가상(박현숙), 신인상(이광수)을 거머쥐었고, '정글의 법칙'은 최우수상에 이어 공로상을, '강심장'은 최우수상, 우수프로그램상, 네티즌 최고인기상(이승기), 우수상(붐, 이특)을, 또 '키스 앤 크라이'는 최우수상, 특별상(김연아), 베스트 엔터테이너상(박준금)을 받았다. 그 외에 올해 SBS에서 주목되는 프로그램들도 잊지 않았다. 올해 가장 화제를 몰고 왔던 '짝'이 우수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힐링캠프' 역시 프로듀서MC상(이경규), 신인상(한혜진)을 받았다.

'SBS연예대상'이 개념시상식이 된 이유는, 올해 타 방송사에서 배제되었거나 홀대받은 인상을 준 김병만, 유재석, 이경규에게 골고루 상을 줌으로써 마치 전체 시상식의 아쉬움을 채워준 듯한 인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유재석과 김병만에게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준 SBS는 이 두 예능인에 대한 대중들의 응원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또한 올해 잠정은퇴한 강호동을 그리워하는 방송3사의 예능인들이 유독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SBS연예대상'의 수상소감을 통해 유재석이 언급한 강호동 이야기는 가장 주목되는 화룡점정이 되었다.

한 해의 시상식이 올해의 공을 상찬함으로써 내년을 바라보기 위한 목적이라면 여러모로 'SBS연예대상'은 올해 운이 좋았다고 여겨진다. 배제되는 이도 없었고 특별히 억지스런 구석도 없었다. 게다가 올해 유독 논란이 많았던 KBS와 MBC의 연예대상을 밑바탕에 깔아놓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SBS연예대상'은 그 논란과 아쉬움을 채워주는 시상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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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연예대상', 남은 아쉬움

'MBC연예대상'(사진출처:MBC)

예상대로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최고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이것은 애초부터 'MBC연예대상'이 대상을 개인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주겠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예상된 결과였다.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은 가수들이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정 인물에게 대상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에 대상을 준다는 발표는 '나가수'에게 대상을 주겠다는 말과 동의어로 읽혔다.

물론 '나가수'는 충분히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받을 만했던 게 사실이다. MBC에 이만큼 수익을 가져다 준 프로그램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올해 전체 예능에서 '나가수'만큼 큰 화제를 몰고 온 프로그램도 없었다. 엄청난 관심은 다양한 화제와 논란을 일으켰고, 지금껏 아이돌 중심으로 이어져온 가요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노래로 대중들을 감동시키는 존재. 문제도 많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가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가수'가 최고 프로그램상을 받을 만 했다는 것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허전함이 남는 건 왜일까. 올해 'MBC연예대상'은 지나칠 정도로 시상이 많았다. 어찌 보면 한 해 고생한 예능인들에게 골고루 상을 나눠준 감이 없지 않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최우수상(윤유선), 우수상(박하선, 윤계상), 신인상(고영욱), 인기상(안내상, 백진희)을 모두 휩쓸었고, '위대한 탄생'은 우수상(김태원), 특별상(이승환, 윤일상, 윤상, 박정현, 이선희)을 받았으며, '세바퀴'는 최우수상(박미선), 우정상(조형기, 선우용여, 이경실, 조혜련, 김신영, 김지선)을, '황금어장'은 신인상(김희철), 특별상(윤종신, 김국진, 김구라, 규현, 유세윤), PD상(윤종신)을 받았다. 물론 '나가수'는 대상과 함께, 인기상(김범수, 박정현), 작가상(여현전)까지 거머쥐었다.

반면 '무한도전'은 유재석이 최우수상을 받은 걸 빼놓고는 인기상으로 '무한도전' 멤버가 아닌 정재형이 받았고, 그나마 시청자들이 뽑아준 베스트 커플상으로 정준하, 박명수가 받았을 뿐이다. 결국 '무한도전' 멤버로서 MBC가 상을 준 건 유재석뿐인 셈이다. 올해 MBC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애초부터 지목되었던 '나가수'와 '무한도전'을 시상결과를 놓고 비교해보면 '나가수'는 대상을 통해 거기 참여한 모든 가수들과 스텝, 출연자들까지 축하를 받은 반면, '무한도전'은 유재석을 뺀 다른 멤버들은 시상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이것은 물론 상징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시상과정에서 대상은 프로그램에 주고 최우수상은 인물에게 주는 애매한 시상기준이 만들어낸 상대적인 박탈감이다. 물론 이렇게 프로그램과 인물을 나눈 것은 나름 '나가수'와 '무한도전'의 1:1 비교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홀대받은 인상을 갖게 만든다(물론 '무한도전'의 팬들이라면 유재석이 최우수상을 박미선과 함께 받은 것 자체가 홀대라고 여겨질 것이다).

모든 시상식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올 KBS연예대상처럼 너무 박하게 시상을(김병만, 유재석, 이경규 등이 무더기로 상을 받지 못한) 해도 욕을 먹기 마련이고, 반대로 올 MBC연예대상처럼 너무 과도하게 퍼주기 시상을 해도 그 속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도 생겨난다. 모쪼록 이 박탈감이 그간 고생해온 '무한도전'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내년 파이팅에 힘을 빼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대중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을 마음 속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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