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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8'의 방구석 예능, 코로나 시국이라 더 반가운 건

 

tvN 예능 <신서유기8>이 돌아왔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촬영지는 국내다. 지난 시즌은 '한국 속의 해외 투어'라는 콘셉트로 국내를 선택했지만, 이번 시즌은 코로나 시국에 맞춰 국내를 선택하게 됐다.

 

용볼이 떨어진 장소는 지리산의 인적이 뜸한 장소.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있는 숙소를 통째로 빌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맞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외부인과의 접촉이 없이 오롯이 촬영팀과 출연자들만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영석 PD는 인근의 식당 같은 곳들을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돈을 들여 통째로 빌려 안전하게 촬영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알고 보니 그 숙소를 쉼터로 또 식당으로 플래카드만 바꿔서 활용하는 것이었다. 버스에 타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줄 알았던 출연자들은 근처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분장을 더한 캐릭터쇼가 전개됐다. 콘셉트는 '흥부전'. 굳이 '흥부전'을 택한 이유는 그 이야기가 지리산에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흥부전'이 가진 가난해도 착한 일을 해서 그것이 복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지금 같은 코로나 시국의 힘겨워하는 대중들에게 정서적으로 어울리는 선택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건 '흥부전'을 모티브로 가져왔지만 분장쇼를 곁들인 <신서유기> 출연자들의 상황극이 색다른 '신 흥부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애초 놀부의 아내 캐릭터를 선택하면 흥부를 아무 때나 때릴 수 있는(주걱으로 때린 데서 나온 대목) 자격이 주어진다고 했지만, 흥부의 자식 캐릭터를 부여받은 강호동이 폭주하기 시작하면서 '흥부전'의 애초 구도는 달라진다.

 

배고프다며 '투뿔 육전'을 요구하는 흥부의 자식 강호동의 등쌀에 흥부 역할을 맡은 송민호는 눈 밑에 그려놓은 다크서클이 더욱 짙어지고, 놀부와 놀부 부인도 막지 못하는 '막장' 신흥부전이 펼쳐졌다. 여기에 박으로 분해 앉아 있으면 얼굴이 박 속으로 폭 들어가 버리는 이수근과 '앵그리버드'를 섞어 캐릭터화한 제비 은지원은 분장만으로도 괜히 화가 나 있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사실 <신서유기8>은 이전 시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캐릭터를 더한 게임쇼로 진행됐다. 캐릭터 선택을 위해 만들어진 '붕붕붕 게임'은 처음 시도되는 것이었지만, 점심 식사를 내걸고 한 '이어 말하기' 게임 같은 건 그래서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게임이라도 그 때 그 때의 캐릭터가 다르고 상황이 달라 새로운 웃음이 만들어진다. 오래도록 함께 프로그램을 해온 이들은 어떤 상황들이 웃음을 주는 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콕콕 집어내 웃음을 만든다.

 

게임은 다분히 원초적이다. '하모니카 챌린지'처럼 하모니카를 입에 물고 간지럽혀 소리를 내는 걸 참는 게임은 아예 대놓고 웃기겠다 작정한 제작진의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실 이런 출연자들의 합이라면 어떤 곳을 가든 또 한정된 방구석이라고 하더라도 웃음을 만드는 일이 전혀 어려울 것 같지 않다.

 

과거 <1박2일> 시절에도 날씨가 좋지 않아 본래 가려던 섬에 가지 못한 출연자들이 자그마한 방에서 복불복 게임만으로 한도 초과의 웃음을 충분히 만들어냈던 적이 있다. 나영석 PD와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은 아마도 그런 시절의 웃음이 의외로 남다른 묘미를 준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게다.

 

코로나 시국에 웃을 일이 없어진 대중들에게 한바탕 아무 생각 없이 빵빵 터트리는 웃음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루 종일 한 숙소에서 간판만 갈아달고 방구석에서 갖가지 게임과 캐릭터쇼만으로 빵빵 터트리는 폭소. <신서유기8>의 방구석 예능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워진 이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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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12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2020.10.15 0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나홀로 이식당'을 보면 나영석 PD의 놀라운 예능감이 보인다

 

애초에 나영석 PD가 tvN 예능 <나홀로 이식당>을 기획한 건 일당백으로 불리며 주어진 일들을 척척 해내는 이수근의 그간 캐릭터 때문이었다. 이른바 '31수근'이라 불릴 정도였고, 어느 프로그램에서든 '일꾼'이라는 캐릭터가 딱 어울리던 이수근이었다. 그러니 이제 혼자 음식도 준비하고 손님도 응대하는 식당을 해보라 했던 것.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는 이수근이 맞닥뜨릴 멘붕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 음식 레시피를 준비하기 위해 백종원을 찾았을 때도 나영석 PD는 강원도의 특색에 맞는 밑반찬들과 밥을 해도 옥수수나 감자를 넣은 솥밥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조언에 반색한 바 있다. 그것이 이수근의 일거리를 늘려 줄 것이고 그것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재료들을 손질하는 데만도 하루를 훌쩍 보내고 막상 손님들이 찾아오자 혼자 1인당 한 상씩인 요리를 준비해 내가는 일은 제아무리 일꾼이라고 불리는 이수근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특유의 너스레와 순발력 넘치는 말주변으로 위기상황을 근근이 넘기고 있었지만 너무나 과하게 몰린 일거리들이 멀리서 찾아와주신 손님들에게 이수근이 얼굴을 내밀 여유조차 없게 되자 이제 속이 타는 건 나영석 PD였다.

 

결국 상황은 역전되었다. 나영석 PD는 이수근의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그에게 밖에 나가서 손님들과 재밌는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불러주라고 했다. 그래서 마지못해(?) 등 떠밀리듯 주방 밖으로 나와 이수근은 손님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 나영석 PD는 후배인 양정우 PD와 함께 거꾸로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나홀로 이식당>이 '다함께 이식당'으로 바뀌고, 이수근 대신 나영석 PD가 일꾼이 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상황은 그 자체로 반전의 재미를 만들었다. 나중에는 나영석 PD가 알아서 요리도 척척 해내고 부족한 반찬을 채우기 위해 계란프라이를 제안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영석 사단이 그간 이수근과 함께 해온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이 역전된 상황이 주는 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늘 나영석 PD는 시키는 입장이었고, 이수근은 투덜대면서도 그걸 척척 해내 '일꾼'이라는 캐릭터까지 생긴 상황이었다. 나영석 PD는 이번에도 그렇게 하려다 '제 꾀에 자신이 넘어가는' 광경을 만들었다.

 

여기서 다시 보이는 건 나영석 PD의 예능감이다. 그간 무수히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만들었고 나아가 그 프로그램들의 한 부분을 맡아 출연하며 그만의 캐릭터를 쌓았던 나영석 PD답게 그는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재미있는가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혼자 멘붕 상태에 있던 이수근을 돕다가 점점 그의 일꾼이자 노예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 지를 말이다.

 

그간 여러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나영석 PD는 주로 출연자들을 골탕 먹이거나 힘들게 만드는 그런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에 나서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삼시세끼> 어촌편처럼 유해진과 차승원 그리고 손호준의 케미만으로도 재밌는 상황이라면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서진이나 이수근처럼 어딘지 시켰을 때 투덜대면서도 해내는 그런 캐릭터에는 자신의 역할이 분명 필요하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 <나홀로 이식당>에서 보여준 역전된 관계처럼, 그 역할을 뒤집는 재미조차 나영석 PD는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연출자이자 기획자로서의 나영석 PD만큼 이제는 그의 프로그램에서의 한 출연자로서도 확실한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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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의 소파·차승원의 요리·손호준의 손이 의미하는 것

 

 tvN 예능 <삼시세끼-어촌편 시즌5>가 종영했다. 코로나19 시국에 작은 숨통을 틔워줬기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 드라마틱하고 훈훈했던 <삼시세끼>의 종영이 아쉽다. 죽굴도라는 섬의 봄에서 여름까지 함께 모여 웃고 떠들고 먹을 걸 만들어 나누던 그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모두가 떠나간 인적 없는 죽굴도에도 여전히 그들의 잔영들과 수다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유독 훈훈하게 느껴졌던 이번 <삼시세끼>는 코로나19 때문에 만재도가 아닌 무인도 죽굴도에서 촬영됐다. 작은 가게 하나 없는 섬이기에, 모든 걸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고구마, 감자를 놓고 마치 레스토랑 스테이크를 먹듯 너스레를 떨며 먹어야 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유머와 농담은 그들의 시간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건 마치 코로나 시국에도 우리가 이 어려움을 어떻게 웃으며 버텨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편의 동화 같았다.

 

이번 시즌이 더욱 드라마틱했던 건 지난 5년 간 상상만 했던 어마어마하게 큰 참돔을 결국 유해진이 잡았기 때문이다. 큰 참돔으로 몇 끼를 나누고 제작진들과도 음식을 나눠 먹는 그 풍경은 결국 버티다 보면 좋은 날도 온다는 어떤 희망의 메시지 같았다.

 

그런데 이번 편이 특히 훈훈했던 진짜 이유는 서울에서 촬영된 마지막 회에 공개된 미방영분내용들과 그들이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전한 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걸 키워드로 말한다면 유해진의 소파(So far), 차승원의 배려 넘치는 요리, 손호준의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듣고 챙겨주는 손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편에서는 낚시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지만 유해진이 이 프로그램에 주는 진짜 재미는 특유의 유머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유머가 아재개그에 가까우면서도 남다른 느낌을 주는 건, 거기에 담긴 따뜻한 마음 같은 게 있어서다. 미방영분에서 유해진이 섬으로 밀려들어온 스티로폼 부표들을 안타까워 이를 수거한 후 조각내 커다란 자루에 넣어 소파를 만든 대목은 그의 유머와 남다른 의식과 따뜻함이 모두 담겨진 장면이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모아 마치 빈백 같은 형태의 소파를 만들어낼 줄이야. 나중에 그 형태 그대로 버릴 수 있어 폐기하는데도 용이한 소파를 만들어내고 그 이름을 소파(So far: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는 뜻)로 지었다.

 

차승원은 수다를 떨 때 툴툴대고 면박을 주기도 하지만, 배려 넘치는 요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그의 진면목이다.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먹을 게 마땅찮은 상황에서 공효진이 손님으로 왔을 때 그가 만들어 내놓은 무조림 같은 요리는 그저 입의 즐거움과 허기를 달래주는 포만감 그 이상의 훈훈함을 만든다. 미방영분에서 제작진들까지 챙기고, 구워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그 모습에서도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들의 든든한 막내인 손호준의 손을 빼놓을 수 없다. 차승원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원하는 걸 척척 갖다 주고 챙겨주는 손호준의 손에서도 그가 얼마나 이들과 하나로 묶여져 있는가를 느끼게 만든다. 이젠 제대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원하는 걸 챙겨주는 손호준이 있어 <삼시세끼>는 완벽한 조합이 이뤄졌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건 나영석 PD를 위시한 제작진의 남다른 책임감이었다. 마지막 방송에서 나영석 PD는 지난 4월 2일 죽굴도에서 난 화재에 대해 언급했다. 촬영 준비를 위해 계약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섬 내부에서 무단으로 쓰레기를 태우다 낸 불이었다. 나영석 PD는 "관리 감독의 책임"을 통감하며 주민분들이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자연을 복원해드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처리업체의 잘못이지만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

 

마지막으로 죽굴도를 떠나며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유해진이 남긴 메시지도 훈훈했다. 손호준은 코로나19 시국에 잠시라도 웃으셨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고, 차승원은 빨리 이 시국이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했다. 유해진은 가랜드에 메시지를 이렇게 적어 놓았다. "모두들 건강하세요!"(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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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같지 않은 이광수, '삼시세끼' 나영석 PD의 슬기로운 섭외

 

무인도 섬 생활도 지내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죽굴도에 들어왔을 때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은 모든 것을 낯설지만 특별하게 바라본 바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집은 소박해도 마음을 잡아끌었고, 집 옆에 마련된 텃밭은 갖가지 작물들이 자라 넉넉한 여유를 주었다. 한 바퀴 도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섬의 산책길도 너무나 예뻤고, 유해진이 형배라 이름 지은 배를 타고 바다를 돌아보는 일도 유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건 아마도 tvN <삼시세끼> 어촌편5를 매주 기다려 시청하는 분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지 않을까. 죽굴도가 점점 익숙해지고, 거기서 때론 잡은 게 없어 고구마와 감자로 연명(?)하다 드디어 잡은 돌문어와 어마어마한 크기의 참돔으로 풍족한 저녁을 맞는 그 일련의 과정을 봐온 시청자들은 마치 그 곳에 그들과 함께 지내온 듯한 유대감을 느꼈을 게다. 그것이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삼시세끼>를 기다려 보는 이유니 말이다.

 

그렇게 적당히 익숙해질 때 나영석 PD는 여지없이 그 익숙함을 슬쩍 비틀어놓을 수 있는 변수로서의 게스트를 출연시킨다. 공효진은 아직까지 섬 생활에 이들이 적응해가고 있는 상황에 들어온 손님이라 익숙함을 깨기보다는 같이 그 섬 생활을 겪어가는 이야기를 그려낸 바 있다. 워낙 <동백꽃 필 무렵>으로 주목 받은 배우인데다, 과거 <최고의 사랑>으로 차승원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이니 기대감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이광수는 조금 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섬 생활이고, 무엇보다 이제 뭐라 말하지 않아도 눈치로 척척 손발이 맞는 일명 '손이차유' 세 사람(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틈으로 들어온 손님이다. 불을 피워 냄비에 물을 채워 넣을 때도 유해진이 풍로를 돌려 불을 피우고, 손호준이 냄비 뚜껑을 열면 차승원이 물을 넣는 식으로 합이 딱딱 맞는 세 사람이다.

 

이광수의 등장은 이들이 이렇게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각자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는 걸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차승원이 마늘 다진 거 있냐고 물으면 그게 어디 있는지 척척 찾아내 건네주는 그 모습을 이광수는 낯설게 바라본다. 점심을 못 먹은 이광수를 위해 즉석에서 김치볶음밥을 해주고 전날 잡은 참돔회를 썰어주는 차승원과 그걸 보는 유해진, 손호준의 모습은 새삼스럽게 자신들이 적응해온 섬 생활에 대한 은근한 우쭐함이 피어난다. 괜스레 섬 산책을 같이 하고 헬스장(?)을 소개하는 유해진의 어깨는 한껏 올라가 있다.

 

차승원이 사전에 전화를 해 가져온 닭고기로 섬에서 바삭한 마늘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호사를 부리면서, 이 손님 같지 않은 손님 이광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일을 거들다 자꾸만 손호준과 일이 겹치고, 은근 경쟁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물론 베테랑 막내가 된 손호준을 이광수가 단박에 따라잡긴 어렵지만, 특유의 적응력으로 금세 적응해버린 이광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손님이 아닌 머슴을 하나 들인 듯한 그런 모습 때문이다.

 

이미 뭍에서부터 친했던 그들이라 편안함이 묻어나면서도, 이광수라는 호기심 가득한 손님의 시선은 새삼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밥 해먹고 있는 그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콩트를 보는 것 같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아저씨들이 하는 소꿉장난 같은 풍경에 웃음이 나지만, 의외로 그걸 제대로 하고 있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부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하게 된다. 뭐 저렇게 밥 한 끼 좋은 사람들과 소꿉장난하듯 해먹고 웃고 떠드는 것이 찐 행복이 아닐까 하고. 이미 우리가 늘 하고 있는 것이지만, 너무 익숙해져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 그러다 가끔 보고 싶던 손님이 찾아오게 되면 없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반찬 다 꺼내서 음식 대접하며 새삼 깨닫게 되는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새삼스런 소중함. 이광수라는 손님 같지 않은 손님이 등장하자 그 익숙해진 섬 생활이 순간 자랑하고픈 특별한 경험으로 보여지게 된 건 이런 시점의 변화 때문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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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금밤’ 실험정신 갉아먹는 밋밋한 내용, 나영석의 다음 수가 필요하다

 

나영석 PD가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이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현재의 6개 코너로만 본다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이 형식 실험만 가지고 성취를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형식 실험에 맞는 참신한 내용이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에 포진된 6개 코너들은 분량이 15분 내외로 짧아졌다는 것을 빼고나면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것들이다. 이승기가 여러 노동의 현장에 뛰어들어 하루의 체험을 보여주는 ‘체험 삶의 공장’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체험 삶의 현장>에서 따온 것이다. 여러 연예인들이 출연하던 것을 이승기 원톱으로 바꾸고 시간을 대폭 줄여 노동의 여러 단계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 코너는 나름의 재미 요소들이 있다. 일단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보던 어떤 물건들이나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가를 보는 재미가 가장 크다. 그리고 이승기가 그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과 마지막에 ‘참회의 시간’을 통해 그날의 노동을 스스로 품평하는 코너도 들어있다. 하지만 기획만으로 보면 제목만 봐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장면들이 나올 것인지 대체로 예측이 가능하다. 유튜브 채널의 짧은 동영상들이 갖는 최대 장점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 불가한 새로움이라고 볼 때 이 코너는 생각만큼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형식을 실험적으로 가져왔지만 기획적 포인트들이 너무 약하다는 것.

 

이런 사정은 나영석 PD가 이서진과 함께 뉴욕을 여행하는 ‘이서진의 뉴욕뉴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서진이라는 인물의 개성이 묻어나 있기 때문에 이 뉴욕 여행의 특별함은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역시 “미국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고 차이나타운을 방문해 중국음식을 먹는 대목이나, NBA 경기를 보러가서는 시차적응을 못해 잠이 들어버리고 얼떨결에 티셔츠를 얻는 우연적 요소들은 역시 여행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서진과 나영석 PD 그리고 여행이라는 코드는 역시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숏폼이라는 파격적 형식에 무언가 다른 걸 기대한 시청자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진경의 ‘내 친구네 레시피’는 전형적인 쿡방과 먹방이고, ‘신기한 과학나라’, ‘신기한 미술나라’는 <알쓸신잡>에서 많이 봐왔던 인문학적 요소와 예능 토크가 곁들여진 기획이다. 그나마 나영석 사단이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당신을 응원합니당’은 스포츠 꿈나무들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스포츠인들을 응원한다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지만 이런 소재 역시 어디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던 기시감이 든다. <일밤>에서 종종 시도됐던 스포츠 예능의 숏폼 형식이랄까.

 

나영석 PD가 유튜브 시대에 맞춰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tvN에서 시도한다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형식 실험만큼 중요한 건 그 새로운 형식에 걸맞은 새로운 소재들과 기획,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일이다. 기존 방송에서 해왔던 소재나 기획들을 그저 숏폼 형식 안으로 넣는다고 새롭게 느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금요일 금요일밤에>는 그냥 금요일 밤 별 생각 없이 편안히 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다. 하지만 나영석 PD라는 이름값이 있고 거기에 더해진 새로운 형식 실험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너무 밋밋한 게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이 금요일 밤의 버라이어티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형식에 걸맞은 참신한 기획이 절실하다 여겨진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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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금밤’ 나영석 PD의 숏폼 실험, 무엇이 달랐을까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 실험은 무엇이 달랐을까.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처럼 1시간에서 길게는 1시간 반이 넘는 그런 분량을 이어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숏폼 형태로 6개의 코너를 16분에서 20분 정도 분량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각각의 코너는 ‘내 친구네 레시피’, ‘신기한 과학나라’, ‘당신을 응원합니당’, ‘신기한 미술나라’. ‘체험 삶의 공장’으로 연계성이 전혀 없는 그저 각각의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분량이 짧아지면서 스토리텔링도 좀더 짧으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내 친구네 레시피’에서 홍진경이 김영철을 만나 그 모친의 집을 방문해 음식을 먹고 레시피를 전하는 그 과정은 코너가 짧다는 사실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말 많기로 유명한 김영철에게 말을 더 많이 하면 어머님의 분량이 없어진다며 바로 집으로 향하고, 그 집에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만 계속 늘어놔 목소리가 얽히는 과정들이 코믹하게 전개됐다.

 

‘이서진의 뉴욕뉴욕’이나 이승기가 출연한 ‘체험 삶의 공장’도 마찬가지다. 분량이 짧아서 많은 구구절절한 도입부는 툭 잘라버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뉴욕에 대뜸 나영석 PD와 도착해 어딜 갈 거냐고 묻고 뜬금없이 “뉴욕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는 이서진을 따라 중국 음식을 먹으러 가는 엉뚱한 전개가 웃음을 줬다. 짧지만 최근 KBS에서 방영되었던 정해인이 뉴욕을 걷는 <걸어보고서>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재밌고 임팩트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목적성이 분명한데다 엉뚱함까지 있어서인데 이렇게 되는 데는 짧아야 하는 분량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체험 삶의 공장’도 사실 긴 분량으로 하면 다소 부수적인 내용들이나 토크가 채워져야 하겠지만 분량이 17분 내외 정도라 이승기가 꼬막을 채취하고 공장으로 옮겨 삶아 가공한 꼬막들을 선별해 포장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승기도 반갑지만 그 현장에서 만난 사장님과 사모님의 남다른 친화력이 구수한 재미를 만든다. 자기 분량보다 그들의 분량이 더 많을 거라는 이승기가 마지막에 참회의 시간을 갖는 부분 역시 분량 이야기로 웃음을 주었다.

 

분량이 짧아지면서 6개의 코너가 들어갈 수 있게 되자 성격이 다른 코너들도 병치되었다. ‘신기한 과학나라’와 ‘신기한 미술나라’가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김상욱 교수와 양정무 교수가 각각 전하는 전문적인 정보가 주는 재미에 은지원, 송민호, 장도연이 던지는 엉뚱한 질문이 절묘한 교양과 예능의 균형을 만들어낸다.

 

한편 ‘당신을 응원합니당’은 박지윤 아나운서와 한준희 축구 해설가가 진행하는 코너로 꿈의 무대에 오른 선수들이 아니라 꿈을 향해 노력하는 선수들을 찾아가 그들을 조명하는 이야기로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면면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공감을 만들었다. 이 날 출연한 초등부 유도선수인 최민지 선수와 강민구 선수는 경기가 두려워서 또 경기에서 져서 우는 일이 더 많은 귀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그 매력에 빠뜨렸다. 결국 둘 다 경기에서 졌지만 ‘잘했다’ 응원해주는 선배들과 코치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이처럼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짧은 분량을 가진 6개의 코너로 나영석 PD는 그 형식적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예능 방식을 넘어서려는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숏폼 형식이 나오게 된 건 최근 유튜브가 대중적인 영상 소비 방식으로 자리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튜브에서 짧지만 선별적인 영상들을 찾아보는 것처럼, 이를 tvN이라는 플랫폼에 맞게 시도하고 있는 것.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여러 모로 MBC가 주말시간을 채워왔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패러디한 것처럼 보인다. 즉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열었던 버라이어티쇼를 지금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변형했다고나 할까.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쇼가 아니라 현장으로 나가고 그 분량을 유튜브 시대에 맞는 숏폼 형식으로 채워 넣은 것. 첫 시작이라 아직 낯설긴 하지만 분명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실험인 것만은 분명하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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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끼남’, 라면 한 그릇이지만 놀라운 다채로운 접근방식

 

tvN 예능 <라끼남>은 사실 그 콘셉트가 단순하다. ‘라면 끼리는 남자’라는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준다. 강호동이 라면을 끓여먹는다. 이런 단순함으로 방송이 될까 싶지만 여기에 한 가지 방송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의 가루가 들어간다. 그 라면을 그냥 먹는 게 아니라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 특정한 장소를 가거나 심지어 라면 맛에 최적화된 몸을(?) 만든다는 것.

 

그래서 첫 번째 라면 끓이는 장소는 지리산 천왕봉이다. 강호동이 스스로 말했듯, “라면 한 그릇 끓여먹으려고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딱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산행은 그 자체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방송 분량이 많이 나올 수가 없다. 산을 계속 오르는 것이 반복되는 영상일 수밖에 없고, 힘들기 때문에 토크도 계속 이어가기가 어렵다. 찍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예능 프로그램이 산행을 찍는다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끼남>은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흔한 상황을 거꾸로 뒤집어놓는다. 그저 천왕봉 산장에 오른 강호동이 라면을 끓여먹는 게 아니다. 거꾸로 라면 한 그릇을 끓여먹기 위해 천왕봉에 오르는 것이다. 마치 개가 사람을 물면 그러려니 해도 사람이 개를 물면 특별한 사건이 되는 것처럼, 상황을 뒤집어 놓으니 <라끼남>의 산행은 흥미로워진다.

 

일단 산에 오르기 전부터 보여주는 강호동의 비장함이 웃음을 준다. 이게 뭐라고 엄홍길 대장의 이야기를 더하고, 어떤 라면을 먹을 것인가를 정하기 위해 차량 트렁크 뒤편 가득 채워진 라면들 속에서 산장으로 가져갈 라면을 고르느라 주차장에서만 1시간이 훌쩍 넘는 분량을 뽑아낸다.

 

그렇게 라면을 정해 배낭에 담고 본격적으로 오르는 산행. 내려오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그 여정이 흥미로운 건 강호동의 상태다. 그는 과연 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가. 너무 힘들어 멈춰 서고, 배가 고파 투덜대다가 너무 배가 고프면 ‘입맛을 잃을 수 있다’며 잠시 멈춰 귤 한 조각 입에 넣는다. 귤이 “설탕덩어리” 같다며 그걸 먹고 몸이 재충전됐다고 호들갑을 떨다 곧바로 퍼져 눕는 강호동의 모습이 웃음을 준다.

 

이런 단순한 콘셉트 속에서도 끊임없이 상황에 대한 몰입을 끌고 가는 데는 강호동의 ‘밀당’도 한 몫을 차지한다. 그는 귤 하나를 먹을 때도 또 찹쌀떡을 먹을 때도 그냥 먹지 않는다. 먹을까 말까 먹을까 말까 밀당을 해대며 끝없이 토크를 이어 붙이고 나서야 입안에 음식을 밀어 넣고 그 맛을 음미한다. <라끼남>이라는 프로그램에 그가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tvN에서 6분짜리로 압축해 보여준 영상이지만 아마도 유튜브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접한 시청자들은 그 세세한 과정들이 주는 더 큰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방송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나영석 PD가 강호동과 만나 <라끼남>이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소개되었고, 본방 직전에는 나영석과 양정우 PD 그리고 강호동이 출연해 본방을 독려하는 유튜브 방송을 보여줬다.

 

이처럼 본방 주변의 다양한 영상들은 <라끼남>의 재미를 다채롭게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본방 직전 내놓은 라이브 방송에서 강호동이 자신의 레시피로 라면을 끓여먹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너무 토크가 많은 탓에 유튜브 방송이 본방을 잡아먹을 것 같은 아슬아슬함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라면 한 그릇을 끓여먹는 것이지만 그 주변 이야기나 상황들로 그 재미를 돋우는 것처럼, 본방 하나를 내면서도 다양한 양념 같은 이야기들을 유튜브 방송으로 더해냄으로써 프로그램은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라끼남>은 그래서 그 짧은 방송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와 기성 방송이 어떻게 공조해 그 재미를 풍부하게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짧은 첫 방송이지만 본방 시청률이 4.3%(닐슨 코리아)를 냈고,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 올라온 영상들도 꽤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새로운 미디어와 공조해 만들어내는 시너지로서 <라끼남>은 그 교본 같은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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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과 김태호가 유튜브 시대에 대처하는 방식

 

이건 기존 방송사의 시스템과 1인 크리에이터의 기묘한 조합이 아닐까. 최근 김태호 PD와 나영석 PD의 행보를 보면 이들이 지금의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새롭게 적응해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건 현재 방송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예능 PD들이 가진 위기감일 수 있는데, 그 진원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바로 유튜브다.

 

젊은 세대들이 유튜브 콘텐츠들을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많이 보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다가, 유튜브라는 채널의 특성이 주는 가벼움(?)과 자유로움이 기존 방송사들의 예능 프로그램을 점점 너무 무거운 기성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어서다. 유튜브의 가벼움과 자유로움이 가능한 건, 1인 크리에이터라는 유튜버들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이 제작 인원이 최소화되어 기동성이 뛰어나고 한 사람이 활약하는 것이라 집중도와 몰입도도 좋기 때문이다.

 

1년 간의 휴지기를 마치고 돌아온 김태호 PD가 시작한 MBC <놀면 뭐하니?>는 그 고민의 산물이다. 기존 <무한도전> 시절처럼 여러 출연자들이 등장해 캐릭터쇼를 하던 방식을 과감하게 지워버리고, <놀면 뭐하니?>는 오롯이 유재석을 전면에 내세웠다. 릴레이 카메라 같은 카메라 실험을 마친 후, ‘유플래쉬’와 ‘뽕포유’ 프로젝트를 통해 유재석은 좀더 1인 크리에이터에 가까워졌다. 드럼에 도전하고 트로트에 도전하는 식의 무언가 자기도 모르게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1인 크리에이터. 유튜브의 성격이 김태호 PD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되어 만들어진 또 다른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영석 PD도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신서유기 외전 :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가 그 첫발이었다.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에서 전편이 공개되고 정규방송에서는 단 5분 정도 분량이 공개되었다. 애초부터 본격적인 유튜브 방송을 염두에 둔 것이다. 처음 시작한 직관 방송에서 100만 구독자 공약으로 ‘달나라 여행’이라는 무모한 약속을 꺼내놓은 나영석 PD는 이로써 큰 화제를 끌어 모았다. 실제 100만 구독자를 돌파하자 구독취소 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가까스로 시한에 맞춰 취소가 이뤄져 달나라 여행을 가지는 않게 되었지만 어쨌든 이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유튜브 방송을 기획하고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강호동. 강호동의 <라면 끼리는 남자(일명 라끼남)>이 방송을 예고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사전 미팅 영상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기 위해 별의 별 일들을 다 하게 되는 강호동의 이야기라는 그 발상 자체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 방송은 tvN에서도 20분짜리로 정규 편성되어 방영된다. 여러 모로 유튜브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라는 방증이다.

 

결국 <라끼남> 같은 행보는 향후 나영석 PD가 유튜브를 통한 다양한 시도들을 할 것이라는 걸 예고한다. 김태호 PD가 유재석을 1인 크리에이터로 세워 미션에 투입하듯, 강호동을 1인 크리에이터로 계속 새로운 미션에 투입할 수도 있고, 나영석 사단의 다양한 인물들을 저마다 개성에 맞게 1인 크리에이터로 발굴해낼 수도 있을 게다.

 

이미 김태호 PD나 나영석 PD는 예능의 한 트렌드를 풍미했던 연출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유튜브 같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 속에서 고여 있지 않고 새로운 변화와 적응을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이들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과 강호동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 때 예능판 전체를 쥐락펴락했던 이 스타 연출자들과 스타 MC들이 나란히 유튜브 시대에 맞춰 성공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들의 행보가 전체 예능판이 향후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을 내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 길이 과연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 정해지지 않은 길은 이들의 변화무쌍한 콘텐츠들을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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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취소하라는 나영석 PD, 이런 유튜버 처음이야

 

“사랑한다면 취소하세요.”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에서 나영석 PD는 구독 취소를 호소했다. 그가 앉아 있는 책상 위에는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면 구글이 보내주는 골드버튼이 놓여져 있었다. 나영석 PD는 “보통 몇 주가 걸리는데 100만 돌파하자마자 골드버튼이 도착했다”며 “아예 준비해놓고 있었던 것”이라고 괘씸해(?) 했다.

 

지난 9월 20일 tvN에서 첫 방송된 <신서유기 외전 : 삼시세기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정규편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짧은 방송분량을 보여줬다. 거의 시작했다 바로 끝나는 수준. 대신 나영석 PD는 그 전편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역발상 방송을 시도했다. 보통은 유튜브를 통해 짧게 방송을 하고 그걸 모아 본방을 하는 방식의 정반대 흐름을 시도한 것. 이것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잘 보여주는 실험적인 시도였다.

 

문제는 첫 방송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나영석 PD가 비현실적인 공약을 걸었던 것.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경우 은지원, 이수근을 달나라에 보내겠다고 한 약속이 사단이 되었다. 실제로 구독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자 나영석 PD는 11월 20일 긴급 라이브 방송을 열었다. 기막히게도 그 방송이 내건 캠페인은 “사랑한다면 취소하세요”다. 세상에 구독 취소하라는 방송을 할 줄이야.

 

나영석 PD는 알아보니 달나라 가는 비용이 1인 당 4천억 원이 소요되고, 이수근과 은지원이 가게 되면 8천억 원이 든다고 했다. tvN을 담보 잡혀도 빌릴 수 없는 금액이란다. 나영석 PD는 구독 취소 방송을 통해 왜 취소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논리를 진지하게 내세움으로써 큰 웃음을 줬다. 심지어 구독 취소를 하지 않아 달나라에 가게 되면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국부유출’이란다. 유튜브 구독 취소가 국부유출을 막는 거라니 도대체 이런 황당한 상황이 있을까.

 

게다가 구독 취소를 하려면 공약을 걸라는 네티즌들의 요구에 나영석 PD가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하자, 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신효정 PD는 “선배 입조심 하세요”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조심스럽게 나영석 PD가 오히려 구독 취소 해주는 걸로 원하는 공약을 올려 달라 했고, 기상천외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1박2일> 시절 시도하려 했다 못간 남극을 다시 가라는 공약이 나왔고, 채널 십오야 구독을 취소하고 대신 펭수를 구독하라고 나영석 PD가 독려하자 펭수와 함께 남극을 가라는 공약도 나왔다. 삭발을 하라는 공약에도 나영석 PD는 “그게 뭐 어렵나요?”하고 선선히 받아들였다.

 

나영석 PD가 웬만한 예능인들보다 더 웃음을 준다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 보니 그의 탁월한 상황 활용 능력이 새삼 도드라진다. 사실 그 누가 달나라에 진짜로 갈 거라 믿을 것인가. 하지만 그 상황을 진지하게 끌어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마도 유튜브에서 구독취소로 웃기는 유튜버는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한다면 취소하세요’ 캠페인은 효과가 있어 방송 직후 구독자 수가 일순 90만 명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100만 명을 돌파했다. 결국 이 공약을 진짜로 해야 하는가의 여부는 시한인 22일 밤 11시에 결정된다. 과연 구독 취소 캠페인은 효과를 볼 것인가. 이미 충분히 재밌었던 필자는 물론 취소 버튼을 눌렀지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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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분화, ‘1박2일’ 콘셉트 예능 점점 늘어난다는 건

 

tvN 예능 <신서유기7>은 ‘홈커밍’에 레트로라고 대놓고 붙였지만 사실상 <1박2일> 초창기를 재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마다 추억이 돋는 캐릭터로 분장하고 팀을 나눠 퀴즈를 풀어가며 그 단서로 ‘대성리역’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그렇고, 숙소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려 방구석에 앉아 갖가지 게임을 하는 모습이 그렇다. 사실 <1박2일>은 초창기에 그렇게 방구석에서 게임만 해도 충분히 방송분량이 나올 만큼 재미가 가득했지 않았던가.

 

강호동과 이수근 그리고 은지원이 있고 게임의 출제자로 나선 나영석 PD까지 있으니 완벽한 <1박2일> 초창기의 추억이 소록소록 돋아난다. 특히 마치 MT를 간 것 같은 민박집에 뒹굴뒹굴하는 출연자들의 풍경과, 과거의 노래를 들려주고 맞추는 게임은 옛 노래가 환기시키는 향수까지 더해진다.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처음 봤을 때 느껴졌던 그 추억 속으로의 여행이 그 게임의 풍경 하나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최근 정준영 사태로 인해 잠정 중단됐던 <1박2일>이 출연진 구성을 마치고 시즌4로 곧 돌아올 거라는 점이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새 출연자로 연정훈, 김종민, 문세윤, 김선호, 딘딘, 라비 등이 확정됐고, 이들의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인터뷰 형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때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 티저 영상은 이런 조합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구성됐다.

 

공교롭게도 <신서유기7>이 <1박2일> 초창기의 복고 콘셉트를 재연하고 있는 와중에 <1박2일>이 시즌4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묘한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과연 <신서유기7>의 복고는 새로 돌아오는 <1박2일4>에 득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이 될 것인가. 득으로 보자면 그간 중단됐던 <1박2일>의 여행과 복불복 게임의 기억들을 이 복고 콘셉트의 <신서유기7>이 다시금 환기시켰다는 점이다. <신서유기7>은 곧 시즌이 종료되지만, <1박2일>은 매주 찾아온다. 이런 향수의 자극은 오랜만에 돌아오는 <1박2일4>에 익숙한 기대감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1박2일>이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나왔던 초창기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신서유기7>의 초창기 복고 재연으로 다시금 꺼내질 수 있어서다. <신서유기7>은 확실히 그 초창기 <1박2일>의 맛을 실제로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 출연진을 구성한 <1박2일4>와 당연히 비교의 지점이 될 수 있다. 과연 <1박2일4>는 색다른 인물에 걸맞은 새로운 이야기들을 가져올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예능가는 자꾸만 <1박2일>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마도 관찰카메라가 만들어낸 의미 과잉의 예능에서 이제는 좀 더 재미에 집중하는 예능의 트렌드가 꾸준히 시도될 거라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모두 성공적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여행과 게임 예능은 이미 너무 많이 나온 면이 있다. 그래서 이런 시도가 자칫 새로움을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나태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복고는 하나의 트렌드처럼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피어나고 있다. 그래서 옛것들을 다시금 꺼내와 현재화하는 것으로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젊은 세대들까지 그 세계에 끌어들인다. 하지만 복고에서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다. 그 과거를 어떻게 현재에 맞게 가져오느냐의 문제다. 그 부분을 생각한다면 최근 여기저기서 다시금 <1박2일> 콘셉트의 예능을 만지작거리는 일들이 과연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예능 제작자들은 좀 더 고민해야할 지점이 아닐까 싶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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