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구해줘 홈즈’, 먹방 홍수 속 주목되는 집방

 

먹방이 지겨워? 이젠 집방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에 대한 반응이 심상찮다. 일요일밤 6.5%(닐슨 코리아)의 괜찮은 시청률을 내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사실 그다지 새로울 건 없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생각됐다. 집의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방송은 이미 아침 프로그램 등에서 무수히 많이 나왔던 소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방영을 거듭하면서 <구해줘 홈즈>는 우리가 봐왔던 그런 집 소개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른 관전 포인트들을 드러냈다. 그것은 그저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구매자인 소비자가 참여해 집을 구하는 ‘리얼 상황’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다. ‘5인 가족이 함께 살 전원주택’을 찾는 의뢰자들을 대신해 박나래와 송경아가 용인에서 발품을 팔아 보여주는 집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들을 위해 미끄럼틀 계단과 공부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공부방이 돋보이는 용인 아이디어 하우스나, 여심을 자극하는 인테리어 끝판왕을 보여준 용인 아치 하우스를 보다 보면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양양에서 네 자녀와 함께 살 단독주택을 구하기 위해 장동민과 정시아가 찾아간 남대천이 한 눈에 들어오는 집은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하나의 별장 같은 로망으로 다가온다. 양쪽이 마치 쌍둥이처럼 똑같은 데칼코마니 한옥 주택은 그 보는 재미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이 집의 가격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의뢰인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그 집에 대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저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현실감.

 

의뢰인을 두고 팀으로 나뉘어 서로 자신들이 찾은 집이 더 낫다고 붙는 일종의 배틀은 그저 부동산 홍보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차단한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의 집을 두고 하자(?)를 찾아내려는 예능적인 대결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실제 단점들을 찾아내기도 한다. 물론 현장에서 집을 찾는 출연자들의 세심함도 중요한 지점이다. 태양광 집광판이 있는 집을 보면서 그저 전기료 절약을 떠올리면서도 꼼꼼하게 10년 정도면 들어갈 수 있는 수리비용을 묻는 하재숙의 꼼꼼함은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으로서의 집이라고 하면 주로 서울과 도심에 집중되는 걸, 지방과 시골로까지 확장하고 나아가 아파트만이 아니라 단독주택과 전원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첫 회에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의 집 찾기를 보여주고, 강남권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가격이 낮은 역세권 집을 발견해내며, 이천, 용인 그리고 양양까지 발품을 파는 모습은 집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과 편견을 깨준다.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질 정도로.

 

사실 의식주 같은 우리네 필수적인 삶의 요소는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본능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 많은 의상들을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이 그렇고 너무 많아 이제는 식상해질 정도인 먹방이 그렇다. 집 역시 여러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바 있지만 <구해줘 홈즈>처럼 좀 더 집중적으로 실제 현실을 담아 프로그램화한 건 드문 시도다.

 

물론 우리에게 집은 판타지와 박탈감을 동시에 주는 소재다. 상상 속에서나 그릴 법한 그런 집들은 우리의 로망을 자극하지만, 그것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감은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도시화로 인해 말도 안되는 평수가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공시되고 있는 비현실 속에서, 조금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보다 현실적인 판타지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 균형을 맞춰가는 일이 중요하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구해줘 홈즈>가 의외로 집방의 새로운 세계를 열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사진:MBC)

'집사부일체'가 찾아간 소방관, 이들이 진정한 사부인 건

 

사실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를 시청하다보면 조금 난감해질 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시대의 사부를 찾아 그 집을 방문하고 함께 지내며 어떤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이 그 기획포인트지만, 어떤 경우엔 사부라 모시기엔 좀 어색한 캐스팅도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집사부일체>가 추구하는 ‘가르침’이나 ‘깨달음’은 굉장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부가 살아온 일상에서 비롯된 어떤 것인 경우가 맞다. 하지만 줄줄이 연예인들이 사부로 출연하고 있는 건, 어딘지 어색하다. 세상의 사부가 어찌 연예인들뿐일까.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집사부일체>가 사부로 모신 소방관은 이 프로그램이 비로소 맥을 제대로 짚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강원도에서 벌어진 대형화재 속에서 그 불 속으로 뛰어들었던 무수한 소방관들. 그들이야말로 어쩌면 우리 시대의 영웅이고 사부가 아니겠나. 마침 5월 4일 국제 소방관의 날을 맞아 <집사부일체>가 만난 이른바 ‘화벤져스’ 사부들은 그 출연만으로도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무려 23년간 소방관의 길을 걸어왔다는 베테랑 소방관 배몽기, 세계소방관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오른 홍범석, 특전사 출신으로 해외 참전도 같이 하고 소방관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실사판 ‘태양의 후예’ 조명수, 이진희 부부가 그들이다. 건물 옥상에서 레펠로 내려오는 남다른 등장을 선보인 이들은 의외로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과 진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세계 챔피언 홍범석 사부와 4대 1 대결로 펼쳐진 지옥훈련은 소방관의 일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몸소 느끼게 만들었다. 그냥 입고 있기만 해도 힘겨운 무게의 방화복을 입고, 소방 호스를 끌고, 32킬로 덤벨을 옮기며, 75킬로 부상자를 옮기고, 사다리를 세우며, 좁은 통로를 통과해 9층 계단을 오르는 그 코스는 네 명이 나눠 하기도 힘든 훈련이었지만, 홍범석 사부는 쉬지 않고 해내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줄 하나에 서로를 의지한 채 한 사람은 위에서 지지해주고 다른 한 사람은 밑으로 내려가는 레펠 훈련은 동료 간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실제로 이승기와 이상윤이 한 조가 되어 해본 그 레펠 훈련에서 위에서 줄을 잡고 조금씩 내려준 이승기의 손에서는 동료애가 묻어났다. 장갑을 벗어보니 새까만 손바닥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그도 매번 하는 이 훈련이 결코 적응되지 않고 늘 할 때마다 힘겹다고 토로한 것. 그럼에도 할 수 있었던 건 실제 현장에서 구조를 했을 때 사람들이 건넸던 ‘따뜻한 말 한 마디’였다는 것이었다. 23년 차 배몽기 사부는 태풍이 왔을 때 하루에 무려 24번을 출동한 적이 있다고 했고, 조명수 사부는 소방관들은 밥 먹을 시간이 없다며 식사를 시켜놨는데 출동해야 해서 갔다 오니 손님 중 한 분이 밥값을 계산하고 가셨다는 말에 이 직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4월 스브스뉴스가 내보냈던 ‘“나라도 가야지” 강원도 화재의 화염을 향해 걸어야 하는 소방관의 사명’이라는 영상은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모두가 빠져나오는 그 길에 거꾸로 걸어 들어가는 소방관들. 그리고 그들의 핸드폰 문자에 담긴 가족들의 걱정과 그들을 안심시키려는 소방관들의 답문. 그들 역시 거대한 화마 앞에 작게만 느껴지는 존재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고 구해야할 시민들이 있어 멈추지 않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 이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영웅이자 진정한 사부가 아닐까.

 

<집사부일체>가 소방관을 사부로 추대하고 찾아간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살아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연예인만이 아니라, 또 나이와도 상관없이(심지어 어린이라도) 배울 점이 분명하다면 사부로 추대하고 찾아가는 것. 그것이 <집사부일체>가 앞으로 더 그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이고, 나아가 더 많은 시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사진:SBS)

‘스페인하숙’, 어째서 이 소소한 반복에 빠져드는 걸까

 

무려 25인분의 닭볶음탕을 준비한다. 손님이 몇 명이 올지 모르지만 마음만은 그만큼의 기대감이 음식을 준비하는 차승원의 손길에 담긴다. 엄청나게 큰 스페인 닭 몇 마리를 손질해 놓자 마음까지 푸근해진다. 거대한 들통에 먼저 우려내놓은 빨간 국물과 거기 수북하게 담기는 닭고기들은 그래서 미각보다 먼저 마음을 데운다. 저렇게 넉넉하게 준비된 닭볶음탕을 먹고 다시 기운 낼 순례자들에 대한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설비부 유해진은 박과장과 또 무언가를 뚝딱 뚝딱 만들어낸다. 뭐든 주문하면 뚝딱 만들어내는 설비부에 차승원이 ‘이런 건 못하겠지’ 하며 요청한 와이파이를 만드는 것. 합판 위에 와이파이 문양을 그리고 전기코드를 재활용해 하트모양으로 자른 합판과 연결한 이른바 ‘샘나?π’는 실용성(?)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작품’에 가깝다. 애초 진짜 기능을 갖춘 와이파이를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이보다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마음과 마음을 따뜻하게 연결해주는 유머 가득한 와이파이.

 

tvN 예능 <스페인 하숙>은 어찌 보면 하릴없어 보이는 일들을 매일 반복한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을 준비하고 하숙집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 치우면 또 떨어지는 나뭇잎을 매일매일 치우는 그 반복들. 손님을 기다리고, 맞이하고, 대접하고 또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떨며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손님의 숫자는 그 때 그 때 다르고 예측 불가다. 25인분의 닭볶음탕을 준비했지만 저녁 시간까지 단 한 명의 손님도 오지 않는 일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건 없다. 손님 없으니 하숙집 사람들의 회식(?) 자리가 벌어진다. 설비부에 승진(?)한 박과장이 회식의 명목이다. 박과장과 함께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이 둘러 앉아 손님을 위해 만든 닭볶음탕과 회식을 위해 새로 준비한 삼겹살 볶음을 먹으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낸다. 지금껏 촬영하느라 스페인식 식사만 해온 제작진들은 손님이 없어 잔뜩 남은 닭볶음탕으로 오랜만의 한식을 즐긴다. 그간 차승원은 그 제작진들이 밟혀 일부러 음식을 많이 해왔다.

 

기분이 좋아진 유해진은 박과장에게 괜한 호언장담을 한다. 이참에 김치냉장고로 ‘IKEYO’가 아닌 ‘IKHYEOYO(익혀요)’를 만들어보는 건 어떻냐는 농담. 뭘로 만드냐는 차승원의 물음에 유해진은 당당하게 “합판”이라고 답한다. 그 농담이 우스워 회식은 화기애애한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조금 늦은 시간 잔뜩 지쳐 보이는 순례자가 하숙집을 찾는다. 무려 100킬로를 쉬지 않고 걸어왔다는 그 순례자에게 부랴부랴 따뜻한 밥과 국을 만들어 내놓는다. 벌써 네 번째 순례길이라는 순례자는 처음에는 두 달이 걸렸다며 여기가 너무 좋다고 말한다. 하루 100킬로를 걷고 걷지 못할 정도로 힘든 그 길을 왜 그는 걷고 또 걸었을까. 그리고 그 고행이 왜 좋다고 말할까.

 

<스페인 하숙>은 굉장한 먹방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 많은 손님을 받으려는 장사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음식은 물론 차승원의 정성이 가득하고 스페인이라는 외지에서의 한식이라는 특별함이 있지만 대단히 놀랍거나 새로운 건 아니다. 또 25인분을 준비해서 대부분은 회식을 하고 그 날 한 명의 순례자에게 대접하는 그 광경이 먹방이나 장사의 묘미를 담을 리 없다.

 

순례자가 늦은 밤에 차승원이 차려준 김치볶음밥과 계란국을 먹는 장면에서 ‘리액션’은 그다지 담기지 않는다. 대신 화면이 전환되며 어둑해진 밤하늘에 이런 자막이 더해진다. ‘우리는 무엇을 얻고자 이 길을 걷고 있는가... 이 길의 끝에서는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고단했던 하루 그 하루도 끝이 났다.’

 

매일의 일상이 반복되는 <스페인 하숙>의 풍경들은 그래서 소소한 반복이 만들어내는 재미와 의미가 담긴다. 사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몸을 바쁘게 놀리고 저녁에 돌아와 따뜻한 한 끼로 그 피곤을 풀어내는 삶을 반복하는지 알 수 없다. 살아가기 위해서일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도 우리는 늘 그렇게 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소소한 반복이 다 똑같은 반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깔깔 웃던 웃음이 있었고, 누군가와 나누던 훈훈한 소통이 있었고, 또 때론 지쳤다가도 그 피로를 풀어주는 따뜻한 밥 한 끼가 있었다. 그것이 <스페인 하숙>이 그 멀리까지 가서 포착해내려는 삶의 비의가 아닐까. 그 멀리까지 가서 굳이 힘겨운 순례길을 걷는 이들이 찾아내려는 그것.(사진:tvN)

‘현지먹3’, 존박의 발견이 말해주는 소통 포인트의 중요함

 

tvN 예능 <현지에서 먹힐까>는 시즌3를 하고 있다. 태국에서 했던 첫 시즌은 홍석천이 메인 셰프를 맡아 현지에서 팟타이를 파는 도전을 시도했지만 예상보다 잘 되지 않았다. 먼저 관전 포인트가 생각만큼 주목되지 않았다. 태국에서는 국민푸드인 팟타이 팔기라는 콘셉트가 특별한 지점이 없었고, 물론 국내에 태국음식점을 알렸고 요리도 잘하지만 셰프로서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홍석천도 첫 시즌을 어렵게 만들었다. 최고 시청률 1.8%(닐슨 코리아)로 2% 시청률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장소를 중국으로 옮기고 셰프로 이연복으로 교체했던 시즌2는 최고 시청률 5.3%(닐슨 코리아)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주효했던 건 ‘중국에서 짜장면을 판다’는 기획 포인트였지만 그것 못지않게 더 무게감을 준 건 이연복 셰프의 출연이었다. 중국인들이 짜장면을 잘 먹고 좋아한다는 사실은 신기하긴 했지만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갑자기 생겨나는 변수들에 척척 임기웅변으로 대처하고, 매일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는 기본이 맛의 핵심이라는 이연복 셰프의 면면이 시청자들의 호감을 이끌었다. 역시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물이다.

 

시즌2의 큰 성공으로 시즌3를 맞게 된 <현지에서 먹힐까>는 시작 전부터 정준영 사태가 터지면서 난항을 겪었다. 또 방송 전에 불거진 ‘한국인 거부’에 대한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도 프로그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 외국인 먹방은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했다.

 

물론 미국인들도 좋아하는 짜장면과 만두 그리고 짬뽕, 볶음밥은 흥미로운 기획 포인트였고, 그들이 중국인들처럼 스스럼없이 합석을 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는 그런 문화는 보기에 훈훈했다. 또 푸드트럭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그 트럭들이 서로 음식을 주고받아 먹으며 일종의 ‘동료의식’을 갖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하지만 거의 반복적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만들고 먹는 모습을 보는 일은 처음엔 시선을 끌어도 점점 감흥을 잃어가기 마련이다.

 

결국 외국인 먹방이라는 포인트는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3의 강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훈훈한 호감을 주는 포인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건 바로 존박이라는 인물이 주는 호감이다. 노래 잘 하고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서 엉뚱한 모습으로 웃음을 줬던 그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손님 응대’를 전담하며 드러나는 몸에 배인 듯한 매너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한국음식이 낯선 미국인들에게 음식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먹는 방법까지 알려주며 나아가 무언가 필요한 게 있으면 먼저 나서서 챙겨주는 세심한 배려. 환하게 웃으며 손님이 밀려 늦은 음식을 전해줄 때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는 그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푸근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또 처음 만나도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미국인들 특유의 친화력에 몇 번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마치 친구 같은 편안함까지.

 

역시 관찰카메라에서는 인물이 주는 힘이 훨씬 강력한 면이 있다.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3는 ‘복스푸드’를 찾는 외국인들의 면면이 그래서 관전 포인트가 된다. 혼자 왔다가 우연히 다른 혼자 온 손님과 합석하면서 그 곳에 오게 된 사연이나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는 미국인들이나,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단란한 저녁 한 때의 풍경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런 소소하고 특징적인 이야기들이 아닌 단순히 음식이 맛있었는가에 집중하는 ‘외국인 먹방’은 이제 생각보다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존박의 존재가 더 두드러진다. 메인 셰프인 이연복이나 이전 시즌에서 웃음을 줬던 허경환 그리고 <삼시세끼>의 요리사(?)였던 에릭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건 바로 그 소통 지점에서 존박 만큼 가까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이전 시즌에 이연복이 주목되었다면, 이번 시즌은 존박이 단연 두드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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