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와 <야왕>, 뒤바뀐 남자 캐릭터 왜?

 

<마의>에서 백광현(조승우)을 보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하고 노래 부를 법한 캔디 캐릭터다. 어린 시절 버려져 마의로서 자라오지만 그가 힘겨운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주변에 많은 인물들이 그를 도와주고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백광현은 여복(女福)을 타고 난 인물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의 여인들이 백광현 바라기일 정도다.

 

'야왕(사진출처:SBS)'과 '마의'(사진출처:MBC)

어린 시절부터 백광현을 그리워했던 강지녕(이요원)은 물론이고, 숙휘공주(김소은) 역시 그에게 연심을 품고 뒤에서 모르게 그를 돕는다. 그로 인해서 병을 고친 서은서(조보아) 역시 마음 한 구석에 그를 품고 사라진 그를 찾아다닌다. 사암도인의 제자였던 소가영(염현경)은 연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늘 백광현 옆에서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는 인물이다. 즉 <마의>는 백광현이라는 남자 캔디 주변에 그를 사랑하거나 돕는 여성들이 배치된 드라마다.

 

이렇게 된 것은 드라마의 구조상 고난에 빠진 주인공과 그를 돕는 인물들을 병치함으로써 드라마가 균형을 잡히게 하기 위함이지만, 또한 달라진 남녀 관계의 세태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사회적 위치가 높아지고 활동도 많아진 여성들과 상대적으로 위축된 남성들은 그 남녀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주도적인 여성과 어딘지 소극적인 남성. 한 때는 이것이 <대장금> 같은 여성 영웅의 성장과정을 공감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마의>의 남자 캔디 백광현은 그 역전된 남녀 관계가 점점 고착화되어가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마의>의 경쟁작으로 등장한 <야왕> 역시 역전된 남녀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야왕>은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주다해(수애)와 그를 몸 바쳐 뒷바라지 하지만 버림 받고 복수를 꿈꾸는 하류(권상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같은 고아원에서 자라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주다해를 위해 하류는 아낌없이 모든 걸 주는 인물이다. 주다해가 자신을 어린 시절부터 괴롭혀온 양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때 그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려하기도 하고, 그녀의 학비를 벌기 위해 호스트바에서 몸을 팔기도 하는 인물이 바로 하류다.

 

이런 인물들을 우리는 70년대 전형적인 신파극 속에서 본 적이 있다. 남편 뒷바라지하기 위해 몸을 바치지만 결국은 남편에게 버림받는 그런 여성상. 헌신적인 여성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전형적인 신파극 속의 인물들 말이다. 78년에 김수현 작가에 의해 빛을 본 <청춘의 덫>은 99년에 다시 만들어지면서 심은하의 그 유명한 대사 “당신 부숴버릴거야!”로 우리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런 여성 신파를 뒤집어 놓은 <야왕>의 하류라는 캐릭터 역시 역전된 남녀 관계의 일단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야왕>에서 주다해가 끝없는 욕망의 질주를 하는 능동적인 여성이라면, 하류는 그녀에게 종속된 남성이다. 과거 여성 신파극에서 그 여성이 남성에게 복수를 감행한 것처럼, 이제 하류는 주다해를 향한 헌신이 복수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이런 남녀 관계의 역전은 드라마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여성 시청층에 주도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시각이 그 안에는 들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걸음 더 나간 듯한 남자 캔디, 남자 신파는 확실히 작금의 남성들이 처한 ‘위기 상황’을 잘 말해주는 듯하다. 지금은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시대가 아닌가. 남성성의 시대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여성성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남성들이 점점 사회적 약자가 되고 있다는 얘기는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드라마를 통해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아빠 어디가', 이것이 바로 예능 비타민

 

“좋은 꿈꿔.” “아빠도 잘 자고요.” “고맙다 아들아.” “아빠도 절대로 감기 걸리면 안돼요.” “고마워.”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어이 내 아들. 아빠도 좋아.” 불 꺼진 방 안에서 들려오는 아빠와 아들의 이 짤막한 대화에는 그 끈끈한 사랑이 느껴진다. 평소 아빠를 무서워하며 다가오지 못했던 성동일의 아들 준이. 조금은 자신 없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아빠 좋아”를 연발하는 아이 앞에서 아빠 성동일은 한없이 푸근해졌을 게다. <아빠 어디가>는 어쩌면 성동일처럼 일에 바빠 조금은 소원해졌던 아이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만큼 아빠를 힐링시켜주는 존재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는 첫 회에 아빠와 떠난 여행에서 가장 허름한 숙소가 정해지자 폭풍 오열을 했다. 두모리로 떠난 두 번째 여행에서도 최종 목적지에 가장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텐트를 치고 자야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또 눈물을 쏟아냈다. 아마도 어른들만이 떠나는 여행이었다면 제 아무리 야외취침을 한다고 해도 눈물까지 펑펑 흘리며 아쉬워하는 장면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나온다고 해도 그 진정성이 묻어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국이의 눈물을 그 자체가 진짜라는 점에서 보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든다.

 

윤민수의 아들 후는 송종국의 딸 지아를 마음에 두고 있다. “어휴 이 귀염둥이!”라며 마음을 드러내고 삶은 계란 하나라도 지아를 챙겨주려 한다. 자신은 숨긴다고 숨기지만 다 드러나는 그 마음은 아빠들을 미소 짓게 한다. 후가 단 몇 차례의 방영만에 ‘국민 아들(?)’로 등극하게 된 것은 그 자신의 본능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그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삶을 계란을 먹고 싶은 마음과, 지아와 민국이형과 나눠먹을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다 자신이 다 먹어버리는 모습은 그 솔직한 속내를 잘 보여준다.

 

저녁 찬거리를 구하러 나온 길에서 만난 강아지나 병아리 때문에 좀체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지아는 그 존재만으로도 아빠 송종국을 딸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아이. 송종국이 지아의 발을 닦아주거나 어설픈 솜씨로 아침을 챙겨주는 등 지극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이 땅의 모든 딸 바보 아빠들의 마음 그대로일 게다. 한편 이종혁은 아빠라기보다는 삼촌 같은 모습이다. 귀차니스트들이기 마련인 아빠들의 자화상과 그럼에도 친구처럼 아들과 놀고 싶어하는 나이 들어도 여전히 악동 같은 모습이 거기서는 묻어난다.

 

사실 <아빠 어디가>는 특별히 대단한 이벤트가 있는 예능이 아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시골로 떠나 하는 것이라고는 잠잘 방을 택하고, 저녁거리를 구해 챙겨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눈을 뜨며 한바탕 시골길을 걷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더해지기 보다는 빼는 것으로서 더 특별해진 예능은 그저 달걀 몇 알만 갖고도 충분한 웃음을 전해준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니 말이다.

 

무언가 많은 것을 설정하고 기획하기보다는 그저 아날로그적인 공간에 아빠와 아이를 함께 내버려두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가를 담담히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이 예능은 따뜻한 웃음을 전해준다. <일밤>이 지금껏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웃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말 예능으로서 그 프로그램을 가족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아빠 어디가>는 그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놓았다. 이제 주말이 되면 이 아이들과 아빠들의 관계가 무르익어가는 과정을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처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현실에서 매번 부대끼면서 마음만은 그렇지 않지만 가족들과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지는 게 우리네 아빠들이다. 그런 아빠들에게 <아빠 어디가>는 비타민 같은 웃음을 전해준다. 그 아이들이 전하는 순수한 웃음은 그 자체로 아빠들에게는 힐링이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들의 가족과 아이를 돌아 보는 기회가 될 테니.

<서영이>, 최윤영과 박정아 주조연이 바뀌었나

 

<내 딸 서영이>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호정(최윤영)이다. 상우(박해진)가 본래 진지하게 사귀었던 인물이 호정이 아니라 미경(박정아)이었던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갑작스런 변화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한 회 분의 방송분량으로만 비교해 봐도 호정과 미경이란 캐릭터는 이제 주조연이 바뀌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우와 사귀던 시절만 해도 미경의 분량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호정은 그저 한 때 스쳐 지나는 한 조연에 불과했었지만, 지금은 미경의 존재감을 거의 지워버릴 만큼 그 방송분량이 많아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딸 서영이'(사진출처:KBS)

물론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이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래도 개연성이라는 것을 따라야 하는 게 사실이다. 상우와 미경은 서로 사랑했던 사이였고,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상우의 누이가 미경의 오빠인 우재(이상윤)와 거짓 결혼을 했다는 사실뿐이다. 누이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사랑하던 여자와 헤어지는 결심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 상우가 호정과 결혼까지 하는 건 과하다고 여겨진다. 여기서 미경은 아무런 죄도 없이 피해자가 되어버린 인물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그렇게 결혼한 상우가 미경을 쉽게 잊어버리고 호정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 역시 그 진정성에 의심을 가게 만든다. 과연 상우는 호정을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 없는 결혼이지만 호정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그저 받아주고만 있는 것일까. 아니 상우는 벌써 미경을 잊어버린 것일까. 어느 쪽으로 봐도 상우와 미경 그리고 호정은 엇나간 관계 속에서 시작한 불행한 인물들일 수밖에 없다. 상우는 본래 사랑했던 여자와 결혼하지 못했고, 호정은 결혼은 했으나 사랑을 얻지는 못했으며, 미경은 사랑했던 이를 다른 이에게 빼앗겼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새롭게 상우와 호정 커플이 주목을 받는 것은. 여기에는 약간의 착시현상이 들어가 있다. 즉 호정이 남편인 상우와 시아버지인 이삼재(천호진)에게 너무 잘한다는 점이다. 시아버지에게 깍듯이 대하고 상우에게 사랑받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호정이 부모 세대들에게는 흐뭇함을 안겨줄 수 있다. 며느리로서 호정은 부모 세대들에게 판타지적인 존재다.

 

여기에 최근 들어 <내 딸 서영이>에서 연쇄적으로 터지고 있는 비밀들로 끊임없이 멘탈붕괴에 이르는 인물들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알콩달콩함을 보여주는 커플이 상우와 호정이다. 우재의 가족은 강성재(이정신)의 출생의 비밀이 터진 후 곧바로 서영이의 비밀도 폭로되면서 거의 붕괴직전의 가족을 보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러니 이 극적인 긴장감 속에서 그 긴장을 풀어주는 커플로서 상우와 호정이 유일하게 돋보이게 되는 셈이다.

 

물론 호정 같은 인물은 결혼이 반드시 사랑을 전제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 캐릭터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 수 있지만 과거 세대들에게 이 이야기는 공감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우와 호정 커플이 급진전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미경의 캐릭터는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라면 그 아무 죄도 없이 피해자가 되어버린 미경의 상황을 좀 더 납득되게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한 가지 작가가 갖고 있는 고민이 묻어난다. 미경이란 캐릭터를 다시 집중하게 되면 그 피해자라는 존재 자체가 자칫 서영이의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부정한 것도 모자라, 동생의 사랑까지 뒤틀어버린(물론 그건 그녀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을 지라도) 서영이는 어쩌면 용서받지 못할 인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드라마를 극적으로 몰다 보니 너무 많은 일들이 겹쳐져버렸다. 이제 서영이가 모든 비밀을 털어내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지만, 너무 멀리 간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몇몇 캐릭터들은 의도적으로 지워지고 있다. 결국 서영이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이들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모습을 자꾸만 보여주는 건, 그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일 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본래의 주조연이 바뀌어버리는 것은 너무 과한 의도가 아닐까.

지금 강호동에게 필요한 건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다시 방송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가졌던 기대감에 비해 그 결과가 너무 소소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복귀 신고식을 치른 <스타킹>은 첫 회에 무려 16.2%(agb닐슨)의 시청률을 냈다. 하지만 그 후로 시청률은 13.4%, 10.7%로 뚝뚝 떨어졌다(물론 최근 약간 반등했지만). <무릎팍도사>는 정우성이 게스트로 나온 첫 회에 8.7%에서 시작해 6%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물론 이 몇 회의 시청률 추이를 갖고 강호동 복귀의 효과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킹'(사진출처:SBS)

이렇게 된 것은 복귀하는 강호동에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기존에 그가 했던 프로그램으로 다시 복귀했다는 점이 그 기대감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렸다. <스타킹>은 그가 예전에 했던 그 전성기를 한참 지난 포맷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무릎팍도사> 역시 달라진 토크쇼 환경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속에서 강호동은 마치 1년 전에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 1년의 공백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하는 <달빛프린스>는 어떨까. 아직 방영이 되지 않아 어떤 형태일 것인가를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그 형식이 토크쇼라는 것은 분명하다. 매주 게스트가 한 권의 책을 직접 선정하고 그 책에 따라서 주제가 선정되는 북 토크 형식이라고 한다. 강호동을 위시해 최강창민, 용감한 형제, 정재형, 탁재훈이 함께 MC로 투입되었다. <안녕하세요>를 연출한 이예지PD에 대한 신뢰가 있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어떨까. 과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화된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세울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토크쇼라는 점이 그 기대를 상당부분 떨어뜨린다. 너무 많아진 토크쇼들 속에 또 하나의 토크쇼라는 점도 그렇지만, 강호동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무릎팍도사>와 더불어 또 하나의 토크쇼를 하는 셈이니 말이다. 어떤 다른 면모를 보여줄 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토크쇼는 강호동의 진가를 끄집어내기에는 약한 면이 있다. <무릎팍도사>처럼 확실하게 그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토크쇼도 쉽지 않은 판이다.

 

강호동의 강점은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더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시베리안 야생 수컷호랑이!” 강호동이 자신의 MC 이미지를 가장 인상 깊게 만들어낸 것은 <1박2일>에서 이렇게 외쳤을 때이다. 너무 소리를 지른다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강호동의 최대 자산이라면 바로 그 강인한 인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겨울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계곡에 서슴없이 들어가고, 밀려오는 파도 속에 몸을 던지는 장면은 다른 그 어느 누구도 그만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힘든 강호동만의 특별함이 묻어난다.

 

왜 강호동은 자신만이 가능한 이 야생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지 않을까(그렇다고 <1박2일>에 들어가란 얘기는 아니다). 하긴 그렇게 그에게 최적화된 예능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만일 강호동을 제대로 활용하겠다면 그 야생의 힘을 끄집어낼 수 있는 형식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제 아무리 강호동이라는 거물이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만한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방송사들의 강호동 활용법에는 그래서 강호동에게나 대중들에게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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