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남' 백종원, 뻔한 쿡방과 먹방을 해도 새롭게 느껴지는 건

 

SBS 예능 <맛남의 광장>은 초반 기획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광장(?)에서 대중들과 대면해 음식을 선보이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 대안으로 농민 분들 같은 선별된 출연자들에게 백종원을 위시한 '농벤져스'가 만든 음식을 선보이는 대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하나 더 나아가 이제는 <맛남의 광장>도 좀더 언택트한 선택을 하게 됐다. '맛남 챌린지 레시피'가 그것이다. 온라인에 그 날의 주제로 가지와 느타리버섯을 올려놓으면 거기에 많은 분들이 챌린지 형태로 레시피를 올려주는 방식을 취한 것. 방송에서는 그 레시피들 중 두 개를 골라 출연자들이 팀을 나눠 대결하는 쿡방을 펼친다. 백종원은 두 레시피 중 승자를 가리는 역할을 해준다.

 

온라인을 통한 레시피 참여를 유도하는 건 그 자체로 <맛남의 광장>이 추구하려는 농산물 살리기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방식이 된다. 어쨌든 느타리버섯을 주제로 한 레시피를 올린다는 건 그 식재료를 구입해야 하는 일이고, 그렇게 공개된 레시피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고해 느타리버섯 소비를 하게 되는 바탕을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맛남의 광장>은 그래서 백종원과 온라인을 통해 참여한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출연자들의 쿡방과 그걸 맛보는 먹방으로 채워지게 됐다. 하지만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쿡방과 먹방을 해도 <맛남의 광장>은 그 느낌 자체가 다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러한 쿡방과 먹방이 그저 식욕을 자극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선한 영향력'이라는 마음의 포만감까지 채워줘서다.

 

<맛남의 광장>은 또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재료들 역시 저마다 의외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들을 소개해주는 중요한 역할도 맡고 있다. 이번에 여주에서 소개된 가지와 느타리버섯은 우리가 마트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재료들이지만 그 좋은 재료들이 너무나 낮은 가격에 팔려나간다는 사실에 백종원조차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너무 크다는 이유로 '못난이 가지'로 분류되어 상품의 반 가격으로 처분되는 가지들이 있었고, 느타리버섯은 10묶음이 들어간 한 박스에 2,500원이라는 믿기지 않는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다. 한 묶음에 겨우 250원이라는 사실에 백종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된 건 오래 보존이 쉽지 않아 팔리지 않으면 버려지는 것까지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이었다. 결국 소비자들이 많이 소비하지 않아 생기는 악순환이었다.

 

이런 사정들을 알고 나서 보면 백종원이 뚝딱 만들어내는 느타리버섯 두루치기 같은 레시피가 귀하게 느껴진다. 고기 대신 고기 식감을 가진 느타리버섯을 넣어 두루치기를 해 먹는다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일품이라는 것. 또 부산에서 많이 먹는 비빔당면에 느타리버섯을 첨가하는 것만으로도 더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걸 백종원의 쿡방과 먹방은 보여준다.

 

이어서 팀을 나눠 대결하는 느타리버섯 치즈 토스트와 느타리 버섯 닭강정 역시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평이한 쿡방에 먹방이지만, 이것이 느타리버섯을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색다른 레시피라는 점에서 거기에는 각별한 의미들이 만들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광장에서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제 온라인을 통해 레시피를 전파하는 것 역시 괜찮은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선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갖고 있으니 백종원이 하는 쿡방과 먹방이 달리 보일 밖에. 건강한 생각이 깃들어 있어 평범한 방송도 각별해지는 <맛남의 광장>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골목식당', 코로나 시국에 던지는 작은 희망의 이야기

 

이상하게도 자꾸만 응원하게 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항 꿈틀로 이야기가 그렇다. 지금껏 꼭 등장하곤 했던 백종원의 분노(?)가 이번 편에서는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포항 꿈틀로에 등장하는 돈가스집이나 해초칼국숫집 모두 완성된 레시피를 가진 분들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초보 사장님들에 가깝다. 그런데도 백종원이 그런 것처럼 시청자들도 자꾸만 응원하게 된다.

 

그 이유는 이 식당의 사장님들의 남다른 면면 때문이다. 상권이 죽어 장사가 안 되던 2월에 찾았던 이 곳의 식당들은 한 마디로 요령부득이었다. 음식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가 하는 걸 떠나서 기본적인 맛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해초칼국숫집은 가까운 곳에 죽도 시장이 있었음에도 냉동 해물을 썼다. 당연히 맛이 있을 턱이 없었다. 돈가스집은 이미 여러 차례 망한 후 현재 돈가스를 주요리로 내세웠지만 맛도 그렇고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더더욱 장사가 될 리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SOS를 요청했을 테지만, 방송도 이어질 수 없었다. 그런데 2월에 갔던 가게에 이제 5개월이 지나 다시 찾아갔을 때 제작진은 물론이고 백종원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사가 바닥이었지만 이 사장님들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고, 2월에 백종원이 찾아야 슬쩍 얘기해줬던 조언을 따라서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었다.

 

돈가스집 이야기는 벌써부터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역대급 미담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낸 가게라 막중한 맏딸의 책임감으로 고군분투하는 사장님이 지난 5월 백종원이 잠깐 위로 차 방문했을 때 내놓은 노트들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매일 같이 레시피를 고민하며 적어놓은 노트가 무려 세 권이었다. 전화통화로 "죽은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백종원이 괜찮다고 했던 그 한 마디로 죽을 연구한 사장님은 '덮죽'이라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했고, 그 맛을 본 백종원은 놀라움 반 감동 반에 엄지 척을 했다.

 

다시 찾은 돈가스집에 백종원의 제안으로 찾아간 김성주와 정인선 역시 덮죽을 먹어본 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난 번 백종원이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전분을 쓰라는 조언을 따라서 만든 덮죽은 더 좋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소라와 문어를 넣은 '소문덮죽'을 먹어본 김성주는 이게 더 맛있다며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해초칼국숫집은 백종원의 제안대로 죽도시장에서 나는 해물을 활용해 새로운 해물칼국수와 비빔국수를 개발했다. 물론 아직 계량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맛의 편차가 심했고 그래서 김성주와 정인선의 혹평을 받았지만, 다시 백종원의 솔루션이 더해져 홍합과 아귀로 국물을 낸 해물칼국수는 눈물 날(?) 정도로 좋은 맛을 냈다. 이제 두 가게에게 남은 문제는 많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찾아왔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용량 레시피를 연습하는 것뿐이었다.

 

이번 포항 꿈틀로편을 이렇게 응원하게 되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상인들이 이를 조금은 이겨내는 희망의 이야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이라는 지역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큰 상처를 겪은 곳이라 시청자들로서는 더더욱 응원하고픈 마음이 크다는 것.

 

하지만 제 아무리 응원하고픈 마음이 있어도 사장님들이 그걸 충분히 받을 만큼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힘겨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하루하루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이 백종원이나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두 번째 이유다.

 

이제는 덮죽집으로 바뀌게 된 돈가스집 이야기는 다음 주에 더더욱 훈훈한 미담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암 투병을 했던 아버님이 딸이 그토록 노력해 만든 덮죽을 드시고 딸에게 쓴 편지가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이번 포항 꿈틀로의 이야기는 그 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코로나 시국에 힘겨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많은 가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SBS)

 

'가족입니다'가 엔딩에 담은 새로운 가족관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가 종영했다. 사실 가족주의 시대를 지나 이제 개인주의 시대로 들어선 지금,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의미화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수많은 가족드라마들이 만들어졌어도, 그저 옛 가족의 양태를 향수할 뿐,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족관을 제시한 드라마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족입니다>는 그 흔치 않은 현재에도 지속 가능할 가족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 드라마였다. <가족입니다>는 '막연히 안다 생각했던 가족'의 모습에서 시작해,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사실은 잘 몰랐던 가족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그 후에 그 개개인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제시했다.

 

드라마가 제시한 우리 시대의 가족관은 엔딩에 고스란히 담겼다. 애초 졸혼을 선언하며 엄마나 아내가 아닌 바로 자신으로 서고 싶었던 이진숙(원미경)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해나가기 위해 홀연히 집을 떠났고 긴 여행에서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부재를 가족들 모두 느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고 다른 가족들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영위하기 시작했다.

 

엄마에 대한 부채감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가족들의 삶도 충만해졌다는 건 기존의 가족주의 체계가 엄마의 희생 위에 얹어져 있었기 때문에 엄마도 또 가족들도 서로 힘겨울 수밖에 없었던 관계를 말해준다. 결국 엄마의 홀로서기는 가족들의 홀로서기와 연관되는 것이었다.

 

결혼 후 한참이 지나서야 남편이 성소수자라는 걸 알고는 이혼하게 된 맏딸 은주(추자현)는 1년이 지나 소록도에서 일하고 있는 전 남편 윤태형(김태훈)을 찾아갔고 두 사람은 서로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서로의 짐을 지고 가는 친구가 되겠다던 그 다짐을 이룬 것. 이혼이 결혼만큼 많아지고 있는 요즘, 그 후 한때 부부로 지냈던 이들이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여기에는 담겨있다. 헤어졌어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은주의 출생의 비밀도 이 드라마는 그간 그토록 많았던 가족드라마 속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보통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갑자기 끈끈한 핏줄의식이 발동하는 가족주의적이고 혈연주의적인 풍경 따위는 없었다. 은주는 친아버지를 만나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해달라는 말 한 마디를 쿨하게 남긴 채 돌아섰고, 친아버지 역시 핏줄 따위보다는 함께 산 시간이 가족에는 더 중요하다며 은주와의 거리를 두었다. 핏줄에 집착하는 가족주의가 아닌, 타인이어도 같이 살아가는 이가 바로 가족이라는 걸 은주의 남다른 출생의 비밀 이야기가 건네고 있었다.

 

중간에 끼어 이리 저리 눈치를 보는 게 습관이 된 둘째 은희(한예리)는 타인에게는 "사랑한다"고 그토록 말하면서도 진짜 사랑하는 이에게는 꺼내놓지 못했던 그 말을 이제 찬혁(김지석)에게 하기 시작했다. 늘 자신을 낮추고 양보하는 입장에만 있던 그가 이런 변화를 갖게 된 것은 남다른 남자친구 찬혁 덕분이었다. 찬혁은 은희네 가족을 때론 은희보다도 더 속속들이 이해하려 애쓰는 인물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해 가족을 이루겠다면 적어도 찬혁처럼 그 가족까지 신경 쓰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이 인물은 말해주고 있다.

 

생계 때문에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했던 상식(정진영)은 그 열등감을 드디어 이겨냈다. 대학가요제 음악들을 챙겨 들으며 그 다른 세계를 동경했고 그 세계와는 너무나 다른 자신을 스스로 괴롭혔던 그였다. 하지만 그를 열등감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아내 진숙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였다. 그 많은 것들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된 상식은 점점 22살 사랑꾼의 모습을 찾아갔고 홀로 세상 밖으로 나간 아내를 위해 화상으로나마 대학가요제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우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행복한 가족입니다'라는 엔딩 문구는 우리가 이제 개개인으로 서서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충분히 서로를 들여다봐주는 가족이 가능하다는 걸 말해준다. 그간 가족에 매몰되어 없는 것처럼 여겨졌고 그래서 아는 건 별로 없던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이제 조금씩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려는 자세만으로(그래도 완벽하진 않겠지만)도 충분하다는 것. 무릇 우리 시대의 가족드라마라면 이 정도의 문제의식과 거기에 대한 처방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입니다>는 간만에 보는 공감 가는 가족드라마였다.(사진:tvN)

'가족입니다'의 재발견, 돌멩이 아닌 꽃, 나무였던 가족

 

"나는 엄마랑 언니 집 나가서 없는 며칠 동안 매일 밤 울었는데 언니는 들꽃 살랑살랑거리며 들어왔잖아."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은희(한예리)는 언니 은주(추자현)와 다투며 어린 시절 서운했던 마음을 꺼내놓는다. 하지만 은주의 기억은 다르다. "살랑살랑? 기억이라는 게 참 이기적이야. 자기 자신밖에 몰라. 돌멩이를 들었는지 들꽃을 들었는지 나는 기억도 안나. 그 때 나는 춥고 배고팠어. 근데 너는 새옷 입고 예쁜 머리띠하고 아버지가 해주는 밥 먹고 있더라."

 

은희와 은주는 가족이지만 서로를 잘 모른다. 아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른다. 은희는 자신만 놔두고 언니랑 엄마가 나갔다는 사실만 서운해하고, 은주는 그 날 엄마가 자신을 데리고 죽으려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모두 이들의 오해이고 착각이었다. 가족이라 더 잘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그렇게 믿어버린 것들은 돌멩이를 심지어 들꽃으로 바꿔 놓는다.

 

아마도 이런 가족에 대한 왜곡된 기억은 이 드라마 속 아버지 상식(정진영)에 대한 것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고압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만 기억되던 그는 가족들에게 '돌멩이' 같은 존재였다. 강하지만 절대 깨지지 않는 고집스런 사람.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단단함 때문에 상처를 주는 사람.

 

하지만 그 단단한 돌멩이 같다 가족들이 여기고, 그래서 스스로도 돌멩이라고 생각했던 상식은 사실은 야간에 산을 오르다 피어 있는 들꽃 하나를 오래도록 지켜볼 정도로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산행에서 머리를 다쳐 22살 사랑꾼으로 돌아갔을 때 그래서 가족들은 모두 뜨악해했다. 그 단단하게만 보였던 돌멩이가 여리디 여린 들꽃 같은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가족입니다>는 가족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다 여기던 아빠, 엄마, 언니, 동생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서 사실은 잘 몰랐던 가족의 실체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들은 엄마가 결혼 전 은주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은주는 상식이 자신의 친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혼해 함께 살았던 남편이 성소수자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은주는 스스로 단단한 돌멩이라 여겼던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낀다. 심지어 아무 문제가 없다 여겼던 막내 지우(신재하)마저 가족을 벗어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식과 진숙(원미경)은 큰 상처를 입는다.

 

뇌종양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며 상식은 자신이 '돌멩이' 같은 사람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진숙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수술을 받고 갑작스레 상태가 안 좋아진 상식을 안타까워하며 진숙은 애원하듯 말한다. "당신은 돌멩이 같은 사람이잖아. 이 정도로 쓰러지면 안되잖아."

 

하지만 과연 상식은 돌멩이 같은 사람이었을까. 어쩌면 돌멩이처럼 살아야 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가족들을 위해서 그렇게 살아왔고, 그래서 가족들은 그가 돌멩이처럼 단단하길 원했으며 그래서 그 스스로도 자신을 돌멩이라 여기며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 <가족입니다>가 상식의 들꽃 같은 여리디 여린 정 많은 속내를 들여다봤던 것처럼 세상 그 어떤 사람도 돌멩이처럼 살고 싶은 사람도 또 돌멩이가 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다만 가족이면서도 알고 있다 치부하며 쌓아둔 오해와 착각과 무관심이 그를 '돌멩이 같은 사람'으로 보게 만들었을 게다.

 

상식이 트럭 안에서 매일 일기처럼 써왔던 글들 속에서 그의 여리디 여린 감성과 자신에 대한 사랑을 보게 된 진숙은 그가 결코 돌멩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상식에게 22살 시절 수줍게 도시락에 넣어주던 사랑이 담긴 메모의 글을 다시 쓴다. '김상식씨 돌멩이는 이리저리 구르다 깨지고 모날 수 있으니 나무해요. 우리 초록이 무성한 시절은 지났으니 같이 아름답게 단풍져 봐요.'

 

우리는 얼마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안다 치부하며 꽃이었고 나무였던 그들을 돌멩이처럼 바라보며 살았던 걸까. <가족입니다>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렇게 툭 던지는 돌멩이 하나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잔잔하지만 점점 커지는 파문을 남긴다. "가족이 뭘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꾸만 하게 만들며.(사진:tv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