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더 열심히, <라스>의 비결

 

MBC 김재철 사장의 강호동은 돼도 김구라는 안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라디오스타>의 멘트 하나 자막 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상해 공연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못 타서 당일 첫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이라 자리를 비운 규현을 두고 다른 MC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윤종신은 “더 이상 집나가는 형제 있으면 안 되는데.. 예전에는 살짝 비기만 해도 이상했는데.”라고 운을 띄우자, 유세윤이 받아서 “이 자리가 어쨌든 규현이만의 자리는 아니잖아요.”라고 농담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 주고받는 농담 속에 ‘열린 자리’라는 깨알 같은 자막이 들어가 웃음을 주었고, 유세윤은 규현의 빈 자리에 대고 마치 그가 있는 것처럼 “상해 클럽 갔다며. 어 진짜로? 3명이랑?”이라고 말하며 장난을 쳤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대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서로의 방송분량 경쟁이 하나의 설정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누군가의 빈 자리를 환영하는 모습으로 장난으로 친다.

 

물론 심각한 사안으로 MC가 하차하게 됐을 때는 조금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 장난이 멈추지는 않는다. 신정환이 하차했을 때도 <라디오스타>의 MC들은 서슴없이 그의 이야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또 김구라가 빠졌을 때는 그를 <라디오스타>의 사실상 멘토로 대하면서 그의 분신(인형)을 꺼내놓고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규현이 주로 그랬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김구라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누군가 자리를 비울 때 그를 깎아내리고 때로는 독설을 하는 건 <라디오스타>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김구라의 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뜬금없이 양배추(조세호)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를 웃음의 재료로 쓰기도 하고 염경환을 호명해서 깎아내리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이들의 이름을 프로그램에서 꺼내놓는 것은 그 내용이 어떻든 그 자체로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악플보다 힘든 게 무플이 아닌가.

 

김구라가 tvN의 <택시>로 복귀하면서 많은 이들이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보기를 바라게 되었다. 물론 과거 잘못된 발언으로 인해 잠정하차하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지만, 많은 이들이 그가 다시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어두웠던 과거가 어떻든, 현재에 그가 많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김재철 사장의 발언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대중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쨌든 <라디오스타>만큼 MC들이 갑자기 빠져나가고 새롭게 채워진 토크쇼도 없을 법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라디오스타>가 굳건히 버텨낼 수 있었던 데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뒤늦게 도착한 규현에게 다른 MC들은 그가 없이도 잘 진행이 됐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그를 놀렸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규현의 부재가 그다지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그 이유는 그의 존재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노력 때문이었다. 규현이 “저 없이도 잘 하셨나요? 걱정이 되가지고.”라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자, 유세윤이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저희는 누구 없다고 못하는 프로그램 아니에요.” 그러자 규현도 수긍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없으면 더 열심히 해.” 아마도 이것이 <라디오스타>가 김구라 같은 프로그램의 뿌리가 사라져도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이경규, 토크쇼에서 펄펄 나는 이유

 

“욱 욱 욱- 쇼!. 욱쇼의 진행자 앵거 리입니다.” <남자의 자격> 패밀리합창단의 점심 자투리 시간에 맞춰 진행된 ‘욱쇼’는 이경규의 욱하는 성질과 주상욱의 욱을 붙여 급조된(?) 토크쇼 상황극이다. 먼저 패밀리합창단의 미녀 3인방으로 서효명, 아이비, 권희정을 불러낸 이경규는 자신들의 멘트에 대해 서효명이 욱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런 거 아주 괜찮아요. 중간 중간에 프로그램이 마음에 안 드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욱쇼의 특징을 설명해주었다. 이경규는 녹화 도중 옆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거침없이 “아줌마! 녹화하잖아!”하고 소리침으로써 웃음을 주기도 했다.

 

'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이경규는 패밀리 합창단에서 안선영이 주상욱에게 대시하는(물론 설정이다) 것에 대해 주상욱에게 ‘마구잡이 사랑’이라고 폄하하기도 했고(그러자 주상욱도 거기 맞춰 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비에게 여기서 맘에 드는 남자가 있느냐고 묻고는 아이비가 “굉장히 힘든 질문인 것 같다”고 말하자 “그러면 우리 집사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하고 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 안선영에게 그녀의 어머니가 주상욱을 남편감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거 아니냐는 무리수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많은 막가파식의 멘트들은 이경규가 “욱쇼니까.”라고 던지는 마무리 멘트로 인해 하나의 설정으로 바뀌면서 방송 가능한 토크들이 되었다.

 

물론 욱쇼는 패밀리 합창단이라는 조금은 낯선 인물들을 소개하고 캐릭터화하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후에 합창단으로 묶여질 때 저 마다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심층 토크쇼인 셈이다. 욱쇼를 통해 우리는 이미 조금은 새침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서효명과 다소곳하면서도 엔터테이너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아이비 그리고 순애보적인 선한 마음의 권희정이라는 캐릭터를 읽을 수 있었다. “잉꼬부부신데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다른 여자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차태현의 아버지가 대단한 예능감의 소유자라는 것도 알 수 있었고, 환희와 준희가 여전히 그 나이 또래의 아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욱쇼는 패밀리 합창단의 가외적인 코너로서 대단히 효과적인 장치다.

 

그런데 이 욱쇼를 통해 또 하나 드러나는 것은 이경규라는 발군의 MC가 가진 토크쇼에서의 가능성이다. 토크쇼란 진정성 있는 대화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또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그걸 재미로 변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욱쇼는 이경규의 성격을 그대로 프로그램화함으로서 그 진정성을 느끼게 하면서도 그것을 재미로 풀어낼 수 있는 토크쇼 형태로 묶어낸 형식이다.

 

이경규 본인이 게스트에게 말했듯이 방송 중간에 마음에 안 들면 얘기를 한다거나, 녹화 도중 방해하는 이가 있으면 소리를 친다거나 심지어 게스트가 한 어떤 말에 질투나 화 같은 속내를 드러내는 건 어쩌면 이경규가 실제 방송에서 하기도 했던(과거 일이지만 그는 프로그램 전체를 좌지우지하기도 했다) 그 모습 그대로일 게다. 이 진심을 드러내면서 그것을 “욱쇼입니다.”라는 멘트 하나로 토크쇼화 하는 것. 이것은 이경규가 토크쇼라는 형식 속에서 자유자재로 캐릭터와 진심을 섞어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 날 욱쇼에 등장한 게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이경규가 토크쇼를 통해 소화할 수 있는 대상이 거의 전 세대 남녀노소에 걸쳐 있다는 걸 보여준다. 거기에는 환희 준희처럼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왕종근의 아들인 왕재민과 이광기의 딸 이연지 같은 사춘기 청소년들, 또 그 아버지들 세대는 물론이고 서효명, 아이비, 권희정, 이준 같은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욱쇼라는 형식 속에 잘 어우러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욱쇼. <남자의 자격> 패밀리 합창단에 자투리로 등장한 이 작은 코너가 정규 프로그램화되어도 충분한 편안함과 재미와 진솔함을 보여준 데는 거기 이경규가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토크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모두 성공하지는 못하고 있는 현재, 욱쇼는 토크쇼의 자격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면 <힐링캠프>가 시청률에서 매번 대박을 치고 있지는 않아도 현 토크쇼들 중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토크쇼가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표절시비부터 강제 천만 영화 만들기 논란까지

 

영화 <광해>가 31일 만에 9백만 관객을 돌파함으로써 천만 관객 동원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CJ E&M이 추석 시즌을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이 되었다. 마치 예상한 시나리오대로의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는 <광해>. 하지만 여기에 대해 대중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 영화라면 사실상 신드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텐데, 어째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사진출처: 영화 '광해'

그 발목을 잡고 있는 첫 번째는 표절 시비다. <광해>는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를 표절했다는 논란을 받아왔다. 동아일보는 <광해>와 <데이브>의 18가지 유사점을 조목조목 짚어낸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 내용들을 보면 대통령 대신 왕이, 대역 직장인 대신 대역 만담꾼이, 비서실장 대신 도승지 허균이, 대통령 부인 대신 중전이, 각료들 대신 신하들이, 흑인 어린이 대신 어린 나인이, 경호원 대신 호위무사가... 등등. 대구를 이루는 것들이 너무 많을 정도로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데이브>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광해>가 꽤 괜찮은 작품이라 여길 만하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이병헌의 1인2역도 단단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왕이라는 항상 서민들의 판타지가 투영되기 마련인 존재의 이야기를 왕이 된 평범한 민초의 시각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공감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 같은 상황을 두고 보면 기획적으로도 적절했다 여겨진다. 하지만 <데이브>와의 유사성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이 괜찮은 완성도가 오히려 너무 심했다고 생각될 수 있다. 표절을 했건 안했건 영화로서 너무 비슷한 것만은 사실이니까.

 

여기에 천 만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각종 마케팅과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까지 겹쳐지면 <광해>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를 가늠할 수 있다. 자사 계열 배급사의 영화에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스크린 수 밀어주기를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특히 그 불공정성이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광해>는 개봉일에 상영관 689개를 확보하며 시작했지만 반달 만에 1000개가 넘는 상영관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무료 26%가 넘는 스크린 수 점유율이다. 이 정도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볼 게 없어 <광해>를 본다는 볼멘소리가 이해될 법 하다.

 

또한 <광해>의 관객 수가 마케팅에 의해 강제로 만들어진 허수라는 논란도 있다. <광해>는 CGV에서 이른바 ‘1+1’이라는 한 명이 보면 다른 한 명은 공짜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되면 관객 수의 수치는 천 만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짜 유효 관객 수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애매해진다. 결국 천 만 관객 마케팅을 위해 그 수치를 강제로 뽑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고 있다는 얘기다.

 

<광해>는 콘텐츠적으로 괜찮은 완성도를 가진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작품의 표절 시비나 배급과 마케팅 문제에 있어서 꽤 시끄러운 잡음을 내고 있는 영화인 것도 분명하다. 소급해서 생각해보면 <도둑들>이 올 여름 최고의 기록을 낸 데도 결국 대형 배급사의 마케팅 수완이 한몫을 했을 거라는 심증이 짙다. 이제 천 만 관객도 마케팅으로 만들어내는 시대가 된 것일까. 또 그렇게 영화가 작품보다는 상품에 더 골몰하는 처지가 된 것일까. 거대 자본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그림자는 국내 영화 산업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마의', 왜 하필 말인가 했더니

 

“하지만 생명이잖아요.” 칼에 찔려 죽어가는 말을 살리기 위해 사암도인(주진모)을 찾아갔으나 자신은 인의(人醫)지 마의(馬醫)가 아니라며 거부하는 그에게 어린 백광현(안도규)은 이렇게 되묻는다. 그러자 사암도인은 백광현에게 말이든 사람이든 생명에 귀천은 없다고 말한다. 그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함부로 시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 바로 이 짧은 장면은 <마의>가 왜 하필 말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사극에서 말은 바로 민초의 다른 이름이다.

 

'마의'(사진출처:MBC)

마의들의 삶이란 어찌 보면 말보다 천시 받는 삶이다. 말이 날뛰다 이명환(손창민)의 아들 이성하(남다름)를 발로 차는 사고가 벌어지자 그 말을 관리한 마의들(이희도, 안상태)은 호위무사에게 끌려간다. 자신들의 직접적인 잘못은 없지만 반가의 자제를 다치게 했다는 것에 “반쯤 죽여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족속이 양반들이기 때문이다. 끌려가면서 안상태는 자신은 마의가 아니라며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어렸을 때부터 말똥만 치우며 살았을 뿐이라는 것. 우스운 설정이지만 그 얘기는 짠하게 다가온다. 마의들의 삶이 거기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말과 마의로 대변되는 민초들은 그래서 이 사극에서는 거의 동격처럼 그려진다. 화살을 맞고 죽음이 경각에 몰려 목장에 들어온 광현이, 새끼를 잃어 시름시름 죽어가는 말과 한 마구간에서 만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말은 잃은 새끼처럼 광현을 보살피면서 다시 살아나고, 광현은 말의 보살핌을 받으며 환영처럼 아버지(사실은 사암도인이었지만)가 나타나 자신을 고치는 꿈을 꾼다. 이 장면은 말과 마의의 교감을 보여준다. 작금의 수의사라면 그다지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조선 후기의 수의사는 다르다. 말 못하는 짐승들과 그들이 동병상련의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그 말과 인간의 교감이 벌어지는 이 시퀀스들은 <마의>가 가진 여타의 사극들과의 차별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승우가 백광현의 성인역으로 등장하는 것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말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말은 그간 사극 속에서 묵묵히 누군가를 태우고 달리고 있었지만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었다. 이것은 마치 왕조 사극들이 왕과 신하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보여줄 때 가려져버린 민초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말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그리고 그 말과 인간의 교감을 보여준다는 것은 이토록 전복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말은 또한 그 자체로도 다이내믹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말을 사고 파는 마택일에 목장에서 벌어지는 마상쇼는 <마의>의 스펙터클을 잘 보여준다. 초원 한 가운데 오밀조밀 세워진 목장과 마택일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장애물을 뛰어넘고 말 위에서 묘기를 부리는 기수들이 마치 하나의 쇼를 구성하는 듯한 장면들은 이병훈 PD 특유의 연출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말이 가진 스펙터클보다 중요한 것은 말이 가진 의미다. 저 어린 백광현이 말한 것처럼 말은 인간과 똑같은 하나의 ‘생명’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와 위계가 생명이라는 동일한 가치로 인해 사라지는 지점에 이르면, 왜 이타촌(외국인들이 사는 마을)이 이 사극에 들어와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일본인과 중국인은 물론 서양인들까지 들어와 하나의 인종의 용광로처럼 섞여있는 이타촌은 민족과 인종의 경계가 허물어진(혹은 허물어져 가는) 한 세계를 잘 표상한다. 동물이든 인간이든(그것이 어떤 민족이든 상관없이)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는 백광현은 그래서 글로벌한 현 시대가 갖는 다양성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의>에서 말이 갖는 의미는 이토록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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