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유리의 도발은 허용될까

 

<라디오스타>가 마련한 입방정 특집은 사유리와 클라라의 몸매 대결로 후끈 달아올랐다. <결혼의 여신>이 40% 시청률을 내면 누드화보를 찍겠다는 클라라의 도발적인 공약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사유리는 갑자기 “가슴이 있어?”하고 클라라에게 물었고 클라라는 의상이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옷이라 그렇다며 “사유리보다는 큰 것 같아요”라고 받아쳤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러자 사유리는 “클라라가 가슴이 크다는 얘기를 들어서 비교될까 봐 걱정했는데 뭐 이 정도 밖에 안 되네요”라며 가슴에 넣어놓은 휴지를 빼는 돌발행동을 해 MC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MC들이 민망해할 정도니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오죽했을까. 실로 우리네 지상파 토크쇼에서 다뤄지기엔 민망한 대결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남자들의 입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 자체로 성희롱이 될 법한 수위였다.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토크쇼에서 ‘가슴 운운’ 하는 이야기가 불쾌한 느낌을 주었을 수도 있다. 지나치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그려내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입방정(몸방정 포함)’ 특집이라고 붙이고 사유리, 김흥국, 이준, 클라라를 게스트로 앉힐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클라라가 “노출로 뜨려고 한 적이 없지만” 잘못 입으면 아줌마처럼 보여서 “몸에 붙는 의상을 자주 입다 보니” 노출로 이슈가 됐다며 고민을 털어놓을 때 이준이 자신도 “노출로 떴다”고 말하면서 남자가 벗으면 멋있다고 하면서 여자가 벗으면 노출로만 몰고 가는 이중 잣대를 거론하는 방식의 이야기 흐름은 <라디오스타>다운 솔직 과감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상파 토크쇼에서 난데없이 벌어진 가슴대결은 그 수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 건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사유리라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사차원 매력의 소유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순진무구하게까지 보이는 사유리가 던진 도발에는 마치 아이 같은 솔직함이 묻어났다. 그것은 아마도 대중들에게 각인된 사유리의 평소 모습과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갖게 된 엉뚱 캐릭터 덕분이었을 게다. 사유리의 돌발행동이 대중들에게 허용되는 것은 그것이 가식이 아니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클라라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사유리의 돌발 행동이 허용되는 반면, 클라라의 노출과 그 노출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는 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그것은 클라라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출로 뜨려한 적 없다”고 말했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다음 시구의상이 고민된다”며 ‘코르셋’을 거론하기도 했던 그녀가 아닌가.

 

결국 방송 이미지는 일관된 모습을 통해 생겨나기 마련이다. 박명수에게 호통이 허용되는 것은 그가 일관되게 그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준이 아이돌 세계를 ‘동물의 왕국’으로 표현하고서도 욕을 먹지 않은 건 그가 가진 일관된 솔직함 때문이다. 사유리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엉뚱 도발에는 그녀의 진심이 묻어난다.

 

이것은 클라라가 배워야할 점이다. 그녀는 훌륭한 연기자가 목표라고 했지만 그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정체성을 인정해야 한다. 노출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자신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노력을 시작하는 것. 이것이 그녀의 진짜 목표에 다가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

아이유, 해명에도 논란만 커진 이유

 

“내가 왜 그랬을까? 우선 실수로 올린 게 맞고요. 사실 누구를 탓할 게 없는 게 제가 실수로 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냥 힘들다 이런 게 아니고요. 그냥 나는 도대체... 되게 여러사람 한테 미안한 일이잖아요. 제가 스스로 이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가장 미안해야 할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상처 준 사람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미안해야 하는 걸까? 되게 그랬었어요.”

 

'화신(사진출처:SBS)'

아이유는 이렇게 얘기하며 손을 떨고 있었다. <화신>의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코너는 연예인의 루머를 끄집어내 일종의 해명을 하는 형식. 아이유는 아마도 이 코너에 가장 뜨거운 게스트였을 게다. 그도 그럴 것이 SNS 상에 올라간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에 얽힌 내막은 물론이고 결혼설, 임신설까지 떠돌았으니 말이다. <화신>에 아이유가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쏠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방송은 <화신>에는 도움이 되었을 지 몰라도 아이유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먼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두루뭉술했던 아이유의 해명이 그다지 궁금증을 풀어주진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명쾌하게 해명하기도 어렵고 또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단지 아이유만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과도 얽혀져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초부터 속 시원한 해명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예능 프로그램에 왜 출연해야 했을까. 그것도 사적인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꺼내야 하는 토크쇼에. 아이유 스스로도 말했듯이 “안 나오면 안 나왔지” 기왕에 나왔다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왕도일 수밖에 없다. 결국 털어놓을 수 없는 해명이라면 아예 애초부터 프로그램 출연을 고사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이유는 지금 현재 대단히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쉽게 잊혀지면 좋겠지만 SNS에 올라온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의 잔상은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아이유는 과거 같은 이미지 메이킹을 고수하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순수하면서도 털털하고 자기 주관 뚜렷한 과거의 이미지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유가 연기 영역에서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다 이순신>은 작품의 완성도가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유의 연기만큼은 두드러지는 면이 있다. 물론 대단히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돌 출신으로 이 정도의 몰입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연기임에는 분명하다.

 

아이유의 이미지 관리에 있어서 이 연기 영역이 해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연기라는 영역 자체가 그 연기자에게 성숙된 이미지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어떤 삶을 연기한다는 것은 그만한 경험(간접경험을 포함해)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이유가 연기를 하고 그 연기가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인지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연기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아이유에게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말이 아닌 행동과 퍼포먼스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과거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해명을 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논란만 더 커지게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애초에 해명할 수도 없고 해명해도 해명되지 않는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놓기만 할 뿐인 토크쇼에 굳이 출연할 필요가 있었을까.

<황금의 제국>, 이 지옥에서 살고 싶은가

 

또 다른 <추적자>를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수 있다. <황금의 제국>에는 <추적자>에서 보여졌던 서민 대 재벌의 대결구도가 본격적으로 그려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추적자>의 백홍석(손현주)과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고수)는 같은 서민의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그 변해가는 모습이 다르다. 백홍석이 가진 자들의 편에 선 잘못된 사법정의와 맞선다면, 장태주는 “당신 아버지 최동성 회장은 그렇게 살아도 되는데 난 왜 안돼죠?”하고 되묻는 인물이다.

 

'황금의 제국(사진출처:SBS)

장태주가 살아보겠다는 그 최동성(박근형) 회장은 “수십 번의 고소를 당했고 몇 번이나 검찰 조사를 받았고 시멘트 공장으로 시작해서 불량 시멘트로 큰 돈을 벌고 멀쩡한 회사를 자금압박해서 인수하고 마흔 두 군데의 계열사를 만든” 인물이다. 장태주가 최동성 회장처럼 살겠다 마음먹는 근거는 아버지가 남긴 말 때문이다. “아버지가 한 번도 못 이겨본 이 세상에서 태주 니는 꼭 한번 이겨봐라.”

 

즉 <황금의 제국>에 가난한 자의 선함과 부자인 자의 악함 같은 단순히 빈부 차이로 나눠지는 선악대립구도 따위는 없다. 다만 황금의 법칙으로 굴러가는 돈이라는 감정 없는 괴물이 있을 뿐, 선함으로 호소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없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이겨야 한다. 착하게 살았다며 자기 위안에 빠지는 일은 이 ‘황금의 제국’에서는 패자의 넋두리가 될 뿐이다.

 

<황금의 제국>에는 이처럼 정의의 수호자나 서민의 대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추적자>가 정의를 수호하려는 서민의 주인공을 내세워 만들어낸 ‘공분’이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카타르시스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황금의 제국>은 이러한 단순 해소의 카타르시스보다 더 중요한 대결의식을 보여준다.

 

재벌가 하나가 무너진다고 해서 이 ‘황금의 제국’이 사람 냄새 나는 곳이 될 것인가. 시스템이 건재한 이상 또 다른 제국의 지배자가 그 자리에 생겨날 것이다. <황금의 제국>이 겨냥하는 것은 그래서 이 모든 문제를 만들어내는 그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은 제목이 말해주듯 ‘돈’의 흐름이 지배한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의 악역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이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악역은 ‘돈’이 만들어내는 자본의 시스템 그 자체이니까.

 

최동성 회장의 집안은 ‘황금의 제국’의 축소판이다. 가족이 모여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말 한 마디로 회사의 사장이 바뀌고 수만 명 노동자들의 운명이 바뀌며 수백 억 원의 손실을 입혔어도 용서가 되는 곳. 최동성 회장의 병환이 깊어지면서 형제와 자식들 간에 회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이전투구는 이 곳이 과연 한 가족의 보금자리가 맞는가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동생이 형에게 총을 겨누며 위협하고, 그 형은 동생의 자식을 교도소로 보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며 그 동생의 아들은 큰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가는 곳. 또 지주회사 쟁탈전을 벌이면서 형제들 간에 자기 지분과 회사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곳. 그 곳이 바로 황금의 제국의 축소판인 최동성 회장의 집안 풍경이다. 혈육이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는 이곳을 최동성 회장은 어떻게 느끼겠는가.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태주는 그 최동성 회장처럼 살아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성진그룹의 새로운 회장이 된 최서윤(이요원)에게 ‘해님 달님’ 동화를 얘기하면서 자신은 동아줄을 잡기보다는 쫓아오는 호랑이와 싸우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야망’ 같은 것이겠지만 그 야망이 불러올 비극적인 결말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가 꿈꾸는 최동성 회장의 삶은 결국 그 지옥 같은 황금의 제국 속에서 초라한 죽음으로 끝을 맺을테니 말이다.

 

본래 돈은 모두를 평등하게 구분 짓는 힘을 가졌다. 즉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그 가진 만큼으로 자신의 신분이나 지위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태생으로 신분이 결정되던 시대를 무너뜨리고 근대사회를 만들어내는 힘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돈이 상징하는 평등한 사회는 이뤄졌는가. 많이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러자 없는 자는 더 적게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렇다면 많이 가진 자는 진정 ‘황금의 제국’의 제왕이 되었을까. 이것은 환상일 수밖에 없다. ‘황금의 제국’의 주인은 오로지 하나, ‘황금’일뿐이니까. <황금의 제국>이 최동성 회장의 몰락과 장태주의 끝없이 타오르는 야망을 통해 보여주는 세상은 그래서 <추적자>의 다소 낭만적인 카타르시스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황금의 제국>이 <추적자>보다 더 도발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말 한 마디에 민감해진 대중정서, 왜?

 

“나는 좀 속물이라 나보다 100만 원이라도 더 벌지 않으면 남자로 안 보인다.” - 안선영. “남자로 태어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 정준호. “사인회 싫어. 공연 끝나고 피곤한데... 방실방실 얼굴 근육에 경련난다고! 귀찮다!!” - 백민정. 경솔한 발언 하나가 불러온 후폭풍은 실로 컸다. 너무 커져버린 후폭풍에 혹자들은 ‘마녀사냥’을 운운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던진 말 한 마디의 심각성을 너무나 간과한 얘기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안선영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던진 ‘100만 원’ 발언은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능력 있는 남자’가 좋다는 표현이 과하게 나온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구체적인 ‘100만 원이라도’라는 액수의 표현은 가뜩이나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끓는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정준호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연예병사 제도 폐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던지면서 안마방 출입으로 논란을 겪은 연예병사들을 안타까워하며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은 아마도 후배들을 챙기고픈 선배의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군인 신분의 연예병사들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갖고 ‘혈기왕성한 나이’ 운운하며 한 발언은 가뜩이나 연예병사를 특혜로 바라보는 대중정서에 불을 붙였다.

 

뮤지컬 배우 백민정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어찌 보면 그저 지극히 사적인 소회를 적은 것이었을 가망성이 높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글은 자신들의 공연이 팬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한 발언이 되었다. 지지하는 팬들을 ‘귀찮다’고 표현했으니 공분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적절치 못한 발언들이었다는 것은 발언 당사자들도 ‘사과’를 통해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이처럼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데는 ‘적절치 못한 발언’ 이전에 깔려있는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대중정서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만든다. 즉 ‘적절치 못한 발언’이 그 잠재적인 대중정서를 터트린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폭발 일보직전의 대중정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일련을 발언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거기 어른거리는 ‘기득권’에 대한 대중들의 극도의 혐오를 읽어낼 수 있다. 돈 좀 번다고 ‘100만원’ 우습게 여기는 뉘앙스가 그렇고, 연예인이라고 군 생활도 특혜를 받는 연예병사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가 그러하며, 스타라고 몰려드는 팬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귀찮은 투정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 그렇다.

 

아마도 과거라면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저 ‘기분 나쁘네’ 하며 지나쳤을 대중들이었을 게다. 하지만 왜 요즘은 이토록 뜨거운 후폭풍을 만들어낼까. 그것은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에 민감해진 대중들을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른바 ‘대중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중문화 속에서 과거의 대중들이 일종의 소비자로만 인식되었다면 요즘은 그 소비자들이 사실상 대중문화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데는 대중의식을 하나로 묶어주고 그것이 힘이 될 수 있게 해주는 SNS나 인터넷 같은 매체의 성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 상반기에 일어난 이른바 ‘갑을정서’는 이 대중의식이 실제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대중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사모님’ 논란으로 철퇴를 맞은 영남제분, 대리점 밀어내기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은 남양유업 같은 사건들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도 발언 후폭풍에 휘말린 연예인들이 이런 미묘한 변화를 읽었다면 차마 그런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무개념 발언은 그래서 더 일을 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에야 비로소 사안의 중대함을 깨닫게 되었던 것. 이 일련의 사건들이 말해주는 대중정서의 변화를 적어도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고 있어야 하는 시기다.

 

이미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연예인들의 인성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눈치다. 사실이다. ‘적절치 못한 발언’의 문제는 말실수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 아니다. 그것은 평상시의 습관이나 태도, 인성이 어떤 계기를 만나 밖으로 터져 나옴으로써 생기는 문제다. 따라서 그저 ‘말조심하라’는 것으로는 언제든 논란의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대중들은 이제 어떤 말의 이면에 담겨진 해당 연예인의 평소 생각이나 태도까지 민감하게 읽고 있다는 얘기다.

 

말 한 마디에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당사자들은 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논란에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은 그들이 그만큼 평소에 자신들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데서 생긴 일이다. 그러니 이것을 단지 말 한 마디의 실수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안이한 태도는 언제고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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