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예능의 피해야할 아이템에서 핫 아이템으로 

 

한때 낚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피해야할 아이템’으로 꼽힌 바 있다. 들어가는 시간에 비해 건질 영상은 적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낚시는 예능 프로그램의 핫 아이템으로 변신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든 걸까. 

도시어부3

<도시어부3>, 물고기는 못 낚지만 시청자는 낚는다

지난 5월6일 채널A <도시어부3>가 새 시즌을 시작했다. 첫 회 시청률은 2.5%(닐슨 코리아)로 3회에는 2.9%를 기록했다. 종편 채널로서는 그리 낮은 수치는 아니다. 이미 시즌1,2를 거듭하면서 최고시청률 5.3%(시즌1)를 달성했던 기록도 갖고 있어 어느 정도 고정 시청층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시즌3의 3회까지 방송분을 보면 조금 특이한 사항이 눈에 띈다. 첫 회 미션이었던 ‘40시간 동안 4짜 붕어 잡기’에 이어, 2회에 바다에 나가 펼쳐진 감성돔 낚시를 모두 실패했다. 3회에 게스트들을 초대해 함께 붕어 낚시에 도전하는 ‘붕친대회’에서도 2시간의 방영분량 내내 미션이었던 토종붕어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결과를 내다 마지막 순간에 이경규가 겨우 한 마리를 잡아 실패를 면했다. 이 정도면 낚시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어째서 PD들의 기피대상이 됐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심지어 40시간 가까이 잠도 못자고 눈에 불을 키며 낚시찌를 바라봐야 하지만, 정작 잡히는 순간은 아주 짧은 방송 분량으로 끝나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시어부3>의 첫 회는 40시간 내내 버티느라 힘겨워하는 제작진들의 다크서클 가득한 모습들이 방송에 채워지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한 마리 잡기도 힘겨운 낚시 소재의 이 프로그램이 결코 짧지 않은 2시간 가까운 방송 분량을 채워내는 ‘기적(?)’이다. 게다가 그 2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시간 순삭’을 체험하게 해줄 정도니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그것은 물고기는 못 낚아도 시청자는 낚는, 이 프로그램만의 몇 가지 요인들이 있어서다. 그 첫 번째는 출연자의 진정성이다. 사실 40시간을 꼴딱 세우며 낚시를 한다는 건, 제 아무리 현장에서 벌어지는 예능의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출연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도시어부>에서는 늘 벌어진다. ‘40시간 동안 4짜 붕어 잡기’ 미션에서 칠순의 나이에도 쉬지 않는 집념을 보여주는 이덕화나, 미션이 끝나고도 아쉬움이 남아 6시간을 더 낚시를 하는 최진철 프로 같은 인물들의 면면은 낚시에 대한 이들의 집념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모습들이다. 얼마나 낚시가 진심이면 3회 미션으로 치러진 ‘붕친대회’에서 김준현의 친구로 참여한 이홍기가 “이렇게 조용한 예능은 처음”이라며 낚시에만 집중하는 모습에 놀라는 장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웃기기보다는 물고기 한 마리를 더 낚고, 또 낚기 위해 집념을 보이는 것이 더 열광하는 이 프로그램만의 묘미가 바로 그 진정성에서 나온다. 

 

빈 여백을 채우는 방송의 묘미

<도시어부>가 시청자를 낚는 두 번째 힘은 물고기를 잡았을 때만이 아니라 기다리는 과정에서도 지루할 틈이 느껴지지 않게 해주는 기획적 요소들이다. 2회에 등장한 유튜브 채널 <도시어부 Grrr>는 방송 중간의 여백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바다 감성돔 낚시를 나갔지만 잘 잡히지 않자 방송에 노련한 이경규가 “유튜브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갖가지 기행(?)을 선보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예능적인 방송 분량을 만들어줬다. 3회 ‘붕친대회’에서 게임전문MC로 유명한 전용준이 참여해 ‘세계 최초 낚시 중계방송’을 연출한 장면도 대표적이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중계방송 동안 단 한 마리도 붕어를 낚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중계방송은 엄청난 텐션으로 중계를 한 MC 전용준과 KCM의 맹활약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중계방송의 실시간 댓글들은 ‘중계 해설 자체가 너무 웃기다’는 반응들을 쏟아냈다. 

 

물론 낚시를 소재로 하고 있는 방송으로서 그 특유의 정서를 <도시어부>는 놓치지 않는다. 출조 전에 한 자리에 모여 지난 낚시의 결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그 날 미션에 대한 기대감을 채우는 시간에는 낚시꾼들 특유의 설렘과 허세가 묻어난다. 바로 낚시를 하는 게 아니라 사전 토크를 하는 건 이런 정서들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을 때의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나, 찌가 오르락내리락할 때의 긴장감 그리고 드디어 물고기를 낚아 채 올릴 때 팽팽하게 구부러지는 낚싯대가 주는 기대감 같은 것들을 <도시어부>는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낚시를 하는 당사자들이 겪는 기대와 아쉬움을 방송은 연출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그래서 마치 기다렸던 물고기가 문 것처럼 카운트다운을 하지만 결국 예상을 빗나가는 장면을 연출해 보여주는 건, 단지 시청자들을 낚기(?) 위한 트릭만이 아니다. 그건 낚시꾼들이 실제 낚시를 하며 때론 환영이 보일 정도로 빠져드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예능이 소환해낸 낚시의 새로운 묘미

낚시라는 소재는 이제 <도시어부>만이 아닌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 묘미를 소환해내고 있다. 물론 과거 KBS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 같은 프로그램이 이미 금기였던 낚시를 하나의 소재로 끌어낸 바 있지만, 그 저변이 만들어진 건 tvN <삼시세끼> 어촌편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마치 어촌에서 밥해먹는 프로그램으로 기억되지만,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낚시가 중요한 소재로 사용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애초 나영석 PD가 섬에 들어가는 차승원, 유해진에게 그 시즌의 미션으로 제시한 게 바로 ‘낚시’였기 때문이다. ‘참바다’로 불리는 유해진은 그래서 이 낚시라는 소재의 독특한 매력을 잘 끄집어내준 인물이었다. 빈 어망을 들고 돌아오는 ‘가장의 무게’를 잘 담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못 잡았을 때의 헛헛함과 비례해 잡았을 때의 환희 또한 엄청나게 컸다는 걸 방송은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죽굴도로 들어가 유해진이 드디어 낚은 ‘참돔’은 그래서 <삼시세끼> 어촌편을 통틀어 가장 화려한 만찬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SBS <정글의 법칙>은 정글 생존이라는 그 특성상 낚시는 중요한 소재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낚싯대를 갖고 하는 낚시보다는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작살로 잡는 방식이 주로 선보였는데, 김병만 족장의 놀라운 실력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역시 무인도에서 사는 자연인을 찾아가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게 낚시였다. 정규 편성되어 첫 회에 나간 황도편에서는 세상과 격리된 섬이지만, 낚싯대를 던지기만 하면 물고기가 잡혀 올라오는 광경으로 그 섬 생활의 풍요로움(?)을 전해주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낚시를 소재로 하는 <도시어부3>나, 기획적 특성상 낚시가 빠질 수 없었던 <삼시세끼> 어촌편, <정글의 법칙>, <안싸우면 다행이야> 같은 프로그램들은 낚시가 예능의 금기라는 한때의 불문율을 옛 이야기로 만들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빠르고 복잡한 세상사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하러 가는 이유는 물고기를 잡겠다는 일념 때문만은 아니다. 한 마리도 못 잡는다 해도 마치, ‘불멍’, ‘물멍’을 하듯 아무 생각 없이 찌만 바라볼 때 느껴지는 마음의 평온함이야말로 낚시의 진짜 매력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소재를 담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 낚싯대를 드리운 장면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 끌기도 한다. 지금의 시청자들이 낚시를 담는 예능 프로그램에 낚이는 이유다. (글:매일신문, 사진:채널A)

'삼시세끼', 유해진의 너스레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단함

 

"야 진짜 해진씨가 고생 많이 했겠다. 계속 만재도부터 혼자.. 아 정말 그니까 이렇게 계속 있었을 거 아니야. 허리 아픈데.."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간만에 유해진을 따라 낚시에 나간 차승원이 손호준에게 그렇게 말한다. 뭐라도 잡아오겠지 하고 기대하지만 저녁에 터덜터덜 빈 양동이를 들고 들어오며 괜스레 멋쩍은 듯 농담과 너스레를 늘어놓던 유해진의 얼굴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 너스레 속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단함을 차승원은 그 몇 시간의 갯바위 낚시를 통해 슬쩍 들여다보게 된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손호준씨가 (같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많이 못하잖아요. 계속 낚싯대만 보고 있으니까. 만재도에서 특히나 예전에 죽 만들어서 배달했을 때 7시간 정도를 비탈 있는 바위에서 낚시를 했거든요. 근데 처음에는 낚시 나갈 때 바다도 보고 나름 괜찮겠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거야. 외롭고 고단하고.. 그리고 심적인 부담감. 왜냐하면 뭐라도 잡아와야 하는데 이런 거. 되게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은 거야."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승원은 유해진의 무거웠을 어깨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닷가에 낚싯대만 던져 놓으면 척척 물고기가 잡힐 것 같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 입질조차 없는 게 현실이었다. 게다가 비탈이 있는 곳에 서 있기도 힘들고, 차가운 바닷바람에 몸도 얼얼해지는 그런 시간들 속에 유해진은 서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유머와 농담을 유해진은 계속 던졌다.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맨에게 "오래 걸려"라며 서있지 말고 앉아 있으라 얘기해주며 웃는 유해진의 모습에서 못 잡았을 때의 그 마음의 무게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낚시에도 타인을 먼저 챙기는 유해진이 아닌가. 그러니 자신이 잡아올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을 이들이 느낄 실망감을 어찌 그가 모를까.

 

그래도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건 역시 차승원이다. 무전기로 괜스레 아무 것도 못 잡으면 저녁에 대안이 있냐고 묻자 차승원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유해진의 농담이 이어진다. "뭉툭한 건?" 차승원은 그 농담을 또 받아준다. "뭉툭한 건 있어." "그걸로 먹자." 없고 부족해도 웃을 수 있는 건 그 없는 상황조차 농담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다.

 

유해진의 부담감을 제대로 알게 된 차승원은 유해진에게 무전으로 "대안을 생각해놨다"며 김치부침개를 해먹자고 한다. 그 말에 유해진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그것도 맛있다"고 말하고, 차승원은 부담을 덜어주는 말을 툭 던진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자구." 그런 이야기들을 옆에서 듣고 있던 손호준이 마치 유해진의 너스레가 전염된 듯 농담을 던진다. "내일 날씨도 안 좋고 그러면 저번에 갔던 레스토랑 한 번 더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 농담에 차승원은 빵 터진다. 그건 지난 번 먹을 게 없어 감자, 고구마를 삶고 구워내 마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것처럼 유해진이 유쾌한 상황극을 했던 걸 말한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유해진이 끊임없이 던지는 아재개그와 너스레다. 그는 힘들 수도 있는 상황에도 그걸 슬쩍 뒤집어 농담을 던짐으로써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끝없는 너스레와 농담은 차승원이 직접 겪어보고 알게 된 것처럼 쉽지 않은 부담감과 고단함을 슬쩍 감추고 다른 이들을 웃게 만드는 데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5년 만에 참돔을 잡아 며칠 간 참돔으로 몇 끼를 해먹을 정도로 풍요로운(?) 시간들도 있었지만, 어쩌면 꽤 많은 다른 시간들은 늘 부족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며 느껴왔던 풍요로움과 여유는 실제 먹거리가 풍족해서가 아니라 없어도 마법처럼 풍족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차승원과, 헛헛함을 너스레와 유머로 채워 정신적 포만감을 주는 유해진 그리고 '없이 살아도(?)' 잘 따라주고 그림자처럼 챙겨주는 손호준이 있어서였을 게다. 마치 누구나의 가족이 그러하듯이.(사진:tvN)

검사판 ‘삼시세끼’?, ‘검사내전’의 소소함이 더 끌리는 건

 

이건 검사판 <삼시세끼>를 보는 듯하다. 검사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극화된 면이 있다. ‘정의’와 ‘적폐청산’이 시대의 소명이 되어버린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정치와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적폐 검사거나, 세상의 부정과 범죄에 맞서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사이다 검사거나. 하지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에서 그런 검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어깨에 힘을 쭉 빼놓는다. 어느 섬의 군사지역에 들어가 여유롭게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선웅(이선균)과 김인주 지청장(정재성).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읊조리는 이선웅에게 김인주는 말한다. “낚싯대만 보고 있기에는 아까운 날이지요. 우리도 돌도 보고 물도 보고 또 달도 봅시다.”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첫 장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김인주 지청장의 말은 <검사내전>이 앞으로 어떤 검사들의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암시한다. 낚싯대가 상징하는 누굴 잡을 것인가 잡힐 것인가 같은 치고받는 권력과의 치열한 싸움이 아니라, 돌, 물, 달이 뜻하는 우리의 주변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들여다보겠다는 것. 이건 여기 등장하는 검사들이나 검찰총장조차 ‘깜박 잊고’ 찾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남해안 구석에 자리한 진영지청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갑자기 등장한 경찰들에 의해 군사지역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붙잡히게 될 위기에 처하자 지청장이 과감하게 물로 뛰어들어 몇 킬로나 되는 거리를 수영해 뭍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인물들이 무엇에 목숨을 거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건 출세도 아니고, 굉장한 정의감도 아니다. 그저 ‘쪽팔림’을 면하기 위한 사투일 뿐.

 

그리고 진영지청 형사2부의 검사들의 면면이 이선웅의 목소리로 소개된다. 돌싱남 조민호 부장검사(이성재)는 젊어지려 안간힘을 쓰고, 한 때 조폭도 때려잡던 오윤진 검사(이상희)는 이제 조폭보다 무서운 육아와 사투를 벌이는 열혈 워킹맘이다. 복권에 집착하는 홍종학(김광규) 수석검사나 SNS에 사진을 올리는 일에 집착하는 ‘요즘애들’ 막내 김정우(전성우). 어느 누구 하나 우리가 봐왔던 검사 드라마에 어울리는 인물들은 없다.

 

이들이 맡게 되는 사건도 너무나 일상적인 사건이다. 첫 케이스로 등장한 ‘200만 원 굿 값 사기사건’은 무속인이 굿값만 받고 굿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된 사건이지만, 기가 막히게 맞추는 점 때문에 형사2부 사람들은 무속인을 점점 신뢰하게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늘 힘을 빼고 있어 무슨 능력이 있을까 싶던 이선웅은 의외로 사건에서는 예리한 면을 보여준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재조사를 통해 무속인이 자신이 맞췄던 갖가지 사건사고들이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걸 밝혀낸 것.

 

TV 뉴스에서는 2,000억 원이 오가는 비리를 캐는 검사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처리하는 일들은 200만 원짜리 사기극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TV 속에 등장하는 2,000억 원짜리 사건보다 이들이 맞닥뜨리는 200만 원짜리 사건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일상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2,000억 원이 저들의 이야기라면 200만 원은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 때 예능 프로그램들은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가 출연자들을 가만 놔두지 않고 이런 저런 미션 속에 연달아 빠뜨리곤 했다. 그러다 갑자기 <삼시세끼> 같은 하는 것보다는 안 하는 예능이 등장했지만 대중들은 의외로 거기에 빠져들었다. 이유는 저 치열한 세계가 주는 피로감이 컸고 나아가 너무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비현실감 때문이었다. 차라리 소소해도 현실감이 느껴지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훨씬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검사내전>은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검사 소재의 장르물의 정반대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껏 어깨에 들어가 있던 힘을 빼고 거대한 악과 싸우는 검사가 아니라 작아도 서민들에게는 더 치열한 현실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사건들과 싸우는 검사. 물론 대단한 정의감보다는 그들 역시 일상인으로서 때론 작은 범법 행위들을 저지르지만 그래도 하는 일에 있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검사들의 이야기. 이러니 그 소소한 이야기에 더더욱 끌릴 수밖에.(사진:JTBC)

 

‘어서와’ 친구들이 새삼 확인시킨 제주의 다양한 모습들

제주가 이토록 다채로운 재미를 주는 곳이었던가. 사실 여행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제주의 여러 명소는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소개된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게 익숙할 법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소개하는 제주여행은 남다르다. 이탈리아, 멕시코, 독일, 인도 친구들이 그들의 시선으로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것도 새롭게 담아내기 때문이다. 

멕시코 친구들이 찾은 ‘도깨비도로’만 봐도 그렇다. 사실 이제 너무 흔해져서 ‘도깨비도로’를 찾는 사람들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그것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걸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멕시코 친구들이 그 곳을 찾아 시동을 끈 차가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걸 경험하고 놀라워하는 장면은 새삼 이 공간을 흥미롭게 만든다. 

차에서 내려 직접 그 도로를 경험하기 위해 물을 바닥에 따르고, 귤을 굴리지만 생각만큼 거꾸로 굴러가지 않아 당황하는 멕시코 친구들의 모습도 우습지만, 다른 관광객이 놓은 작은 병이 굴러가는 걸 보고는 동글동글한 친구 파블로를 일부러 굴려보는 장면은 ‘도깨비도로’에서도 느껴지는 멕시코 친구들의 유쾌함이 느껴진다. 

독일 친구 페터와 다니엘이 아침부터 든든하게 김치와 곁들여 한 끼를 챙겨먹고 오른 한라산도 새롭게 다가왔다. 눈 덮인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광도 풍광이지만, 이들을 알아보는 등산객 아저씨가 그들은 물론이고 제작진에게까지 음식을 나눠주는 모습은 새삼 ‘산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줬다. 페터와 다니엘이 그 아저씨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느꼈듯이.

알베르토가 제안해 이탈리아 친구들이 체험한 바다낚시는 그들의 첫 경험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알베르토는 어려서부터 이웃집 아저씨 때문에 낚시를 해왔다고 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바다낚시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하지만 의외로 가장 많은 물고기를 낚은 루카 앞에서 알베르토는 멋쩍어질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친구들이어서 그저 음식 하나를 먹어도 그 느낌은 다르게 다가왔다. 이탈리아 친구들이 제주 특유의 고기국수 맛에 푹 빠지는 모습이나, 인도 친구들이 산낙지를 통째로 집어 넣어 끓여 먹는 해물탕의 비주얼에 놀라다가, 그 맛에는 더욱 놀라는 모습 또한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어찌 보면 그들이 한 제주여행 자체가 새로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외국인, 그것도 다양한 나라의 저마다 다른 문화와 취향을 가진 그들이기 때문에 제주여행의 모든 면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국수를 먹어도, 산을 오르거나 거기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도 모든 게 달라보였던 것.

그토록 많은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래서 국내는 이제 어느덧 너무 흔해진 느낌마저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면 이런 느낌 자체가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공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공간을 누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사진:MBC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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