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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날으는 집이 마음을 흔든 이유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8. 2. 13:54
어린 시절, '날으는 교실'이라는 책을 보고 마음을 온통 빼앗겼던 적이 있습니다. 후에 알고 보니 그 책은 에리히 케스트너의 작품이었는데, 1930년대초 히틀러 집권시기에 작가가 독일국민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전해주기 위해 쓴 것이라고 하는군요. 책 내용 속에 실제로 날아가는 교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는 동급생들의 좌충우돌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을 뿐이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이 책에서 날아가는 교실을 자꾸만 떠올렸더랬습니다. 저렇게 재미있게 지내는 학교생활이라니! 그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과외를 전전했던 저로서는 마치 진짜 신나게 날아가는 교실처럼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업'을 보면서 저는 이 어린 시절의 상상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집에 풍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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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스키점프 하나로 충분한 영화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8. 1. 12:02
'국가대표'는 제목과는 걸맞지 않게 스토리는 아마추어 수준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지나치게 설정되어 있어 때론 그 신파적 상황이 오히려 감정 몰입을 방해하곤 합니다. 그것은 지질한 캐릭터들이 자신의 불우한 상황을 보여줄 때 너무 울음을 강요하고, 아무 것도 없는 그들이 그 상황 때문에 그저 '목숨을 걸고' 노력할 때 그 엇박자가 보여주는 웃음 역시 부자연스럽게 만듭니다. 캐릭터에 대한 세세한 연구가 빠져있는 듯한 에피소드의 나열은 '국가대표'라는 제목의 이 영화를 자칫 또 하나의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영화로 오인하게 만들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압도적인 후반부 스키점프 장면 하나로 상쇄되어 버립니다. 스키점프 장면은 아마추어적인 스토리와는 전혀 다르게 국가대표급의 볼거리와 감동을 선사해주죠. 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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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의 '절친노트', 이경규의 '절친노트'옛글들/명랑TV 2009. 8. 1. 08:57
대결토크쇼 '절친노트', 김구라에서 이경규로 '절친노트'가 패러디한 것은 영화 '데스노트'. 그 노트 위에 이름을 적으면 그 당사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데스노트'가 가진 신적 권위의 스토리텔링을 끌어온 '절친노트'는, 그 힘으로 사이가 나빠진 연예인들을 절친으로 만드는 갖가지 미션을 수행하게 만든다. 따라서 초창기 '절친노트'를 그 자체로 상징화하는 것은 그 메인MC를 맡았던 김구라와 문희준이었다. 김구라의 독설과 그 독설의 피해자였던 문희준은 '절친노트' 속으로 들어와 절친이 되는 모습을 리얼로 보여줌으로써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심어주었다. 이 당시 '절친노트'의 구조는 먼저 몹시 불편한 관계의 인물들이 만남을 통해 당시의 사건들(?)을 환기시키고, 노트가 시키는 대로 절친의 미션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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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공감과 ‘트리플’의 겉멋, 그 상반된 길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7. 24. 10:43
소통하는 드라마와 겉멋에 빠진 드라마, 그 명암 작품의 질적인 부분은 일단 차치하자.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평가만을 놓고 볼 때, 작품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질적인 부분보다는 시청자와 작품 간의 소통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두 드라마가 이 소통에 있어서 상반된 길을 걷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대를 넘어서 거의 모든 대중들의 공감을 통해 시청률 40%를 넘어선 ‘찬란한 유산’과, 세련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인물설정으로 이제 시청률 5%대로 추락한 ‘트리플’이 그것이다. 드라마를 대중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봤을 때,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드라마가 구사하는 화법이다. 그런 면에서 ‘찬란한 유산’의 화법은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다. 이것이 지나치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것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