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425)
주간 정덕현
‘협상’, 현빈이 만들어낸 독특한 긴장감과 통쾌함제목이 이라 영화 나 일본 만화 를 떠올린 관객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테러리즘의 한 가운데 들어가 세치 혀로 놀라운 협상력을 보여주는 인물들의 이야기. 인질극을 해결하기 위해 제 몸 하나를 던지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들...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은 시작은 그런 ‘협상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의외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영화의 핵심적인 재미의 부분이라 스포일러를 되도록 피하고 싶은 그 후반부는 이 영화가 우리 식의 해석을 얼마나 하려 노력했는가를 잘 드러내준다. 영화 은 이미 예고를 통해 모두가 주지하고 있듯이 인질극을 벌이는 민태구(현빈)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며 협상을 이끌어내는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의..
'안시성', 호불호 갈리는 압도적 볼거리와 약한 스토리 사이영화 은 지축을 뒤흔드는 말발굽 소리로부터 시작한다. 달리는 말과 창과 칼을 들고 맞붙는 당 태종의 군대와 고구려군의 치열한 전장. 살점이 잘려져 나가고 피가 튀는 그 현장이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연된다. 그 영화의 도입 부분을 채운 전투 장면은 앞으로 이 영화가 어떤 걸 보여줄 건가를 말해준다. 제목만 들어도 그 내용을 모를 우리네 관객은 없을 소재. 20만 당나라 최강의 대군을 맞아 고작 5천의 병사들로 이를 물리친 양만춘 성주가 이끈 안시성 전투가 그것이다. KBS 대하사극 에서도 다뤄졌고, SBS 드라마 에서는 제작비 400억 중 상당한 액수를 소진시켜 결국 전체 드라마를 휘청..
'서치'와 '상류사회' 희비쌍곡선, 좋은 영화는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변혁 감독의 영화 는 시작 전부터 시끌시끌했다. 19금이니, 일본 AV배우까지 등장한 역대급 노출이니 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변혁 감독 스스로 영화가 가진 의미를 이야기하는 인터뷰까지 더해졌다. 논란에 대한 해명의 뉘앙스를 가진 인터뷰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것 역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종의 홍보 마케팅처럼 여겨졌다. 논란과 19금이 버무려진 형태의 홍보 마케팅.물론 홍보 마케팅이 잘못된 건 아니다. 영화가 그만한 완성도를 갖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는 감독까지 나서서 그 작품이 가진 의미들을 세세히 설명했어도 관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완성도도 떨어졌고, 새로움은 찾기 어려웠다. 결국 남은 건 ..
‘공작’, 이런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는 것만으로도 뭉클하다(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른바 ‘북풍’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째서 선거 임박해 ‘북한의 도발’이 벌어지고 어김없이 일간지에 마치 당장이라도 전쟁이 벌어질 것처럼 대서특필되었나. 영화 은 아마도 1990년대 말 대선 과정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총풍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그리 생소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당시 ‘흑금성 사건’으로 ‘북풍’의 실체가 드러났던 그 사건을.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해석과 연출은 들어있지만 ‘흑금성 사건’의 현실적 자료들의 대부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워낙 흑금성이 실제로 해온 대북 공작 이야기..
‘미션 임파서블6’, 쫀쫀한 이야기에 맨몸 액션 더해지니 안 될 리가은 이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다. 보통 1편이 성공하면 속편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건 영화와 영화관이 그만큼 대중들에게 하나의 일상적인 여가로 자리 잡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속편에 대한 굉장한 기대감보다는 어느 정도의 기대가 충족되면 만족하는 관객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무려 6편이나 계속 나온 이 이번 작품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건 확실히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건 마치 한 때 냉전시대의 만들어졌다 하면 공전의 히트를 치곤했던 ‘007 시리즈’를 보는 것만 같다. 냉전시대가 지나고 이제 테러리즘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007 시리즈도 고개를 숙였지만, 그 자리를 이 차지하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
"잘 사는 게 복수여".. '변산' 이준익 감독이 던진 메시지이준익 감독의 신작 영화 은 ‘청춘 3부작’으로 불린다. 최근 이준익 감독이 만든 , 에 이은 청춘의 초상을 담은 작품이란 의미에서다. 실로 에서 ‘심뻑’으로 불리는 래퍼 학수(박정민)의 낮게 읊조리다 점점 고조되고 나중에는 폭발하는 랩을 듣다보면 그 청춘의 단상이 녹아난 가사에 ‘마음으로부터 뻑이 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저 자신의 일상을 일기를 쓰듯 꾹꾹 눌러써서 만들어낸 가사지만, 그 안에는 이들이 겪는 상처와 그럼에도 넘어지기보다는 한바탕 욕이라도 해대는 그 마음의 절절함 같은 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작품을 두고 ‘청춘 3부작’이라고 지칭하는 말에 이의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은 이준익 감독 영화 중 또 다른 특징으로 보이는 ‘음..
'허스토리' 같은 영화가 설 자리가 없다는 건사실 많은 이들이 영화 가 개봉되기 전까지 ‘관부재판’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고 말한다. 1992년부터 6년 간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와 맞선 할머니들의 위대한 역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판결을 받아낸 재판.워낙 소재가 소재인지라, 여기 등장하는 할머니들의 얼굴 표정 하나 손등의 주름살 하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영화다. 특히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이 할머니들이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남몰래 눈물만 삼키며 살아오셨을 그 세월의 이야기들이 전해주는 묵직한 감동은 영화가 아니라도 그 실제 사실이 주는 먹먹함을 피할 길이 없다.그래서인지 영화는 오히려 과하게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연출 같은 걸 하지 않았다. 다소 ..
이제 겨우 서사의 시작 알린 ‘마녀’, 시리즈를 기대해박훈정 감독은 전작인 가 직면했던 여혐 논란이 뼈아팠던 게 아니었을까. 는 마치 그 작품에 대한 감독의 항변처럼 느껴진다. 최근 들어 나 같은 여성 슈퍼히어로의 등장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는 확실히 이들 작품과는 색다른 지대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면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물과는 사뭇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고, 실제로 영화 중반까지는 너무나 토속적인 정경이 반복된다. 친자매처럼 친한 친구가 있고, 몸이 아프지만 소를 키우는데 남다른 정성을 쏟는 목장주 아버지와 치매기가 조금씩 보이는 어머니가 등장하며, 어려운 가계를 돕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는 주인공 자윤(김다미)이 그렇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같은 액션을 먼저 기대했던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