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이야기에 대중들이 진저리를 치는 까닭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새해 벽두의 빅 이슈로 떠오른 건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병헌 이야기. 디스패치가 단독 보도한 내용은 진위여부를 떠나 이 사안이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양파 껍질 같다는 걸 잘 보여줬다. 하지만 새해 벽두에까지 이런 듣고 싶지도 않고 심지어는 대중들을 진저리치게 만드는 비상식적인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한밤의 TV연예(사진출처:SBS)'

디스패치가 문자 메시지를 재구성해서 보여준 이병헌 이야기는 굉장히 복잡해 보여도 사실 팩트로만 보면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다. 이미 이민정과 결혼해 유부남인 이병헌이 이지연을 여러 차례 만났고 그 집에도 갔으며 선물도 하는 등 마치 연애라도 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함께 만나기도 했던 김다희는 그의 성적인 농담을 촬영했고 이 동영상으로 이병헌에게 50억 협박을 했으나 그는 도리어 이를 경찰에 신고해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이라는 것. 이병헌 측에서는 문자 메시지 공개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렇다할 반박은 내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피해자는 이병헌이고 피의자는 이지연과 김다희지만 그것은 협박에 관한 법적인 문제에 관한 것일 뿐, 그 과정에서 벌어진 관계들이 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일 이지연이나 김다희가 성적 농담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느껴 이를 성희롱으로 고소했다거나, 아내인 이민정이 이들의 관계를 부적절하다고 여겨 고소했다면 상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무엇 때문인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적어도 법적인 상황은 이병헌이 피해자로 남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이병헌 이야기가 불쾌감을 주는 건 여기 관계된 인물들 대부분이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먼저 첫째, 유부남이 스무 살 연하의 여자들과 그런 사적이고도 은밀한 자리를 계속 했다는 것이 그렇다. 이것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대중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둘째는 이런 유부남과 여러 차례 자리를 함께 한 여자들이 비상식적이고, 셋째는 그 여자들이 동영상을 찍고 50억을 요구하는 협박을 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런 상황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내 이민정도 상식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모두가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들을 보이고 있어서인지 이 사안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만든다. 이병헌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점점 증폭되고 있는데, 그가 아무런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로서 남게 된다는 것은 오히려 대중들의 공분을 만들어내고 있다. 차라리 합당한 벌이라도 받는다면 그런 분노가 어느 정도 삭혀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는 여전히 할리우드를 오가며 심지어 아내와의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법적인 판단은 공판에 의해 결정되도록 놔두면 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병헌의 비상식적인 이야기들을 과연 대중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법적으로 피해자임을 떠나서 이미 일부 대중들은 이병헌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며 손가락질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반복되어 터져 나오는 사안들은 이제 듣는 것조차 피곤한 공해 수준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병헌은 대중들의 지지기반으로 세워진 스타다. 그런데 그 기반이 자신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런 그가 순애보의 주인공으로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몰입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는 상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상식은 과도한 걸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지켜야할 어떤 것일 뿐이다. 그 상식이 깨졌을 때 대중들이 등을 돌리는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최소한의 지켜야할 것을 지키지 않았다.

 

'힐러', 지창욱의 사랑, 유지태의 성장

 

<힐러>에 출연하는 박상원은 과거 송지나 작가의 <모래시계>에서 강우석 검사로 나왔었다. <모래시계>80년대 격동의 시절을 태수, 혜린, 우석 같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으로 그려내면서 당시로서는 귀가시계라고 불릴 만큼 사랑받았던 드라마다.

 

'힐러(사진출처:KBS)'

그 때의 번듯했던 박상원은 그러나 <힐러>에서는 김문식이라는 악역이다. 겉보기엔 성공한 사업가 정도로 보이지만 그는 지금의 아내를 얻기 위해 과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그 아내의 아이를 내다버린 것. 그 때의 고통으로 심적 트라우마를 갖고 성장한 영신(박민영)을 김문식의 동생인 김문호(유지태)가 찾아내고 보호하려 한다. 그 사이에 김문호가 영신을 찾고 보호하기 위해 고용한 힐러 정후(지창욱)는 그녀에게 점점 빠져든다.

 

<힐러>에는 80년대 독재 타도를 외치던 젊은이들의 과거가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성장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과거 벌어졌던 어떤 사건이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발목을 쥐고 있다. 힐러 정후나 영신은 모두 과거의 어른들에게서 버려져 외롭게 자라온 청춘들이다.

 

드라마의 과거가 되고 있는 80년대 젊은이들의 이야기에서 언뜻 과거 <모래시계>의 뉘앙스가 풍겨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그 때 그렇게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이상을 외치던 젊은이들은 이제 나이 들었다. 그 중에는 김문식처럼 당시 그토록 혐오했던 권력의 심층부에 들어와 있는 인물도 있다. <모래시계>의 박상원이 <힐러>의 박상원으로 나이든 모습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캐스팅이 아닌가 생각된다.

 

80년대의 정서를 살짝 담고 있기 때문인지 드라마의 구도 역시 익숙한 옛 구도를 재연하는 느낌을 준다. 사랑하게 됐지만 돈 받고 의뢰받아 접근하게 된 힐러 정후의 사랑은 그래서 <모래시계>의 보디가드로 이름 높였던 이정재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숨어서 사랑하는 것. 이것은 확실히 요즘처럼 대놓고 키스 먼저 하는 사랑법과는 사뭇 다르다.

 

정후가 <힐러>의 사랑법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김문호는 <힐러>의 여주인공인 영신의 성장을 이뤄주는 인물이다. 일과 사랑은 역시 여성들에게는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김문호를 통해 한 단계씩 성장해가면서 정후와 조금씩 사랑을 알아가는 영신은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건드린다.

 

조금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반복되어 나오는 듯한 느낌과, 요즘 숨 가쁘게 몰아치는 드라마들과는 달리 조금은 유유자적하는 한가로움이 단점을 다가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그 80년대식 정서를 여전히 담고 있다는 점이 은근한 매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슈퍼맨적인 힐러 설정과 권력자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언론의 이야기는 마치 <인간시장>의 장총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힐러>는 요즘 드라마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도해내지는 못하고 있다. 죽음의 위협까지 겪은 인물이 한가롭게 <영웅본색>의 한 시퀀스처럼 공중전화 부스에서 남자와 달달한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은 그래서 낯설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조금은 구닥다리의 정서가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힐러>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현재의 팍팍한 삶의 치유로서 과거적인 정서를 끌어오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펀치>, 흰 옷이든 검은 옷이든 속은 똑같다?

 

청와대에 들어온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과 법무부장관 윤지숙의 옷은 마치 이들의 대립된 입장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검은 옷을 입은 이태준과 하얀 옷을 입은 윤지숙. 이태준은 옷에 빗대 자신들의 상황을 얘기한다. 까만 옷은 뭐가 묻어도 잘 안보이지만 흰 옷은 조금만 묻어도 확 드러난다는 것. 이것은 윤지숙 아들의 병역비리 카드를 쥐고 있는 이태준이 그녀가 진행하고 있는 그에 대한 수사를 멈추라는 압력이다.

 

'펀치(사진출처:SBS)'

그러면서 이태준은 윤지숙에게 은근한 손을 내민다. 거래를 제안하는 것이다. 충격적인 건 윤지숙이 그 손을 잡는다는 점이다. 흰 옷을 입었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 윤지숙이나 이태준이나 마찬가지의 인간이라는 걸 이 장면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독한 <펀치>의 현실인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퀀스다.

 

<개그콘서트>도찐개찐이라는 코너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만일 윤지숙과 이태준이라고 화두를 던지면 도찐개찐!”이라는 답변이 나올만한. 나쁜 놈과 덜 나쁜 놈. 그 놈이나 그 놈이나 다 마찬가지인 세상이다. 세상에 선과 악으로 선명히 나눌 수 있는 경계란 게 있겠냐마는 <펀치>가 그려내는 세상은 악으로만 가득한 암울한 현실을 담고 있다.

 

검찰총장이 되어 권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치우는 이태준(조재현) 검찰총장이 나쁜 놈이라면, ‘청렴한 검찰을 내세우며 그와 대적하는 윤지숙(최명길) 법무부 장관 역시 그저 덜 나쁜 놈에 불과할 뿐 은 아니라는 것. 결국 그들은 거래를 하고 박정환(김래원)을 희생양으로 삼아 꼬리자르기를 하려 한다.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의 거래. 그래서 생겨나는 희생양. 이것은 어쩌면 <펀치>가 우리네 정치와 사법의 현실을 바라보는 서늘한 시선일 것이다. 머리는 늘 살아남는 꼬리 자르기는 무수한 의혹 속에서도 늘 반복되어 나오는 우리네 아픈 현실이 아닌가.

 

윤지숙의 이중성은 늘 그럴 듯한 명분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7년 전 병역비리를 수사 중이던 박정환을 갑자기 구속한 건 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윤지숙 자신의 아들이 그 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7년 후, 이태준과 김상민 회장의 유착에 대해 진술을 받아내고도 박정환만을 희생양으로 삼은 그녀는 또 경제가 어렵다는 식의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즉 윤지숙의 이중성을 통해 권력자들이 내세우는 명분이란 사실은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걸 <펀치>는 아프게도 보여준다. 그토록 많이 쏟아져 나왔던 정치인들의 이야기들, 비전과 포부는 사실 어쩌면 개인적인 야망을 채우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펀치>의 인물들은 그 욕망의 동기가 진정한 선이나 정의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사와 연결되어 있다.

 

윤지숙의 이중성은 아들의 병역비리와 연결되어 있고, 이태준의 야망과 복수심은 살인자였지만 자신의 형인 이태섭(이기영)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시한부 삶을 판정받고 죽음 같은 고통 속에서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박정환의 행보는 그 모든 것이 가족들과 연결되어 있다. 겉으로 보여지는 건 정의니 사법 현실이니 하는 거창한 것들이지만 사실은 모두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그들은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한다.

 

사람은 결국 다 죽어.” 시한부 삶을 판정받은 박정환의 허무는 <펀치>가 바라보는 세상의 이전투구가 덧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좌우로 나뉘고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서로 좀 더 나은 세상을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과 야망들이 번뜩이는 현실. 그 살풍경한 현실을 <펀치>는 죽음이라는 극단의 설정을 통해 폭로하고 있다. 결국은 도찐개찐인 현실을.

 

뭘 모르는 순수함, 그것이 장위안의 대체불가 매력

 

그런데 이런 준비 없이 돈을 다 기부하는 건 내 생각에는 아버지 아닌 거 같아요.” <비정상회담>에 게스트로 출연한 기부천사 션에게 장위안은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매달 3천만 원씩 기부해 축적 금액이 35억을 넘는다는 션에게 남은 돈이 있냐고 엉뚱한 질문을 던진 것도 장위안이다. 당황한 션이 최소한 한두 달 정도의 기부할 돈은 있다고 하자 장위안은 그러니까 비정상이라고 단정 지었다.

 

'비정상회담(사진출처:JTBC)'

물론 장위안의 이 얘기는 가족을 위해 어느 정도는 돈을 남겨둬야 한다는 소신을 말한 것이다. 그는 만약 자신에게 35억이 있다면 25억만 기부하고 나머지는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이 소신 발언은 잘못된 것이 없다. 하지만 기부하는 삶을 살아온 션에게 비정상이라거나 아버지 아닌 것 같다는 발언은 어찌 보면 위험하게도 들린다. 다른 연예인이라면 결코 나오기 힘든 발언이다. 자칫 논란의 빌미가 생길 수도 있는.

 

하지만 흥미롭게도 장위안이 하는 이런 엉뚱한 질문과 소신 발언은 논란을 만들기는커녕 웃음을 주는 건 왜일까. 장위안은 이전에도 민감한 발언들을 해 <비정상회담>의 토론에 불을 지르는 역할을 자주 해왔다. “시부모님의 발씻어주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거나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명품 백 정도는 사줄 수 있다는 식의 보수적인 발언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 일본 대표인 타쿠야와 역사적인 문제를 놓고 불편한 마음을 솔직히 말하는 대목에서도 그 민감함을 떠나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힘이 그에게는 있다.

 

이 힘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것은 장위안이 하는 위험한 발언(?)들이 그의 순수함과 소박함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범한 남자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낸다. 또 어떤 면으로는 경험이 별로 없어 뭘 모르는아이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장위안의 발언에 대해 알베르토가 던지는 충고는 그래서 마치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실 기부천사로 불리며 지금껏 35억이나 되는 돈을 기부해온 션에게 무조건 감탄과 찬사를 보내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그 흔하고 당연한 반응들이 아니라 장위안은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능숙한 어른이 아니라 미숙하지만 고집스레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 애쓰는 소년 같은 모습이다.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한국어가 약하지만 할 말은 하는장위안 같은 캐릭터가 <비정상회담>에 반드시 필요한 건 그래서다.

 

에네스 카야가 사생활 논란으로 하차한 후, <비정상회담>은 토론의 화점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였었다. 거침없는 보수적인 발언으로 토론을 불 지르는 인물이 빠져버린 것. 하지만 장위안은 독특한 그만의 소신 발언으로 <비정상회담>의 열기를 이어가는 인물로 다가오고 있다. 한참 고집스레 자신의 생각을 말하다가 궁지에 몰리면 그러구나라고 멋쩍게 웃으며 수긍하는 모습. 이것이 장위안만이 가진 대체불가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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