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뮤니티’, 이 독보적인 정치 실험 서바이벌이 불러 일으킨 기대감

더 커뮤니티

흔히들 서바이벌 프로그램 하면 떠올리는 느낌은 ‘피곤하다’는 것이 아닐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누군가는 생존하고 누군가는 탈락한다. 그러면서 그 생존의 법칙이 사실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양이라고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은연 중에 강요한다. 그 많은 오디션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을 떠올려 보라. 마지막 한 명의 생존자만이 독식하는 그 욕망의 질주를 바라보며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동시에 그것이 우리가 사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씁쓸해지는 그 양가감정들이 피어오르지 않던가. 

 

하지만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는 마치 이런 사회가 생존경쟁의 장이라는 단정이 섣부르다고 말하는 듯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여타의 그것들과 다르지 않게 서로 다른 가치관과 살아온 배경, 성향 등을 가진 출연자들을 한 자리에 모여 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프로그램이 그 사람의 사상을 나누는 기준은 네 가지다.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이 그 키워드다. 이로써 진보와 보수, 페미니즘과 이퀄리즘, 서민과 부유, 개방과 전통으로 출연자들의 사상은 마치 MBTI처럼 구분된다. 

 

그래서 이런 구분은 출연자들 간의 다른 가치관과 생각들로 인한 갈등과 대결을 상상하게 한다. 여타의 서바이벌이었다면 이들은 ‘사상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사상을 맞춰 탈락시킬 수 있다는 룰이 공개되자마자, 공격과 반격이 벌어지며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민의 힘 소속 도봉갑 당협위원장 출신인 슈퍼맨(김재섭)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자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 청년 비서관 출신인 백곰(박성민)처럼 정치 최전선에서 서로 다른 진영에 있었던 이들은 팽팽한 대립이 불을 보듯 뻔한 일처럼 여겨진다. 

 

나아가 페미니스트인 하마(하미나)와 페미니즘과는 어딘가 거리가 있어 보이는 707 특수단 상사 출신 다크나이트(이창준)이나, 홍콩대 출신의 금수저를 자처하는 지니(이지나)나 흙수저를 자처하는 다크나이트나 청와대 여성 경호원 출신 낭자(이수련)처럼 분명한 차이가 느껴지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더 커뮤니티>는 이러한 차이가 결국 분란을 만들고 서로가 서로를 저격하며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흐름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간다. 성향과 출신이 다른 이들은 결코 함께 생존해가는 커뮤니티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생각 자체가 그저 고정관념이고 편견의 소산이라는 걸 보여준다.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테드(이승국)가 통찰력으로 빠르게 현재 그들이 놓여 있는 상황들을 브리핑하듯 정리하면서 다 같이 생존할 수 있는 ‘천국’의 이상을 설파하면, 정치적 성향에 있어서는 충돌하지만 같은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이력을 갖고 있어 오히려 더 잘 소통되는 슈퍼맨과 백곰이 머리를 맞대고 그 방법들을 고민한다. 데이터 전문가이자 방송인인 그레이(전민기)나 맥심 모델이지만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슈가(김나정)가 특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커뮤니티의 소통을 풀어간다. 

 

이러한 통상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예상을 깨는 의외의 전개 때문일까. <더 커뮤니티> 이렇다할 대대적인 홍보 없이도 방송이 진행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웨이브측의 발표에 의하면 <더 커뮤니티>는 3~4회가 공개된 오픈 2주차 전체 시청시간이 앞선 1주차 대비 120% 증가했고, 설 연휴였던 오픈 3주 차에는 4회차 동시 공개(5~8회)라는 파격 편성으로, 오픈 4주차에는 첫 주 대비 무려 420% 상승한 시청시간을 기록했다. 또 매 신규회차 오픈 당일인 금요일 웨이브 예능 장르 신규유료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했고, 특히 30대 여성 시청시간 비율이 30%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물론 <더 커뮤니티>는 서바이벌이 갖는 분란도 엄연히 존재했다. 모두가 생존하자는 이들의 노력들을 현실주의자인 다크나이트나 낭자 그리고 다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경험자이기도 한 마이클(윤비)은 앞에서는 커뮤니티의 결정에 따르면서도 뒤에서는 비웃는다. 그것은 마치 현실주의자들의 조롱처럼 처음에는 느껴지지만 뒤에 가면 이들이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반응들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즉 누군가는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서 베이징덕 요리를 먹지 못하게 되어 너무 슬퍼 울었다는 이야기를 짜장면 한 그릇도 사치로 여겼던 이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처럼 생각과 성향과 출신이 다른 이들이 꾸려가는 커뮤니티는 놀랍게도 꽤 오래도록 유지된다. 전체 11회 분량에서 8회까지 모두가 생존하는 ‘평화의 시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평화는 룰 자체가 더 독해지고 불순분자인 벤자민(임현서)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8회에 깨진다. 어쨌든 탈락자가 탄생할 수밖에 없는 룰의 압박 속에서 평화와 공동 생존을 주장해왔던 이들 중 이를 깨고 배신과 저격을 시도함으로써 첫 번째 탈락자가 탄생한다. 그리고 이 균열은 또 다른 탈락자로 이어진다. 불순분자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 불순분자를 모두가 협력해 커뮤니티에서 탈락시키지만 또 다른 이가 그 역할을 부여받는 지독한 상황이 펼쳐진다. 

 

결국 <더 커뮤니티>는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이 그러하듯이 그 생존의 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탈락하고 끝내 살아남는 이들이 상금을 분배해 가져가는 것이 이 형식의 결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건 애초 사상이 전혀 다른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존의 커뮤니티를 꿈꿨던 그 이상이 깨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다크나이트가 주장하듯이 이들이 그간 해왔던 토론과 노력들이 마치 ‘배운 이들의 탁상공론’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커뮤니티>의 서바이벌이 달랐던 건 정해진 생존 현실의 결말을 향해 간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끝없이 이들이 공존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10회에 미션으로 주어진 ‘인생스피치’에서 테드는 인상적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위선자’라는 키워드를 갖고 개인적인 경험까지 꺼내 들려준 그의 이야기는, 자신이 가진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위선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자신 안에 있는 욕망들을 마구 꺼내놓기보다는 그걸 콘트롤하며 살아가는 ‘위선’을 선택할 거라는 거였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더 커뮤니티>에서 8회까지 공존의 이상을 꿈꾸며 해왔던 노력들이 ‘위선’이라고 간단히 폄하될 수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설사 현실은 끝내 이상을 용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런 커뮤니티라는 틀을 통해 함부로 자신만의 욕망을 마구 꺼내놓는 걸 스스로 통제하려 애써 노력하는(물론 실패할 수 있겠지만) 것 자체가 아름다운 선택일 수 있다는 걸 이 독특한 서바이벌은 보여주고 있다.

 

이제 리얼리티쇼 트렌드 깊숙이 들어와 있는 한국 예능에서 이제 ‘서바이벌’도 조금은 다른 시도가 가능할 수 있다는 걸 <더 커뮤니티>는 보여줬다. 그건 정치라는 소재적 차원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일종의 ‘사회 실험’이라고 할 수 있어 그저 프로그램에 머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가능할 수 있는 보다 본격적인 리얼리티쇼의 문을 열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최근 몇 년 간 진행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 중에서 단연 <더 커뮤니티>는 도드라져 보인다. 이 프로그램이 연 이 문을 통해 리얼리티쇼의 새로운 영역들이 열릴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다.(사진:웨이브)

‘아이 러브 유’, 일드지만 한드 같은 이 드라마 왜 재밌지?

아이 러브 유

“뭐야! 이 능숙한 태오의 검지손가락!! 엄지손가락을 끌어당긴다는 건 최고야!!!!” 넷플릭스에 공개된 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에 출연한 채종엽에 대한 일본 반응이 심상찮다. 극 중 남자주인공인 연하의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채종협)가 초콜릿 숍 사장 모토미야 유리(니카이도 후미)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는 장면에 대한 일본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다시 엄지로 손도장을 찍는 한국식 약속 방식에서 윤태오는 유리가 어떻게 할 줄 모르자 검지로 그녀의 엄지손가락을 끌어 도장을 찍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인들은 이런 약속 방식이 특이하면서도 특히 극중 윤태오의 매력과 더해져 가슴을 설레게 했다고 반응한다. 그것이 마치 상대를 끌어당겨 껴안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켰다는 것. 

 

이 장면과 이 장면에 쏟아진 반응들은 <아이 러브 유>라는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지점을 잘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일본드라마지만 상당히 한국 멜로드라마 속 클리셰들을 차용하고 있다. 그 근거는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가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처럼 자신을 챙겨준 일본인을 따라 일본에 유학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멸종위기 동물을 연구하는 인물이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를 초콜릿 숍 사장 유리가 한국음식을 배달시키면서 만나게 되고 인연을 이어간다. 그래서 시작부터 비빔밥이나 부침개, 라뽂기 같은 한국음식들이 등장하고 윤태오는 일본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대화를 한다. 또 유리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일본인 동료가 있어 윤태오와 한국어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 러브 유>는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등장인물들에 의해 한국문화와 일본문화가 겹쳐져 등장하는 크로스 컬처의 흥미로운 지점들이 등장한다. 새끼손가락 걸고 도장찍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일본 시청자들에게는 특별하게 다가가는 그런 지점들이 생기는 것. 

 

특히 한국 멜로드라마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하지만 여지없이 여심을 강탈하는 장면들을 이 드라마는 오히려 일본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한다. 갑자기 넘어질 때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끌어 안는다든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 아주 천천히 뜸을 들이는 일본드라마의 남녀 관계와는 달리, 빠르게 관계가 진전되는 한국 멜로드라마의 공식을 따라간다. 그래서 일본 시청자들의 반응에는 ‘진도가 너무 빠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목이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인 건 유리가 사고를 당한 후 갖게 된 능력 때문이다. 유리는 상대방의 눈을 보고 있으면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것은 사고로 의식은 있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아버지의 속이야기를 듣는 것이나, 초콜릿 숍 비즈니스에는 도움이 되지만, 일상의 삶에는 불편한 일이 된다.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런 유리는 윤태오를 보다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 한국사람이라 말은 일본어로 하지만 속마음은 한국어로 들려서다. 물론 이 윤태호의 마음의 소리는 자막으로 번역되어 일본 시청자들에게는 그대로 전해지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가 유리 앞에서 속으로 “귀여워”라고 생각할 때 그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 영문을 몰라 하는 유리를 보며 가슴 설레는 상황을 맞게 되는 이유다. 

 

어찌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멜로의 클리셰들이 가득한 드라마지만, 이것을 마치 진짜처럼 만들어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하는 건 채종협이라는 멍뭉미 가득한 매력 덕분이다. 그의 직진하는 멜로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그런 남성 캐릭터들이 별로 없는 일본의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진다. 특히 이국의 남성이라 문화적 차이로서 허용되는 적극적인 멜로는, 한국드라마가 일본인들을 저격했던 바로 그 지점을 공략한다. 

 

글로벌 콘텐츠 시대에 이러한 다국적 문화를 담은 협업 프로젝트로서 이 작품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넷플릭스 TV부문 순위가 일본에서는 6위, 한국에서는 7위로 글로벌 반응도 좋다. 물론 한국의 옛 멜로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크로스 컬처의 색다른 지점들이 더해져 이것조차 추억과 향수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화려하고 세련된 다양한 장르물들로 채워지고 있는 한국드라마들 속에서, 일본드라마가 맞는데 한국드라마 같은 <아이 러브 유>가 오히려 도드라져 보이는 건 그래서다.(사진:넷플릭스)

‘더 커뮤니티’, 첨예한 이념의 차이를 이들은 넘어설 수 있을까

더 커뮤니티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하던 그들은 커뮤니티 센터 안내방송이 나오자 일순 얼어붙었다. 이 커뮤니티에 들어온 그들에게 사전에 그런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놀랍게도 12명 중 두 사람이 ‘그렇다’고 답했다는 것.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침묵으로 바뀌었다. 성향을 숨긴 채 화기애애한 대화를 하던 사람들 중에 그런 답변을 한 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겨난 변화다. 

 

이 장면은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사상검증구역 :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앞으로 무얼 보여주려 하는가를 압축해 보여준다. 이 서바이벌 예능은 ‘정치’를 소재로 했다. 저마다 다른 성향과 생각을 가진 12명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았고, 합숙을 하며 주어진 미션들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으며 더 많은 돈을 분배받는 게 목표다. 매일 리더를 뽑고 당연히 리더는 그만한 메리트와 더불어 더 많은 돈을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권력을 쥐기 위한 치열한 정치 대결이 펼쳐지게 되는 이유다. 

 

프로그램은 이들을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로 각각 좌파와 우파, 페미니즘과 이퀄리즘, 서민과 부유 그리고 개방과 전통으로 어느 쪽에 어느 만큼의 성향을 갖고 있는가로 나눠 놓았다. 하지만 함께 모인 자리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중도적 입장의 가면을 쓰지만, 밤에 각자 방에서 채팅창으로 펼쳐지는 익명의 토론에서는 저마다의 다른 성향들을 드러낸다.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다’ 같은 젠더 주제에 대한 다소 과격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가 2명이나 존재한다는 사실에 이들이 놀라고 침묵하게 되는 이유다. 겉보기와는 다른 생각의 차이가 드러나는 어떤 순간에 야기되는 갈등들이 예고되는 장면이다. 

 

흥미로운 건 이 프로그램이 마치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이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하나의 작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처럼 그려진다는 점이다. 첫 날의 리더를 뽑고 돈을 나누며 그 날 저녁 식사 비용으로 각자 받은 돈에서 몇 프로씩 나누어 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은 그래서 마치 하나의 정부가 만들어지고 세금을 몇 프로로 거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또 이튿날 미션으로 야외 노동을 하러 가기 위해 인원을 선발하는 과정 역시 노동을 분배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더 커뮤니티>는 이처럼 서로 다른 성향과 이념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사회를 만들어 살아갈 수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사회 실험’ 같은 흥미로움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프로그램은 ‘서바이벌’과 ‘리얼리티쇼’라는 예능적 성격도 놓지 않고 있다. 누군가의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의 성향을 정확히 맞추면 그 사람을 탈락시키고 돈을 벌 수 있는 룰이 주어졌고, 협동을 방해하기 위한 ‘불순분자’로 불리는 스파이도 심어 놓았다. 또 앞서 젠더 문제 같은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자신들의 성향을 드러내는 토론 시간(익명으로 펼쳐지지만 시청자들은 알 수 있다)이나, 그들이 그 안에서 연합을 하거나 배신을 하는 모습이 가감없이 잡히는 리얼리티쇼의 자극점들도 빠지지 않는다. 

 

그간 서바이벌이나 리얼리티쇼라고 하면 소재적으로 음악오디션이나 연애 리얼리티, 게임, 피지컬 같은 영역에 머물러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더 커뮤니티>는 서바이벌 장르에 ‘정치’ 같은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영역을 넓혀 놓았다는 데 의미와 가치가 있다. 특히 이념이나 사상처럼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예민해 친구들끼리도 만나 속으로만 생각할 뿐 밖으로 내놓지 않았던 그 성향을 가감없이 꺼내놓고 부딪쳐 본다는 점은 의미있는 시도라 여겨진다. 

 

다만 우려스럽게 여겨지는 점은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으로 나눠 놓은 성향에 있어서 다른 것들은 어느 정도 가려질 수 있지만, 눈에 먼저 띠게 되는 남녀라는 성별이 혹여나 성대결 구도로 첨예화되지는 않을까 싶은 점이다. 물론 성별에 따른 성향이 모두 같다고 볼 순 없지만 이를 하나의 구별점으로 삼아 연합을 하거나 대결갈등을 만들려는 흐름들이 보이기도 해서다. 또 아무래도 이슈를 끌기 위해 가장 먼저 젠더 관련 질문들로 그 성향을 끄집어내 자극적인 화제성을 만들려는 것도 다소 우려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궁금해지는 건, <더 커뮤니티>가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가져온 이 서바이벌 실험이 과연 어떤 결론으로 끝을 맺을까 하는 점이다. 프로그램은 최종 미션으로 출연자들이 서로의 신뢰를 확인하는 ‘신뢰게임’을 한다고 정해놨다. 그것이 말해주는 건 이 과정을 통해 성향이 다른 이들이 서로 다르긴 해도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면서, 실제 이념과 생각으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어떤 가능성이나 희망이 존재하는가를 들여다보는 일이 아닐까.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몹시 궁금해지는 이유다. (사진:웨이브)

‘싱어게인3’가 발굴해낸 가수들, 이번 시즌은 레전드였다

싱어게인3

JTBC <싱어게인3>의 최종 우승은 홍이삭에게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소수빈은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젤은 톱3에 들어갔다. 톱3에 들진 못했지만 톱7, 아니 톱10까지 이번 <싱어게인3>는 순위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의 매력적인 가수들이 가득했다. 4위를 차지한 신해솔, 5위 리진, 6위 강성희 7위 추승엽은 물론이고, 아깝게 톱7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호림, 임지수, 채보훈도 사실상 이번 시즌이 배출해낸 가수들이나 다름 없었다. 

 

사실 <싱어게인>은 ‘다시 부른다’는 그 특징에 걸맞게 실력자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충분한 실력을 가졌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무명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가수들에게 제공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히 이번 시즌에 실력자들이 쏟아져 나온 건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위상과 인지도가 그만큼 분명했다는 말해주는 것이고,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무대가 더 간절해진 가수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싱어게인3>가 특히 좋았던 건, 출연자들의 개성이 저마다 겹치지 않고 선명하게 대중들에게 전해졌다는 점이다. 그것은 본래 가수들이 개성적이기도 했지만, 그걸 심사위원들과 제작자들이 하나의 캐릭터로 묶어내는데 있어서 성공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듣기 불편한 목소리’라고 스스로도 말했지만 그걸 강한 개성과 매력으로 극복해내 ‘추진수와 이승엽을 합쳐놓은 듯한’ 한 방을 보여줬던 추승엽이 그렇고, 특유의 쓸쓸하지만 다정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외로웠던 나날들을 깨치고 나와 점점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며 응원을 받아 성장해온 리진이 그렇다. 

 

연습생으로 활동하며 무수한 오디션에 참여했지만 거절당하며 8년 간을 지하 연습실에서 보냈지만 <싱어게인3>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의 한계없는 가능성을 펼쳐보였던 이젤은 물론이고, 한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첫 등장부터 듣는 이들의 폐부를 찌르는 노래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든 강성희도 마찬가지였다. 또 산골 캠핑장에서부터 매주 그 곳을 찾는 이들을 위해 노래부르며 꿈을 키워오다 <싱어게인3>에서 꾹꾹 눌러왔던 끼를 발산한 신해솔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여러 차례 라이벌로 지목되어 경합을 치르고, 마지막까지 최종우승 자리를 놓고 대결한 소수빈과 홍이삭의 서사는 <싱어게인3>의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이었다. 2위에 머물렀지만 소수빈은 처음 등장부터 자신을 설명했던 ‘쉬운 가수’라는 표현의 의미를 완전히 달리 들리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윤종신의 표현처럼 좋은 음색에 테크닉까지 갖춘 가수이고 김이나가 말했듯 여기에 감정까지도 잘 얹는 이 괴물 같은 발라더는 그러나 그 뒤에 엄청난 노력이 숨겨져 있다는 걸 매 무대마다 증명했다. 

 

‘본인을 쉬운 가수라고 소개하셨지만 듣는 사람에게 쉽게 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지...’라는 한 시청자의 평이 너무나 공감될 정도로 그는 한 음 한 음에 공을 들이는 무대를 선보였다. 그가 마지막 무대를 서면서 남긴 “저만 어려우면 되는 거니까”라는 말은 그래서 향후 소수빈이라는 가수의 시그니처처럼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어린 무대가 주는 남다른 감동의 실체가 바로 거기서 나올 테니 말이다. 

 

최종우승을 차지한 홍이삭은 물론 마지막 무대에서 약간의 음이탈을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간 <싱어게인3>의 매 무대에서 보여줬던 그만의 색깔이 이미 막강한 팬덤을 만들어냈던 것으로 보인다. 무슨 노래를 해도 그의 색깔로 바뀌는 마법 같은 무대를 선사한 홍이삭은 낮게 읊조리듯 시작되던 노래가 어느 순간 광활한 벌판 위에서 외침으로 바뀌는 시원하면서도 감동적인 장면들로 이어지곤 했다. 

 

이번 <싱어게인3>에서 임재범 심사위원이 하나의 유행어처럼 만들었던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처럼, 이번 시즌은 참가자들도 또 제작진도 심사위원들도 모두 ‘참 잘한 오디션’으로 남았다.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싱어게인3>라는 프로그램의 막강한 영향력 속에서 이미 강력한 팬덤을 갖게 된 이 가수들의 향후 행보가 더더욱 기대되는 건 이들 모두가 잘 해낸 덕분이 아닐까 싶다.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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