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 좋은 캐릭터가 끄집어낸 신인들의 가능성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7.6%(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2.7%로 시작한 드라마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 작품이 끄집어낸 신인 연기자들도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좋은 작품에 좋은 캐릭터가 만들어낸 또 다른 열매가 아닐 수 없다. 그 장본인은 주인공 소문 역할을 연기하는 조병규와 그와 함께 카운터로서 악귀들을 때려잡는 도하나 역할의 김세정, 그리고 조병규의 둘도 없는 친구 임주연 역할의 이지원이다. 

 

조병규는 2015년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그 존재감을 알린 건 2018년 방영됐던 <SKY 캐슬>이다. 피라미드에 집착하며 그 꼭대기에 서야 한다 아이들을 혹독하게 몰아세우는 차민혁(김병철)의 쌍둥이 아들 중 둘째 차기준 역할로 조병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워낙 화제성이 큰 작품이었던지라 아역들도 주목된 이 작품으로 김혜윤, 이지원, 찬희, 김보라 같은 많은 가능성 있는 신인들이 탄생했다. 

 

<SKY 캐슬>에서 주목받은 조병규는 SBS <스토브리그>에서는 드림즈 운영팀 직원으로 등장해 아역의 색깔을 지워내며 다양한 역할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경이로운 소문>은 다시 고등학생 역할로 돌아왔지만 주인공답게 연기의 폭은 넓어졌다.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과, 부모가 사실은 살해당했다는 걸 알게 되고는 오열 분노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걸그룹 구구단의 멤버로서 <학교 2017>, <너의 노래를 들려줘>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자의 길 또한 열어가고 있는 김세정 역시 <경이로운 소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드라마보다 예능 프로그램이 더 많고 SBS <런닝맨>이나 tvN <식스센스>,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같은 유재석과 함께 하는 예능에서의 털털한 모습이 대중들에게 그 이미지로 각인된 김세정이다. 

 

그래서 <경이로운 소문>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털털한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 연기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김세정이 맡은 도하나라는 캐릭터는 과묵하고 말보다는 행동을 먼저 보이는 인물인데다, 자신만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털털한 이미지보다는 슬픔 같은 정서가 느껴지는 인물을 소화함으로써 예능에서 보던 김세정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또 한 명의 주목할 만한 신인배우는 소문의 친구 임주연 역할로 그리 많은 분량에 등장하진 않지만 자꾸만 눈이 가는 이지원이다. 워낙 <SKY 캐슬>에서부터 똑 부러지는 연기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했던 이지원은 이 작품에서도 커다란 안경을 끼고 소문을 위해 함께 울어주고 또 기뻐해주는 영락없는 찐 친구의 모습을 찰떡 같이 연기해내고 있다. 

 

좋은 작품은 결국 좋은 캐릭터가 있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는 연기자가 없다면 결코 좋은 작품으로 살아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경이로운 소문>은 그 상승세를 타고 신인 연기자들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보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느끼게 할 만큼.(사진:OCN)

'며느라기' 아이의 눈에 비친 제삿날 풍경, 그것 참 부조리하네

 

"아니 그러지 말고 내가 너 먼저 집에 데려다주고 난 돌잔치 들렸다 갈게." 갑자기 알게 된 시댁의 제사 소식, 무구영(권율)은 그날 겹친 돌잔치에 자기만 갔다 오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별 생각 없이 이런 말을 던진다. "내가 빨리 와서 도와줄게. 먼저 하고 있어. 어차피 나 있어도 도움도 안 되고 안 하던 일 갑자기 하려고 하면 방해만 될 게 뻔하니까." 그 말을 아내 민사린(박하선)은 이해할 수가 없다. "돕는다고? 나를? 구영아. 나는 니네 할아버지 얼굴도 본 적이 없거든? 내가 너를 돕는 거라고 생각되지 않니?"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가 가져온 건 세상의 며느리들이라면 누구나 저마다 언짢고 불편한 경험을 했을 제삿날의 이야기다. 무구영은 정말 이름처럼 순진무구한 건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도와준다'는 말을 꺼낸다. 따지고 보면 민사린에게는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분들의 제사다. 무구영의 할아버지 제사니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무구영은 민사린을 도와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된 이유는 시월드에 발을 들어서는 순간 단박에 드러난다. 시어머니는 "밤에 와서 절만 하고 가도 되는데"라는 맘에도 없는 빈말을 먼저 꺼내놓은 후, 네가 와서 든든하다고 고맙다며 대뜸 앞치마부터 건네준다. 집에서 민사린에게 눈총을 받았던 무구영이 자신도 일을 하겠다며 나서자 시어머니는 선을 긋는다. "네가 뭘 할 줄 안다고 저기로 가있어."

 

'저기'는 시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가 술판을 벌이고 있다. 민사린과 무구영이 함께 제사 준비를 도우려 마음먹고 왔지만 시월드는 두 사람을 찢어 놓는다.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는 어서 와 술 한 잔 하자 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부엌으로 아들은 '저기'로 가라 선을 긋는다.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자 급기야 시어머니의 한 마디가 쐬기를 박는다. "여기 너 있어도 도움 안 되거든? 사린아 구영이 저기로 보내라." 그 말에 민사린은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명절이나 제삿날 흔한 시월드의 풍경. 남자들은 둘러 앉아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해도 해도 티도 안 나는 일을 하는 그 이상한 풍경을 작은 아버지의 손녀딸이 스케치북에 담는다. 한 사람 한 사람 그려 이름을 적어 넣는 아이. 이 순수한 아이의 눈에는 제삿날의 풍경은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시어머니는 민사린이 혼자 독박 노동을 하는 것이 안쓰럽다는 듯 큰 며느리가 이제 산달이라 그렇다는 말로 위로한다. 그러자 작은 아버지가 맞장구라고 쳐주는 말이 참으로 이상하다. "그래도 와봐야지. 동서 혼자 고생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술상 앞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고생하는 걸 알면 자신들이 도와줄 생각은 안하나? 이들은 제사상을 차리는 일이 당연한 '며느리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제사가 끝나고 나온 민사린은 그날의 불편함과 언짢음을 남편에게 토로하지만 남편은 자신도 힘들었다고 변명한다. 어르신들의 요구에 따라준 것이 마치 아내를 위한 일이었다는 식으로 말한다. 결국 화가 난 민사린이 홀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을 때 맏며느리 정혜린(백은혜)에게서 전화가 온다. 뮤지컬에 관심이 있으면 표를 주겠다는 말에 민사린은 그것이 제삿날 그가 오지 못한 것 때문에 미안해서 그런 거라면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정혜린은 제사 때문에 민사린에게 미안한 일은 없다고 분명히 한다. 그 일이 며느리들이 나눠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드라마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 당연하게 여겼던 제삿날 풍경을 그걸 스케치북에 담았던 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있는 그대로 그려놓는다. 그 그림 안에는 무남천(김종구), 무남해, 무구영이라 이름이 적힌 남자들이 한쪽 편에 그려져 있고, 시어머니이자 며느리인 박기동(박하선)과 민사린이 다른 한 편에 그려져 있다. 무씨 집안 제사에 정작 지들은 노동에서 쏙 빠져 술판을 벌이고, 며느리들만 일하는 생고생하는 이상한 풍경. 아이는 그 그림을 민사린에게 준다. 그건 아마도 아이의 눈에도 가장 고생하는 이가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 땅의 며느리들이라면 폭풍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사진:카카오TV)

'금쪽같은 내 새끼', 관찰카메라의 자극 대신 공감 코칭 선택

 

이른바 '육아예능'이 쏟아져 나왔던 건 관찰카메라라 불리며 사실은 리얼리티쇼를 시작한 우리네 예능가가 그 안전한 선택으로서 '육아'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MBC <아빠 어디가>가 그 시작이었다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고 SBS <오 마이 베이비>가 등장하면서 육아예능의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육아예능은 한 풀 꺾인 상태다. <아빠 어디가>는 일찍이 종영했고 <오 마이 베이비>도 버티다 종영을 선택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이 주말시간대의 시청률을 가져오면서 지금껏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예능이 이렇게 예전만 못해진 건, 애초 육아의 버거움을 예능적인 툴로 담아내겠다던 취지가 점점 희석되고, 보다 예능에 맞춰진 이벤트가 많아지면서 공감대 역시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육아와 특히 아빠들의 잠깐 체험하는 육아가 보통 사람들의 육아와는 다르다는 점도 공감이 사라진 이유가 됐고, 어떤 경우에는 그들만의 육아로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편함을 안기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오은영 박사가 주축이 되어 진짜 리얼 육아의 일상을 관찰카메라로 보면서 공감가는 코칭을 더해주는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앞에서 거론한 육아예능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벤트적인 예능적 성격은 거의 들어내고 오롯이 리얼 육아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카메라에 담아내지만, 그러면서도 자극적인 시선을 지워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개그우먼 허민과 야구선수 정인욱 편에서 동생이 생겨 질투가 폭발한 첫째 아이가 동생을 안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내고 발로 차기도 하며 심지어 모빌을 집어 던지는 행동을 한 후 엄마한테 "할아버지가 발로 찼다"고 거짓말을 하는 행동을 담아내는 영상이나, 그걸 보고 코칭을 해주는 오은영 박사의 방식은 자극보다는 공감이 먼저였다. 

 

아이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금쪽이'라고 표현하는 데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방송은 여기 관찰카메라에 담기는 이들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또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비춰질 때 스튜디오에서 그걸 보는 패널들은 놀라면서도 자신들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는 걸 드러내면서 그것이 그 집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공유한다. 이렇게 출연자의 개인사를 담아내면서도 거기 등장하는 문제를 보편적인 시선으로 끌어안는 방송의 태도는 이 육아예능이 진짜 육아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개그우먼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경력이 단절된 상황을 겪고 있는 허민의 입장을 통해,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을 분들과의 공감을 끄집어내는 부분도 주목할 점이다. 두 아이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독박육아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면서 시아버지와 남편 같은 가족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사실을 영상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이런 분위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오은영 박사다. 그는 그 관찰카메라 속에서 아이가 하는 행동이 왜 일어나는가를 공감하면서도 전문가로서 그 시기가 되면 무조건 받아주기보다는 '금지'되는 것도 알아야 하고 '훈육'도 필요하며 집안 내 서열도 인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생을 가족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공해준다. 아이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소통하고 또 육아에 조금씩 참여시켜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며, 가족 간의 스킨십을 통해 서열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방식이 그것이다. 

 

사실 최근 들어 관찰카메라는 점점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흘러가는 중이다. 한때는 이 형식이 갖는 사생활 엿보기의 불편함을 상쇄하기 위해 소재로 선택한 육아예능의 경우도 그것이 과연 재미 그 이상의 정보적 가치를 주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진심이 느껴지는 진짜 육아예능의 면모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보면서 안타까운 현실을 공감하기도 하고 그걸 넘어서는 가족애의 감동을 전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제대로 육아에 도움 되는 정보들을 전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사진:채널A)

기레기는 어떻게 탄생하나, '허쉬'의 시스템 고발이 변명이 안 되려면

 

기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잘 안 된다는 통설이 있다. 거기에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 서 있는 드라마의 위치가 작용한다. 즉 너무 현실감 있게 기자의 세계를 그리면 고구마 가득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푸념과 변명처럼 다가오게 되고, 그렇다고 진실만을 추구하는 기자를 판타지를 섞어 그리면 너무나 다른 현실과의 부조화 때문에 공감이 안 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 

 

JTBC 새 금토드라마 <허쉬>는 이 중 전자를 선택한다. 섣불리 정의감 넘치고 그 어떤 외압 앞에서도 진실만을 추구하는 기자라는 판타지를 그리지 않는다. 대신 정반대로 이른바 '기레기'로 전락해버린 기자들이 어쩌다 그렇게 되어버렸는가를 찾아간다. 매일한국의 12년차 베테랑 기자지만 이 신문사의 실패자들을 모아놓은 유배지나 다름없는 디지털 뉴스팀으로 출근해 보도자료를 '복붙' 하며 낚시성 제목으로 조회 수를 끌어올리는 일을 하는 한준혁(황정민)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펜대보다 큐대를 더 많이 잡으며 빈둥빈둥 시간을 때우고, 새로 들어온 인턴들을 교육하면서도 기자로서의 사명감 같은 이야기는 거의 꺼내놓지 않는 인물. 매일한국의 디지턴 뉴스부 기자들의 모습도 한준혁과 그리 다르지 않다. 디지털뉴스팀 정세준(김원해) 팀장은 기사는 잘 썼지만 사내 정치는 몰라 부장 승진에서 계속 누락된 '똥차' 취급을 받고, 김기하(이승준) 기자는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가늘고 길게 살아간다. 엄성한 디지털 뉴스부장은 나름 사내 정치를 하지만 어딘가 '엉성한' 직장인에 가까운 인물이고, 그가 눈치보며 비벼대는 나성원(손병호) 매일한국 편집국장은 기자정신보다 조직의 이익이 우선인 인물이다. 

 

새로 들어온 인턴이라고 해도 기자로서의 패기 같은 게 엿보이진 않는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수히 많은 인턴 경험을 가진 오수연(경수진)은 '기자는 시민의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정직원이 되기 위해 목매는 인물이고, 이지수(윤아)는 '밥은 펜보다 강하다'며 생존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는 인물이다. 즉 기자가 되려하는 젊은 인물들 역시 취업 전선에서 기자정신보다는 생존이 우선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걸 이들 인물들은 잘 보여준다. 

 

그나마 기자로서의 근성과 정신을 보여주는 인물은 매일한국 사회부 차장 양윤경(유선)이지만 그 역시 비판적인 기사들이 번번이 광고주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스크에 까이는 현실을 마주하며 이제 그만 둘까를 고민한다. 예전보다 많이 꺾였다는 그는 현실을 이렇게 개탄한다. "기자? 여기 기자가 어딨냐? 그냥 다 먹고 살겠다고 붙어있는 월급쟁이들이지." 기자로서 해야 할 일들과 직업정신 같은 게 있지만 이들은 어쩌다 기자가 아닌 회사원이 되어 있다고 자조한다. 

 

하지만 기자가 회사원이 되면 안되는 이유가 한준혁과 이지수가 겪은 사건으로 드러난다. 즉 2013년 방송노조위원장 이용민 PD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담은 가짜뉴스를 한준혁의 이름을 내게 만든 나성원 국장 때문에 결국 이용민 PD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당시 한준혁은 나성원을 찾아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항변했지만 사장이 직접 지시해 자신은 힘이 없다며 사장도 정부처에서 찍어 눌러 어쩔 수 없었다 말한다. 그러면서 다른 이슈가 나오면 금세 잊혀질 거라 변명했지만 그렇게 벌어진 비극으로 한준혁은 사실상 스스로를 죄인처럼 유배시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지수는 다름 아닌 바로 사망한 PD의 딸이었다.

 

생계를 위해 누구나 밥이 중요한 회사원이라는 건 공감할 수 있는 일이지만, 기자가 그저 회사원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잘 보여주는 이 사건은 <허쉬>가 무엇을 담으려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섣부른 돈키호테 기자 판타지를 담기보다는 "허라면 허고 쉿 하라면 쉿 하면 되는 것"이라 말하는 데스크들 속에서 우리가 쉽게 기레기라고 치부함으로써 그런 가짜뉴스가 개인적 일탈에 의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과의 관계로 얽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허쉬>의 이런 시스템 고발이 그저 기레기의 현실 한탄이나 변명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기레기로 자조하며 살아가기보다는 무언가 이들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반전이 필요한 이유다. 과연 <허쉬>의 한준혁과 이지수는 밥벌이 그 이상의 가치를 이 부조리한 시스템 안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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