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석이 지적한 건 김구라일까, '라디오스타'일까

 

최근 방송인 남희석은 SNS를 통해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김구라가 하는 방송의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김구라의 방송태도가 게스트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이라고 했고 출연자들이 김구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구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라디오스타> 제작진이 나서서 "김구라는 무례한 MC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남희석의 공개 비판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예계에서 동료에 대해 어떤 불만이나 불편한 지점을 느낀다면 사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흔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희석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판하게 된 건 그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종업계 후배들과도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비판 이후 남희석은 이 SNS의 글이 갑자기 쓴 게 아니라 "몇 년을 지켜보고 고민하고 남긴 글"이라며 "콩트 코미디하다가 떠서 <라디오스타> 나갔는데 개망신 당하고 밤에 자존감 무너져 나 찾아온 후배들 봐서라도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약자들 챙기시길"이라 덧붙였다.

 

그저 해프닝처럼 보이고, 워낙 연예매체에서 동네 싸움 구경하듯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보도한데다, 남희석의 과거 흑역사 들추기까지 이어지면서 애초 비판의 초점은 상당부분 흐려졌다. 마치 그러는 자신은 누구를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이 되냐는 식의 인신공격으로 흘러갔지만 남희석의 지적은 김구라로서도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이건 <라디오스타>의 문제인지 아니면 김구라의 문제인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라디오스타>는 애초부터 김구라가 거의 상징적인 존재였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인터넷방송으로 독설을 날리던 그가 '독설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로 들어와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그 흐름은 <라디오스타>의 흥망성쇠와 거의 닮았다.

 

애초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살짝 발을 얹는 정도로 시작한 <라디오스타>였다. 10분 남짓의 방송시간 때문에 할 이야기도 별로 못하고 끝나기 일쑤였던 <라디오스타>는 바로 그 마이너정서 때문에 오히려 많은 것들이 허용되었고, 대중적인 지지도 오를 수 있었다. 약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어서 보다 과감한 토크들이 가능했고, 시청자들도 그걸 허용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 매체환경도 대중들의 정서도 상당부분 바뀌었고, <라디오스타>나 그 프로그램의 상징적 존재인 김구라의 위상도 바뀌었다. <라디오스타>는 이제 온전히 한 프로그램으로 자리했고 그것도 여기 출연하면 무명의 게스트가 단박에 스타로 등극하기도 하는 힘을 발휘했다. 김구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상파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출연했고 <라디오스타>에서 그가 언급하고 심지어 독설을 퍼부은 연예인은 오히려 주가가 올라가는 기현상까지 만들었다. 그만큼 <라디오스타>도 김구라도 더 이상 약자가 아닌 권력자의 위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비판이나 독설이 순기능을 가지는 건 그 대상을 권력을 향해 쏟아낼 때다. 정반대로 비판과 독설을 하는 이가 권력의 위치에 서게 되면 그건 정반대로 약자를 핍박하는 방식으로 비춰지게 된다. 이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남희석이 쓴 "약자들 챙기시길"이란 말의 뉘앙스가 새롭게 들린다.

 

김구라는 자신의 캐릭터인 독설과 비판을 여전히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위상도 바뀌고 그래서 대중들의 정서도 달라진 <라디오스타>에 여전히 어울리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서 하는 <구라철>이나 한때 시사예능의 전면에 서 있었던 <썰전> 그리고 아쉽게 종영했지만 <막나가쇼> 같은 프로그램에서의 김구라는 여전히 핫하고 시원시원한 면이 있다. 그건 이제는 힘이 실린 그의 독설이나 비판이 합당한 대상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디오스타>는 어떨까. 낮은 위치도 아니고 한껏 기득권을 갖게 된 이 프로그램에서 이제 갓 신인으로 등장한 이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놓고 홀대하는 김구라의 모습이 과연 시원함을 줄 수 있을까. 오래 방송이 지속되어오는 동안 시대가 바뀌었고 위상이 바뀌었다. 김구라와 <라디오스타>가 과거처럼 찰떡궁합이 되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사진:MBC)

'모범형사', 손현주가 절치부심할수록 화력은 점점 세진다

 

"인생이 아주 그지 같아서 그런다 왜. 아주 그지 같아서. 잠이 안와. 염병."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서 새벽 4시가 다 됐지만 강도창(손현주)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에게 이대철(조재윤)의 사형집행은 엄청난 충격과 허탈감으로 돌아왔을 게다. 이대철의 무죄를 알고도 막지 못한 그였다. 그것도 5년 전 자신이 제대로 하지 못한 수사 때문에 사형수가 된 이대철이 아닌가. 내부고발에 배신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재심재판에 나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증언까지 했지만 권력은 더욱 공고했다.

 

살인범인 오종태(오정세)는 자신이 가진 재력으로 모든 걸 덮어버린 채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그의 후원(?)으로 법무부장관 자리까지 올라간 유정렬(조승연)은 사건을 덮기 위해 이대철의 사형집행을 서두르고 결국 집행하게 만든다. 유정렬의 동생 정한일보 사회부 부장 유정석(지승현)은 언론을 통해 이대철의 사형집행을 마치 정의 실현처럼 꾸며내고, 검경은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말판 그 이상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러니 이 공고한 권력을 강도창 같은 일개 형사의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강도창은 잠을 못 잔다. 너무 억울하고 분한데다 자신의 삶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져서다. 그런데 이대철 사형집행을 두고 벌어진 줄다리기에서 무너진 이는 강도창만이 아니다. 그의 파트너인 오지혁(장승조)도 자신의 사촌형인 오종태가 진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증명해내지 못했다. 또 강도창에 대한 의리로 5년 전 사건을 함께 추적해준 강력2팀 사람들도 모두 내부고발자 취급을 당하며 조직에서 배제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대철의 딸 이은혜(이하은)는 아버지의 사형 집행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깊은 상처를 갖게 됐다.

 

그런데 바로 이 강도창을 위시한 약자들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연대하는 그 모습들은 <모범형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인다. 강도창의 집을 찾아와 형사 일을 한 지 6428일이 됐다는 이유로 케이크에 불을 켜 축하는 강력2팀 사람들과,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오지혁이 그렇고, 아버지가 사형집행 당한 후 찜질방을 전전하던 은혜에게 다가가, 접근 금지 명령 때문에 아들에게 접근하지도 못하는 속사정을 드러내며 그에게 같이 지내자고 손을 내미는 강도창의 여동생 강은희(백은혜)가 그렇다. 이들 상처받은 약자들은 그렇게 다시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으쌰으쌰 힘을 낸다.

 

그리고 강도창의 집으로 들어온 은혜의 한 마디는 실의에 빠져 있던 강도창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근데 분해요. 그 사람 윤지선 선생님 죽인 그 사람. 그 사람은 편하게 잘 살고 있을 거 아녜요. 죄를 졌으면 벌을 받아야죠. 그 사람 때문에 우리 아빠가 대신 죽었는데. 아저씨가 잡아 줄 거죠?" 그 말 앞에서 강도창은 마음을 다잡는다. 반드시 잡겠다고.

 

본래 드라마의 극성은 주인공들이 곤경에 처할 때 더 올라가기 마련이다. 강도창의 절치부심과 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약자들의 연대가 시청자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건 그래서다. 물론 이들의 연대에도 오지혁을 청소년 성매매로 엮어 경찰복을 벗게 하려는 오종태의 만만찮은 계략이 펼쳐지지만, 그럴수록 이들이 어떻게 이 난관을 이겨내고 저 권력자들에게 일격을 가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다. 개개인으로서는 힘없어 보이는 약자들이지만 모이면 다르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이렇게 바르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결코 '거지 같은 삶'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를 바라게 된다.(사진:JTBC)

'개훌륭', 사나운 개? 2년 간 기다림의 애착일 뿐

 

"동네에 소문났어요. 사나운 개라고." 봉구의 보호자는 그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잭 러셀 테리어 믹스견인 봉구는 작은 몸집에도 짖는 소리가 우렁찼다. 그래서 지나는 사람들은 그 소리에 대형견을 집에서 키우는 줄 안다고 했다. 한 번 짖기 시작하면 끝없이 이어지고 산책 중에는 누군가를 공격하기도 하며 때론 보호자를 물기도 했단다. 드러난 것만 보면 봉구는 폭군 성향을 가진 문제견이 틀림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껏 KBS <개는 훌륭하다>가 보여줬던 것처럼, 봉구 역시 그런 문제적 행동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봉구가 의지했던 엄마 보호자가 몸이 아파 병원에서 2년 간이나 지내면서 거의 그 긴 시간을 혼자 버티며 지냈다는 거였다. 물론 딸 보호자가 챙겨줬다고는 했지만, 강형욱의 말대로 봉구는 2년 간 엄마 보호자를 기다렸고 그 기다림의 시간이 결코 쉽지 않았을 터였다.

 

봉구는 공격적인 개가 아니었다. 그 증거는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뉴이스트의 JR과 아론이 증명해 보여줬다. 강형욱이 찾아가기 전 먼저 이경규와 함께 그 집을 찾은 JR과 아론에게 봉구는 너무나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JR을 너무 좋아하는 티가 역력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강형욱의 조언대로 아주 친절하고 부드럽게 봉구를 대하자 봉구 역시 순하디 순한 애교덩어리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모습은 산책을 하면서도 고스란히 보여졌다. 주민 연기를 하며 다가온 JR과 아론에게 그토록 친근한 모습을 보이던 봉구는 이경규가 다소 거친 모습으로 대하자 곧바로 표정을 바꿔 짖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즉 봉구는 사회성 교육이 되지 않은 개였고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차근차근 인식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동이 교정될 수 있는 개였다

 

엄마 보호자와 봉구의 애착은 유별났다. 그건 우울증이 있던 엄마 보호자가 봉구를 만나 훨씬 많이 웃게 되었고 그만큼 봉구에 대한 엄마 보호자의 사랑은 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년 간의 병원 생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이별을 하게 되면서 다시 돌아온 엄마 보호자에 대한 봉구의 애착은 더욱 커지게 됐다.

 

갑자기 일어나서 움직이거나 하면 따라와 발을 물기도 하는 행동을 했는데, 그건 엄마 보호자가 어딘가로 가버릴 것 같은 불안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강형욱은 일종의 분리불안을 가진 봉구의 행동을 간식과 엄마 보호자의 반복적인 행동으로 교정해나갔다. "기다려"를 가르치는 것. 기다리면 다시 돌아온다는 걸 재차 확인시켜 당장 보이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 행동교정의 핵심이었다. 봉구는 그 훈련 단 몇 시간 만에 완전히 다른 순한 개로 변해있었다.

 

<개는 훌륭하다>는 그 제목에 담겨있듯이 문제의 원인이 개가 아닌 보호자에게 있다는 걸 이번 회차에서도 보여줬다. 즉 개는 훌륭한데, 보호자의 어떤 잘못된 훈육방식 때문에 짖고 물기도 하는 그런 문제 행동들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강형욱이 하는 건 그래서 보호자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개는 따라서 훌륭한 행동으로 돌아간다는 것.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우리가 배우게 되는 건 반려하는 삶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남 탓 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문제들이란 결국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란 것. 반려동물의 행동은 그래서 보호자가 어떻게 해왔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리트머스지 같은 성격을 지닌다. 이 부분은 이 프로그램이 반려동물 가족은 물론이고 누군가와 반려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어떤 관계의 문제들은 먼저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는.(사진:KBS)

누가 진짜 사이코인가, '사이코'가 반전을 통해 던진 질문

 

아마도 한껏 행복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줄만 알았던 시청자들이라면 단 몇 초 간 보여준 반전에 소름이 돋았을 게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괜찮은 정신병원 수간호사 박행자(장영남)가 가슴에 나비 브로치를 한 채 운전을 하며 미소를 짓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그 브로치는 강태(김수현)와 상태(오정세)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옷에 달고 있던 것이고, 고문영(서예지)의 엄마가 옷에 달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니 브로치는 괜찮은 정신병원에서 가장 환자를 배려하던 수간호사가 바로 그 살인범이자 살해된 줄 알았던 고문영의 엄마일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한편 문영의 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홀로 아파하며 이를 숨기려 했던 강태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이제는 가족이라고 서로를 챙기기 시작한 강태와 문영, 상태는 괜찮은 정신병원에 같이 출근하다가 상태가 그린 벽화에 누군가 그려놓은 거대한 나비 그림 앞에서 굳어버렸다.

 

나비가 보면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만 했던 상태는 이제 도망치지 않고 맞서겠다 마음먹고 조금씩 나비를 습작하기 시작하던 터였다. 그래서 벽화에 나비를 스스로 그려 넣는 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살인범이 그려 넣었을 그 벽화의 나비 그림은 상태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협박처럼 보였다. 상태는 다시 공포에 질렸고 그래서 그 그림이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달고 있던 브로치 문양이라는 걸 말했으며 문영은 그제야 자신의 엄마가 강태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걸 알아챘다.

 

물론 아직도 박행자가 살인범이고 고문영의 숨겨진 엄마인가는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브로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그 살인과 연루된 어떤 인물이고, 결코 평범한 이는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이 상황은 그래서 나아가 괜찮은 정신병원의 오지왕(김창완) 원장까지도 의심하게 만든다. 나비가 '프시케'라 불린다고 상태에게 말했던 오지왕 원장이 아닌가. 고문영의 엄마는 어린 시절 그 나비 브로치를 보여주며 '프시케'라고 했고 그건 '사이코'의 어원이라 말한 바 있다.

 

박행자가 결코 사람 좋은 수간호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반전이지만, 그 반전이 만들어내는 의미는 의외로 만만찮다. 그것은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간호해주는 수간호사가 더 문제적 인물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여기서 환자의 위치와 이를 지켜주는 간호사의 위치는 역전된다. 이 드라마가 화두처럼 내세우고 있는 '괜찮다'는 대상이 바뀌게 된 것. 괜찮지 않아 보였던 환자들은 사실 드라마 속 이야기들을 보다보면 꽤 괜찮은 이들이었다는 게 밝혀진 바 있지만, 너무나 괜찮아 보였던 수간호사가 이렇게 전혀 괜찮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강태나 문영 그리고 상태는 '사이코'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듬고 가족으로 끌아 안았다. 심지어 강태는 부모 간의 벌어진 비극조차 혼자 삼켜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병원 바깥에 있는 이들이었다. 이번 편에서 학대받아 다른 자아를 갖게 된 환자의 사연은 이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어려서 엄마에게 학대당하는 딸을 방관하고 무당집에 버리고는 수십 년이 지나 간 이식을 해달라고 나타나는 아버지를 어찌 괜찮다 말할 수 있을까.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너무나 괜찮은 작품인 건 수간호사의 반전 같은 극적 장치들을 가져오고 강태와 문영 그리고 상태가 드디어 가족으로 묶이게 되는 그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면서도 그 안에 만만찮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연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어떤 기준이 온당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다. 과연 괜찮은 건 무엇이고 괜찮지 않은 건 무엇인가. 누가 진짜 사이코인가. 상처 입어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인가 아니면 상처를 주고도 평범한 채 살아가는 이들인가.(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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