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963)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752)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340,097
Today478
Yesterday2,449

‘아간세’, 유튜브 본방의 예고편 같았던 5분 방송

 

5분짜리 정규편성. tvN 예능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단 5분짜리 분량으로 정규편성을 얻었다. <삼시세끼> 산촌편이 끝나고 이어지는 <아일랜드 간 세끼>의 정확한 프로그램명은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다. 방송 분량은 짧은데 제목은 길다.

 

이렇게 길어진 제목은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말해주면서 동시에 그 성격도 드러내준다. tvN <강식당3>에서 강호동이 <신서유기 외전>을 <삼시세끼> 뒤에 매주 5분씩 붙여 내보내자는 말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신서유기6>에서 게임으로 아이슬란드 여행권을 상품으로 얻게 되면서 현실화됐다.

 

그러니 이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이수근이 방송 초입에 말했듯, <신서유기>, <삼시세끼>는 물론이고 <강식당> 등의 프로그램들의 색깔이 더해진 프로그램이다. 이수근과 은지원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신서유기>의 형식을 가져가지만 5분이라는 분량은 이 방송의 실체가 사실상 전체 분량이 방영되는 유튜브 본방의 예고편 같은 성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시작부터 5분이라는 분량을 강조하고 5분 후에 끝난다는 그 상황 자체가 묘한 웃음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서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에 ‘채널나나나’를 개설한 나영석 PD는 방송 첫 방에 맞춰 직접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했다.

 

초보 유튜버의 어색함이 가득한 그 라이브 방송에서 나영석 PD는 지금의 방송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이 만만찮다는 걸 드러냈다. TV를 켜놓고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본방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유튜브 반응을 체크하며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나영석 PD는 자꾸만 그 방송 속 TV의 볼륨을 높여달라는 요구에 당혹스러워했다.

 

집에서 TV를 켜놓고 유튜브 방송을 봐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온 댓글들을 읽은 나영석 PD는 “TV가 없다”는 분들이 많다며 놀라워했다. 즉 젊은 세대들은 TV보다는 모바일이나 태블릿PC 등으로 본다는 것. 나영석 PD는 우리의 일이 이렇게 암울하다며 우리도 이쪽(유튜브)으로 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 라이브 방송에서 나영석 PD가 TV와 노트북 사이에 앉아 있는 모습은 그래서 꽤 상징적인 풍경처럼 보였다. 그건 지금 방송 환경이 TV에서 인터넷,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 그 중간에 놓인 현역 PD의 고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초보 유튜버인 나영석 PD는 100만 구독자를 넘기면 은지원과 이수근을 ‘달나라 여행’ 시켜주겠다는 얼토당토않은 공약까지 얼떨결에 내걸기도 했다.

 

이어진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유튜브 방송은 이 인터넷 방송만이 할 수 있는 특징들을 온전히 담았다. 이를 테면 아시아나 비즈니스를 탄 은지원과 이수근의 대놓고 하는 ‘언박싱’ 방송이 그렇다. 노골적인 PPL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유튜브에서는 하나의 방송 트렌드인 ‘언박싱’으로 이들은 아시아나 항공 비즈니스 클래스의 체험을 상세하게 전해주었다.

 

최근 들어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한 변화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예능 PD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대의 트렌드에 가장 앞장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예능 PD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기존 방송사의 틀에 맞춘 프로그램들만 제작하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바뀐 트렌드에 한참 뒤쳐질 수밖에 없고 결국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시청자들의 이탈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5분짜리 예고편 같은 내용이 TV로 방영되고 사실상 본방은 유튜브에서 방영되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이 역전된 미디어의 상황을 표징하는 사건처럼 보인다. 김태호 PD도 또 백종원 같은 스타 방송인도 유튜브를 통해 어떻게 하면 지금의 대중들을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대. 나영석 PD도 그 고민과 실험을 더하고 있다는 건 우리네 대중문화에서 어떤 미디어가 결국 중심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정우성에 이은 오나라, ‘삼시세끼’ 게스트가 만드는 힘

 

역시 나영석 PD는 다 계획이 있구나.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의 출연자들과 게스트를 보면 그저 산골에 들어가 삼시세끼 챙겨먹는 걸 담는다는 단순한 듯 보이는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세심한 계획과 배려들이 담겨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을 이번 편의 주인공으로 세운 건 그간 예능계에서 여성 주인공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걸 여러모로 염두에 둔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이미 어느 정도의 편한 관계를 가진 이들을 함께 출연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하는 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바로 그 ‘편안함’에 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이미 사전에 친숙한 관계를 가진 이들이라면, 그 관계까지 프로그램이 끌어오는 것. 이건 여러모로 자연스러운 친숙함을 끄집어낼 수 있는 포석이다. 알다시피 염정아와 윤세아는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로 언니 동생하는 케미를 이미 갖고 있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막내 박소담이 합류했다. 이 만만찮은(?) 언니들 속에서 싹싹함으로 귀여움을 오히려 독차지할 인물.

 

박소담은 염정아와 같은 소속사라는 점이 더 편안함을 만들어줬을 거라 여겨지는 캐스팅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염정아에 박소담까지 출연하고 있으니 같은 소속사 이사인 정우성에 이정재까지 관계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서 첫 번째 게스트로 정우성이 등장한 것도 사실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를 만나는 대목에서 나영석 PD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함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다. 딱 봐도 도시에 어울리는 두 사람이 산골에서 삼시 세끼 해먹는 광경만 나와도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정우성은 하룻밤의 <삼시세끼> 게스트 출연으로 “적성을 드디어 찾았다”고 말할 정도로 이 산골의 체험이 괜찮았다는 걸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돌아갈 때는 나중에 다시 찾아오라는 나영석 PD의 제안에 “생각해보겠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지만.

 

하지만 계획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첫 번째 산촌에서의 하룻밤이 낯설었다면, 두 번째 찾아온 이들은 너무나 죽이 척척 맞아 돌아가는 ‘일개미’들의 면면을 보여줬다. 손 큰 맏언니의 포스를 보여주는 염정아가 전체 일을 진두지휘한다면, 윤세아와 박소담은 든든한 양팔로 음식을 만드는 일이나 비를 피하기 위한 천막을 치는 일도 척척 해냈다. 먹거리는 갈수록 풍성해졌다. 수제비 떡볶이에 비빔국수, 제육볶음에 아욱된장국까지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너무 맛있어”가 될 정도.

 

이렇게 관계도 또 산골 살이에도 익숙해지는 건 출연자들만이 아니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역시 이 부분에서 나영석 PD의 ‘계획’이 또 등장한다. 다음 게스트로 오나라가 출연한다는 것. <스카이 캐슬>의 염정아, 윤세아, 오나라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박소담이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하고 말하는 대목은 아마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방식의 게스트 활용은 처음 <삼시세끼>를 시작할 때 시도됐던 것들이다. 당시 이서진을 중심으로 옥택연, 김광규, 최화정, 김영철, 윤여정, 류승수, 김지호까지, KBS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출연했던 이들이 <삼시세끼>에 출연했던 것. <삼시세끼> 산촌편에는 이제 <스카이 캐슬>의 케미들이 다시 산골에서 어떻게 또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 지에 대한 기대감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별한 일이 전혀 벌어지지 않는 것 같아도 나름 모든 계획이 있다는 게 엿보이는 대목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염정아부터 정우성까지 화려한 출연진... 하지만 너무 익숙한 형식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은 출연자들의 면면이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금껏 남성 출연자들 중심으로 이끌어왔던 프로그램에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을 투입했다. 염정아와 윤세아는 JTBC <스카이캐슬>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고 여기에 척 봐도 싹싹하고 귀여운 막내 박소담이 더해졌다. 어딘지 허당기가 엿보이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의 염정아와 다정다감하고 유쾌한 윤세아 그리고 어리지만 의외로 이 시골살이가 더 익숙해 보이는 박소담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이번 <삼시세끼> 산촌편을 떠나기 전 사전 미팅 자리에서 나영석 PD는 이 프로그램의 ‘본래 기획의도’를 강조했다. 그건 이 곳에서 나는 작물들을 직접 수확해 음식을 해먹는다는 그 취지를 이번 편에서는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면 도회적인 방식의 요리나 식사는 잠시 접어두라는 나영석 PD의 은근한 엄포(?)다.

 

세 명 중 그나마(?) 요리를 하는 염정아가 메인셰프가 되었지만, 이 산골집에서 아궁이도 직접 만들고 솥을 걸어 불을 피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주부9단이라도 허둥대게 만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식재료들을 텃밭에서 직접 가져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솥밥에 콩나물국을 끓여먹으려던 식단은 만들면서 콩나물밥에 이상하게도 매운탕 맛이 나는 된장찌개(혹은 국)로 변신한다.

 

불 하나 피우는 일이 어렵고, 솥단지를 세워 요리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도 금세 익숙해진다. 염정아는 반나절만에 자신이 마치 그 곳에서 오래 산 사람처럼 밥을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감자를 잔뜩 캐와 부쳐 먹고 삶아먹고, 야채들을 가져와 즉석에서 겉절이를 무쳐 먹는 맛은 비가 촉촉한 산골 풍경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허기(정신적 허기까지)를 돋운다. 저런 곳에서 하루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으로 전날 남은 밥을 볶아 만든 볶음밥을 쌈으로 싸먹는 아침도 식욕을 돋운다. 박소담이 좋아하는 계란국은 속은 뜨듯하게 데워준다. 실로 <삼시세끼>의 본래 취지에 맞는 그림들이 나온다. 모난 인물 하나 없이 모두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끼니를 챙겨먹는 풍경. 하지만 처음 당황했던 상황에서 금세 적응해 너무 척척 잘 맞아 돌아가는 세 사람의 모습은 프로그램으로 보면 다소 심심하게 다가온다.

 

굳이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삼시세끼>는 지금껏 ‘아무 것도 안하고 세 끼만 챙겨먹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 안에 인물들끼리의 툭탁거림이나 투덜댐이 예능적 재미를 부여했던 프로그램이다. 이서진은 계속 투덜댔고, 심지어 이 프로그램은 망했다고 선언했던 인물이고, 유해진과 차승원은 살가우면서도 툭탁대는 부부케미를 보여줬다. 아직 진면목이 드러난 건 아니지만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은 이들과 비교하면 너무 ‘평화로운’ 정경을 보여준다.

 

그 어딘지 심심함을 나영석 PD가 가만 놔둘 리가 없다. 그래서 슬슬 고기반찬으로 유혹해 감자 한 상자에 1만5천원을 쳐주겠다며 노동을 부추긴다. 이렇게 키워낸 욕망은 향후 장터에서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줄 것이고, 거기서 사온 재료들이 식단 또한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서둘러 정우성 같은 초특급 게스트를 투입한다. 정우성의 등장은 프로그램 초반부의 심심함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놓는다.

 

<삼시세끼>를 워낙 다양한 버전으로 다양한 인물들과 해왔기 때문인지 나영석 PD는 캐스팅부터 과정까지 능수능란하게 어떤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들여다보면 이번 편에서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이라는 새로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여러 번 반복되어 갖게 된 익숙함과 능숙함은 이 프로그램의 최대 난적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런 자연이 주는 힐링의 시간들을 그간의 <삼시세끼>를 통해 익숙하게 경험해왔다. 그래서 인물은 바뀌었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보여지는 풍경들은 예전만큼의 감흥을 주기가 어렵다. <삼시세끼>는 여전히 재밌다. 하지만 그 반응은 예전만큼 100%의 호평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건 어쩌면 나영석 PD가 지금 처한 가장 큰 난제가 아닐까 싶다. 그는 이제 베테랑이고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갖고 있지만, 그것이 이제는 대중들에게도 너무 익숙한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이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재밌지만 앞으로도 계속 더 재밌어지려면 나영석 PD가 반드시 넘어야할 산으로 보인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유연석·손호준의 ‘커피프렌즈’, 내내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

“즐기면서 기부할 수 있는, 기부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일), 뭐가 있을까 그러다가 커피를 제공하고 우리는 대신 모금을 받고...” 유연석은 나영석 PD에게 ‘커피프렌즈’라는 기부 프로젝트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다. 유연석과 손호준의 이른바 ‘퍼네이션 프로젝트’로 알려진 커피프렌즈의 ‘푸드트럭’에는 ‘기부 한 잔의 여유 함께 하실래요?’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기부자들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따뜻한 마음까지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 tvN <커피프렌즈>는 이들이 해온 프로젝트를 프로그램으로 끌어안았다. 

나영석 PD는 유연석과 손호준에게 이 행사를 자신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사실상 그들이 해온 프로젝트에 은근히 숟가락을 얹는 일이지만, 훈훈하기 이를 데 없는 제안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로 우리에게 익숙한 박희연 PD나 기획적인 도움을 주는 나영석 PD나 모두 이 기부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은 <커피프렌즈>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그냥 제주도에 브런치 카페를 여는 게 아니고, 그 카페를 통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귤밭에 있는 창고를 카페로 개조하는 일에 이들의 친구가 나서고, 통창으로 귤밭의 정경이 보이는 카페에서 도움을 줄만한 이들을 유연석과 손호준이 직접 전화를 해 참여시키는 과정 또한 훈훈한 풍경이 된다. 프로그램으로만 보면 출연자 섭외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로 보면 기부에 동참하는 이들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형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참여한 양세종이나, 손호준의 요청에 기꺼이 참여의사를 밝히는 최지우가 이 귤밭에 만들어진 카페 커피프렌즈를 찾아오는 장면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마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정경이 그러했듯이, <커피프렌즈>는 유연석과 손호준에 최지우와 양세종까지 더해지니 일단 눈부터 흡족해진다. 여기에 제주도의 귤밭이 주는 풍광에 잘 꾸며진 카페와 거기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지는 커피와 음식들이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선남선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그 풍경이 일단 즐겁고, 이들이 이렇게 모인 마음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거기에 마치 카페 가득 채워질 것 같은 커피 향이 주는 훈훈함까지.

나영석 사단이 해온 꽤 많은 창업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커피프렌즈>는 창업 이전에 기부라는 따뜻함을 더함으로써 분명히 다른 색깔을 만든다. 이렇게 되니 이 외진 곳까지 굳이 찾아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는 손님들까지 달리 보인다. 그들 역시 어찌 보면 유연석이 말하는 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는 분들이 아닌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왔다가 카페에 오게 된 한 손님은 이 곳에서 갑자기 만나게 된 이 시간이 한 해 동안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브런치 카페라는 특징은 식사를 위한 음식점과는 또 다른 <커피프렌즈>만의 풍경을 만든다. 카페라는 공간이 그러하듯이 음식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거기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인근 학교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 곳을 찾은 선생님들은 2019년의 계획들을 이야기한다. 한 선생님은 휴직의 꿈을 갖고 있다며, 독일로의 유학을 꿈꾼다고 하고, 다른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쌤이 빠지면 큰일인데 그래도 선생님 꿈이니까 잘되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또 “잠시 회사 생활을 잊고 여행 온 기분이 든다”며 이것이 “15분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수다지만 거기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주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이미 유연석과 손호준이 해오던 기부 행사에 나영석과 박희연 PD가 판을 벌였고, 거기에 최지우와 양세종이 동참했다. 그리고 하나 둘 찾아오는 손님들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는 그 과정들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 또한 마음으로의 참여를 하게 만든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무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거기 카페에 모여드는 마음들이 있어 그건 작은 기적처럼 보인다. 이것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음식이지만 보면서 내내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시즌제 위에서 펄펄 나는 나영석 사단, 여행 위에 쓴 예능사

vN 예능 <알쓸신잡3>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영역을 넓혔다. 이전 시즌에서 슬쩍 나왔던 해외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영석 PD는 놓치지 않았다. 한 프로그램의 지나가듯 던져진 작은 이야기로부터 또 다른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건 나영석 사단의 중요한 제작방식 중 하나다. <꽃보다 할배>에서 농담처럼 나왔던 이서진의 요리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삼시세끼>가 만들어졌고, <신서유기>에서 비롯되어 <강식당>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알쓸신잡3>는 그 여행지 선정부터가 야심이 넘쳐난다. 그리스에서 피렌체를 거쳐 독일로 가는 그 여정은 서양사를 조금 들여다본 본들이라면 그냥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서양문명의 발상지라고도 얘기되는 그리스가 고대 문명의 문화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피렌체는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가 꽃핀 시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 방영되진 않았지만 독일은 여러모로 근현대로 넘어오는 역사들을 포함하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그 흐름을 여행지를 통해서 어느 정도 훑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응도 좋다. 조금 진지한 지식 수다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고 그간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현장의 화면들과 자료 화면들이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되니 더 깊은 지적 쾌감을 준다. 무엇보다 시즌1을 성공시킨 유시민, 김영하 작가가 전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놀라운 면모를 이어가고, 여기에 새롭게 투입된 김진애 교수와 김상욱 박사의 진솔한 건축, 미술 그리고 과학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더해진다.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지친 분들이라면 지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알쓸신잡3>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새로 시작한 <신서유기5>는 <알쓸신잡3>와는 정반대의 결을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할 법한 무식함이 갖가지 게임과 퀴즈로 이어지고, 여지없는 폭풍웃음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 무식함이 과해 논란의 소지를 만든다는 아슬아슬함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은 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분들에게 <신서유기5>의 ‘무조건 웃기기’ 콘셉트는 그 자체로 기능하는 바가 있다 생각된다.

이번 시즌의 콘셉트는 ‘귀신 분장’이다. 그래서 처녀귀신, 저승사자, 가오나시, 강시 등등으로 분장한 출연진들이 그 모습 그대로 홍콩 시내를 활보하며 게임을 하고 음식을 먹는 장면들은 마치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보는 듯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매번 이어지는 퀴즈와 게임들은 그 놀랍고도 기상천외한 답변으로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웃음을 주는 아이템이다.

현재 순항중인 <현지에서 먹힐까>도 지난 시즌인 방콕편에 비해 이번 중국편이 단연 화제성에서나 시청률에서 성공적이다. 물론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제 나영석 사단에서 벗어나 있지만 <신혼일기>에서부터 그 사단 아래 성장했던 이우형 PD의 독립 프로그램이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가 당시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겠다고 공언한 후, 함께 했던 PD들인, <윤식당>의 이진주 PD, <알쓸신잡>의 양정우 PD 그리고 <현지에서 먹힐까>의 이우형 PD가 모두 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신서유기>의 신효정 PD는 본래부터 자기 색깔을 확고히 갖고 있던 PD이고.

이번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이우형 PD에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의 관건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음식을 할 것인가 만큼, 누가 그것을 수행할 것인가라는 걸 확연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연복 셰프는 온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고, 그의 성공철학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향후 새로운 시즌을 계획한다면 누구를 중심에 세울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걸 이제 제작진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게다.

시즌3를 하고 있는 <알쓸신잡>, 시즌5에 도달한 <신서유기>, 시즌2에 안착한 <현지에서 먹힐까> 또 호평과 시청률을 모두 가져갔던 시즌2 <윤식당>까지를 보면, 이제 나영석 사단의 시즌제는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초 <1박2일>을 하다 tvN으로 오게 된 나영석 PD가 다른 것도 아니고 ‘여행’이라는 아이템 하나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모두가 여행이라는 소재 위에 쓴 다양한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아닌가. 그렇게 나영석 사단은 시즌제 위에서 여전히 펄펄 날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꽃할배’ 여행의 끝, 김용건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그가 눈물을 흘릴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아니 그는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늘 유쾌하고 친절하며 배려 깊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는 그것에 즐거워하는 막내 어르신. 그런 모습이 tvN 예능 <꽃보다 할배>가 여행을 통해 보여준 김용건이었다. 

그런데 그는 여행의 끝에서 두 번의 눈물을 보였다. 그 첫 번째는 빈에서 찾았던 음악회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아버지’를 듣다 흘린 눈물이었다. 음악이 가진 힘은 그 노래를 듣던 기억들을 순식간에 소환해낸다는 것이 아닐까. 김용건은 늘 들었던 그 노래를 바로 눈앞에서 들으니 뭉클한 감정이 피어올랐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들이 그 노래를 타고 하나하나 주마등처럼 떠올랐다는 것. “마치 나를 위한 음악회 같았어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두 번째 눈물은 실로 의외였고 반전이었다. 여행의 막바지에 나영석 PD가 던진 질문,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 무엇을 하고 싶으시냐”는 그 질문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며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이었다. 그가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한 건 남달랐던 어려운 어린 시절을 떠올려서다. “어릴 때 형제가 많아서 힘들었다. 6.25로 가족이 몰락하기도 했고, 젖을 제대로 먹든 분유를 먹든 이유식을 먹든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눈물은 우리가 <꽃보다 할배>를 통해 봤던 그의 밝기만한 모습 이면에 놓인 아픔 같은 것들을 끄집어냈다. 김용건이 음악회에서 노래를 들으며 주마등처럼 떠올랐던 과거처럼, 나영석 PD의 질문에 떠올렸던 어려운 어린 시절처럼, 그의 눈물은 그간 <꽃보다 할배>에서 그가 주었던 남다른 모습들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생각해보면 마치 강박관념이라도 있는 듯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던 그였다. 이동 중에 혹여나 침묵이 흐르면 “건건이는 어디 갔어?”라고 물어볼 정도로 그의 농담은 이들의 여행에는 하나의 공기처럼 존재했다. 그 허허로운 농담에 ‘건건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김용건의 그 농담이 있어 여행은 더더욱 활기를 띨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해 다른 어르신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백일섭 옆에서 괜스레 “홍도야 우지마라-”를 부르며 ‘그 때’를 소환해내는 김용건이 있어 백일섭은 더 힘을 낼 수 있었고, 다소 지칠 수 있는 이동 간에도 그의 농담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그건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어르신들과의 여행에서 그는 젊은 제작진들에게도 존칭을 하고 농담을 던짐으로써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쉬지 않고 떠들면서 입술이 마른다며 립글로즈를 바르는 모습은 사실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마치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스스로를 낮춰 웃음을 주려 했던 김용건. 여행의 끝에서 그가 보여준 눈물은 그의 웃음과 농담들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그는 어쩌면 그냥 즐거운 사람이 아니라 즐겁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노력의 이면에는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삶의 버거움이 가려져 있었다는 것. 본래 농담이란 그 힘겨운 현실을 다소 허허롭더라도 웃음으로 넘기기 위해 우리가 하는 본능적인 행동들이 아닌가. 김용건의 눈물은 그래서 그가 했던 농담들을 다시금 하나하나 떠올리게 했다. 그건 마치 우리가 왜 힘겨워도 애써 웃으며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꽃할배’와 함께 성장한 이서진, 흐뭇함이 느껴지는 건

산악열차로 한참을 올라가서도 또 꼭대기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tvN <꽃보다 할배>가 찾은 오스트리아의 샤프베르크산. 다른 할배들이 전망대에 일찌감치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이서진은 몸이 불편한 백일섭과 함께 걷는다. 조금 걷다가 숨이 차오르면 앉아 쉬다가 다시 걷는 그 느릿느릿한 걸음은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다른 할배들이 지나간 그 자리를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오른다. 

이서진은 그 곳의 걸어야할 오르막길을 알고는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백일섭 때문이었다. 그는 백일섭이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인터뷰에서 백일섭은 “왜 안 올라가나, 올라가야지. 속도는 안 맞더라도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그 느린 속도에 보폭을 맞춰 걸었다. 자신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밤 숙소로 돌아와 술 한 잔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 처음 하던 때랑 지금 자신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다른 할배들에게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고 경험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해 느린 백일섭 때문에 힘든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야 알아서 잘 즐기시지만 그렇지 못한 백일섭 선생님과 보조를 맞추며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는 것. 

확실히 이서진은 달라졌다. 5년 전 <꽃보다 할배>를 처음 할 때만 해도 그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할배들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멘붕이 되는 이서진의 모습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그런 이서진 옆에서 나영석 PD가 은근히 긁어대며 놀리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었고. 

그런데 이번 여행을 보니 그가 나영석 PD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하며 얼마나 성장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호언장담하며 ‘요리왕 서진이’를 얘기하다가 막상 <삼시세끼>로 판이 벌려지자 밥 세 끼 해먹는데 하루를 온전히 다 보내며 “이런 건 왜 하는지 모르겠다” 투덜댔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가 <윤식당>을 거치며 ‘경영 귀재’에 칵테일 만드는 바텐더로 업그레이드 되더니 요리면 요리 서비스면 서비스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일꾼’의 테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꽃보다 할배>에서 그는 거의 만능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숙소를 잡고 숙소까지 교통편을 찾아 이용하고 도착해서는 직접 저녁을 한식으로 챙겨 만들어내고, 그 곳에서의 여행 루트까지 짜낸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건 그의 노하우(?)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성숙됐고 성장했다. 한 때 귀차니즘의 캐릭터였던 이서진에게 일어난 흐뭇한 변화다. 

그래서일까. 이번 <꽃보다 할배>의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더해졌다. 그건 물론 이제 몸이 조금씩 불편해져가는 연세에도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배려의 모습을 보이는 ‘진정한 어른들’의 마음이 느껴져서이기도 하지만, 그 마음들을 경험하며 성장해온 이서진의 변화를 보게 돼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변화 과정을 나영석 PD가 만들었던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시청자들로서는 마치 ‘사람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공유한 느낌마저 갖게 되었다. 마치 변화하고 성장하는 삶의 비의를 슬쩍 들여다본 그런 느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꽃할배’ 막내 김용건, 스스로 청춘임을 증명하는 할배

박근형이 손주들을 위해 사놓은 선물 보따리를 숙소 앞 노상카페에 두고 온 걸 뒤늦게 알아차리자, 갑자기 입술에 립밤을 바르고는 김용건이 나선다. 자신이 가져오겠다는 것. 박근형은 자신이 가겠다고 옷을 챙겨 입으려 했지만, 김용건은 자신이 가겠다며 슬쩍 ‘문 여는 연습’을 핑계로 댄다. 백일섭이 화장실이 급하다며 숙소로 올라왔지만 자신이 문을 따는 게 영 익숙지 않아 문 앞에서 그를 힘겹게 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는 거다. 물론 진짜 그런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박근형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댄 그럴듯한 핑계였다. 

제작진들이 둘러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카페에 간 김용건은 거기서 또 ‘농담 본능’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 선물 보따리 때문에 박근형이 옷을 주섬주섬 입으셨다며 “그러니 뭐 나이 어린 내가 내려와야지”하고 말한다. 나영석 PD는 “선생님도 칠순이 넘으셨는데”라며 막내가 된 김용건의 상황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자 김용건의 하는 말이 기막히다. “글쎄 말이야. 그런데 오랜만에 하니까 또 괜찮네-” 그 말에 제작진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김용건은 기분 좋은 듯 ‘농담 주머니’를 열기 시작한다.

김용건은 백일섭이 화장실이 급한데 문이 안 열려 당황했던 이야기를 하며 “그래도 노력을 해서 잘 열었어”라고 말하고, 나영석 PD는 그 “노력을 해서”라는 말이 우스운 지 그 말을 되새기며 웃는다. 그리고 자리를 떠나면서도 “이것도 내가 계산할게...”라고 툭 농담을 건넨다. 나영석 PD는 그 농담을 받아 “700억”이라고 말하고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진다.

이번 tvN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김용건은 ‘신의 한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번 여행의 활력소이자 윤활유가 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걷는 일이 많은 여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김용건이 하는 ‘막내 짓’이 어르신들을 웃게 만들고, 그래서 여행에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젊은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이 차이를 무색케 하는 김용건의 무차별적인 농담 공격 속에 제작진들마저 빠져들고 있으니.

아침을 먹으러 가서 별 생각이 없다며 내려오지 않은 백일섭이 “커피 한 잔 하고 싶다”고 했던 그 말을 떠올린 김용건은 대뜸 아메리카노를 시켜 방까지 배달(?)을 해준다. 씻고 침대에 앉아 있던 백일섭은 갑자기 들어와 커피를 건네는 김용건을 보며 기분이 좋아져 파안대소를 터트린다. 김용건은 거기에 생색을 더해 분위기를 다시 띄워놓는다. “따끈따끈해. 막 뛰어왔어.” 그 모습은 영락없이 형에게 칭찬받고픈 막내의 모습이다.

다른 여행지로 이동하는 날 아침 한 자리에 모인 할배들 속에서 김용건은 백일섭의 말대로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 옛날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자신들을 다 잊고 있었던 일들이 김용건의 이야기로 새록새록 피어나면서 할배들은 순간 나이를 잊는다. 그 때 그 시절로 금세라도 돌아간 듯 서로 그 때의 이야기들을 꺼내놓는다. 신구는 “난 웃느라고 정신이 없어”라며 “듣고만 있어도 즐겁다”고 말한다. 백일섭이 “응답하라 199×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하지만 김용건은 오히려 “그 때 그랬어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하냐”고 말했다.

나이 73세에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끝없이 허허로운 농담을 던지고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막내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게다. 하지만 형들과 함께 하고 있어 그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는 김용건. 또 제작진과 이야기할 때면 항상 존칭을 쓰는 그에게서 느끼는 건 ‘청춘’이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변산>의 제작발표회에서 “청춘은 젊음을 일컫는 게 아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73세 막내로서 행복하다 말하는 김용건은 스스로가 청춘임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 그가 사랑받는 진짜 이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프로짐꾼 이서진 없다면 ‘꽃보다 할배’ 가능했을까

“미쳤지? 미쳤어.” 이서진이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하자 나영석 PD가 짓궂게 몰아댄다. 이동하는데 특히 힘겨운 <꽃보다 할배>였다. 지하철 타는 곳을 잘못 찾아가 되돌아 나와야 했고, 내리는 곳을 잘못 알아 다시 급하게 타야 했으며,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돌아가야 했으니 나영석 PD의 짓궂은 한 마디는 무안해할 이서진을 위한 질책이었을 게다. 그러자 어쩔 줄 몰라 하던 이서진은 그제서야 머쓱해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 상황을 넘겼다. 어르신들은 질책을 하기보다는 허허 웃으며 그런 실수가 오히려 “재밌다”고 해주셨다.

그런 이서진이 ‘고장났다’고 제작진들이 말했지만,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을 통해서 보니 그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한 차례 실수를 해서 어르신들을 힘겹게 했으니 자신은 더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베를린 중앙역까지 가는 지하철표를 사는 것 하나만 봐도 이서진의 중압감이 느껴졌다. 한 차례 해봤던 경험이라 혼자서라면 쉽게 했을 테지만 그만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시선이 못내 그를 긴장하게 하지 않았을까. 이서지은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에 맞춰 간신히 표를 끊는 긴박감을 만들었다.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 가는 기차 여정은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번 여정에서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로서 또 다른 어르신들을 든든히 챙겨주는 조력자로서 이서진에게는 천군만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김용건은 그래도 막내로 더 어린 사람이 와서 이서진을 도와야 하는데 자신마저 부담을 지워준 것 같다며 몹시 미안해한다. 다른 어르신들이야 이서진의 역할이 얼마나 큰 가를 여러 차례 여행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김용건은 처음 겪는 일이라 그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무겁게 느꼈을 것이다. 

프라하에 도착하자 또다시 이서진의 고행(?)이 시작됐다. 숙소까지 가야 하는 일이 그에게는 ‘대모험’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택시로 이동한다”는 말에 반색하는 백일섭이었지만, 택시 타는 곳을 잘못 나와 다시 찾아가야 했고, 그 곳에서도 콜택시로 예약을 해야 택시를 잡을 수 있어 연실 전화를 하며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혼자라면 별 일도 아니겠지만 어르신들 모두를 통솔해야 하는 입장이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두 대의 택시를 간신히 잡아 숙소까지 모두 무사히 도착하게 했지만, 이제 또 예약한 아파트먼트의 키를 받으러 가야 하는 길이 멀었다. 그런데 찾아간 그 곳에서 예약한 아파트먼트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로 나뉘어 있고, 주소조차 택시를 내린 곳에서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은 이서진은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을 올라야 하는 한 아파트먼트는 포기하고 겨우겨우 찾아간 다른 아파트먼트. 다행히도 그 곳의 숙소는 꽤 넓고 쾌적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여행경로를 미리 파악해 어르신들이 헛걸음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편안한 숙소를 찾아내고 그 곳까지 가는 이 모든 일들이 <꽃보다 할배>에서는 대모험이었다. 그런데도 이 여행이 가능했던 건 이제 보니 나영석 PD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웃으며 일처리를 척척 해낸 프로 짐꾼 이서진 덕분이었다. 이서진이 호텔 키를 받으러 갔을 때 어르신들이 “이서진 없으면 이 여행 안돼”라고 했던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이 아니라서 이서진의 용돈(?)을 받아 어르신들이 각자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그 과정에서도, 이서진의 부재가 가져온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가 없으니 식사 주문 하나 하는 것도 영 쉽지가 않았던 것. ‘젊은 짐꾼’ 하나 더 붙여서 이서진도 좀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어르신들이 이야기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이서진은 늘 툴툴대고 조금 엉뚱하게 되어버린 일 앞에서도 “내 잘못 아냐”라고 얘기하는 그런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어르신들과의 여정에서 사실 굉장히 힘겨운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꽃보다 할배>가 쉽지 않은 여정에도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숨은 힘이 아닐까. 실로 어르신들 말대로 이서진이 없다면 이런 여행도, 이 프로그램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시청률 지상주의와 정반대로 가는 ‘숲속의 작은 집’, 그래서 더 궁금하다

“시청률 안 나와도 되니까 만들어도 된다고 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는 새로 시작하는 <숲속의 작은 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새로운 프로그램이 런칭될 때 이른바 ‘시청률 공약’을 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요즘, 나영석 PD의 이 말은 이례적이다. 

물론 지금껏 프로그램 시작할 때마다 겸손한 자세를 보여왔지만, 이번은 그런 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나영석 PD는 “심심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걸 내려놨다는 뜻이다. 왜 나영석 PD는 이렇게까지 말한 걸까.

그것은 <숲속의 작은 집>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징과 무관하지 않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숲속의 작은 집에서 소지섭과 박신혜가 ‘미니멀 라이프’를 체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기, 수도, 가스가 없는 삶을 체험하며 오프 그리드 라이프를 실제로 보여주는 것. 그러니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는 안 하는 쪽이 포인트다. 있는 삶이 아니라 없는 삶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왜 시도했을까 하는 건 쉽게 이해된다.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언제부턴가 모든 걸 내려놓고 숲 속 같은 공간에서의 ‘적극적인 고립’은 해보고픈 꿈이 되었다. 너무나 삶이 복잡하고, 매일 매일 누군가와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늘 신경이 곤두선 채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그러니 산을 가거나 섬에 들어가거나 혹은 절 같은 곳에 들어가 잠시 동안이라도 ‘신경의 전원’을 끈 시간을 누리고픈 욕망이 생겨난다. 

<숲속의 작은 집>은 그런 욕망을 대리해주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러니 시청률 같은 경쟁적인 수치에 집착하는 건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이율배반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나영석 PD가 항상 주장하듯,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 과정을 똑같이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프로그램의 진가가 살아나게 된다. 나영석 PD가 시청률을 내려놨다고 하는 말은 그래서 진심이다. 그래야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미니멀’한 삶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렇게 시청률을 내려놓자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그것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을 목표로 삼아 만들어지고 있어서, <숲속의 작은 집> 같은 시청률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더더욱 새로울 것이라 여겨져서다. 결국 시청률 바깥의 프로그램이란 그것이 무엇이든 적어도 지금껏 봐왔던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어떨까. 시청률도 내려놓고, 심심한 프로그램이며, 잘 안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숲속의 작은 집>이 역설적으로 시청률도 잡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묘미를 보여주며 그래서 잘 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첫 회 시작 전부터 궁금해지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