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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와 '해운대', 웃음의 롤러코스터를 타다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9. 7. 18. 07:10
감정의 롤러코스터, '차우'와 '해운대' 무덤을 파서 사체의 머리를 먹어치우고, 어디선가 나타나 사람을 훅 채어 게걸스럽게 뜯어먹으며, 심지어는 인가에까지 내려와 무차별로 사람들을 향해 돌진하는 식인 멧돼지는 말 그대로 괴물이다. 그 괴물을 잡으러 숲 속 산장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비장해질 수밖에 없다. 긴박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인 듯, 캠코더로 찍힌 듯한 영상이 어지럽게 돌아가는데 순간, 캠코더를 든 사람이 말한다. "감정이 안 살잖아요. 다시 갈게요." 그러자 그 비장했던 사람들이 과장되게 연기를 한다.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온다. 공포에서 순식간에 풀려진 긴장이 만들어내는 웃음이다. 괴수영화를 표방한 '차우'에서 이런 웃음은 흔하다. 살인사건이라 판단되어 시골로 수사를 온 신형사(박혁권)는 엉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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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웃음, 감동, 볼거리의 쓰나미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7. 17. 09:54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것이 실재하기나 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저로서는 '해운대'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운대'는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맞습니다. 블록버스터라 하면 볼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해운대'는 바로 그 실재하는 해운대라는 해수욕장을 집어삼키는 쓰나미(거대한 해일의 일본식 표현이라고 합니다만 이 용어가 가장 느낌을 잘 전달해주는 건 사실이네요)라는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해운대' 같은 점차 다가오는 재난을 다루는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의 볼거리는 따라서 맨 마지막에 자리합니다. 그것도 한 10분 정도로 짧고 굵게. 그러니 120분짜리 이 영화에서 110분은 그냥 뚝 떼어놓고 보면 인물들 간의 드라마가 차지하게 됩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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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에 대한 비난은 어디서 오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7. 17. 09:08
대중의 기대와 작품 사이, 소통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 결혼과 연애 사이, 오빠와 연인 사이, 우정과 사랑 사이. 이처럼 중간에 서 있는 것은 그만큼 오인 받을 소지가 많다. 결혼과 연애 사이에 서 있는 것은 문란한 방탕으로 보이기 쉽고, 오빠와 연인 사이에 서 있는 것은 근친상간을 연상케 하며, 우정과 사랑 사이에 서 있는 것은 불륜으로 보이기 쉽다. 특히 우리처럼 이쪽 아니면 저쪽이어야 하는 것이 마치 당위처럼 강요되는 사회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양쪽으로부터 공격받는. 그러니 '트리플'은 한 가지도 오인 받고 비난받기 쉬운 어려운 난이도의 소재들을 무려 세 가지나 동시에 돌아야 하는 드라마다. '트리플'이 가진 화법의 문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알 수 없는 초반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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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힘, 고현정에게 달렸다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7. 15. 10:11
'선덕여왕'이라는 사극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제목이 '선덕여왕'이니 덕만(이요원)이 그 주인공일까요. 그녀와 짝패를 이룰 천명(박예진)이 그 주인공일까요. 아니면 이 모든 싸움의 결과를 가져갈 김유신(엄태웅)과 김춘추가 그 인물일까요. 저는 이 모두가 아쉽게도 그 주인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덕여왕'의 힘은 다른 곳에서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 인물은 바로 미실(고현정)입니다. 이것은 미실이 이 사극에서 해오는 역할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미실이라는 존재가 없다면 선덕여왕이라는 존재도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신하들을 자신의 수하로 끌어들여 강력한 권력을 소유하고 전횡하는 미실은 이 사극의 전제조건입니다.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덕만을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보낸 것도 미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