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6129)
주간 정덕현
안산에는 백수의 왕이 산다. 예전 우리 와이프를 만나게 해줬던 시나리오 쓰던 학원에서 만난 그 선배는 당시 건축디자인회사의 부장이었다.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비롯된 그의 영화보기는 영화 속의 공간보기의 재미로 이어지다가 결국 영화판에 뛰어보겠다고 시나리오 학원에 들어왔던 것. 나이 40이 넘어서 누가 보면 대단한 용기라고 하겠지만, 선배에게는 대수로운 일이었다. 회사 때려치기를 밥먹듯 하면서 동남아 매니아였던 선배는 필리핀으로 싱가폴로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를 전전하며 살았다.(여행이 아니고) 그러다 갑자기 국내에 들어오더니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 경북 상주 오지에 안다는 민박집을 소개해줬고(그때는 집도 없었으니까) 배낭에 원고지 한 다발, 볼펜 한 박스 들고 상주 오지로 들어갔던 거디었다...
겨울이 다 왔는데도 참 푸르지... 할머니 말이 대나무는 누가 자르기 전에는 잘 안죽는단다... 폭설에 태풍에 바람잘날 없는 삼척 그 속에서 잘도 버티고 있지.한 5년 됐나. 친구 중에 한 놈이 백혈병에 걸린 적이 있다. 이 놈 피가 안 멈춰서 친구들이 모여 헌혈증 모으고 피 찾으러(드라큐라처럼) 다니고 했는데 정작 이 놈은 천연덕스럽게 전화를 해서 답답해 죽겠다고 하더만. 나중에 알고보니 무균실 들어갔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서 나왔는데, 그 노마 농담삼아 하는 말이 하도 심심해 매일 저녁 아무 자리에 있는 사람이랑 떠들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한 사람씩 자리를 비우게 된다더라. 그 중 몇몇은 사망선고받고 나오고, 이 놈같이 재수좋은 놈은 살아서 나오고... 나오더니 이 노마 유머가 아주 출중해졌다. 집이..
동물원 옆 미술관에 가면 저것(뭐라 부르기 참 애매한)이 있다. 이것은 저 스스로 노래한다. 그게 전기적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손으로 돌리는 것이지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바람이 그걸 대신하는 거란 생각을 한다.노래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참으로 구성지다... 사람이 하는 그것보다도 더 그렇다. 아마도 아- 하는 그 소리를 계속 이어 붙이면 그런 정조를 느끼게 하는가보다.놀랍게도 그 아- 하는 소리 하나지만 거기에는 고저가 있어 그것이 감정을 만든다. 참으로 이야기라는 것은 별 쓸모없는 거란 생각이 든다. 저렇게 아- 소리 하나로 모든 걸 얘기해주니 말이다.과거에 성악을 했던 친구는 나나나 송을 들으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저 사람은 좋겠다. 가사 외울 필요 없어서..." 가사 외울 필요가..
똥은 철학적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 지금 하는 일은 전혀 그렇질 못하다.남양주 가는 길에 양병원이라고 있다. 예전에 의학잡지 편집장 할 때 이 병원 원장하고 잘 알고 있었는데, 이 양반, 이른바 똥박사다. 이름도 요상한 대장항문과. 우리들 사이에서는 대항이라고 줄여 말하는데, 사실 이런 과는 본래 없었다. 그저 일반외과에서 항문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이쪽 환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대항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 규모의 병원까지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항병원이 1위, 인천의 성도병원이 2위, 양병원은 3위를 넘보고 있다.서설일 뿐이고...(하도 이쪽 관련 책을 보달 보니 서설도 '첫똥'으로 들린다.)여하튼 이 똥박사가 책을 좀 쓰자며 기획을 좀 해달란다. 변비 관련 책 하나, 치질 관련 책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