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높아진 시청자들, 막장을 외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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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생뎐'(사진출처:SBS)

막장드라마, 여전히 시청률 보증수표인가. 작금의 경향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내의 유혹'으로 심지어 즐기는(?) 막장드라마의 세계를 펼쳐 보인 김순옥 작가는 그 연작이라고 할 수 있는 '천사의 유혹'에서 주춤하더니, 가족극을 표방했지만 여전히 막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웃어요, 엄마'에서는 아예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막장이라면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논란이라도 생겨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는 존재감 없는 드라마로 전락한 것.

이런 상황은 '시크릿 가든'의 후속작으로 세워진 임성한 작가의 '신기생뎐'도 마찬가지다. 2회 연속 방영으로 힘을 모은 데다가, 이른바 '시크릿 가든'이 세운 30%대의 시청률의 후광효과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오히려 잘 만들어진 드라마의 대명사격이 되고 있는 '시크릿 가든'과 비교되면서 더 외면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희한한 일이지만 이미 종영한 '시크릿 가든'에 대한 이야기가 여전히 화제가 되는 반면, 이 자극으로 똘똘 뭉친 '신기생뎐'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신기생뎐'은 아직 초반부지만 이미 임성한식 막장 월드의 대부분 코드들을 포석해 놓은 상태다. '출생의 비밀'이 그 중심 코드다. 금라라(한혜린)의 어머니가 3명이나 등장하고, 그녀가 친어머니를 아직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저 '하늘이시여'의 기상천외한 모녀 관계를 환기시킨다. 또 단사란(임수향)의 죽은 어머니 역시 친어머니가 아니었다는 설정까지 들어있는 걸 보면 이 드라마는 이 '출생의 비밀'이 갖는 자극의 끝을 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비록 욕은 좀 먹겠지만, 그래도 볼 것이라는 막장드라마의 성공코드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막장이라 불리는 드라마들의 자극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하지만 강해진 자극에 반해 시청률은 비례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 단서로 제공되는 작품이 '욕망의 불꽃'이다. 물론 이 작품은 물론 막장이 아니다. 하지만 흔히들 말하는 막장의 요소들, 즉 '출생의 비밀'이나 복수, 패륜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시크릿 가든'이 끝나고 시청자들은 대부분 '욕망의 불꽃'으로 옮겨갔다. 10% 초반대에 머물던 '욕망의 불꽃'은 순식간에 20%를 돌파했다. 이유는? 같은 자극적인 소재지만 완성도가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드라마들에 그 모자라는 완성도에 '욕을 하면서도' 봤던 시청자들은 작년 새로운 경험을 했다. '제빵왕 김탁구'가 그렇다. 자극적인 소재를 바탕에 깔고 있음에도 이 드라마는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즉 '출생의 비밀' 같은 소재를 다룬다고 모두 막장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완성도를 경험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전개가 느슨하다거나 작위적이거나 개연성 없는 드라마에 눈이 가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가 방영되는 기간 동안의 시청률 흐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드러난다. 즉 초반에 일찌감치 20%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들 중, 많은 드라마들이 중간에서시청률 하락을 경험하며 이른바 용두사미 드라마가 되곤 한다는 것이다. '도망자'는 초반 20%에서 시작했지만 서서히 시청률이 떨어지더니 결국 반 토막 난 시청률로 끝을 맺었다. '아테나' 역시 초반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지만, 차츰 밀리더니 월요일 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서 바닥을 경험하고 있다. 왜 이런 시청률 등락의 변화가 생기는 걸까.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과거처럼 첫 시청률이 그 드라마 전체를 결정짓지는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드라마 시청에 있어서 관성적인 시청보다는 좀 더 선택적인 시청으로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징후가 아닐까. 언제든 재미가 없거나 스토리가 허술하거나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하면 이제 언제든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게 됐다는 얘기다. 그러니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막장드라마가 계속 통할까. 물론 어떤 기상천외하고 엄청난 자극이 시청자들의 눈을 마비시키고 중독시킬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막장드라마의 막장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이다.

'무한도전', 도대체 뭐가 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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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이 달라졌다. 먼저 시청률이 다르다. 작년 12월 '무한도전'의 평균적인 시청률은 14%(agb닐슨)대였다. 그런데 1월1일에 방영된 '연말정산 뒷끝 공제 특집'이 15.8%를 기록한 데 이어, 1월8일 '정총무가 쏜다' 17.8%, 1월15일 '타인의 삶1' 18.4%, 1월22일 '타인의 삶2' 18.9%를 기록했다. 1월 한 달 만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회복한 셈이다.

물론 '무한도전'의 가치를 시청률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무한도전'이라는 예능이 가진 독특한 형식적 특징 때문이다. 보통 호평을 받는 포맷이 생기면 그 형식을 반복하는 여타의 예능과 달리, '무한도전'은 매번 새로운 형식을 도전한다. 따라서 시청률 기복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한도전' 역시 시청률의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조금은 마니아적이고 비교적 젊은 층들에게 소구되는 전위적이고 도전적인 느낌은 '무한도전'만이 갖는 아우라지만, 바로 그 점은 좀 더 폭넓은 시청층을 끌어들이는 데는 분명 벽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2011년을 맞아 '무한도전'은 확실히 이 보다 넓은 시청층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타인의 삶'이라는 아이템이다. 박명수와 재활의학과 의사인 김동환 교수가 서로 하루 동안을 바꿔 살아보는 이 컨셉트 속에는 전에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이른바 '감동 모드'가 발견된다. 병원에서 일일의사인 박명수와 환우로 투병하는 예진이의 예쁜 만남이 그것이다. 쿨하기만 한 줄 알았던 '무한도전'이 이토록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는 건 여러모로 보다 넓은 시청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훈훈함도 박명수가 했기 때문에(그는 버럭 캐릭터다) '무한도전'만의 쿨함을 유지하지만.

또한 '타인의 삶'에서 일일 박명수로 김영환 교수가 멤버들과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은 굉장히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무한도전' 속에 중년남자가 들어와 함께 어우러지고 과거를 추억하는 게임을 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중년 세대들의 마음을 잡아끈다. 이런 정도의 아이템이라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 앞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보아도 분명 어떤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9일 방영되는 '무한도전'의 소재는 '무한도전 TV는 사랑을 싣고'다. 이 아이템 역시 '타인의 삶'이 보여주었던 그 폭넓은 세대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만남'이라는 아이템은 누구에게나 가슴을 울리는 소재가 아닌가.

물론 '무한도전'은 '데스노트'처럼 여전히 '무한도전'다운 실험적인 놀이를 즐길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다 폭넓은 세대들이 모두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건 왜일까. 이건 혹시 '무한도전'이 올해 던지는 승부수가 아닐까.

'싸인', 그 무서운 뒷심은 어디서 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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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사진출처:SBS)

'싸인'의 상승세가 무섭다. 첫 번째 에피소드였던 한 유명가수의 죽음은 고 김성재의 의문사를 떠올렸지만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마도 CSI 같은 세련됨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기대치에는 맞지 않는 우리식의 법의학 드라마라는 점도 작용했을 듯 싶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오히려 우리 식의 정서가 묻어나는 '싸인'은 힘을 발하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로 연쇄살인범의 등장과 함께, 긴박한 사건들을 다차원적으로 엮어내는 연출의 힘이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우리네 드라마에서 스릴러 같은 장르적 성격이 성공한 적은 극히 드물다. 고현정이 출연했던 '히트'가 그랬고, 손예진이 맹렬 기자로 등장했던 '스포트라이트(물론 이 작품은 스릴러는 아니지만 그런 요소가 강했다)'도 그랬다. 이유는 당연했다. 우리 드라마에는 멜로 같은 말랑말랑함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싸인'은 이례적이다. 물론 멜로가 예고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스릴러적인 사건들만으로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도대체 무엇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 끈 걸까.

사실 작년 내내 우리 문화계에 불어 닥친 '정의' 신드롬은 이례적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건 출판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정의'라는 키워드가 대중들에게 자극하는 부분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책은 미국 내에서는 그다지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정의' 신드롬은 EBS에서 방영하는 샌델 교수의 강의로 이어지고 있다. 한번쯤 본 사람들은 그 강의가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머가 넘치는데다가 어려운 철학적 문제도 명쾌하게 구체적 사례를 통해 풀어내주는 샌델 교수의 힘이다.

작년 영화계를 강타한 건 스릴러 장르였다. '아저씨', '이끼',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등등 그 어느 때보다 스릴러가 강세를 보였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역시 '정의'라는 키워드가 보인다. 특히 '아저씨'의 대성공은 물론 원빈이라는 배우의 힘이 작용했지만, 현실적으로 구현되지 않고 있는 사회정의라는 차원과 거기에 어떤 부채감 같은 걸 느끼는 고개 숙인 아저씨 감성이 맞물리면서 흥행에 불씨를 던졌다. 그만큼 현실이 채워주지 않는 '정의'에 대한 갈망을 영화라는 판타지 속에서나마 충족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싸인'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다. 스릴러에도 어느 정도의 수위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쇄살인범이 여주인공을 잡아 두고 마치 장난치듯 죽음으로 몰아넣는 장면은 그래서 영화보다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싸인'이 힘을 발휘하는 건 이 '정의'에 대한 갈망이 안방극장으로도 침투하는 것만 같다.

여기에는 장항준 감독의 촘촘한 연출력과 그저 연기로 부딪치는 박신양과 전광렬의 팽팽한 대결, 그리고 푼수 같은 털털한 이미지로 변신에 성공한 김아중의 몫이 크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와 긴장을 풀어주는 코믹한 설정들, 그리고 적절히 이어지는 멜로의 균형 감각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건, 역시 올바른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그 '정의'에 대한 갈망이다. '싸인'의 다음 에피소드는 과연 그 갈망을 더 키워놓을 수 있을까.

'1박2일', 새 멤버의 자격, 의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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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사진출처:KBS)

'1박2일'의 새 멤버는 왜 그렇게도 채워지기가 어려운 걸까. 윤계상에 이어 송창의 역시 제6의 멤버로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했다. 이유는? 바빠서다. 송창의는 이정향 감독의 새 영화 '노바디 썸바디(가제)'를 찍고 있다. 게다가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바쁠만 하지만 과연 그 이유만일까.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지금처럼 제6의 멤버에 쏠린 시선이 뜨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목될 때 들어가면 잘 해야 본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청률이 떨어지거나 하면 오히려 집중포화를 받을 위험성은 너무나 크다. 선뜻 내키지 않는 제안일 수 있다.

하지만 제6의 멤버로 들어갈 인물이 어느 정도 예능의 베테랑이거나, 아니면 그나마 스케줄이 많지 않은 신인이거나, 부담감보다 더 절실한 동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면 그 자리에 들어갈 인물은 줄을 설 것이다. '1박2일'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

그렇지만 '1박2일'측이 뽑으려는 제6의 멤버의 자격은 이것과는 정반대다. 예능의 베테랑이어서도 안되고, 신인보다는 어느 정도 이미지를 갖춘 인물이어야 하며, 단지 개인적인 동기만으로 '1박2일'에서 입지를 세우려는 인물 역시 거부 대상이다. '1박2일'은 이른바 '착한 캐릭터'를 원한다. 왜 제6의 멤버가 갖추어야할 자격은 이렇게 가장 어려운 조건을 통과해야하는 걸까.

가장 큰 것은 김C의 공백이다. 지금 '1박2일'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단지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승승장구'에 이경규가 나왔을 때 이수근이 농담처럼 얘기한 것처럼, 지금 '1박2일'은 어떤 지적인 느낌이 없다. 아니 꼭 지적일 필요는 없다고 해도 어떤 의미화를 만들어낼 만큼의 진지한 인물이 절실하다. 김C는 최고였다. 그는 아무런 멘트 없이 그저 진지한 표정만으로도 그 여행이 갖는 어떤 의미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주변에서 가볍게 만들어도 김C로 돌아오면 이 여행 버라이어티는 어떤 진지함과 무게감을 갖게 된다.

만일 '1박2일'이 캐릭터를 통해서 프로그램에 어떤 의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들의 복불복이나 미션들은 자칫 휘발될 수 있다. 이럴 때 김C 같은 도무지 예능과는 담을 쌓은 인물이 그저 묵묵히 혼자 복불복을 수행하며 길을 걸어가면 프로그램은 진지해진다. 김C의 그 걸음걸음 자체가 인생처럼 여겨지는 순간을 우리는 여러 번 보지 않았나.

따라서 김C 없는 지금 '1박2일'은 PD와 작가가 의미를 도출하고 있다. 제작진 없는 멤버들만의 여행이라는 콘셉트나 '외국인 근로자' 특집 같은 소재는 그간 해왔던 여행과는 달리 제작진의 철두철미한 준비가 엿보인다. 나영석 PD가 자꾸 주목되는 건 이런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다행스러운 건 나영석 PD 역시 제6의 멤버 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말 그대로 '착한 캐릭터'고 PD기 때문에 예능을 하려 하지 않지만 '1박2일'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역시 PD다. 언제까지 그가 빈 자리를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분명한 건 '1박2일'이 언제까지 다섯 명의 멤버로 움직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지금 현재는 없는 '의미화가 가능한 인물'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섭외가 어려운 제6의 멤버가 갖추어야 할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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