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아이디', 유기견 봉사 10년차 이효리가 깨닫게 해준 것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싹쓰리의 린다G에 이어 환불원정대의 천옥으로 부캐 활동을 해온 이효리를 생각한다면, 카카오TV 예능 <페이스아이디>가 담아낸 본캐 자연인 이효리의 일상이 다소 낯설게 다가왔을 법하다. 화려한 조명이 어울릴 것 같고, 그 누구보다 센 캐릭터로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이효리가 아닌가. 하지만 <페이스아이디>가 유기견 봉사활동을 나선 이효리의 모습은 소탈함과 소박함의 끝을 보여줬다.

 

임시보호를 하고 있는 라리와 산책을 하고 함께 뒹구는 모습으로 등장한 이효리는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전문가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인 봉사에 들어갔다. 이효리를 보고 반기는 개들은 모두가 조금씩 상처를 가진 개들이었다. 그 중에는 개 농장에서 식용견으로 키워지다 구조된 개도 있었고, 너무 심한 상처를 받은 개는 이효리가 다가와 간식을 내밀어도 구석에서 나오지 않기도 했다.

 

봉사로 직접 참여해 만든 커다란 철책 덕분에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그 곳에서 이효리는 일일이 문을 열어줬다. 신나서 그 공터를 달려 나가는 유기견들을 보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이효리. 이효리는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그 모습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다. 개집마다 안을 살피고 밥그릇을 엎어버려 쏟아진 사료들을 맨손으로 긁어모아 밥그릇에 담는다. 사료비가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에 후원을 받아도 아껴야 한단다.

 

물통을 깨끗이 씻어서 새 물을 채워주고, 비가 와서 진흙과 달라붙은 똥을 일일이 치워준다. 땡볕에 '전문가복'을 입고 있어 땀에 절은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고는 "누구세요? 린다 언니 어디갔죠?"하고 묻는 이효리는 그러나 그 일이 진심으로 즐거운 듯 웃음을 짓는다. 겁이 많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씩씩이'라 부르는 유기견에게 다가가 다음에는 꼭 나와 운동하자고 다정하게 말해주고, 털이 너무 웃자라 상태가 영 좋지 않은 말티즈를 데리고 '프랜들리 핸즈'로 간다.

 

프랜들리 핸즈는 제주도 소품샵으로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유기동물들을 돕는 단체이기도 하다. 유기동물들을 후원해주기도 하고 또 입양을 돕기도 하는 이 단체에서 이효리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자신에게 들어온 협찬 물건들을 이 곳에서 팔아 그 수익금을 후원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기견들을 입양시켜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한다. 협찬 물건들을 직접 입고 걸치는 피팅 모델을 자처하기도.

 

사실 지난주 <페이스아이디>가 담은 이효리의 인스타그램 삭제는 그 자체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것이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것이지만, 점점 집착하게 되고 또 그것을 통해 날라오는 DM들이 불편해 삭제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이효리가 스마트폰으로 유기견들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모습은 같은 SNS라도 그 사용목적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영향력 있는 이들이 SNS를 활용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며 이효리가 던진 말 한 마디는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얼마 전에 서울에서, 나는 몰랐어 그냥 쥬얼리 브랜드라고 해서 그래- 이러고 찍었는데 귀고리가 4억이라는 거야 4억." 그 말에 그 곳에서 일하는 모두가 깜짝 놀랐고 그 중 한 명이 "진짜 몇 년치 개 사료 값인데.."라고 말한다. 이효리는 그 돈이면 대략 50년을 개 사료로 쓸 수 있다 말한다.

 

4억이라는 돈을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소비행위들은 많을 게다. 물론 누군가는 그걸로 귀고리 하나를 살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그 돈은 자동차를 살 수도 있고 옷은 물론이고 작은 집도 얻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이니까. 하지만 이들은 '개 사료 값'을 얘기한다. 과연 어떤 소비가 더 가치 있을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부캐 활동을 보여준 이효리의 모습과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는 이효리의 모습은 이렇게 다르다. 욕망을 인정하면서도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모습. 이효리의 진면목은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사진:카카오TV)

'청춘기록'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덕질에 빠진다

 

덕질하는 느낌이 이런 걸까.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이른바 '덕질'의 세계가 어떤 것인가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덕질의 대상은 사혜준(박보검)과 안정하(박소담)다. 모델에서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사혜준과, 그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먼저 알리고픈 안정하.

 

진짜 덕질의 맛은 어려운 시절부터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해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 속에서 사혜준과 안정하라는 청춘에 던지는 응원과 지지는 더 애틋해진다. 우리는 알고 있는데 세상이 몰라준다는 사실이 주는 안타까움과 그래서 더 간절해지는 인정 욕구의 공유. <청춘기록>을 보다보면 사혜준과 안정하의 진가를 알아본 자신이 어느 순간 이미 그들을 덕질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들 청춘들이 처한 현실은 꿈과는 거리가 멀다. 흙수저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꿈을 이루겠다고 나서지만 현실은 그 누구보다 노력하고 능력도 있는데다 착한 인성까지 갖추고 있어도 이들을 알아봐주지 않는다. 물론 실망할 것을 걱정해 하는 반대지만, 심지어 가족조차 사혜준이 꾸는 꿈을 '헛꿈'이라 말한다.

 

일 해서 번 돈을 꼬박꼬박 집에 부쳐야 하는 안정하의 현실도 녹록찮다. 그가 샵에서 일하며 가진 유일한 낙은 사혜준을 덕질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로 인해 실제로 사혜준을 만나 가까워지고 자신이 그를 덕질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나서도 안정하는 그와 스타와 팬 사이로 선을 긋는다. 덕질의 참맛은 그렇게 선을 넘지 않는 안전함(?)에서 가능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건 마치 신산한 현실 앞에 그 이상의 것을 아예 원치 않는(그래서 상처도 받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래서 안정하의 덕질은 밝아 보이지만 현실의 슬픔이 숨겨져 있다.

 

<청춘기록>은 이들이 그 어려운 현실을 깨치고 한 발짝씩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평범>에서 단역을 맡았지만 주연배우와의 연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혜준이나, 실력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찾아줘 샵 선배 앞에서도 점점 당당해져가는 안정하의 성장하는 모습은 이제 덕질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뿌듯함을 안긴다.

 

특히 사혜준에 대한 시청자들의 마음은 갈수록 깊어간다. 애초부터 드라마가 그를 덕질하는 안정하의 시선으로 사혜준을 바라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로서는 사혜준이 안정하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까지 내 일처럼 설렘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로 이야기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사혜준이 안정하에게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대사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청춘기록>의 이야기 구조는 청춘들을 아직 스타로 성장하지 못했지만 충분한 자질과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세워두고 그들을 덕질하는 마음으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큰 몰입감을 준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쩔 수 없이 스펙이나 태생으로 선택되거나 선택되지 못하는 무거운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덕질하다 보면 세상의 부조리 앞에서 이 청춘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시청자들도 똑같이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는 묻는다. 가족은 어쩌면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덕질해주는 이들이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자신이 살아본 현실의 각박함 때문에 그 꿈을 애써 꺾으려는 사영남(박수영)과 그래도 끝까지 지지해주려는 한애숙(하희라)을 통해 어른들이 갖는 고민과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을 깨닫게 된다. 적어도 이 현실을 만든 책임 있는 어른들이라면 그 속에서 힘겨워하는 청춘들을 덕질해줘야 한다는 것.(사진:tvN)

'비밀의 숲2', 거의 '그것이 알고 싶다' 16부작을 보는 듯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그럼에도 계속 보게 된다. 이유는 미치도록 궁금하기 때문이다.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가 그려내고 있는 사건의 전말은 도대체 무엇일까. 서동재(이준혁)는 누가 무슨 이유로 납치 감금한 것이고, 수면 위에 올라오기 시작한 박광수(서진원) 변호사의 사망사건은 도대체 어떻게 벌어진 것이길래, 최빛(전혜진)과 우태하(최무성) 그리고 이연재(윤세아)가 그 사건이 거론되는 것마저 꺼려하는 것일까.

 

박광수 사건을 두고 최빛과 우태하 그리고 이연재가 어떤 커넥션이 있다는 게 드러났지만, 막상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나누는 대화는 이들 간에도 서로 모르는 비밀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연재는 박광수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리고 거기에 최빛이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고, 우태하와 최빛도 이연재를 직접 대면한 적은 없는 사이였다.

 

애초 박광수 사건은 최빛과 우태하 그리고 이연재가 하나로 묶여 있을 거라는 심증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 지검장 출신이던 박광수 변호사는 한조그룹 이연재 회장을 찾아와 외부인물이만 이 그룹의 일을 하려 했던 인물이고, 우태하와는 그가 인천지검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또 최빛은 박광수 사망 사건이 터졌을 때 관할지인 남양주서 서장으로 그 사건을 단순사고로 처리한 바 있다. 그러니 누가 봐도 이들이 함께 공조해 박광수 사건을 덮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배를 타고 있는 듯 보여도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고 또 숨기고 있는 비밀들이 있다. 심지어 이연재 회장은 항상 뒤쪽에 숨겨져 있어 최빛과 우태하와는 직접적인 만남도 없었다. 그러니 쉽게 이들을 공모자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것은 <비밀의 숲2>가 그려내고 있는 인물들의 특징이다.

 

애초 이 드라마가 전면에 내세운 건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벌이는 대결구도였다. 실제로 검경협의회에서 검찰 측과 경찰 측 대표단이 회의를 하는 풍경은 거의 '육두문자'가 나올 정도의 수준이었다. 서로의 비리와 약점을 캐고 그걸 물고 늘어져 자신의 조직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그런데 협의회 바깥으로 나와 박광수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 대표인 우태하와 경찰 대표인 최빛은 의외의 공조를 하기 시작한다. 비밀스럽게 만나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걸 막기 위해 오히려 협의회를 이용한다. 이렇게 박광수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린 건 다름 아닌 서동재였고, 그가 납치 실종되면서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이 검사와 형사지만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공조한다.

 

여기서 대결구도는 검찰과 경찰이 아니라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우태하-최빛-이연재)과 그 진실을 어떻게든 파헤치려는 자들(황시목-한여진)로 바뀐다. 두 개의 대결구도가 겹쳐져 있으니 사건은 결코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나서던 인물이 개인적 욕망과 비리를 덮기 위해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들이 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를 16부작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리무중 속으로 빠져들지만 그래도 계속 그 진실이 궁금해 눈을 뗄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우리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진실을 통해 사회의 정의가 실현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일 게다. 아마도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대결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떤 비리를 덮으려 공조하는 그 적폐적 행태들 속에서, 야합이 아닌 진실과 본분을 지키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황시목과 한여진에 집중하게 되는 건 그 간절한 바람을 이들이 실현시켜주길 바라기 때문일 게다.(사진:tvN)

소심했던 '장르만 코미디', 위기 속 빛나는 가능성들

 

JTBC <장르만 코미디>가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주 '긴급진단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으로 <장르만 코미디>가 가진 시간은 '자아비판(?)'에 가까운 얘기들이 쏟아져 나온 바 있다. 시청률이 0%대까지 떨어지고, 웃기지 않다는 댓글들이 붙는 이 상황을 <장르만 코미디>는 아예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개그맨들답게 무엇이 원인이고 누구의 책임인가를 가감 없이 쏟아내는 회의에서도 이들은 드립을 치며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줬다. 자신들을 대놓고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몰아가기도 하고 덤터기 씌우기도 하면서 담긴 이야기들은 유머가 담긴 것이면서도 치열한 자기 반성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 회의 테이블의 한 가운데 앉아 있었던 안영미는 <장르만 코미디>를 살리기 위해 총대를 맨 것 같은 투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장르만 코미디>가 너무 순하다며 MBC <놀면 뭐하니?>의 린다 G(이효리)를 자신과 비교했다. "저쪽에 린다G가 있으면 여기는 진짜 G리는 사람이 있는데"라며 너무 심심하게 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세윤이 유튜브에서 하고 있는 콘텐츠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결국 유세윤은 유세윤스러워야 재밌다는 결론에 공감한 이들은 각자의 주특기를 살리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건 최근 들어 예능에서 점점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리얼리티를 위해 현명한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똑같은 걸 하더라도 대본으로 짠 캐릭터를 연기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연기를 하더라도 진짜 현실 속으로 들어가 그걸 보는 진짜 리액션으로 웃음을 주는 시대가 아닌가.

 

이어진 이번 회에서도 '긴급진단'에 이은 이른바 '개벤져스' 회의가 이어졌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가 가장 재밌다는 김준호의 이야기대로, 회의는 그간 이 프로그램이 해왔던 그 어떤 콩트 코미디들보다 재미있었다. 개그맨으로서의 솔직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개그맨들 각각의 진짜 모습과 매력이 그 회의 과정을 통해 보여졌다.

 

그 회의 속에서 흥미로웠던 대목 역시 '찰리의 콘텐츠 거래소'에 대해서 장기영이 거래만 하고 실제 쓰지는 않았다는 걸 지적하자 유세윤이 '가짜'였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왜 방송을 가짜로 하나?"라는 질문에 김준호는 "내가 가짜사나이네"라는 유머로 받아쳤지만, 진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은 날카로운 현실 인식이 담겨 있었다.

 

회의에서 지적된 대로 진짜를 담아야 하고 어떤 걸 하고 있는지 보다 명확해야 하며 새로움을 위해 파격도 실험해야 한다는 것 등등이 모두 옳은 이야기들이었다. 중요한 건 이걸 현실로 옮길 수 있는가 하는 점. 흥미로운 건 <장르만 코미디>가 그 과정을 아예 콘텐츠로 담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19금 개그에 대해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질문하겠다며 나선 김준호, 안영미, 박영진이 JTBC 심의실을 찾아 심의위원들과 나누는 진짜 대화는 그들이 회의 때 이야기했던 바로 그 진짜 리액션과 리얼리티가 담겨 있었다. 재치 있고 과감한 멘트들이 주는 웃음과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코미디에 대한 이들의 진지한 고민들이 대화 속에서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리얼리티가 담보된 웃음이 아닐까.

 

사실 <장르만 코미디>에서 그간 해왔던 많은 코너들 중 가장 주목받았던 건 '장르만 연예인'이었다. KBS <개그콘서트> 폐지 이후 갈 곳을 잃은 개그맨들이 JTBC에 적응하는 과정을 때론 리얼리티로 때론 콩트적으로 오가며 소화해내는 이 코너는 그들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점 때문에 공감의 깊이가 달랐다. 최근에는 <가짜사나이>로 주목받은 이근 대위를 초빙해 지옥훈련을 하는 이른바 '가짜연예인'을 찍어 화제가 되었다.

 

김준호와 안영미 그리고 박영진이 JTBC 심의실을 찾아가는 이 과정 역시 그런 점에서 보면 '장르만 연예인'이 가진 그 진정성을 느끼게 되는 대목이다. 억지로 콩트를 짜서 웃음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본인들의 욕망과 진심을 담아 어떤 현실 상황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웃음을 찾아내는 것. 어쩌면 지금의 대중들은 이런 걸 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위기 속에서 진짜 가능성들이 찾아진다고 했던가. 실제로 이 진지한 고민을 담은 12화는 시청률이 1.4%(닐슨 코리아)로 지금까지의 방영분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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