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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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의 가족이 된다는 것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4. 18. 07:13
가족으로 모든 걸 투영해 내는 김수현 드라마 "당신 오늘부터 앉아서 싸." 김민재(김해숙)의 딸 양지혜(우희진)가 남편인 수일(이민우)에게 하는 이 말은 작금의 달라진 남녀 관계를 압축해서 설명한다. 수일은 과거라면 데릴사위로 있는 처지에, 차에서 내리는 딸의 문까지 열어줘야 할 정도로 아내인 지혜를 여왕 대접해준다. 물론 투덜대지만 늘 자신의 처지보다는 아내와 아내의 가족을 먼저 돌보는 그 마음에는 어느 정도의 진심도 엿보인다. 덜컥 갖게 된 둘째 아이에 기뻐하는 그지만, 그 아이를 지우려는 아내와, 그걸 반대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그는 아내 편임을 공공연히 드러낼 정도로 애처가다. 그에게서 과거 마초적이고 권위적인 남편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 사위에 그 장인이라고, 수일의 장인 양병태(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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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혹은 확장, 기로에 선 가족드라마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2. 4. 00:05
지금 가족드라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네 가족드라마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가족드라마는 우리 드라마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오랜 세월 대중과 함께 해온 드라마 장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족드라마는 본래 이 장르가 추구하는 가족애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소문난 칠공주'와 '조강지처 클럽'을 통해 파괴되어 가는 가족의 틀을 극단으로까지 끌고 가 보여주면서 자극적인 가족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준 문영남 작가는 '수상한 삼형제'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다. 지금 이 드라마는 35.4%(AGB닐슨 자료)의 시청률로 전체 주간시청률 1위에 올라있다. 한편 일일 가족드라마로 시청률 장기집권(?)을 해온 KBS 일일드라마 역시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너는 내 운명'이 막장드라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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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출생의 비밀은 왜 식상하지 않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9. 23. 07:25
'선덕여왕'이 보여주는 사극의 가능성 '선덕여왕'이 만일 현대극이었다면 어땠을까. 사극이라는 껍질을 벗겨내면 '선덕여왕'에서 우리는 익숙한 코드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첫 번째는 '출생의 비밀'이다. 이 드라마업계에서는 이미 안정적인 성공 코드로 취급되는 '출생의 비밀'은 이 사극의 전반부를 거의 차지하고 있다. 살기 위해 중국으로 도피했던 덕만(이요원)의 귀환은 그 신호탄이었다. 그녀는 먼저 언니인 천명(박예진)을 우연히 만나고, 또 친부모인 마야부인(윤유선)과 진평왕(조민기)을 차례차례 만난다. 게다가 그녀는 중국에서 그녀를 키워주었던 소화(서영희)를 또 한 명의 부모로 두고 있기 때문에, 소화의 등장과 덕만과의 재회는 또 하나의 '출생의 비밀' 코드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사극이 가진 '출생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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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의 법정드라마 ‘신의 저울’의 가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10. 17. 00:42
법정드라마는 어떻게 우리 식 정서와 만났을까 법정드라마에는 반드시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피해자를 돕는 법조인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신의 저울’에서도 다르지 않다. 거기에는 사랑하던 여자친구가 살해당하고 그 살인범으로 누명까지 썼으며, 그를 대신해 범인을 자청해 교도소에 들어간 동생을 둔 피해자 장준하(송창의)가 있고, 과실치사지만 그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장준하의 가족이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만든 가해자 김우빈(이상윤)이 있다. 신의 저울은 공평하지 않다는 전제 하지만 ‘신의 저울’이 평범한 법정드라마의 공식을 따르는 건 여기까지다. 이 피해자가 어떻게 법으로써 구원을 받는가의 문제라든가, 가해자가 어떻게 그것을 은폐하려 하는가의 문제는 공식을 벗어나 있다. 피해자인 장준하가 선택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