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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을’, 박보영과 원미경이 꼬집는 피해자 핍박하는 세상“그게 바로 나니까. 김로사가 아니니까. 너도 들었을 거 아냐. 배운 거 하나 없는 천애고아가 사람까지 죽이면 원래 이런 대접을 받는거야. 그게 당연한 거야.” tvN 토일드라마 에서 김로사는 자신이 김로사가 아니고 그녀의 둘도 없는 친구였던 현상월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세상이 지탄을 받게 된다. 시인 김로사 행세를 하며 인세는 물론이고 가게까지 모두 자기 걸로 만든 파렴치한 인물로 세상은 쉽게 낙인 찍어 버린다. 심지어 김로사의 아들은 요양원에 보내버린 비정한 인물로까지. 현상월은 그런 비정한 세상이 씁쓸하면서도 자조한다. 늘 그런 식으로 자신을 대했던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미지(박보영)는 다르다. 그녀는 가까이서 선생님을 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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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 아닌 사랑, 남궁민과 전여빈은 과연 그걸 해낼까
우리영화’, 그 흔한 시한부 소재인데 어딘가 다른 이유“자문을 맡게된 시한부 이다음입니다.” SBS 금토드라마 에서 이다음(전여빈)은 이제하(남궁민)에게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이제하는 아버지의 유고작인 ‘하얀사랑’을 리메이크하려 한다. 그런데 그 작품은 주인공이 시한부인 멜로드라마다. 그래서 그 사정을 제대로 알기 위해 병원 의사들의 자문을 요청했는데, 돌고 돌아 이제하 앞에 진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이다음이 나타난 것이다. 시한부. 소재만으로도 ‘신파’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한 때 신파가 트렌드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던 옛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눈물의 수도꼭지를 틀어놓는 신파는 작품성이 없다는 말과 동의어처럼 됐다. 특히 요즘처럼 쿨내가 풀풀 나는 그런 이야기를 더 선호하는 젊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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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같지만 실제 사건으로 채워진 ‘노무사 노무진’
‘노무사 노무진’, 저런 황당하고 기막힌 일들이 실제로 벌어질까 싶지만매번 교양시험이라는 명목으로 말도 안되는 문제들을 내서 청소노동자들을 모욕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대학교? 그것도 시험을 보는 날이면 교양에 맞게 정장을 차려 입고 오라고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매번 시험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그 결과에 따라 해고 위협까지 받는 상황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한 청소노동자는 집에서 시험 준비를 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MBC 금토드라마 에 등장한 청소노동자에 대한 한국대학교의 갑질 사건은 너무 황당해 과연 이런 기막힌 일이 현실에 있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한 내용이다. 2021년 국내 최고의 명문대에서 실제 벌어졌던 이 사건은 결국 기숙사 휴게실에서 한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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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터지는 피칠갑 액션 ‘광장’, 역시 소지섭이 소지섭 했다
‘광장’, 일당백 액션 소지섭 과연 한국판 ‘존윅’이 될 수 있을까“네들이 나를 부른 게 아니라 내가 너희들을 부른거야.” 넷플릭스 드라마 에서 남기준(소지섭)은 PC방에 모여든 일단의 깡패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주운그룹 전무인 동생 남기석(이준혁)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자 그 배후를 추적하는 남기준은 먼저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고 남기석을 주차장에서 공격했던 깡패들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가 올 줄 알고 기다렸던 그들이 남기준을 에워싸자 그는 사실 그들을 부른 건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일 대 다수의 대결은 앞으로 이 보여줄 액션의 결을 드러낸다. 남기준이 날리는 주먹 한 방에 상대는 날아가버리고, 젓가락이 얼굴을 꿰뚫고, 다리는 장작처럼 부러져버린다. 수십 명이 달려들지만 이 인물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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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세상, 바보 같은 박진영이 전하는 묵직한 진심
‘미지의 서울’, 진심을 함부로 말하고 이용하는 세상에 대한 일침“알아. 나도 안다고 유미지인거.” tvN 토일드라마 에서 이호수(박진영)는 유미래(박보영)인 척 하는 유미지(박보영)의 정체를 자신도 알고 있다고 친구인 박지윤(유유진)에게 말한다. 박지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미래인척 하는 미지 앞에서 그녀가 미지라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며 호수와 가까워지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호수가 미지를 만나러 가려 하자 그 ‘비밀’을 폭로한다. 호수가 좋아했던 사람은 미래였을 거라 착각한 지윤은 그 비밀 폭로를 통해서라도 호수의 발길을 되돌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의 비밀을 폭로하고 이용하는 지윤에게 호수는 담담하게 말한다. 이미 그녀가 미지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술에 취해 호수에게 너한테..
나의 K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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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과 나의 골목길나의 K오딧세이 2025.01.18 11:28
달리는 속도에서 걷는 속도로급한 일이 없는 날이면 약속장소에 늘 30분 정도 일찍 나간다. 서촌이나 북촌, 인사동, 종로에서 주로 약속을 잡는데 그곳 골목길들을 걷는 게 재미있어서다. 30분 정도 먼저 도착해 골목길들을 슬슬 걸어 다니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카페와 음식점들로 가득 채워져 말 그대로 인파가 몰리는 익선동 골목도 7,8년 전만 해도 한옥의 처마를 그늘 삼아 슬슬 걷기 딱 좋은 길이었다.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들고 그 길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순간 도시 한 복판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아늑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 골목길에 '거북슈퍼' 하나가 달랑 있었는데, 비 오는 날 그 가맥집에서 병맥주를 마시며 빗소리를 듣는 기분이 그만이었다. 물론 거북슈퍼가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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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와 서소문 아파트나의 K오딧세이 2025.01.09 16:00
중년기의 한국사회 “이 건물 밑이 원래 하천이야. 야 봐봐. 물길 따라 지어가지고 이렇게 휘었잖아. 복개천 위에 지어가지고 재건축도 못하고. 그냥 이렇게 있다가 수명 다하면 없어지는 거야. 터를 잘못 잡았어... 그것도 나랑 같아. 나도 터를 잘못 잡았어. 지구에 태어나는 게 아닌데...”- '나의 아저씨' 중에서'나의 아저씨'가 방영될 때 내 나이도 오십을 막 넘기고 있었다. 87학번인 나의 대학시절만 해도 최영미 시인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할 정도로 서른만 넘으면 인생이 꺾어지는 줄 알았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로 시작하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도 그렇다. 지금은 달라졌다. 서른에 결혼하는 이들은 거의 없어졌고 마흔이 넘어야 이제 중년에 들어선다고 여긴다. 중년과 노년의 나이 개념이 달라..
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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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배우 그리고 연기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2025.01.22 10:06
배우의 연기와 우리의 삶 우리에게 스타란 무엇일까. 젊은 시절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연인이자, 언제나 피곤한 몸을 기댈 수 있는 넉넉한 어깨를 가진 친구 같은 존재일까. 우리와는 다른 별세계에 있으면서 가끔 우리에게 그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꿈의 존재일까. 아니면 도무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우리와는 다른 신적인 아우라를 가진 존재일까. 그저 냉정하게 바라봐 자본주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들어낸 신을 대체하는 인간상품의 하나일까. 스타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극에서 극으로 달린다. 한없이 찬사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끝없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한없이 동경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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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키드와 TV의 작은 역사죽고 싶지만 TV는 보고 싶어 2025.01.09 16:07
프롤로그 : 바보상자에서 똑똑한 TV까지상자 속의 바보상자, 그저 물건의 하나였던 TV엉뚱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TV에 대한 가장 강렬한 첫 기억으로 무엇이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물쇠'라고 말할 것이다. 70년대 내가 아이였을 때, 큰맘 먹고 아버지가 모셔온(?) TV는 방 한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도무지 접근 불가의 물건이었다.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양 가구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TV라니! 지금으로서는 아마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당시 그 TV는 가구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TV를 보려면 먼저 가구에 달린 커다란 자물쇠를 풀고 문을 양옆으로 연 후에야 비로소 그 속에 놓인 TV를 볼 수 있었다. 이른바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이 공공연했던 시절, 교육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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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와 다리 밑소소하지만 빛나는 일상의 리뷰 2025.01.09 16:10
삶이 흘러가는 곳, 천변을 걸으며 다리 밑에 서니 다리 위가 보였다. 그 위에서 사람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간다. 출근 시간이라 대부분이 정장차림이다. 다리 밑에도 사람들이 천변을 따라 걸어간다. 그들은 다리 밑을 가로질러 천을 따라 오르거나 혹은 내려간다. 다리 위를 지나면 전철역이 나온다. 아침이면 사람들은 거기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출근한다. 다리 밑을 지나 천을 따라 오르면 저 앞에 북한산이 보인다. 사람들은 그 천변을 따라 구불구불 나 있는 산책로를 뛰거나 걷는다. 딱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 다리 위를 지나는 사람보다 다리 밑을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의 나이가 많은 편이다. 아마 그들도 조금 젊어서는 그 다리 위를 매일 같이 지나갔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어느 날 '어 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