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나오면 꼭 해야 되는 것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긴장요? 어떤 무대에서든 노래하기 2-3초 전에는 항상 긴장해요. 항상 설레고 내 본인 스스로 이건 평가받기 위한 행동이 아니고 나는 가수니까 나는 공연하러 왔고 노래 부른다... 그 나머지(평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해주세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몇 점을 받을까 그런 긴장은 전혀 없고 제가 제 입으로 누굴 존경한다고 했는데 그 분 곡을 망칠까봐 그 부분에서는 좀 긴장을 해요."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첫 등장한 박완규의 모습은 여느 가수들과는 사뭇 달랐다. 지금껏 이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은 모두가 똑같이 "이렇게 긴장될 줄 몰랐는데 정말 긴장 된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런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첫 출연하는 가수들에 따라붙는 카메라와 질문은 거의 비슷한 것들이었다. "떨리지 않냐?"고 묻고 어떻게든 긴장하는 모습을 찍어 넣는 것. 하지만 박완규는 확실히 달랐다. 윤종신이 계속해서 "떨리지 않냐?"고 묻자 심지어 "안 떨리는 걸 떨린다고 해야 하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그는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 대해 하는 짧은 인터뷰에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지금껏 모두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대단하다"는 식의 멘트를 날리는 것에서 벗어나 솔직한 자기 마음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얘기했다. 김경호가 부른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에 대해서 박완규는 "재해석이 발전적으로 됐다. 그리고 좀 더 강렬하게 표현이 됐다"고 말하면서도 "춤만 좀 안 췄으면 좋겠는데 꼭 춤을 추네 형이."하며 농담을 섞어 할 얘기는 했다. 또 거미의 '날 떠나지마'에 대해서는 "최고의 선곡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거미씨 정도 가창력 되면 굳이 액션하지 않아도 되요."하고 말했고, 자우림의 무대에 대해서는 "늘 날 설레게 한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위 발표를 하는 순간에도 박완규는 차분했다. 김경호에 이어 2위가 됐지만 거기에 대한 큰 기쁨이나 아쉬움 같은 것도 거의 표현하지 않았다. 그가 인터뷰에서 계속 말했듯이 '나머지는 청중평가단에게 맡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금껏 '나가수'에 등장한 가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난데없는 '태도 논란'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것을 과연 '불성실한 태도'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나가수'에 나오면 늘 해야 하는 리액션들이 있다. 즉 "긴장 된다"고 말하고 떨어야 하고, 무대에서 노래가 끝난 후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무대를 내려서야 하며,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는 무조건 "놀랍다", "대단하다"고 상찬해야 한다. 순위 발표 시간에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순위에 엇갈리는 희비를 표정으로 드러내주어야 하며, 순위 끝에는 다음 경연에 대한 각오를 덧붙여줘야 한다. 이미 이건 '나가수'의 상투적인 장면들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장면들이 얘기하는 건 하나다. '나가수'라는 무대는 그만큼 가수들을 긴장시키고 그럼으로써 가수로서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라는 얘기다.

물론 '나가수'는 여느 무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만큼 가수로서의 자기 존재 증명을 하는 무대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긴장감도 높고 그만큼 뽑아내는 능력치도 훨씬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똑같은 형태의 리액션으로만 일관되는 건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에 좋은 일이 아니다. '나가수'는 "나는 가수다"라는 그 제목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가수라는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각자의 무대에 서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간 보이지 못했던 가창력을 보여주고, 누군가는 끼를 보여주며, 또 누군가는 새로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박완규는 모두에서 말했듯이 "선배들의 곡들이 하나둘씩 대중 여러분들께 알려지는 불려지고 또 즐길 수 있는 곡이 되어가는 그런 문화의 흐름을 보면서 걸 그룹이나 아이돌 스타일의 음악에 너무 잠식됐다는 그런 상대적인 피해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데서 "처음에는 (점수 매기는 것에) 기분 나빴던" '나가수'를 출연하려 한 것이다. 박완규의 이런 출사표는 지금껏 다른 가수들이 '나가수' 출연을 통해 보여준 스토리와 다른 스토리를 기대하게 한다. 모두가 했던 그래서 그렇게 학습된 리액션을 늘 새로운 가수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건 '나가수'를 자칫 정체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박완규의 '도발'은 '나가수'의 상투성을 넘어선 것으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박완규의 말대로 가수가 긴장할 것은 순위나 경쟁이 아니라, 자신이 부르는 곡을 망칠까봐 생기는 음악적인 것이 아닐까.


'K팝스타', 과연 오디션의 한계를 넘을까

'위대한탄생'(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의 우승자인 백청강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강원도 관광홍보대사에 위촉되고 자잘한 행사무대에 종종 서고 있지만 그를 방송에서 발견하는 건 어렵다. 그나마 '위대한 탄생'이 배출한 가수들 중 권리세나 데이비드오는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췄지만 다른 가수들은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이태권은 거의 방송 존재감이 없고, 그나마 미라클맨 손진영은 '빛과 그림자'라는 드라마에서 노래가 아닌 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스타K' 역시 배출된 가수들의 방송진입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허각이나 장재인이 그나마 간신히 KBS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만 타 방송사 출연은 여전히 장벽이다. 장재인은 키위엔터테인먼트로 소속되어 작곡가 김형석과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역시 방송 활동은 뜸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심지어 '슈퍼스타K' 심사위원이었던 이승철은 장재인이 '못 뜬' 이유로 프로듀싱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 지적이 적절했다 여겨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특정 방송사의 오디션이 배출한 가수들의 향후 활동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디션이 배출한 가수가 거대 기획사에 소속된다면 어떨까. 많은 이들은 거대 기획사라면 뭔가 다를 것이라 여긴다. 그들은 확실히 방송에 힘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힘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K팝스타'가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는 건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양현석과 박진영 그리고 보아가 각 거대 기획사의 대표로서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성공가능성'에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우승자가 된다고 해도 거기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반면, 'K팝스타'는 다르다. 우승을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기획사를 바로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기획사의 관례대로라면 일정의 연습생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K팝스타'의 우승자는 '즉시' 데뷔할 수 있다는 특전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생각처럼 쉬운 일일까. 이것은 '슈퍼스타K2'가 발굴한 가장 끼 있는 가수 강승윤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YG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면서 강승윤은 'YG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아직 부족하다고 자신을 낮추는 모습과 그래서 좀 더 자기 색깔을 벼리겠다는 의지가 이 파격적인 타이틀에 덧붙여졌지만, 어찌 보면 이것 역시 당장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을 말해주는 건 아니었을까.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마이더스' OST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하고 있다.

'K팝스타'(사진출처:SBS)

즉 'K팝스타'가 차별화 지점으로 내세운 것처럼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정 한 방송사가 주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가수들에 대한 타 방송사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따라서 'K팝스타'처럼 기획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를 배출하는 것은 기획사 입장에서도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는 셈이다. 즉 각 기획사 오디션에서 뽑혀져 연습생 과정을 거치고 데뷔한 가수들은 여러 방송사의 출연에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반면, 'K팝스타'처럼 한 방송사에서 뽑힌 가수는 이후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보다 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거대기획사의 참여가 가능했을 것이다. 즉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다. 확실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수 양성 시스템은 기존 거대 기획사들의 양성 시스템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속도도 빠르다. 허각이나 울랄라세션이 그렇듯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치면 이미 기성가수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이것은 기획사들 입장에서도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가수활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방송 출연의 기회가 발목을 잡을 뿐이다. 만일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 시스템 활용은 어쩌면 앞으로의 기획사 오디션의 대안이 될 가능성도 높다.

'K팝스타'가 주목되는 건 그 때문이다. 거대 기획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그들은 아주 현실적인 이득들을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K팝스타'는 과연 현재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부딪치는 고질적인 방송사들 간의 알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획사가 일방향적으로 배출한 스타에 대중들이 호응해주던 시대는 점점 저물고 있다. 대신 대중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스타를 원한다. 이런 점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타 양성 시스템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런 상황에 방송사들도 이제는 문호를 열 필요가 있지 않을까. 'K팝스타'가 그 벽을 허물어낼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 손으로 뽑아 세계가 열광하는 진정한 K팝스타를 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정글', 우리가 생존에 열광하는 이유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디스커버리 채널 '인간과 자연의 대결(man vs wild)'의 베어 그릴스는 이른바 생존 리얼리티쇼의 대명사 같은 인물이다. 그는 말 그대로 오지에 로프 하나만 달랑 들고 들어가 생존하면서 제한된 시간 안에 오지를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벌레 정도는 생으로 꿀꺽 하기 일쑤고(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뱀을 잡으면 '최고의 만찬'이라고 한다. 살을 에는 듯한 로키 산맥 강물을 배낭 하나에 의지해 맨몸으로 래프팅(?)을 하고, 절벽 정도 오르내리는 건 일도 아니다.

'1박2일'의 강호동은 가끔 프로그램을 통해 우회적으로 베어 그릴스를 언급한 적이 있다. '야생 버라어이티쇼'를 부르짖던 그에게 베어 그릴스가 보여준 진짜 생 야생 리얼리티쇼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한겨울에 바닷물이나 계곡물에 입수하는 것 정도는 사실 야생도 아니었던 거다. 실제로 그는 베어 그릴스 같은 진짜 생 야생 리얼리티쇼를 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만일 그가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 프로그램이 가장 적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야생에서 생존하는 모습 그 자체가 그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어 그릴스 같은 생 야생 리얼리티쇼의 기회는 김병만에게 먼저 왔다. '정글의 법칙'은 물론 '인간과 자연의 대결'만큼 생 야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그 어떤 리얼 프로그램보다 더 야생이다. 아프리카 악어섬에서 있었던 생존기에서 김병만과 그 일행들은 노숙을 하고 벌레와 뱀을 잡아먹고 스스로 뗏목을 만들어 섬에서 탈출해야 했다.

물론 '인간과 자연의 대결'과 다른 점도 있다. 김병만이 가진 달인 캐릭터는 이 다큐 같은 리얼리티쇼에 예능을 부여한다. 그래서 그 야생 환경 속에서도 김병만은 놀랍게도 예능을 선사한다. 악어섬을 탈출해 보여준 힘바족과의 공존 과정은 '정글의 법칙'만의 차별성을 만들었다. 단지 자연과 대결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연과 동화되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좀 더 가족적인 야생 리얼리티쇼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자연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다. '지옥의 정글' 혹은 '극한 생존의 땅'으로 불리는 파푸아의 정글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되는 자연을 보여준다.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쏟아지는 스콜과 도처에서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는 벌레들, 그리고 이름도 잘 알 수 없는 스치기만 해도 불에 덴 듯한 뜨거움을 안기는 풀들까지. 정글 체험 자체가 처음인 새 멤버 김광규는 벌레에 대한 알레르기 증세로 몸이 퉁퉁 붓는 고통을 호소하다 하루 만에 긴급 귀환되었다. 예고편에서 잠깐 보인 것이지만 물살에 휩쓸리고 벌레의 습격을 받는 그 극한의 생존 공간에서도 과연 이들은 악어섬에서 보여준 것처럼 예능을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생존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누구나 갖고 있는 '생존본능' 때문이다. 평상 시 안전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서 굳이 발현되지 않는 이 '생존본능'을 그 극한 상황의 리얼리티쇼에서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두 가지 점에서 고무된다. 하나는 그런 본능이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가 있는 이 안전한 문명을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김병만족이 '정글의 법칙'의 생존공간에서도 더 가족을 떠올리고, 그들 자신들도 유사가족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이것은 생존이 그저 극한 야생에 대처하는 기술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그것은 무언가에 대한 희망, 그 자체다.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베어 그릴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종종 말하길 생존본능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발견하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 사실 산다는 게 늘 치열한 건 아니라 애써서 생존하겠다는 태도는 필요가 없죠. 하지만 우리 내부의 어떤 요소들은 자극과 격려가 있어야 발휘되는 것이 있죠. 지금 저의 경우에는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 등에 하루 종일 매고 다니는 게 배낭이 아니라 제시(2살 난 아들)였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만으로도 나는 원동력이 되요." 어쩌면 우리가 '생존'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극한상황을 통해 우리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거기 늘 있지만 의식하지 못했던 가족 덕분에 이 도시의 정글에서 우리가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나가수' 논란, 문제는 스토리 부재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무대에 오른 적우에 대한 논란은 사실 그 이유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이 논란은 무명가수가 '나가수'라는 무대에 올랐기 때문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애초부터 '나는 가수다'의 문호는 '실력 있는 가수'지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에게 언제나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정엽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실력 있는 가수'가 아니어서 일까. 이것도 이유로서 합당하지는 않다. 적우는 나름 자신의 색깔을 갖고 있는 가수다. 다만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실력은 다 발휘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첫 무대였던 '열애'가 괜찮게 실력을 발휘했다면, 두 번째 무대였던 '나 홀로 뜰 앞에서'는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낸 무대였다. 하지만 그것이 이 가수의 실력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몇 번 더 그녀의 '나가수' 무대를 봐야 그 판단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적우에 대한 논란은 강도가 너무나 강하다. 대중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적우가 가창력의 문제를 드러내자 갖가지 의혹을 쏟아냈다. 그 비난의 강도가 얼마나 강한가는 마치 그녀를 적극 추천한 것처럼 언론에 부풀려진 것으로 비판에 직면한 장기호 교수가 그것을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단 두 번의 무대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논란은 지나칠 정도로 커져있다. 이것은 어쩌면 다른 문제일 수 있다. 다만 적우라는 가수를 통해 터져버린 어떤 것.

그것은 어쩌면 현재의 '나가수'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처음과 거의 달라지지 않은 똑같은 형식의 반복, 순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기보다는 생존의 무대를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식상함, 무엇보다 새로운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적우라는 가수를 통해 폭발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형식이 굳어져버리면 도드라지는 건 변수로 등장하는 출연자일 수밖에 없다. '나가수'가 어느 순간부터 캐스팅이 만사가 되어버리고 캐스팅 논란이 끊이질 않은 건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가수는 '나가수'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적우는 바로 그 위치에 있었고, 증폭된 불만의 포화를 맞을만한 많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다. 캐스팅 전부터 불거져 나왔던 업소출연이 만들어낸 잘못된 이미지, 무명가수로서 베일에 가려진 과거사, 익숙하지 않은 방송, '나가수'라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과 그 무대에 대한 부적응으로 생기는 실수 등등.

작은 빈틈은 관심의 집중이 된(그것도 '나가수'의 변하지 않은 형식에 불만이 있는 대중들의) 출연자를 두고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이미 많은 논란을 통해 경험했듯이, 대중들의 관심이 증폭된 콘텐츠는 그 자체로 스토리를 제공해주지 못하면 거꾸로 대중들이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걸 알고 있다. 루머의 탄생이다. '나가수'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대중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가수'에게 필요한 것은(적어도 캐스팅 논란이 계속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의 스토리다. 긴장하면서 방송사에 도착하는 가수들을 보여주고 중간 중간 긴장하는 모습을 인터뷰하고 경연 순서를 뽑고, 경연을 하고 무대를 내려가는 그 단순한 스토리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왜 거꾸로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처음부터 과정을 되짚는 스토리의 파격은 안되는가. 각각의 가수들이 일주일간 노래를 준비하며 겪는 이야기들은 왜 다채로워지지 못할까. 왜 가수와 매니저인 개그맨들 사이의 무대 바깥의 진솔한 대화가 이야기로 만들어지지 못할까. 왜 공간은 꼭 스튜디오 안이어야만 할까. 청중평가단이 그토록 소중하다면 왜 청중의 이야기는 없을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무대를 통해 보여주겠다면 왜 그 장르에 걸 맞는 새로운 스토리는 구성하지 못할까. 질러대는 창법이 유리하다면, 왜 발라드 특집(모두가 발라드를 부르는) 같은 건 하지 못하는가. 특정일에 어울리는 이벤트는 왜 보이지 않는가.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라면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장르의 음악과 따뜻한 스토리로 얼마든지 이야기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나가수'가 오래도록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그 스토리를 무한정 끌어올 수 있는 열린 여지가 있어야 한다.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처럼, 가수의 존재증명에 관한 스토리라면 그것이 병원에서 벌어지는 경연이든, 산사에서 벌어지는 경연이든, 혹은 각각의 가수를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이든, 또는 청중에게 친절하게 노래 장르의 A to Z을 설명해주는 이야기든 뭐든 가능한 것이 아닌가. 물론 경연이 주는 힘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것이지만 거기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다. 이제 '나가수'는 그 좁고 굳어져가는 형식의 틀에서 과감히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그래서 불필요하고 소비적인 논란의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그 자리에 좀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이야기들이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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