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 부조리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 사회의 모든 치부를 다 담아내고 있는 것만 같다.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두고 벌이는 대립상황을 소재로 담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학생들의 집단 따돌림 문제나, 죄를 짓고도 돈과 권력의 힘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는 부정청탁, 전직 고위 검사들이 변호사가 되면 당연한 듯 벌어지는 전관예우, '내로남불'하는 조직 이기주의, 같은 조직 내에서도 파벌을 나누는 줄 세우기 등등 어두운 우리네 사회의 그림자들이 도처에 드리워져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신들이 저지르는 죄가 결국은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날아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힌 두 친구를 통영 바닷가로 데려가 사고로 위장한 채 죽이고 그 사건을 다시 들춰내려 한 서동재(이준혁)를 납치 감금한 김후정(김동휘)의 아버지는 전직 판사 출신의 변호사였다. 그래서 김후정을 추궁하는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에게 으름장을 놓고 판사에게 청탁을 넣어 압력을 행사해 아들의 죄를 덮으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무마한다고 해도 죄가 없어질까. 경찰들의 끈질긴 노력에 의해 죄가 드러나자 김후정은 결국 죄를 자백한다. 그를 괴물로 만든 건 오랜 괴롭힘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런 자식의 문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부모의 무책임이기도 했다. 밖에서는 검사에 변호사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승승장구했을지는 몰라도, 그들이 제대로 만들어놓지 못한 세상 속에서 정작 그의 아들은 괴물이 되어버렸다.

 

김후정을 잡고도 판사에게 줄을 대 압력을 행사하는 그의 아버지 때문에 검찰과 경찰은 모두 곤혹스러워진다. 검찰이 영장을 내주지 않으면 풀어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황이 만들어진 건 다름 아닌 검경의 수사권 대립이 그 이유다. 그들이 만든 상황 속에 그들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격이다. 결국 서동재 사건을 두고 검경은 공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것이 본래 검찰과 경찰이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드라마는 말해주고 있다.

 

서동재 역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건들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 하지만 그것이 위협이 되어 납치 감금되는 일을 당하게 됐다. 그는 검찰 형사법제단 우태하 부장검사(최무성)에게 잘 보이려 그런 일을 했지만, 결국 그는 경찰과의 수사권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검찰의 희생양으로 활용됐다.

 

서동재 납치 실종사건이 벌어진 후 그의 넥타이를 잘라 메시지를 사진에 담아 보낸 이가 김후정이 아니었고, 경찰임을 드러내는 시계를 일부러 노출하고, 거짓 목격자 전기혁(류성록)까지 나서서 경찰을 지목했던 그 상황은 결국 검찰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동재가 납치 실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사보다 조직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던 우태하였다.

 

흥미로운 건 황시목이 전기혁의 배후에 검찰이 있을 거라는 심증을 파헤치는 과정이다. 경찰들의 추궁에 꼼짝도 하지 않던 전기혁이지만, 검사인 황시목이 나타나 마치 '같은 편'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자 그가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 그것이다. 결국 전기혁은 경찰과 검찰이 서로 공조하지 않고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자신은 검찰의 사주를 받았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비밀의 숲2>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많은 치부들을 끄집어내고, 그 원인으로서 검찰과 경찰 같은 사법정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조리한 시스템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전관예우에 부정청탁은 물론이고 이제는 그렇게 잘못된 방식으로 쓰이는 권력을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형국이다. 이러니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다. 아이들은 범죄에 가까운 짓들을 저지르고, 부모들은 힘을 이용해 그걸 무마시켜주는 것처럼, 조직원들의 비리를 조직의 이익을 위해 덮으려는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걸로 과연 끝나는 일일까. 그들이 저지른 일들은 결국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비밀의 숲2>는 경고하고 있다.(사진:tvN)

'놀면'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캐릭터, 아이템의 비결

 

"앨범 낼 거 같은데? 트로트 앨범." "그러니까 저쪽이 가수 아니야?" "너무 잘 어울린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환불원정대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그리고 실비(화사)의 프로필 및 단체사진을 찍는 와중에, 지미 유(유재석)와 매니저로 뽑힌 김지섭(김종민)과 정봉원(정재형)의 신박기획이 단체 사진을 찍자 그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환불원정대의 그 말대로 신박기획 3인방은 그대로 트로트 그룹을 짜서 활동해도 될 만큼 캐릭터가 확실하다. '동물의 왕국'을 연상시키는 호랑이 무늬 셔츠를 통일해 입은 세 사람이 나란히 서서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을 때 붙는 자막이 그래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신입 트로트 그룹 신박입니다.' 혹시 환불원정대 다음은 신박일까.

 

물론 <무한도전> 시절부터 말 한 마디 툭 던진 것이 엄청나게 일을 크게 만들던 경험을 해왔지만, <놀면 뭐하니?> 역시 프로그램 과정 중에 나온 몇 마디가 실제 빅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유재석이 유르페우스라는 부캐로 하프에 도전하게 된 건 유희열이 던진 한 마디 때문이었고, 라섹이라는 부캐로 라면집을 하게 됐던 것도 라면은 좀 끓일 줄 안다고 유산슬로 활동할 때 했던 말이 빌미가 됐다.

 

환불원정대도 싹쓰리 활동 중 이효리가 걸그룹을 거론하며 엄정화, 제시, 화사를 지목했던 게 현실이 됐다. 그러니 환불원정대에서 별 생각 없이 이렇게 툭툭 던져지는 멘트들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환불원정대 때문에 만들어진 '신박기획'은 그 캐릭터나 조합만을 봐도 이번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트로트 그룹에 도전하든 아니면 연예기획사로서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든 이 조합을 활용하는 건 향후에도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보면 싹쓰리 때와는 사뭇 다른 콩트 코미디적인 캐릭터와 상황극이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싹쓰리는 캐릭터는 있었지만 말 그대로 음악을 준비하고 앨범을 내는 과정에 집중했고, 환불원정대는 10월 10일 음원 발표를 못 박았지만 음악만큼 이들의 캐릭터 상황극의 재미 또한 극대화했다.

 

지미 유는 싹쓰리의 유두래곤과는 너무나 다른 하나의 색다른 캐릭터가 됐고, 신박기획에 합류한 김지섭과 정봉원 역시 '웃상'과 '울상'으로 웃기는 캐릭터로 세워졌다. 이제 이들이 모여 무슨 이야기만 해도 빵빵 터질 만큼 캐릭터는 확실해졌다. 물론 이들 캐릭터가 이렇게 세워지게 된 건 환불원정대의 센 언니들 캐릭터들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보면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그려가는 <놀면 뭐하니?>의 세계가 갈수록 풍부해지고 흥미진진해지는 것이 바로 이들의 놀라울 정도로 쏟아내는 다양한 캐릭터와 아이템 덕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센 언니들 앞에서 맞서는(?) 캐릭터로 지미 유가 서 있다면 그들을 맞춰주는 캐릭터들로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김지섭과 정봉원이 있다.

 

여기에 이번 환불원정대의 타이틀곡으로 결정된 'Don't touch me'를 작곡한 블랙 아이드 필승 라도가 주지훈을 닮았다며 곧바로 '툭지훈(주지훈이 툭 치고 간 것 같이 닮았다는 의미)'이라는 캐릭터로 세워진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단 몇 분 간의 방송 분량 속이지만 환불원정대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어딘가 검거된 범인처럼 금세 캐릭터로 세워진 툭지훈은 '신박기획'이 혹여나 향후 어떤 활동을 할 때 또 다시 참여해도 충분할 인상을 남겼다.

 

<놀면 뭐하니?>는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캐릭터 창출이다. 프로젝트를 하나 할 때마다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온다. 게다가 그 각각의 캐릭터들의 색깔에 맞는 신박한 아이템들까지 의외로 생겨나면서 이 유니버스는 풍요로워진다. <놀면 뭐하니?>의 세계가 <무한도전>보다 흥미로워지는 건 바로 이 열린 유니버스에 갈수록 많아지는 캐릭터들의 향연 덕분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놀면 뭐하니?>의 유니버스 속으로 들어와 색다른 캐릭터(부캐)를 입게 될까. 끝없이 이어지는 기대감과 화수분 같은 재미는 바로 이런 독보적인 세계관 덕분이다.(사진:MBC)

'앨리스'의 시간여행, 예언서와 클리셰에 담긴 메시지들

 

시간여행에 평행세계. 다소 복잡한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9회까지 방영되면서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의 세계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간단하게 보면 2050년 시간여행 시스템 앨리스를 가진 미래인들이 과거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평행세계의 부딪침을 다루는 드라마다.

 

이야기 구조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보이는 이유는 순방향으로만 흐르던 시간이 앨리스 시스템에 의해 역방향으로도 돌아가게 된 세계관 때문이다. 미래인인 윤태이(김희선)는 연인인 유민혁(곽시향)과 함께 2050년에서 1992년으로 온다. 예언서를 찾기 위해서다. 그런데 예언서를 갖고 있는 장동식(장현성)이 살해되고 윤태이는 그의 어린 딸을 구해낸다. 그런데 윤태이가 구해낸 그 딸은 바로 어린 나이의 자신이다.

 

그런데 그 딸을 구한 미래인 윤태이는 마침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그래서 시간여행으로 방사능에 노출될 것을 꺼려하며 그 시간대에 남아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윤태이는 박선영이라는 이름으로 아이 박진겸(주원)을 낳고 홀로 키운다. 그러니 미래에서 온 윤태이(박선영)와 장동식의 딸로 성장하는 과거인 윤태이가 그 세계에 공존하게 된다. 과거인 윤태이가 자라나 대학생이 되던 2010년 거대한 달이 뜨던 날 박선영은 살해당한다. 박진겸은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형사 고형석(김상호)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 형사가 되고 어느 날 드론을 쫓다가 교단에 선 괴짜교수 윤태이를 만나고 놀란다.

 

만일 세계가 하나만 존재한다면, 이 이야기는 계속 빙빙 도는 이상한 세계가 되어버린다. 즉 미래에서 과거로 와서 구해낸 윤태이가 자라서 다시 미래인 윤태이로 성장하고 그는 앨리스 시스템을 만들어 다시 과거로 가는 그런 과정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앨리스>는 세계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고 말한다. 평행세계의 이론이 그러하듯이 여러 가능성의 세계들이 공존한다. 그래서 미래에서 과거로 와 과거를 바꿔놓으면 다른 선택지의 미래 세계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이 복잡한 세계관을 <앨리스>는 의외로 쉽게 풀어냈다. 복잡한 이야기보다는 박선영과 박진겸의 모자관계, 그리고 과거인 윤태이를 다시 만난 박진겸의 어머니에 대한 회한과 연인으로서의 애정이 묘하게 얽힌 감정 변화, 시간여행을 경험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의 그리움 같은 다소 익숙한 가족드라마와 멜로드라마의 코드들을 활용한다.

 

중요한 건 이 세계관 속에서 인물들의 행동이 무얼 지향하고 있고 그것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하기 위함인가 하는 점이다. 그 지향점이 없다면 이야기의 동력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앨리스>에는 과거인들이 있고 앨리스 시스템으로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에서 과거로 온 미래인들이 있다. 그리고 역시 미래에서 온 알 수 없는 어떤 세력이 윤태이와 박진겸을 위협한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드라마 초반부터 지금까지 찾고 있는 건 바로 '예언서'다. 도대체 이 예언서가 뭐기에 이렇게 모두가 집착하는 걸까

 

예언서는 말 그대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역사처럼 기록된 책일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빼앗기 위해 괴한이 찾아들었을 때 장동식 박사는 예언서의 맨 마지막장을 찢어 어린 딸(윤태이)에게 준 바 있다. 왜 책의 어느 특정 부분도 아닌 마지막장을 찢어 줬을까. 그것은 시간여행이라는 세계관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서 미래로 또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을 자유자재로 여행할 수 있게 되는 세계라면 가장 중요한 건 그 끝이다. 보통의 삶은 어떻게 끝날지 모른 채 시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하지만 끝을 알게 된다면 그 운명을 바꾸려는 욕망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저마다의 욕망의 부딪침은 혼돈과 파멸을 예고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윤태이도 박진겸도 박선영이 남기고 간 타임카드를 가진 채 우연한 사고를 겪으면서 시간여행을 경험한다. 박진겸은 2010년 자신의 어머니인 박선영이 죽던 날로 돌아가지만, 그는 그 살인을 막지 못한다. 윤태이는 2021년으로 넘어가지만 박진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절망한다. 과거로 가도 미래로 갈 수 있다고 해도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다만 일어날 일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이미 벌어진 일을 알고는 절망하는 걸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2020년 현재로 다시 돌아온 윤태이와 박진겸은 모두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미래로 갔던 윤태이는 거기서 자신의 가족들을 만나지만 그들 사이에는 1년의 공백기가 존재한다. 그래서 2020년으로 되돌아온 윤태이는 현재를 함께 겪어가는 자신과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진정으로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애초에 시간여행을 소재로 가져오면서부터 어쩌면 <앨리스>는 그런 시간의 운명을 거스르려는 행위가 결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많은 일들을 겪고 또 시간을 넘나들어도 이들에게 남은 소중한 것들은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나눴던 어찌 보면 틀에 박힌 가족드라마나 멜로드라마 속 클리셰 같은 일상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을 지배하고 그 끝을 알려고 하는 건 오히려 그 일상들을 모두 헛되게 만들고 무가치하게 느껴지게 만들 뿐이니.(사진:SBS)

'꼬꼬무', 한번 보면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의 힘

 

이야기의 힘이 이토록 대단한 거였던가. 한 번 보게 되면 눈을 뗄 수 없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걸려들기(?) 딱 좋은 구도를 갖고 있다. 그런 기억이 있지 않나. 우연히 두 사람이 너무나 깊게 빠져들어 나누는 이야기에 "뭐지?"하고 훔쳐 듣다 정신없이 그 이야기에 빠져들던 그런 기억.

 

<꼬꼬무>는 그 구성이 단순하지만, 우리가 이야기에 빠져들던 그 기억을 툭툭 건드린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지 하는 순간 그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빠져들고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된다. 장항준, 장성규, 장도연, 이른바 '장트리오'로 불리는 세 명의 이야기꾼들이 각각 후배 전석호, 찐친 온주완 그리고 아나운서 조정식을 1:1로 만나 들려주는 이야기가 숨 가쁜 편집으로 이어진다.

 

파일럿 이후 지난주 정규로 돌아와 첫 방으로 꺼내놓은 '수지김 간첩 조작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에게는 '김신조 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1.21 사태가 그 이야기의 소재가 됐다.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인 124부대의 31명 무장공비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 임무를 띠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청와대까지 들어왔다 가까스로 저지된 이야기가 그것이다.

 

아마도 '김신조 사건'이라고 하면 누구나 아 그 사건하고 말할 것이지만, 그 자세한 내막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게다. 그래서 당시 그 124부대가 어떤 훈련까지 했고, 침투 과정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그런 훈련을 통해 얼마나 초인적인 침투과정을 보여줬는지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또 그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이 무장공비들이 어째서 임무를 실패하게 됐는지도.

 

파주 법원리 초리골의 삼봉산 나무꾼 우씨 사형제 이야기에서 공비들이 나무꾼 우씨 형제를 잡아 놓고도 죽이지 않고 투표를 통해 살려주었다는 믿기 힘든 실제 이야기의 내막이 흥미진진하게 전해지고, 북측에서 보내온 무전의 암호해독을 하지 못해 '원대복귀'하지 않고 임무를 무리하게 강행한 것이 결정적인 임무 실패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전해진다.

 

<꼬꼬무>가 흥미로운 건 영상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오롯이 장트리오 이야기꾼들이 진짜 카페 같은 곳에서 만나 수다처럼 전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우씨 사형제 중 한 명의 육성을 담는 것도 얼굴을 대면하는 인터뷰가 아니라 육성으로만 전함으로써 거기 앉아 있는 이야기꾼과 청자에 대한 집중을 흩트리지 않는 그런 방식.

 

같은 이야기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재미있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장항준, 장성규, 장도연이 맛있게(?) 전하는 이야기의 힘은 그들의 전달력에서 나온다. 영화감독이나 MC 그리고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재밌게 전하는 직업군이 아닌가.

 

물론 <꼬꼬무>는 꼭 필요한 영상들을 이야기 중간 중간에 채워 넣는다. 과거 사건의 자료 영상들을 편집해 넣고, 이야기가 단지 재미의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어떤 의미나 깊이를 더해주기 위해서 직접 당시 생사의 갈림길에서 삶을 선택한 김신조의 인터뷰 영상을 담는다. 생사의 순간 분단 상황에서 체제와 이념을 모두 뛰어넘어 자기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는 김신조의 이야기는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그 순간 자신을 삶으로 이끌었다는 것.

 

바야흐로 영상 시대지만 우리는 본원적으로 이야기에 끌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채로운 영상은 아니지만, 이야기꾼들을 세워두고 그들의 이야기를 빠른 속도로 조각조각 편집해 넣어 다이내믹하게 구성해낸 <꼬꼬무>는 우리에게 그 이야기의 마력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어쩌면 우리가 보고 있는 그 수많은 영상들도 사실은 영상 자체의 자극이 아니라 거기 깔려 있는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은 아닌지. <꼬꼬무>는 그 지점을 극대화해 보여준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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