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상권을 살리는 3박자, 준비된 식당·홍보·노하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회기동편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되어간다. 어머님이 내주신 돈으로 이전개업을 했다며 “망할 수 없다”고 절박한 눈물을 보이던 고깃집은 갈비탕 국물을 업그레이드해 합격점으로 받았고 여기에 백종원 레시피가 더해져 더할 나위 없는 갈비탕을 만들었다. 게다가 대학가에 맞는 가성비 고깃집을 위해 냉동삼겹살로 방향전환을 하고, 여기에 이 집만의 파절이를 청주까지 가서 먹어보고 연구해 만들어냄으로써 점점 준비된 고깃집의 면모를 갖춰갔다. 

닭볶음탕집은 부모님이 일궈놓은 회기동의 가성비 맛집이었지만, 그 레시피와 메뉴를 함부로 바꾸지 못하는 착한 아들의 고민이 있던 식당이었다. 큰 닭을 쓰기 때문에 양념이 잘 배지 않는 문제와 약간의 닭비린내가 나는 문제를 한번 삶아내고 채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해결했고, 메뉴는 백종원과 아버님의 담판을 통해 정리되었다. 결국 이 집은 닭볶음탕을 전문으로 하는 집으로 거듭났다. 

사람의 손이 아닌 것처럼 쉬지 않고 능숙하게 놀리며 피자를 만들어 백종원도 할 말을 잃게 만들었던 피자집도 결국 손님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체험을 해본 후 너무 많은 메뉴의 축소에 들어갔다. 파스타를 덜어냈고, 감바스도 빼버렸다. 그러자 도리어 피자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하나에 두 가지 맛을 맛볼 수 있는 업그레이드 피자가 등장했다. 메뉴를 단순화하면서도 맛은 확장시킨 셈이다. 

컵밥집도 노량진을 다시 방문해 자신들의 생각이 아니라 소비자의 생각으로 다시금 컵밥을 재정비했다. 보기에도 풍족함을 주는 컵밥 사이즈를 키웠고 재료는 다양하게 넣어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낮춰 컵밥 하면 떠올리는 가성비를 맞췄다. 심지어 그 골목을 오고가다 우연히 백종원이 찾은 붕어빵집도 수혜를 입었다. 맛을 본 백종원이 반죽이 맛있다며 안에 다른 걸 넣어보자 제안했던 것. 크림치즈와 고구마 무스를 넣은 붕어빵은 그 잠깐의 업그레이드만으로 그 골목의 새로운 시그니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큰 관심만큼 최근 많은 논란에 휩싸이며 구설수도 많았다. 방송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섭외부터 편집까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졌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고깃집 같은 경우에는 방송이 나간 후 나온 악플들로 심적인 고충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사장님이 사모님에게 “우리 절대로 더 이상 울면 안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게 ‘가식’이라는 악플들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그만큼 응원해주는 이들도 있었다. 누군가 고깃집 문에 붙여놓은 편지에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물론 음식 자영업자들이 가진 현실적인 문제에는 그들 개인의 문제만큼 정부적 관점에서 봐야할 정책적인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결국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건 단지 가게만 살린다는 것이 아니라 골목의 독특한 저마다의 문화를 살려야 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그것은 낡으면 밀어내고 새 건물을 올리는 식의 거대 자본이 기존의 상권을 밀어내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생겨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그런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것보다 식당이라면 가져야할 기본적인 것들을 찾아내고 업그레이드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그것으로 골목이 활기를 띠게 만드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궁극의 목적이다. 그래서 자영업자들편에서 부족한 면들을 채워나가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

회기동편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어떤 골목을 살려내는데 있어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공조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준 면이 있다. 일단 피자집이나 닭요릿집처럼 준비된 식당이 있어야 하고(적어도 고깃집이나 컵밥집처럼 마음의 준비라도), 지나가다 붕어빵집의 시그니처를 만들어버리는 백종원 매직 같은 그 식당의 맛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노하우가 더해져야 하며, 그런 상권에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홍보가 삼박자를 이뤄야 한다는 것.(사진:SBS)

‘눈이 부시게’, 웃다 울다 희비극에 안정감 주는 연기자들 호연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첫 회는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해지는 멜로였다. 삼겹살 먹는 게 꿈이라며 청테이프로 문틈을 모두 막아놓고 혼자 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다 질식해 쓰러지는 김영수(손호준)가 실려 가기 전 고기를 뒤집어 달라고 하는 대목은 이 작품이 얼마나 코미디에 충실한가를 보여준다. 그가 계속 놀려대고 장난치는 동생 김혜자(한지민)에 술기운에 좋아하던 선배에게 고백하러 갔다가 분수처럼 토를 해버리는 장면도 그렇다. 

여기에 김혜자와 이준하(남주혁)가 여러 차례 우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은 상큼 달달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동네주민들(주로 할머니들)과 요양원 시설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거기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마치 그 곳에 온 준하의 할머니라는 걸 알게 되는 에피소드는 참신했다. 동네 시위 현장에서 남녀가 만나는 설정은 어느 멜로에서도 보지 못했던 진풍경이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이 우동집에서 술에 취해 ‘불행 배틀’을 하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의 설렘을 주는 멜로의 풍경이었다. 

2회에 들어서면서 <눈이 부시게>는 이 드라마가 그저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한 멜로로만 가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를 되돌리기 위해 봉인해뒀던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꺼내 무한정 돌려 결국 아빠를 살려내지만 김혜자는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아빠를 되살리기 위해 시계를 돌리고 사고가 나는 걸 막으려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은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상큼 달달에서 눈물 철철로 바뀌는 대목. 배우 한지민의 만만찮은 연기 몰입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할머니가 되어버린 김혜자(김혜자)는 그 충격에 자기 방문을 걸어 닫았다. 그 변신(?)을 부정하다 포기하게 되는 그 과정은 어찌 보면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연기자 김혜자는 이를 절절한 비극으로 소화해낸다.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실감나게 해주는 연기가 아닐 수 없다. 극의 장르적 특징이 급변하고 그 인물의 감정도 급변하기 때문에 다소 어색해보일 수 있는 대목이지만 김혜자는 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변환시키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남다른 불행을 안고 사는 이준하 역할을 한 남주혁의 연기까지 더해졌다. 없는 게 차라리 낫다 여겨지는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할머니와 의지하며 살아가던 이준하는,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를 떨쳐내기 위해 자해를 한 후 가정폭력 신고를 한다. 결국 아버지는 잡혀 들어가지만 그 아들을 두고 볼 수 없는 할머니는 경찰서를 찾아가 그것이 자해극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이준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둔다.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풀려나온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으며 “이게 다 너 때문”이라는 질책을 듣는 이준하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눈이 부시게>는 타임리프 판타지가 섞여 있고 발랄한 코미디와 청춘 멜로가 더해져 있어 어찌 보면 가벼운 드라마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삶의 밝은 부분만큼 어두운 부분을 놓치지 않고 깊게 들여다보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특별한 지점이다. 희비극은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해주는 것만 같다. 

중요한 건 이런 희비극이 우리네 삶의 정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드라마로서 납득시키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거다. 그래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김혜자는 물론이고 한지민이나 남주혁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이들의 눈부신 연기가 있어 인생의 희비극을 우리는 웃고 울며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사진:JTBC)

‘눈이 부시게’, 눈부신 한지민·남주혁 이들이 겪을 청춘의 시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가졌지만 그 시계를 사용하면 빨리 늙게 된다. JTBC 새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타임리프 설정은 여느 유사 장르물들과 달리 그런 한계점을 덧붙여놓았다. 그래서 그런 ‘판타지의 룰’을 몰랐을 때 그 시계를 발견했던 어린 혜자(한지민)는 제 맘대로 시간을 되돌려 시험 점수를 올리거나 봉변을 모면하거나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마구 시계를 쓰다 급성장해버리면서 혜자는 시계를 쓰지 않기로 한다.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눈이 부시게>는 바로 이런 상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시계를 갖고 있는 혜자(한지민)라는 인물이다. 이런 시계가 탐욕 가득한 인물의 손에 들어갔다면 이 이야기는 좀 더 살벌한 스릴러가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혜자는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서 자신을 어느 정도 희생할 줄도 아는 인물이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장난꾸러기였던 오빠 영수(손호준)의 장난에 늘 지지고 볶지만 그래도 큰 다툼을 벌어지는 않고, 미용실에서 일하는 엄마의 염색약에 거칠어지는 손과 ‘돈 들어갈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동아리 선배의 추천으로 에로영화 더빙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선배 때문에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해 종군기자로 해외로 나간 선배를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다. 

에로영화 더빙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힘겨운 상황이었다면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써서 더 엄청난 짓을 벌일 수도 있었겠지만 혜자는 그러지 않는다. 대신 우연히 알게 된 준하(남주혁)과 술자리를 함께 하며 벌인 ‘불행 배틀’을 듣다 술기운에 시계를 꺼내든다. 그런데 그건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다. 자신 때문에 고생하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할머니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한 준하를 위해서다. 

이처럼 <눈이 부시게>의 타임리프 판타지 설정은 거창한 스릴러가 아니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동화 같다. 결국 시계를 되돌린 혜자는 자신의 청춘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훌쩍 날려버린 채 나이가 들어버린 혜자(김혜자)가 되어버릴 처지다. 반면 없느니만 못한 아버지 때문에 모든 걸 다 갖추고도 무기력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준하. 그의 앞에 할머니가 된 혜자가 등장한다. 과연 이들의 이 기상천외한 관계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타임 리프라는 소재는 시간과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그 설정 때문에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누구나 한 번쯤 갖게 되는 상상이지만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 하지만 <눈이 부시게>는 그런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가 주는 어떤 결과들에 주목하기보다는, 이런 변화 속에서 ‘시간’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 드라마다. 

<눈이 부시게>라는 제목은 그래서 아마도 눈부신 ‘청춘의 시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청춘의 시간이란, 너무 살날이 많이 남은 듯 느껴지는 탓에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나치기 마련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눈이 부시게 빛났는지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봤을 때 겨우 발견되기도 하니 말이다.

어찌 보면 거대한 판타지 설정이 있지만 그것을 소소한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그 속에서 툭탁댔던 경험들조차 눈부신 일들이라 전해주는 이 드라마에서, 한지민과 남주혁, 손호준 같은 배우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보인다. 지금 막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이 배우들의 호연은 이 작품이 가진 동화 같은 매력을 비주얼만으로도 만족시키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이제 나이 든 모습으로 돌아올 김혜자의 공력이 묻어나는 연기가 더해진다는 점이 이 드라마에 더더욱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25살의 연기를 김혜자는 어떻게 구현해낼까. 준하와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게 될 2명의 혜자가 그와 엮어나갈 사랑과,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될 시간의 의미가 어떻게 그려질지 자못 궁금해지는 드라마다.(사진:JTBC)


‘트랩’, 이서진은 ‘예능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이서진 하면 먼저 드라마나 영화 같은 작품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서진은 2003년 방영됐던 <다모>로 스타덤에 오른 후 지금껏 연기를 쉰 적은 없었다. 2007년 <이산>, 2011년 <계백> 같은 대작 사극에 출연했었고, 2014년에는 <참 좋은 시절>로 KBS 주말극에 등장하기도 했다. 2016년 <결혼계약>으로 MBC 연기대상에서 특별기획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으며, 특히 지난해 그가 출연했던 영화 <완벽한 타인>은 50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서진 하면 예능이 먼저 떠오르게 된 건 이른바 ‘나영석 사단’으로 불리며 출연해왔던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모두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과거 <1박2일>에서 나영석 PD와 맺은 인연이 이어져,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시리즈로 이서진은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유의 툴툴대면서도 할 건 또 제대로 다 하는 그의 캐릭터는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늘 미소 짓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완벽한 타인>에 이어 OCN 주말드라마 <트랩>으로 돌아왔다. <완벽한 타인>이야 코미디물인데다가 원 톱이 아니라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등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 것이니 이서진에게 큰 부담은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본격 스릴러 장르물인 <트랩>은 다르다. 이 7부작 무비드라마에서 이서진은 작품의 중심이 되는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 

국민앵커로 불리며 사직한 후에도 대중과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 강우현이 바로 이서진이 해내야 하는 역할. 드라마는 그가 아내 신연수(서영희)와 아들 강시우(오한결)와 함께 어느 산장에 가게 되면서 의문의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 사냥’을 당하게 되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아내와 아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온몸에 부상을 당한 채 병원에 실려 온 강우현은 자신이 산에서 겪었던 일들을 힘겹게 털어놓지만 동시에 그 충격으로 인한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강우현이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공수특전여단에서 장교로 복무한 인물. 강우현을 덫에 빠뜨린 산장지기 마스터 윤(윤경호)을 오히려 공격하며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의 만만찮은 반격이 이어질 거라는 걸 예감케 했다. 실제로 그는 아내와 아들을 붙잡고 있는 사냥꾼들과 석궁과 총 그리고 맨주먹으로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랩>이 제목에 담아놓은 ‘덫’은 산장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냥만을 의미하는 건 아닌 듯 보인다. 어딘가 의심스러운 주변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그를 둘러싼 숨겨진 거대한 덫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최대투자자인 홍원태(오륭)가 그렇고, 비서지만 어딘지 숨기는 구석이 있어 보이는 김시현(이주빈)이 그렇다. 심지어 아내 신연수도 어딘가 의심스러운 느낌을 준다. 국민 앵커라는 위치가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이는 위협요소들이 강우현을 둘러싼 덫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어딘지 부드럽고 신뢰가 가는 인물이었다가 하루아침에 덫에 걸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로의 변신을 이서진은 연기해야 한다. 투박하게 이어지는 액션과 가족을 잃고 절규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절박함 같은 감정들은 결코 쉬운 연기라 보긴 어렵지만 이서진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정도의 연기 도전이어야 우리가 늘 이서진하면 떠올리던 예능의 잔상을 떨쳐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이서진에게 어찌 보면 예능의 덫(?)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안간힘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과연 이서진은 이 도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1999년 데뷔한 이서진이 예능과 연기 사이의 시험대에 올랐다.(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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