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예능 시청률의 격전지가 된 주말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던 시기, 주말은 시청률의 무덤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주말이면(금요일 저녁부터) 야외로 나가는 대중들의 새로운 문화는 주말 시청률을 반 토막 내곤 했다. 특히 봄에 찾아오는 상춘객들의 급증이나 여름 바캉스 시즌에,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지독한 불황의 여파일까. 아니면 점점 여가로 정착되어가는 영상문화의 영향일까. 이제 주말은 계절을 불문하고 시청률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먼저 드라마 시청률 경쟁의 불을 댕긴 것은 시청률 47%라는 괴력을 보인 ‘찬란한 유산’이다. 주말 드라마들이 주로 고정적인 시청층에 소구하는 가족드라마를 내세우며 평균적으로 20%대에 머물고 있었던 점을 감안해보면 ‘찬란한 유산’이 남긴 유산은 실로 찬란하다고 할 수 있다. 47%라는 수치는 좋은 작품에 그만한 시청자층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찬란한 유산’은 가족드라마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니시리즈적인 특징을 끌어안는 것으로 오히려 시청률 상승에 기폭제를 만들었다. 이것은 주말드라마하면 가족드라마라는 공식의 균열을 의미한다. ‘친구’나 ‘탐나는도다’ 같은 지금까지 주말에는 보기 어려웠던 드라마들이 주말에 포진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찬란한 유산’의 종영 후 전체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선덕여왕’으로 그 바톤을 월화로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주말은 드라마 시청률의 밭이라고 할 수 있다. KBS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찬란한 유산’의 후속으로 들어온 ‘스타일’은 3회 만에 20% 시청률에 도달하고 있다. SBS 주말극장 ‘사랑은 아무나하나’ 역시 15% 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KBS 대하사극 ‘천추태후’는 떨어진 시청률에도 12%대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20위 권에 들어있는 주말드라마가 총 네 편으로 전체 순위에 있는 아홉 편 중 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의 주말 시청률 경쟁은 점점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격전지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개그콘서트’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전체 예능프로그램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KBS의 ‘해피선데이’가 따르고 있다. SBS의 ‘패밀리가 떴다’가 그 다음이고,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는 한 때 이 경쟁의 대열에 있었지만 현재는 주춤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이 일요일에 집중되던 시청률 경쟁은 이제 토요일로 번져갈 조짐이다. 토요일 예능의 절대 강자인 ‘무한도전’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 상승을 맛보고 있으며, 토요일 저녁으로 자리를 옮긴 MBC의 ‘세바퀴’ 역시 16%대의 시청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KBS의 ‘천하무적 토요일’은 아직 9%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지만 잠재력이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한때 ‘무한도전’의 시청률을 위협하던 ‘스타킹’은 조작과 표절 시비로 가라앉고 있지만 절치부심 재기의 발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MBC가 ‘무한도전’ 앞자리에 ‘스친소’를 폐지하고 대신 ‘우리 결혼했어요’를 포진시킨 점이다. 타 프로그램과의 경쟁 때문에 약화되긴 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의 시간대 변경은 어쩌면 토요 예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할 지도 모른다.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 경쟁은 이로써 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주간의 시청률 성적표를 말해주는 주중시청률 표를 들여다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20위권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이 무려 9편에 이른다. 만일 주말의 의미를 금요일 저녁부터 계산한다면 ‘절친노트2’를 포함해 전체 주중시청률 20위 권에 든 프로그램의 반이 주말에 포진한 셈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함께 주말이 시청률의 무덤이 될 것이라 예측되었던 것과는 달리, 주말은 오히려 시청률의 밭이 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그만큼 경쟁적이고 피곤해진 주중의 사회 풍경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주말의 TV는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진 지친 현대인들의 여가로 자리하고 있다.

김혜수가 중심에 서니 '스타일'이 산다

'스타일'의 주인공은 누굴까. 이서정(이지아)일까. 박기자(김혜수)일까. 누가 봐도 먼저 주인공감으로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이서정이다. 이 드라마의 멋진 두 남자, 김민준(이용우)과 서우진(류시원)에게 각각 새 구두를 선물 받는 그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의 분신이다. 성격 착하고 일에 대한 열정도 갖고 있으니, 성장하는 신데렐라로서 주인공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서정이란 캐릭터는 이처럼 주인공으로서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지만 단 한 가지 갖추지 못한 것이 있다. 그녀는 현재를 버텨내는 인물로서 그려질 뿐, 성공에 대한 강력한 욕망은 갖고 있지 못하다. 멋진 남자들이 구두를 선물해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멜로의 틀 그 이상을 넘지는 못한다. '스타일'이 그저 멜로드라마라면 시시해질 것이다. '스타일'이 그 이상의 '엣지있는' 드라마를 꿈꾼다면, 그것은 멜로를 넘는 여성들의 치열한 사회생활을 담을 때 가능해지는 이야기다.

그러니 그런 점에서 보면 박기자라는 캐릭터가 오히려 드라마의 중심에 적합하다. 박기자는 착한 인물은 아니고, 성공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악녀로 그려지지만, 바로 그 강력한 욕망이 드라마의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편집장과 그녀가 만들어내는 대립구도는 직장 내의 서열 속에서 권력구도를 두고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편집장이 이제 곧 이 잡지사에서 잘릴 인물이라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대결구도는 신선한 면이 있다.

사실상 이 드라마를 힘있게 끌고 가는 인물은 박기자다. 그녀의 날카로움, 까칠함은 직장여성들이 꿈꾸는 카리스마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애에 있어서도 어떤 긴장감을 제공한다. 전형적인 캔디형의 이서정 같은 캐릭터보다 더 팽팽한 멜로 라인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박기자는 서우진과 이미 인연이 있는 캐릭터로 앞으로도 이 두 인물의 멜로는 이서정이 끼어들면서 보다 긴장감 있게 전개될 전망이다.

박기자를 중심에 세웠을 때, 이 드라마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단순 사각 멜로 드라마의 틀을 넘어설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물론 트렌디 멜로는 이 드라마의 기본 형식이지만, 그 위에 여성들의 치열한 사회 속에서의 삶을 담을 때, 이야기는 확장될 수 있다. 사회적 공감을 가져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서정과 박기자 모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과거 같으면 원톱이 당연한 것이라 여겨졌겠지만, 지금은 투톱 그 이상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시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시청자들은 여전히 심정적으로 주인공을 한 명 정해 중심에 세워두고 싶어한다. 이서정의 이야기만큼 박기자의 이야기가 중심에 설 때, '스타일'은 확실히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스타일'하면 '엣지녀'가 연상되는 것은, 이 상황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까. 박기자 김혜수가 중심에 서야 '스타일'이 살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드라마로 나타나고 있다.

생고생 버라이어티, ‘1박2일’, ‘남자의 자격’, ‘천하무적 야구단’

“버라이어티 정신!” ‘1박2일’이 틈만 나면 외치는 이 구호가 의미하는 건 뭘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생고생을 하더라도 다양한 웃음을 줄 수 있으면 결행한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물을 보면 입수한다” 같은 강호동이 이른바 ‘예능의 정석(?)’이라고 주장한 것이 바로 그 버라이어티 정신에 해당한다. 그런데 ‘1박2일’의 성공에 자극받은 것일까. 최근 들어 KBS 주말 예능의 ‘버라이어티 정신’이 눈에 띈다. ‘1박2일’은 물론이고, ‘천하무적 야구단’, ‘남자의 자격’이 그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진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다.

시작부터 야생 버라이어티를 주창한 ‘1박2일’은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전형이 되었다. 한겨울에 야외에서 노숙을 일삼고, 엄동설한에 얼음을 깨고 입수하며, 한 여름에 잠바를 껴입고 촬영하고, 늘상 밥을 챙겨주지 않는 야생의 법칙 속에서 굶주림과 독기가 얼굴에서 피어날 때, ‘1박2일’은 그 헝그리 정신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었다. 자주 굶다보니 이제는 라면 한 그릇이 오히려 고마운 지경에 이른 이들은 ‘고통의 달인’ 김C가 표상하는 것처럼 이제는 그 고통을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1박2일’의 이 야생 정신이 대단하다 여겨지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버라이어티쇼의 정점에 오른 지금에도 여전히 이 생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멤버들의 자세에서 읽어낼 수 있다. 야생 정신이 강조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말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의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겠다는 의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리얼을 강조함으로써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이 스포츠를 다루던 것과는 확연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독하다 싶을 정도의 훈련 과정과 리얼한 경기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헝그리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김하늘과 마르코가 벌로 타이어를 매고 달리고 화생방 가스실에 들어가는 장면이나, 경기도중 김하늘이 실제로 부상을 입을 정도로 열심히 뛰는 모습은 그 버라이어티 정신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실제 야구선수들에게 코치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그 훈련이 가진 리얼함을 말해주는 증거들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무늬만 야구단’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를 세워두고 엉뚱한 짓으로 웃음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야구 그 자체가 가진 재미를 프로그램의 중심에 세워두고 있다. 계속되는 실전 경기들의 연속은 야구의 묘미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김C 같은 입담꾼을 해설자로 붙여 예능으로서의 맛을 살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는 출연진들의 살아있는 눈빛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남자의 자격’은 이제는 나이 들어 몸이 따라주지 않는 아저씨 출연진들의 도전이 버라이어티 정신을 보여준다. 초창기 24시간 동안 했던 금연캠프에서 실제로 출연진들은 금단현상 앞에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켰고, 이윤석은 룰을 어긴 이유로 한겨울에 개울물에 입수하는 ‘예능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2PM의 춤을 배우는 모습은 그것이 춤인지 재활치료인지 알 수 없는 영상을 만들어냄으로서 큰 웃음을 주었다. 여행시즌을 맞아 석모도로 향하는 7인용 자전거 여행은 또다른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전조를 예감케 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그 초창기의 리얼 정신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적당한 판타지를 자극하는 설정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건, 그만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의 설정이 주는 자극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리얼이 조금은 밋밋해도 여운이 오래가는 이유는 뭘까. KBS 주말 예능의 야생을 승부수로 띄우는 모습은 그만큼 의미 있어 보인다.

'해운대'의 쓰나미급 흥행, 인간, 시간, 공간을 담았다

'해운대'는 흥행도 쓰나미급이다. 벌써 600만 관객을 넘어 이번 주말에는 700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흥행 수치이면서, 그 흥행 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고 있어 역대 최고가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초대형 쓰나미가 해운대를 덮친다'는 간략하지만 강력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해운대'. 도대체 무엇이 이런 쓰나미급 흥행을 만들었을까.

볼거리에 웃기고 울리기까지, 인간을 담다
그 첫 번째 요인은 영화 내적인데서 찾아볼 수 있다. '해운대'는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장르로 취하고 있지만, 여타의 유사 재난영화와는 결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 식의 멜로와 가족드라마적 전통을 내러티브로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쓰나미가 해운대를 강타하는 그 지점 이후를 떼놓고 보면, 이 영화에서 우리는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익숙한 멜로드라마와 가족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다.

재난이라는 상황이 도달하기까지의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코믹하게 그려진 멜로드라마와 가족드라마의 틀로 채워 넣었다. 좀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해운대'는 그 과장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관객들을 웃기는 블록버스터로서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블록버스터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면에서 개연성 자체보다(물론 개연성이 없으면 안되겠지만) 효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초반부에 확고히 웃겨주면 후반부에 확실히 울릴 수 있다는 '해운대'의 계산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이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갖는 아드레날린의 롤러코스터를, 우리식의 감정의 롤러코스터(웃기고 울리는)로 해석한 결과다. 쓰나미가 해운대를 먹어 치우는 볼거리는 물론이고, 드라마에 웃고 울었다는 그 포만감은 관객들의 만족감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해운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는 발견이 쉽지 않은 '인간'을 담아냈다.

여름방학! 우리도 '해운대' 보러가요, 시간을 담다
'해운대'가 제 아무리 좋은 영화 내적인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이들이 제한적이라면 이처럼 쓰나미급 흥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해운대'가 가진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는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어필했다. 12세 관람가의 '해운대'와 '국가대표'는 지금 현재, 극장에서 우리 영화의 흥행이 얼마나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손에 달려 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차우'는 영화 자체가 매니아적인 면모를 갖고 있어, 12세 관람가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흥행에서 멈추고 있는 형국이며, '10억'은 15세 관람가인데다, 영화 내적인 면에서도 그다지 잘 짜여진 스토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흥행은 미지수다. 하지만 '국가대표'나 '해운대'는 확실히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 잡는데 성공했다. 전반적으로 웃음과 감동 같은 가족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다가, 그 위에 볼거리를 더했으니 아이들 입장에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영화가 된 것이다. '해운대'를 보기 위해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손을 잡고 극장을 찾는 풍경은 낯선 것이 아니다. '해운대'는 여름방학이라는 시간을 영화 속에 확실히 담아냈다.

해운대라는 지역, 공간을 담아내다
'해운대'는 제목 자체가 실제 공간인 해운대를 지칭한다.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호텔과 빌딩이 서 있는 이 도시와 해변이 공존하는 곳으로서, 해운대는 영화적으로도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데다, 여름 휴가철이면 뉴스보도에 늘 첫 번째로 나오는 바로 그 곳. 그만큼 해운대라는 공간은 지금 영화가 한창 상영되는 이 시점에 가장 핫한 곳이 아닐 수 없다. 그 곳으로 쓰나미가 덮친다? 이것은 하와이나 도쿄에 쓰나미가 덮치는 것과는 다른 강력한 스토리성과 화제성을 유발한다.

'해운대'의 흥행에는 바로 이 해운대라는 지역이 가진 힘이 내재되어 있다. 실제 해운대에는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걸려있고, 부산 시민들은 바로 이런 영화적 관심이 만드는 지역에 대한 주목을 환영하고 있다. 병에 '해운대' 포스터를 넣고 해운대 무료시사까지 진행하는 대선주조처럼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들이 이른바 '해운대' 마케팅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점은 이 영화에 대한 부산 지역의 호감이 얼마나 큰 지를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운대'의 쓰나미급 흥행은 이처럼 희비극을 품은 인간과, 여름방학이라는 시간, 그리고 해운대라는 공간이 잘 균형있게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갖는 토착적인 특징들(이 땅의 인간, 시간, 공간)을 이 블록버스터가 잘 파악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깊이가 있다거나, 영화적인 완성도에 있어서 어떤 성취를 했다거나 하는 그런 영화라고 볼 수는 없지만, 블록버스터의 토착화라는 점에서는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실로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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