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100’ 시즌2, 글로벌 흥행 비결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피지컬:100> 시즌2 역시 비영어 TV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시즌1에 이은 연타석 글로벌 흥행이다. 흥행과 함께 ‘피지컬’이라는 키워드가 글로벌 코드로 떠올랐다. 과연 이 글로벌 흥행 코드는 앞으로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소재가 될까. 

피지컬:100 시즌2

시즌1에 이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피지컬:100> 시즌2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 사랑방 행사’에서 K콘텐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면서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비롯해 새로 공개될 K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 자리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피지컬:100> 시즌2를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으로 꼽은 대목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18일 공개된 <피지컬:100> 시즌2는 여지없이 그 기대감을 채우는 성과를 냈다. 공개 일주일만에 610만뷰, 253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 비영어권 부문 1위에 오른 것이다. <피지컬:100> 시즌2의 글로벌 흥행은 어떻게 일찍이 예고되었던 것이고 또 그대로 실현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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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감은 시즌1이 불러 일으켰던 반향에서부터 출발한다. 작년 1월 공개된 시즌1은 시작부터 전 세계 시청자들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스포츠스타부터 각종 스포츠대회에서 우승 전력을 가진 철인들은 물론이고 군인이나 소방관 같은 몸을 쓰는 직종에 있는 이들까지 망라한 100명의 남다른 피지컬을 가진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 자체가 빅이벤트였다. 한국인이라면 이름 석자만 들어도 다 알 수밖에 없는 윤성빈이나 추성훈, 양학선 같은 스포츠스타들은 물론이고, 유튜브 등의 개인 채널을 통해 피지컬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는 각종 직업의 인플루언서들이 거대한 콜로세움 같은 한 공간에 세워졌다. 그들 옆에는 저마다 자신의 피지컬로 찍어낸 토르소들이 세워졌는데, 그 광경 자체가 압도적인 장관을 이뤘다. 여기서 중요했던 건 피지컬이 가진 논버벌적인 힘이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진 인물들이지만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인물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외적으로 보여주는 피지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서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2 역시 이 초반의 장관을 재연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한판승의 사나이로 불리는 유도 금메달리스트 이원희, 시즌1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구가해온 소방관 출신의 홍범석, 예능인으로 친숙하지만 실상은 한국인 최초 UFC 진출자이자 한국인 최다승 보유자 김동현은 물론이고, 배우지만 주짓수 브라운 벨트의 소유자인 이재윤, 운동으로 몸 좀 만들어봤다면 모를 수 없는 압도적 피지컬의 소유자인 타노스 김민수나, 도저히 인간의 몸인가 싶을 정도의 동작들을 해내는 크로스핏 스타 아모띠, 럭비 국가대표 선수로 유명한 안드레진 등등 참가자들의 면면 만으로도 쟁쟁한 서바이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피지컬:100>이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가를 직관적으로 먼저 알려주는 건 사전미션이다. 시즌1에서는 수조 위로 띄워진 조형물에 50명씩 조를 나눠 매달리고 끝까지 오래 버텨내는 최후의 1인을 뽑는 사전미션을 보여줬다. 저마다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50명이 일제히 매달렸다가 한 명씩 물로 떨어지는 광경은 장관 그 자체였고 곧바로 화제가 됐다. 이번 시즌2는 어둑한 지하 공간 같은 곳에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100명의 피지컬이 달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버텨내고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피지컬들의 향연에 전 세계 시청자들의 아드레날린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피지컬:100> 시즌2의 시작은 그처럼 시각적인 차원 그 이상의 자극으로 문을 열었다. 

 

벌크업된 스케일에 더해진 스토리텔링

사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운동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꽤 역사가 오래됐다. 아주 멀리는 <명랑운동회> 같은 운동 프로그램에서부터 <출발 드림팀> 같은 미션 세트를 동원한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졌고, 그 계보는 최근에는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를 예능으로 가져온 스포츠 예능으로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전후해 스포츠예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그건 비대면 상황이 만들어낸 스포츠에 대한 갈증을 예능이 수용한 데서 생겨난 변화였다. 대중들은 오히려 운동에, 피지컬에 더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일찍이 리얼리티쇼가 정착한 서구의 경우, 치열한 생존대결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 원조격인 <서바이버>가 2000년에 첫 시즌을 시작했을 정도로 오래됐다. 물론 2010년대에 들어 힘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도 계속 시즌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스포츠적인 요소가 강조된 <비스트마스터>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다양한 시즌을 선보였다. <피지컬:100> 시즌1은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전통 위에 보다 강화된 스토리텔링을 얹었다. 그저 세트로 마련된 미션장에서 펼쳐지는 피지컬 대결이 아니라, 그 광경만 봐도 어딘가 서사가 느껴지는 스토리텔링들이 더해졌다. 이를테면 패자부활전으로 치러진 자신의 토르소가 매달린 줄을 잡고 버티는 미션이 마치 자신의 삶의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는 광경으로 그려졌다면, 팀전으로 펼쳐진 1.5톤 배 끌기 미션은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연합의 힘을 스토리텔링했다. 특히 가장 압도적이었던 건 다섯 종류의 경기를 고대 신화를 모티브로 스토리텔링한 미션이었다. 바위를 들고 버티는 ‘아틀라스’, 단거리 장애물 트랙을 달려 불꽃을 잡는 ‘프로메테우스의 불꽃’, 계속 내려오는 외줄을 끝없이 올라가야 하는 ‘이카루스의 날개’, 100킬로 바위를 언덕 위로 굴러 떨어뜨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가미는 아무래도 <피지컬:100>의 연출자인 장호기PD가 교양PD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100>은 ‘완벽한 피지컬은 무엇인가’라는 다소 교양적인 질문으로 문을 열었고 따라서 이 서바이벌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졌다. 교양적인 접근방식이 다양한 스토리텔링에 더욱 열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시즌2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질문은 시즌1과 다르지 않다. ‘완벽한 피지컬’을 찾는 것. 하지만 시즌1이 그 질문과 함께 스스로 몸을 정으로 치고 깎아 고통으로 만들어낸 몸을 형상화한 영상으로 문을 열었다면, 시즌2는 어딘가 천장이 뚫려 내려앉은 지하 공간의 형상으로 문을 열었다. 세 번째 퀘스트로 등장했던 광산 세트의 스펙터클한 모습이 슬쩍 소개되며 그 공간에 들어온 참가자들이 그 스케일에 놀라는 목소리들이 더해진 영상이다. 즉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에 맞게 시즌2의 스토리는 여러모로 코로나19 시절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마치 저마다의 공간에 갇혀 있던 우리들을 환기시킨다. 그러고 보면 사전미션으로 역시 거대한 지하 공간에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 밀 위를 달리는 그 압도적인 광경이 전하는 스토리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건 마치 비대면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몸 관리에 진심이 되어 저마다 ‘홈트레이닝’을 하던 그 시대의 풍경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언더그라운드’란 이런 혹독한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내는 ‘완벽한 피지컬’의 생존을 서사로 가져온다. 스케일은 시즌1에 비해 말 그대로 ‘벌크업’되었고, 그 위에 새로운 스토리가 얹어졌다. 저마다의 완벽함을 주장하는 피지컬의 소유자들 100인과 그들의 대결에 더해진 은유적 서사의 결합. 이 확실한 차별성은 <피지컬:100>이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그 브랜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이유다. 

 

글로벌 인기로 확장될 피지컬 스타의 탄생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가 결국 어떤 걸출한 아티스트를 배출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처럼, <피지컬:100> 역시 피지컬 스타의 탄생이 그 관건이다. 사실 우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지만 <피지컬:100> 시즌1은 마지막 대결에서 불거진 재경기 논란으로 인해 우승자인 우진용이나 준우승을 차지한 정해민 모두 그만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대신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추성훈이나 막강한 피지컬을 다양한 미션에서 보여줬던 윤성빈, 여성 출연자지만 팀장까지 맡아 남다른 리더십을 보여준 장은실 같은 인물들이 피지컬 스타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시즌2는 어떨까.

 

시즌2의 우승자인 아모띠는 준우승을 차지한 홍범석과 사전미션에서부터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인물이었다. 크로스핏에 있어서는 이미 유명한 크리에이터인 아모띠는 사전미션인 무동력 트레드밀에서 3등을 차지했고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패자부활전을 통해 레슬러 정지현이 꾸린 어벤져스팀에 들어감으로써 기사회생했다. 네 번째 퀘스트였던 어벤져스팀끼리 대결한 롤러 레이스에서 생존 1인으로 선발된 아모띠는 단박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리고 파이널 퀘스트에서 토르소 버티기, 무한 스쿼트 그리고 기둥밀기 대결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최종 우승자가 됐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니체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아모띠는 그 말 그대로 고통을 끝까지 버텨냄으로서 최종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깎은 듯한 피지컬에 앳되어 보이는 잘 생긴 외모로 향후 아모띠의 가능성은 훨씬 더 열려 있다고 보인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문 홍범석은 이미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대중들의 눈도장을 착실히 찍어온 인물로서 향후 이런 소재의 프로그램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예능인이 아닌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김동현이나, 배우지만 만만찮은 피지컬을 보여준 이재윤, 전 럭비 국가대표 선수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드레진, 패자부활전에서 레슬링이 얼마나 강력한 스포츠인가를 증명해낸 정지현 같은 인물들도 이번 시즌2가 배출해낸 피지컬 스타라 할만하다. 

 

코로나19 시절부터 촉발된 몸에 대한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은 다양한 운동을 소재로 하는 ‘피지컬 예능’들을 등장시켰다. 김종국이 하는 유튜브 콘텐츠 <찐종국> 같은 예능들이 대표적이다. 갈수록 관심이 커져가는 피지컬 관리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는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콘텐츠들과 스타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번 <피지컬:100> 시즌2의 성공은 이 프로그램이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했다는 걸 보여주면서 동시에 ‘피지컬’이라는 소재가 글로벌 흥행코드로서도 급부상했다는 예감을 하게 만든다. 논버벌로 언어의 장벽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피지컬이라는 공통 분모가 가진 글로벌 잠재력이 바로 그 요인이다. 

 

이러한 잠재력이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걸 말해주듯이 <피지컬:100> 시즌2는 그 말미에 시즌3를 예고하는 듯한 영상을 집어 넣었다. 태권도를 비롯해 일본의 스모, 태국의 무에타이 같은 아시아 각국의 격투기 스포츠 종목들을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면서 <피지컬:100> 아시아라는 문구를 집어 넣은 것. 그건 마치 아시아권으로 출연자들의 풀을 확장한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듯한 엔딩이었다. 만일 <피지컬:100> 아시아가 시즌3로 제작된다면 이건 이 피지컬 예능이 글로벌로 나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피지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는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피지컬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저마다의 로컬 색깔을 가진 스포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때론 대결하고 때론 협력하는 광경을 볼 날도 머지 않았다. (글:시사저널, 사진:넷플릭스)

“이런 좋은 점은 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진주 PD의 진심

연애남매

JTBC X 웨이브 ‘연애남매’의 이진주 PD를 만났다. 인터뷰는 아니었다(그래서 사실 현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다). 그저 차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누고 싶었다. 도대체 이토록 따뜻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연달아 내놓는 이 인물이 궁금했다. 이 사람의 어떤 태도와 시선이 그걸 가능하게 하는가가. 

 

‘환승연애’라는 공전의 히트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이진주 PD를 처음 만났던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아마도 나영석 사단에서 ‘꽃보다’ 시리즈를 경험하며 조연출로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시절이었다. 기억하기론 당시 이진주 PD는 엉뚱하게도 프로그램 이야기보다는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알았다. 그것이 ‘환승연애’에서 ‘연애남매’로 이어지는 그의 프로그램에 어떤 색깔을 입히게 됐는지. 

 

음악에 리듬과 박자 같은 흐름이 중요하듯이, 이진주 PD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감정의 흐름이었다. 그래서 주로 멜로드라마가 그러하듯이 어떤 인물이냐가 가장 중요하고 그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들을 갖게 되고 그것이 관계 속에서 어떤 변화들을 갖게 되는가가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채널 십오야 ‘빠삐용편’에 출연했을 때 나영석 PD가 이진주 PD에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PD’로 소개하며 하지만 그만큼 ‘많이 벌어주는 PD’라 상찬한 건, 그의 연출방식이 인물의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프로그램에 폭발력을 만드는 것이고 그래서 그 감정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몇 배의 제작비도 감수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감정들을 어떤 이유로 보여줘야 할까. 여기에는 갖가지 기획의도들이 의미를 더해 붙여지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은 연출자가 재미있어하고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그 이유가 되곤 한다. 이진주 PD는 그걸 이런 말 한 마디로 담아 전했다. “출연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들여다보려 하는데, 문득 어떤 좋은 점들이 보일 때가 있어요. 가슴을 툭 건드리는. 이런 좋은 점은 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시청자분들에게.”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지만 그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도 이 한 마디가 유독 내 마음을 움직였고 이진주 PD와 그가 만들어온 프로그램들을 이해하게 해줬다. 이진주 PD는 사람에 애정이 깊은 연출자다. 그래서 사람을 들여다보고 싶어하고 그 사람이 가진 좋은 점들에 먼저 감정적 요동을 경험하는 것 같다. 그러고나면 그런 점들을 또한 시청자분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단순해 보여도 이 한 가지는 엄청난 출연 후보자들을 만나보고(그것도 여러 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사전 인터뷰를 한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맞는 이들을 추려내며, 이들이 가진 ‘좋은 점들’을 끄집어내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상황이나 미션들을 고민하고, 그렇게 찍어낸 수 백 개의 영상자료들을 매주 수십 명의 PD들이 달라붙어 편집을 통한 스토리텔링하며, 끝내는 하나의 관통되는 서사로 한 회분의 그 주 방영분을 내놓는 그 지난한 과정들을 즐겁게 견뎌내게 해주는 힘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인물의 ‘좋은 점들’을 시청자분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욕망은 프로그램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연애남매’는 어쩌다 통념에 의해 ‘납작하게’ 소비되어 왔던 남매라는 관계를, 다양한 가족 구성과 정서적 관계를 가진 남매들을 출연시킴으로서 입체적으로 되살려낸 면이 있다. 겉으론 ‘킹받아’ 하면서도 속으로는 남다른 애정을 가진 남매들이나, 아예 대놓고 서로를 의지하는 존재라는 걸 드러내는 남매들이 등장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좋은 점들’을 꺼내보인다. 

 

연애라는 다소 사적인 지점에 가족이라는 보다 확장된 관점을 더함으로써 프로그램은 ‘연애 리얼리티’라는 틀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을 바라보는 ‘휴먼 리얼리티’로 나아간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이진주 PD가 궁극적으로 나가보려는 세계일 것이다. 그는 연애는 하나의 좋은 계기이자 동력일 뿐,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들여다보려는 예능 PD다. 특히 사람의 ‘좋은 면’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던 와중에 문득, 이진주 PD가 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영상)을 보고 거기서 어떤 의미나 가치를 찾아내려 애쓰는 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 많은 영상자료들을 통해 하나의 의미가 되는 것들을 연결해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방식이 아닌가. 그래서일까. 자꾸 수다를 떨며 이진주 PD를 나도 모르게 ‘이진주 작가’라 부르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가 실제 인물들을 통해 써나가고 있는 작품의 세계에 우리가 깊게 빠져들어가는 건, 그 연출 필력이 만만찮은 이 작가와 우리가 같은 ‘좋은 점’ 속에서 공명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린 마치 음악을 듣는 듯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그 좋은 감정의 흐름 속으로 기꺼이 빨려들어가고 있다. 그 좋은 점들이 주는 웃음과 눈물을 공유하며. (사진:JTBC)

다시 달리기 시작한 ‘피지컬:100’ 시즌2, 기대감 키운 피지컬들

피지컬:100 시즌2

어두운 복도를 걸어 나오는 참가자들. 그들은 무엇을 봤는지 저마다 감탄사를 토해낸다. “피지컬:100 미쳤다. 진짜, 와!” “살명서 이렇게 된 걸 본 적이 처음인데..” “와 근데 진짜 대단하다 이렇게 준비를 했네, 이거를...” “이거 다 어디서 구했을까?” 도대체 이들이 본 게 무엇일까 궁금증이 한껏 커진 순간, 그 정체가 공개된다. 거대한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밀. 그 사이를 날아가는 카메라가 그 압도적인 광경들을 포착해낸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 시즌2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걸 알리는 신호탄이다.

 

시즌1에서도 시작과 함께 시선을 잡아끈 건 천장에 매달린 100명의 참가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매달려 버티다 끝내 하나둘씩 물 위로 떨어져내리는 광경이 그것이다. 시즌2는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100명의 피지컬들이 일제히 달리는 장관을 연출했다. 그 위를 달려 더 많은 거리를 기록한 이들이 살아남아 50위 ,10위를 차례로 가리고 최종 1위를 뽑는 사전 미션. 

 

숨이 턱에 타오르면서도 마지막 스퍼트까지 멈추지 않고 내달리는 100인의 피지컬들. 땀이 흘러내리는 팽팽해진 근육들은 단지 그 장관이 펼쳐내는 시각적 차원을 넘어 마치 시청자들 또한 그 운동을 하는 것만 같은 촉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최종 1위는 전 시즌 참가자였던 소방관 출신 홍범석. 그는 시즌1에서 1대1 데스매치에서 져 아깝게 탈락한 후 마음을 다잡고 시즌2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시즌1에서 100개의 토르소를 세워둔 공간에 참가자들이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놀라움과 경탄이 쏟아졌던 것처럼, 이번 시즌2도 똑같은 형식으로 등장하던 참가자들만으로도 한껏 기대감을 높였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끈 건 김동현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본색을 꺼내놓는다. 한국인 최초 UFC 진출자인데다 한국인 최다승 보유자가 그것이다. 40대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사전 미션이었던 무동력 트레드밀에서 선전해 최종 10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서 공 하나를 두고 격투를 벌이다시피 했던 1대1 데스매치는 UFC를 그대로 재연한 듯한 케이지가 새로 추가됐는데 김동현은 막강한 피지컬과 힘의 소유자인 임마누엘과 극적인 대결을 벌여 결국 승리를 따냈다. 미로 속에서 펼쳐진 팀 미션에서는 김동현이 리더가 되어 헌신적인 노력은 물론이고 승부사 특유의 판단력과 실행력으로 끝내 팀에 승리를 안겼다. 지난 시즌에서 추성훈이 프로그램의 최고 수혜자로 떠올랐던 것처럼, 벌써부터 김동현이 제2의 추성훈이 되는 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주목되는 건 김동현만이 아니다. 사전미션에서 최종 1위를 거머쥔 홍범석은 시즌1에서 아픈 패배를 맛보게 했던 1대1 데스매치를 가볍게 이기고 팀전에서도 리더를 맡았다. 4화까지 공개된 현재 그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과정에서 보면 홍범석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전략을 바꿔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만약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홍범석에 대한 주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판승의 사나이’로 불리는 유도의 이원희는 노장답게 침착하게 미션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대1 데스매치에서는 가라테 국가대표 박희준과 맞붙어 누르기 기술로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였고, 팀전에서도 리더가 되어 세 개의 깃발 점령 중 과감하게 하나를 포기하고 두 개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밖에도 우리에게는 배우로 더 익숙하지만 주짓수 브라운 벨트를 갖고 있는 이재윤이 케이지에서 벌인 1대1 데스매치나, 여성이지만 1대1 데스매치에서 남성 상대를 골라 끝내 이기는 놀라운 모습을 선보인 종합격투기 선수 심유리,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피지컬에 남다른 스피드까지 갖춘 타노스 김민수,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는 듯 엄청난 괴력으로 명승부를 펼친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 역도선수 김담비도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했다. 

 

시작부터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주는 장관이 펼쳐지고 그 장관 위에서 역시 압도적인 저력을 보여주는 피지컬들의 대결. 이것이 사실상 ‘피지컬:100’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가진 강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시즌2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강화하는 방식으로 돌아왔다. 시즌1에서는 신화적 상상력이 느껴지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세트가 압도적이었다면, 이번 시즌2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에 걸맞게 지하세계라는 마치 디스토피아의 한계상황을 스토리텔링으로 가져온 듯한 세트가 세워졌다. 

 

그리고 그 위에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피지컬의 소유자들이 하나하나 자신들의 몸으로 써내려가는 스토리를 쓰고 있다. 과연 이번 시즌에는 누가 이 ‘언더그라운드’의 어둠 속에서 오히려 더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로 떠오를까. ‘피지컬:100’이 또 달리기 시작했다. 운동 좀 해야겠는데 싶은 욕망을 툭툭 건드리면서. (사진:넷플릭스)

‘연애남매’, 연애 리얼리티에 가족 서사가 붙으니 생겨난 것들

연애남매

“괜찮아?” 철현과 초아는 ‘남매의 방’에서 만나자마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그렇게 물었다. 두 사람은 남매다. 함께 JTBC, 웨이브에서 방영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애남매>에 출연했다. 이 연애 리얼리티는 남매가 함께 출연해 서로의 인연을 찾아간다는 색다른 차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방송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게 과연 괜찮을까 싶었다. 남매가 함께라고?

 

남매라고 하면 어딘가 티격태격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그런 관계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혈육이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갖게 되고 그래서 그걸 표현하는 걸 옆에서 바라본다는 건 평소 모습과 달리 보일 게 뻔하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마음을 다루기 마련인 연애 리얼리티에서 ‘혈육’이라는 키워드가 잘 붙을까 싶은 거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건 여기 출연한 남매들의 면면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저절로 풀려버렸다. 이보다 따뜻하고 살뜰하게 서로를 혈육으로서 챙겨주는 마음을 가진 남매들이 있었던가. 깨발랄한 세승과 엉뚱한 재형은 툭탁대는 장난기가 가득한 남매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밝게 만들고, 용우와 주연은 10살 차이가 나는데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오빠가 거의 아버지처럼 여동생을 챙겨주는 그런 훈훈함이 절로 묻어났다. 

 

2회에 소개된 철현과 초아 남매의 관계는 더더욱 특별했다. 그들이 남매의 방에서 처음 보자 마자 “괜찮아?”라고 서로에게 물어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정불화가 있었고 어머니가 스무살에 암으로 돌아가셨단다. 그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누나인 초아는 중학교 때부터 무려 7년 넘게 수발을 했다. 엄마 옆에 있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았다. 서울로 가려던 대학도 교환학생도 포기했다. 그런 누나를 옆에서 바라봐온 동생 철현의 마음이 어땠을까. 끝내 엄마가 떠나고 나자 철현은 갈등하는 누나를 데리고 서울로 상경했다. 그 곳에서 남매의 새 삶이 열렸다. 

 

이러한 가족의 서사가 있으니 이 <연애남매>라는 프로그램에서 철현과 초아 남매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이 따뜻한 집에서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고,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가족 코드가 들어가 있는 구성안을 기획하면서 제작진이 철현, 초아에게 그런 구성이 불편할 수도 있다며 사전에 미리 이들에게 상의를 한 부분 또한 제작진의 배려 가득한 마음이 느껴졌다. 

 

1회에 부모들이 챙겨주신 음식으로 첫 저녁식사를 함께 할 때는 몰랐었는데, 철현과 초아 남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장면을 다시 되돌려 보니, 이들이 느꼈을 소회가 남달랐다. “원래 이렇게 식사 모여서 자주 하세요?”라고 철현이 묻는 대목에 남다른 의미가 느껴졌고, 주로 혼자 먹는다는 철현에게 다른 출연자들이 같이 먹으니 어떠냐고 묻는 질문에 “너무 좋아요. 너무 단란하고.”라고 답하는 철현의 말이 새삼스러웠다. 

 

식사 도중 부모님의 전화가 온 세승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가족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고 솔직히 말하는 철현이 “되게 보기 좋으세요”라며 담담히 웃는 모습도 가슴을 건드렸다. 철현은 인터뷰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게 대리만족도 된다며 “슬프기보다는 따뜻함을 많이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철현이 그 모습을 보고 슬프기보다는 따뜻함을 느끼기를 더 바라고 있었을 테니. 

 

이렇게 여기 출연한 남매들의 특별한 끈끈함을 확인하고 나니, 드디어 <연애남매>라는 연애 리얼리티가 가진 색다른 관전 포인트들이 점점 눈에 들어온다. 철현이 가진 매형에 대한 로망이 용우를 살갑게 대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하지만 초아는 용우보다 대화가 통할 것 같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섭에 마음이 간다며 혈육의 이상형과 본인의 이상형이 보이는 차이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이 눈에 띤다. 

 

물론 프로그램의 룰에 의해 혈육이라는 걸 드러내고 내색할 수는 없지만 한 발 떨어져 때론 안타까워 하고 때론 응원하려는 모습이 발견되는 순간들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진주 PD의 전작이었던 <환승연애>에서처럼 이 프로그램도 저녁 시간에 그 날 호감을 준 인물에게 익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황이 펼쳐졌지만 거기에도 혈육이라 더해지는 새로운 감정적 순간들이 등장한다. 메시지를 받고 즐거워하던 세승이나 정섭은 자신들의 혈육인 재형과 윤하가 하나의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순간 굳어버린다. 

 

차라리 자신이 0표를 받고 혈육이 많은 표를 받기를 바라는 이 착한 남매들은 그래서 은근히 혈육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승은 오빠인 재형에게 공유를 닮았다는 다른 여자 출연자의 말에 애써(?) 공감해주고, 정섭은 인터뷰를 통해 아무도 자신의 누나인 윤하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한다. 그래서 혈육이 누군가와 썸의 신호를 보낼 때 이들은 숨어서 미소를 보낸다. 그 광경은 여지없이 관찰카메라에 담겨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사랑은 개인적 감정이 우선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매 같은 혈육이나 가족과는 조금은 어우러지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연애남매>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은 어딘가 언발란스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일 수 있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보여주고 있다. 가족 개념은 사랑의 방해자가 아니라 지원자가 될 수 있고, 그래서 <연애남매>가 더해놓은 가족의 서사는 프로그램을 개인적 사랑의 설렘과 애틋함에 이를 감싸는 따뜻한 온기로 채워놓는다. 

 

하루종일 일하고 늦게 귀가한 초아에게 “당장 앉아요”라며 저녁 식사를 챙기는 출연자들은 또한 또하나의 가족 같은 훈훈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속에서 정섭이 굳이 계란요리를 챙겨주는 애정과 그것을 옆에서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철현의 가족애가 겹쳐지는 순간. 이토록 따뜻한 연애 리얼리티가 가능하다는 걸 이진주 PD는 <연애남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역시 레벨이 다른 느낌이다. (사진:JTBC,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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