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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가 그저 놀기만 해도 다른 건 박세리가 있어서다

 

E채널 예능 <노는 언니>에서 생애 처음 캠핑을 간 언니들이 캠프파이어를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조심스럽게 스포츠 선수들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자리라면 보통 연애 이야기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에 그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박세리가 한 마디를 툭 던진다.

 

"근데 선수생활들 오래 했잖아. 솔직히 남자친구 안 사귀어봤다 그러면 거짓말이겠지. 솔직히 (대중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많지 (그런데) 선수들은 아니거든. 그런데 보는 시선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는 거지. 운동할 때 이성한테 관심 있으면 그만큼 운동하는데 집중 안되고 훈련하는데 지장 있고 그렇게 얘기하지만 절대 안 그렇잖아."

 

박세리의 이야기는 다른 언니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김은혜는 선수 시절에 이성을 만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알아서 그 친구한테 직접적으로 돌려 헤어지라고 해서 결국 헤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은 친구 한유미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박세리의 한 마디가 더해진다.

 

"스트레스가 많이 받는데 그게 반대로 서로 의지하면서 스트레스가 더 풀리게 되니까 집중하는데 있어서 더 좋지." 박세리는 연애가 선수생활에 더 이롭다는 자신의 소신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찌 보면 스포츠인들 그것도 여성들에게 특히 편견의 시선으로 보곤 했던 이성문제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그는 말하고 있었다.

 

<노는 언니>가 그저 언니들이 모여 노는 것만을 보여줬다면 이만한 대중들의 관심을 얻지는 못했을 게다. 하지만 박세리가 가끔씩 툭툭 던지는 말들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스포츠인 특히 여성 스포츠인들이어서 겪어야 했던 일들은 이들이 '노는 행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박세리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슬쩍 농담을 섞어 이 프로그램이 자신을 위해 그런 걸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건넨다. 만일 이것이 실제로 방송화 된다면 그것 또한 그저 연애를 담는 소재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더하게 될 것이다.

 

<노는 언니>는 못 놀아본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이제 좀 놀아보자는 콘셉트로 '생애 최초의 캠핑' 같은 시도들을 담아내고 있지만, 여성이고 스포츠 선수들이었다는 공통점이 꺼내놓는 특별한 대화가 의외로 묵직한 울림을 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날이 왔을 때 운동 또한 병행해야 하는 그 고충을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꺼내놓는 이들의 모습은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삶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또 늘 체중관리에 신경 쓰며 마음껏 먹지도 못했던 선수 시절의 이야기는, 이들이 캠핑에서 온전히 먹고 또 먹는 시간을 만끽하는 모습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애초 <노는 언니>는 처음 만나 고깃집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스포츠 선수로서 살아오며 보통 사람들처럼 하지 못했던 것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드러낸 바 있다. 곽민정은 늘 훈련이 일상이었던 자신의 삶이 '노잼'이고 그래서 친구가 없다고 했고, 정유인은 결혼하면 아예 수영선수들은 계약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임신하게 되면 훈련을 받을 수가 없어서란다. 펜싱 선수였던 남현희 역시 자신이 결혼한 선수로는 처음이라 잘 해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남현희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이 갖지 못했던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고 했고, 음료나 음주 역시 즐기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박세리는 선수 시절 탄산음료조차 먹지 못했다고 했다. 운동선수들은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당연한 선수시절의 분위기였다는 것. 하지만 박세리는 솔직히 음주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말했다. 운동을 할 때는 하고 풀 때는 풀어야 더 오랫동안 자기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노는 언니>는 캠핑을 떠나 하루 종일 먹고 또 먹으며 말 그대로 노는 언니들의 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노는 행위가 남다른 가치와 의미로 다가오는 건 여성 스포츠선수들로서 겪어왔던 일들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박세리의 에둘러 말하지 않는 묵직한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래서 <노는 언니>의 중요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시청자들이 기꺼이 이 언니들의 놀이를 응원하게 만드는.(사진:E채널)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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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 어째서 똑같은 놀이인데 이 언니들이 하면 다를까

 

"LPGA에서도 저 정도까지는 안했거든요." 골프여제 박세리가 헬멧에 클럽을 달아 공을 쳐서 홀에 넣는 이른바 '헤드골프'에서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최성민 캐스터가 툭 던진 그 한 마디에 박세리는 빵 터진다.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부제로 시작한 '언니들의 축제 언림픽'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쑥불쑥 등장하는 언니들의 승부욕은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든다.

 

E채널 예능 <노는 언니>가 이른바 '언림픽(아마도 언니들의 올림픽)'을 개최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작부터 자막으로 보여준 것처럼 이 전현직 스포츠스타 언니들의 직업병은 바로 '승부욕'이다. 매 경기 이기기 위해 엄청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사투를 벌여온 만큼,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말 그대로 '놀기 위한 경기'를 해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첫 경기로 치러진 '퀵보드 멀리뛰기'에서부터 승부욕은 슬슬 피어올랐다. 첫 주자로 나선 남현희가 생각보다 멀리 퀵보드를 끌고 나가자, 이어진 정유인은 그보다 더 멀리 나갔고, 곽민정은 또 그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박세리가 기대한 만큼(?) 시작과 동시에 멈춰서 최단기록을 세우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고 한유미 역시 그다지 멀리 나가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승부욕은 점점 불타올랐다.

 

박세리의 승부욕은 헤드골프에서 여지없이 발휘됐다. 모두가 장외로 공을 내보내 실격이 됐지만 LPGA에서도 보지 못한 집중력(?)으로 신중하게 퍼팅을 한 박세리는 몇 차례만에 홀에 공을 넣는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배에 바퀴달린 발판을 놓고 정해진 구간을 왕복하는 '땅 짚고 수영'에서도 의외의 승부욕을 보여주는 박세리와 남현희의 치열한 경기가 눈에 띄었지만 역시 현역 수영선수인 정유인을 이길 수는 없었다.

 

물감을 묻힌 막대로 상대방의 옷에 색을 묻히는 '컬리링 펜싱'은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부제를 가진 이 언림픽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였다. 과열양상을 보이며 엄청난 승부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물감으로 색을 칠해버린 박세리는 그럴수록 자신도 만신창이가 되는 걸 겪으며 정유인에게는 "너 일부러 진거지?"하고 물어 큰 웃음을 줬다. 그저 놀기 위한 경기지만 막상 경기에만 들어가면 '끝내 이기리라' 달려드는 천상 승부사의 모습이라니.

 

사실 <노는 언니>가 '언림픽'이라고 지칭하며 한 일련의 게임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너무나 많이 써먹었던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1박2일>, <런닝맨> 등등 단체로 나오는 예능 버라이어티에서는 빠지지 않던 아이템들이었던 것. 하지만 어쩐 일인지 <노는 언니>에서는 똑같은 놀이를 보여줘도 어딘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었다.

 

그것은 이들이 '놀아본 적이 없다'는 여성 스포츠스타라는 사실의 차별점 때문이다. 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승부사 기질을 보이곤 했던 그들이 부담감을 내려놓고 마음껏 게임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승부욕이 올라오는 걸 막을 수 없는 그 지점이 색다른 웃음을 만들어줬다.

 

이것은 <노는 언니>가 가진 확실한 차별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여성 스포츠스타들이 겪어온 삶들을 통해 '논다'는 그 행위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고, 하다못해 네일을 하는 것조차 이들에게는 특별한 에피소드로 전해진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들을 좀 더 개발하고 시도하는 모습이 아쉽지만 그마저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건 차별성이 확실한 출연진들 덕분이다.(사진:E채널)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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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당2’, 백종원이 들어오니 눈에 띄는 진짜 식당과의 차이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잖아요-” tvN 예능 <강식당2>에서 백종원의 호통 앞에 쩔쩔매며 점점 얼굴이 굳어져 가는 강호동에게 이수근은 장난치듯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 애써 웃어 보이지만 강호동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마치 때를 만났다는 듯 쩔쩔매며 혼나는 그를 슬슬 건드리는 이수근에게 강호동은 “이따 남아라”며 농담 섞인 한 마디를 쏘아놓는다.

 

사실 백종원이 경주의 이 강볶이 식당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강호동이 요리를 하는 속도가 그렇게 느린 지 잘 몰랐다. 느리다기보다는 하나하나 정성을 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또 가끔 음식을 직접 홀까지 가지고 나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또한 사람이 좋은 강호동의 ‘소통’하려는 모습으로 보였었다.

 

하지만 국수 주문이 한꺼번에 7개씩 들어오고, 국수 종류도 냉국수, 가락국수에 비빔국수까지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보니 강호동의 행동은 너무 느리고 딴 짓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걸 보다 못한 백종원이 일일이 하나하나 지적하며 빨리 국수를 뽑아내라고 혼을 내는 모습은 그간 강호동이 너무 느긋하게 요리했다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좀 더 연습을 해야 돼요”라며 막 만들어낸 비빔국수를 다음날부터 하자고 했던 강호동은 몰려드는 주문을 백종원의 지시에 따라 한꺼번에 국수를 뽑아내고 나서는 탈탈 털린 표정으로 “확실히 다르네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뭐가 다르다는 말일까. 그건 실제 식당을 영업하는 것과 자신들이 하는 것과 다르다는 뜻일 게다.

 

물론 안재현이나 피오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준비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들도 있다. 국수보다 이들이 만든 떡볶이나 김치밥이 더 빨리 나가는 건 그래서 사람마다 있을 수 있는 편차처럼 보였다. 지난 <강식당> 시즌1에서 조금 경험을 해본 적은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일이 낯설다. 생업을 하는 분들과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백종원이 점검을 하기 위해 찾아오면서 <강식당2>는 순간 <골목식당>의 분위기를 냈다. 강호동은 긴장한 얼굴이 역력했고, 당황해서 뭐부터 해야할 지 몰라 더 허둥대고 있었다. 백종원의 눈에는 모든 게 지적거리였다. 불필요한 동선을 만드는 기구들을 치우고, 한꺼번에 몰려올 손님들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니 강호동이 국수를 하나씩 만들어내서 다음 주문이 잔뜩 밀려 있는데도 손님들과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백종원에게는 영 탐탁찮게 여겨졌을 수밖에 없다.

 

“음식을 만들라고 했더니 예술을 하고 있네.” 백종원의 그 말은 실제 생업에서 뛰고 있는 분들에게 한가함은 사치라는 걸 잘 말해준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잖아요-”라는 말도 어딘지 생업의 치열함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결국 백종원의 출연은 <강식당2>가 실제 식당의 상황과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걸 드러내줬다. 그래서 ‘즐거움이 묻어나는’ 판타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차이들이 느껴지는 <강식당2>. 백종원의 출연이 만든 현실감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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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놀아요”, ‘키스 먼저’가 말하는 일상의 가치

“원치 않는 일이면 좀 쉬는 게 어때요. 나도 시간을 내 볼 테니까 나랑 놀아요. 우리 못 놀고 살았잖아요.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고 남들 하는 거 우리도 해봐요. 그만 열심히 삽시다 우리.”

“자러 올래요?”에 이은 “나랑 놀아요.”인가.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손무한(감우성)이 툭 던진 그 말에 안순진(김선아)의 마음이 촉촉해진다. ‘놀자’는 아무 것도 아닌 일상적인 그 말에 담겨진 마음의 무게가 느껴져서다. 

베테랑 스튜어디스로 일하다 퇴직한 안순진이 굳이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건 “열심히 일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의 친구인 미라(예지원)가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주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소개받았다는 것 때문에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그게 싫다고 그는 말한 바 있다. 

그러니 손무한이 툭 던지는 “그만 열심히 삽시다 우리”라는 그 말이 얼마나 가슴에 콕콕 박혔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이런 일상적인 말들이 남다른 느낌으로 전해지는 건 <키스 먼저 할까요>라는 드라마가 가진 특별한 지점이다. “자러 올래요?”라고 묻고 거기에 어떤 의도를 파악하지도 않고 무의식적으로 “네”라고 말하는 그런 지점에서 느껴지는 특별함. 일반적으로는 육체적 욕망이 먼저 떠오르는 그 말이 몸이 아닌 마음을 반응시키는 특별함이 이 드라마 속에는 있다. 

이런 특별함이 더해지게 된 건, 손무한과 안순진이라는 조금은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이들의 경험치가 얹어져서다. 10년 전 아이를 잃고 이혼까지 하는 그 아픈 상처를 겪고 수면제 없이는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는 삶을 살아온 안순진에게 “나랑 놀아요”라는 말은 그 어떤 청혼 프러포즈보다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손무한의 청혼이 진심이 아니라 가여워서라는 강석영(한고은)의 말에 안순진은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요. 나도 그 사람이 가여우니까. 가여워서, 혼자인 게 두려워서 시작되는 사랑도 있더라고요.” 보통 사랑이 아닌 동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실망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워낙 많은 상처를 겪고 나이든 안순진에게 그런 ‘가여운 마음’은 어쩌면 ‘사랑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사랑이 아닌 죄책감 때문이라는 모호한 강석영의 말에 안순진 역시 손무한을 10년 전 동물원이 아닌 그 이전에 만난 적이 있을 거라는 의심을 하게 되지만 그런 불안감 또한 결혼을 막지는 못했다. 또 손무한이 말기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려주려 하는 백지민(박시연)에게도 안순진은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그 사람과 “더 놀고 싶어서”였다. “지금 돌이키면 나 그 사람이랑 못 놀아. 그 사람이랑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책 읽어주는 그 사람 목소리 더 듣고 싶어. 나를 바라보는 그 사람 시선 속에 조금 더 살고 싶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하루하루를 일에 치여 살아가는 삶. 그런 삶들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일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늘 죽어라 내일을 준비하는 삶을 사는 게 우리 보통의 사는 모습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린 후에야 그 중요한 것이 일상 속에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하다못해 잠을 자는 일이나 노는 일 같은 너무나 쉬워 보이는 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는 더더욱.

“일생이 후회인데, 내일 후회하더라도 오늘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일이 아니라 오늘.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일상의 행복. 그런 것들을 <키스 먼저 할까요>는 툭툭 건드리며 꺼내놓는다. 하지만 ‘세상의 끝’에 서 있는 듯한 두 사람이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던지는 그 이야기들은 남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누구나 도달하지만 흔히들 부정하며 살아가는 삶의 끝을 상정했을 때에만 나오는 일상의 가치들이 거기에는 반짝반짝 빛난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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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여행 더한 <신서유기3>, 상상초월 놀이 한 판

 

대체 왜들 이러는가.’ tvN <신서유기3>가 중국 계림에서 벌인 첫 번째 기상미션에는 이런 제목이 붙었다. 아침 8시 이후에 미션이 시작된다고 전날 나영석 PD가 얘기했지만 이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7시가 되기 전부터 일어나 스스로들 기상미션을 수행한다. 6명 중 3명만 아침으로 나올 완탕을 먹을 수 있다는 말 한 마디에 은지원은 다른 방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가버리고 안재현과 강호동은 가까스로 문을 열고 나와 역습을 가한다.

 

'신서유기3(사진출처:tvN)'

뒤늦게 일어난 송민호가 잠긴 방문 대신 창문으로 나오자, 이수근과 은지원은 아예 숙소 바깥으로 나가 그 대문을 철사로 잠그려 한다. 그걸 알아차리고 송민호와 안재현도 문밖으로 나오고 뒤늦게 문이 잠기는 걸 본 강호동은 얼굴을 내밀다 문틈에 머리가 끼어버린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강호동이 괜스레 달리는 척 하자 모두들 어딘지도 모른 채 달려가고, 놀랍게도 우연히 당도한 주차장에서 그들은 버스를 발견하고 올라탄다.

 

대체 왜들 이러는가라는 제목이 붙은 건 당연하다. 미션 자체가 제시되지도 않았는데 도무지 밑도 끝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뛰고 달리는 그들에게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이언 버전의 손오공 분장(?)을 하느라 뒤늦게 나온 규현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면서 이 알 수 없이 뛰고 또 뛰는 기상미션에 참여한다. 그런데 이 미션의 끝을 보면 결국 선택에 의한 복불복이다. 두 개의 버스로 3명씩 나눠 탄 그들에게 9시 쯤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나영석 PD는 한 버스에 올라탐으로써 그 버스에 탄 3명의 승전보를 알린다. 이 버스에 탄 규현, 은지원, 안재현이 완탕으로 먹으러 갈 때, 나머지가 탄 버스는 아침도 못 먹고 답사를 하러간다.

 

이 아침 기상미션은 <신서유기3>라는 나영석 PD표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출연자에게도 또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하게 됐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속고 속이고 뛰고 달리는 뜬금없는 기상미션을 하는 것에 대해 출연자도 시청자도 그다지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미 <신서유기>도 시즌3를 했지만, 이런 식의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복불복은 <12> 시절부터 지금껏 익숙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런 익숙함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거두절미하고 게임에 들어간다고 해도 새로 들어온 규현이나 송민호 모두가 쉽게 동화될 수 있게 됐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중국 계림으로 떠나긴 하지만 그 목적이 따로 없다. <12>이나 <꽃보다 청춘> 같은 시리즈의 주목적은 여행이다. <삼시세끼>는 여행보다는 시골 살이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신서유기3>는 그 목적이 무엇일까. ‘서유기라는 중국 고전을 끌어옴으로써 그 목적지를 중국으로 정해놓고 있지만 <신서유기3>의 목적이 여행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하다. 게다가 이들은 서유기혹은 드래곤볼캐릭터를 가져와 분장을 시킨다. 이런 분장은 일반적인 여행과는 <신서유기3>가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는 걸 분명히 해준다.

 

그건 바로 놀이다. 이들은 아예 시작부터 대놓고 놀이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고, 중국의 어느 지역을 놀이의 장소로 정한 것이며 심지어 그 놀이 속에서 캐릭터까지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놀이에 중국이라는 낯선 여행지가 덧붙여지고 거기에 서유기의 캐릭터까지 더해지면서 평시에는 하기가 쉽지 않은 놀이들이 가능해진다. 물론 <무한도전>은 서울 도시 한 복판에서도 캐릭터 분장을 하며 대로를 활보하기도 했지만, <신서유기3>는 그래도 여행이라는 현실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는 틈을 벌려주고 거기에 캐릭터까지 부여해줌으로써 놀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 이제 왜 이들이 낯선 계림의 한 공간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뛰고 또 뛰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가가 이해가 된다. 또 그들의 이상한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게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이유도 알게 된다. 핵심은 여행에 캐릭터를 더하고 아예 목적을 즐거운 놀이로 정해놓은 것이다.

 

이것은 <신서유기3>가 가진 색다른 나영석 PD표 예능의 또 다른 버전이다. 여행이라는 바탕 위에 서 있지만 <꽃보다> 시리즈가 해외 배낭여행의 진수에 방점을 찍고, <삼시세끼>가 시골살이를 통해 우리네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면, <신서유기3>는 캐릭터 놀이를 더해 아잇적 순수한 즐거움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다음 날 출근할 일에 한껏 무거워진 마음을 잠시 동안 잊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의 세계로.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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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백선생2>, 요리가 즐길 거리가 되어가는 과정

 

백종원은 확실히 양에 민감해졌다. 설탕 한 스푼을 넣거나 소금을 넣거나 혹은 간장을 넣을 때마다 그는 자기 입맛에 맞게라는 표현을 입에 달고 있다. 야외 캠핑을 갈 때 가져가면 스타가 될 수 있다며 만들어낸 스페인 정통 소스 로메스코 소스를 만들 때 소금을 넣으면서도 그는 각자 알아서 적당량을 넣으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이렇게 된 건 그의 요리가 설탕과 소금의 양이 많다는 의견들 때문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설탕 폭포수 CG가 나간 이후 그는 지금까지도 슈가보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내지 못했다. 그러니 맛있게 요리를 만들기 위해 간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항상 조심스럽다.

 

<집밥 백선생>의 고민구 PD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백종원은 과거에 비해서 의기소침해 보일 정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한 때는 자기 자랑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허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그였다. 그가 자주 했던 그럴싸 하쥬?”라는 말투는 친근하면서도 그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최근 백종원은 그런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대신 먹어봐” “죽어같은 말을 아주 은근하게 건넨다. 대신 요리에 대한 반응들은 제자들이 채워준다. 김국진이 그가 만든 요리를 먹어보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웃는 모습은 백종원의 요리에 대한 신뢰감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많은 레시피들은 넣는 재료들과 그 재료의 양을 정확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그 재료를 하나하나 구입하고 그 양을 맞추는 것이 요리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레시피는 말해준다. 물론 일종의 공식 같은 레시피는 중요하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런 레시피를 알려주면서도 없으면 패스라던가, ‘적당히라는 표현으로 그 강박을 없애준다.

 

본인은 양을 얘기할 때 강박이 생겼지만, 그래서 각자 알아서 간은 자기에 맞게 맞추라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는 훨씬 더 요리에 대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무슨 요리를 하려다가도 재료 하나가 비면 그것 때문에 맛이 없을까봐 요리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런 건 과감하게 건너뛰라고 말하고, 원 재료가 없으면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식의 편안한 접근은 요리를 해본 적이 없거나 요리를 하는 것에 어떤 강박 같은 게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이것은 <집밥 백선생>이 그저 흔한 쿡방이 아니라 실제로 주방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까닭은 바로 이런 문턱을 낮춰주는 이 프로그램만의 편안함 때문이다.

 

이렇게 편안하게 요리를 즐기는 모습은 <집밥 백선생>이 요리를 직접 하려는 목적이 아니어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집밥 백선생>은 요리 레시피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요리를 갖고 놀이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양에 대한 분분한 이야기들 때문에 심지어 의기소침해 하기도 하는 백종원이지만, 적어도 이 프로그램이 요리에 대한 편견들, 이를 테면 요리는 어려운 것이라거나, 요리는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식의 생각들을 깨주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법하다. 그런 양에 대한 강박을 벗어내자 오히려 <집밥 백선생>의 요리들을 여유로워졌다는 것도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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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라면

 

<런닝맨>이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이제 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벤트성으로 한두 번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지 확인되려면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런닝맨(사진출처:SBS)'

‘100 vs 100’ 콘셉트로 시도된 지지난 번 아이템은 실로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그 새로운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 액션배우, 씨름선수, 프로레슬러, 유도선수, 태권도단으로 꾸려진 100명의 적수들과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모은 친구들과 100명이 대결을 벌인다는 시도는 금세 그것이 엄청난 혼돈을 가져온다는 걸 보여줬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있지 않았다면 자칫 어려운 손님들을 모셔놓고 병풍들만 잔뜩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물론 유재석은 역시 위기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지만.

 

하지만 이 ‘100 vs 100’ 콘셉트는 확실히 지금껏 <런닝맨>이 해왔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들어있었던 게 사실이다. 늘 해왔던 패턴들인 게스트가 출연하고 그들이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은 같았지만, 많은 인원들이 모이게 되자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런닝맨> 패턴 안에서 점점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가장 큰 건 게스트 홍보성 프로그램이라는 시각 때문이었다. 이런 시각 안에서 이들이 벌이는 놀이 한 판은 저들만의 놀이가 되어버린다.

 

물론 이미 중국에서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만들어온 <런닝맨>이 게스트를 데려왔을 때 홍보는 어쩔 수 없는 따라붙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홍보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대상에게 이뤄지는 것과 이미 유명한 스타들을 초빙해 그 후광효과를 가져가려는 것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스타들 역시 방송을 통해 홍보효과가 있으니 윈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방송사 좋고 스타들 좋은 일이 과연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웃찾사> 팀과의 개그 레이스 미션은 그 게스트가 알게 모르게 고생하는 개그맨들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100 vs 100’처럼 이번 콘셉트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웃찾사>의 개그맨들의 면면들을 한바탕 함께 어우러지는 게임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나아가 그들의 고충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 어느새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된 <런닝맨>이 그저 그 패턴의 반복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갖게 된 위치만큼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놀이와 웃음보다 먼저 <런닝맨>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그렇게 게임을 하며 즐기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런닝맨>이 초창기에 보였던 많은 모습들은 일과 놀이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일터로만 여겨지는 공간에서 이름표 떼기 같은 놀이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통쾌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틀을 어느 정도 깨버리고 제 위상을 세운 <런닝맨>이 해야 될 일은 놀이가 해줄 수 있는 또 다른 역할들이 아닐까.

 

힘겨운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그 힘겨움 속에서 웃음을 잃고 감히 놀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는 이들이 실로 많을 것이다. <런닝맨>은 이제 그런 사람들과 그런 공간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잘 나가는 스타 연예인들을 데려와 그들끼리의 놀이에 몰두할 일이 아니다. 이미 한참 멀리도 달려왔지만 <런닝맨>은 아직도 달리지 않은 곳이 더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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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18 01:12 BlogIcon 해솔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
    작가 정덕현님 T-story 맞아요?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이 글까지 3012개째 10년넘게...

    조금전에 책 다 읽고 책 장 덮기전에
    프로필 잠시 보면서 밑에 주소가...ㅎㅎ

<가면>, 가면 놀이가 돼서는 곤란하다

 

SBS <가면>이 다루려는 건 정체성에 대한 문제다.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의 삶을 살아야하는 자(변지숙)와 죽었지만 타인의 욕망에 의해 유령처럼 떠도는 자(서은하)의 이야기. 도플갱어인 그들은 가면이란 장치를 통해 삶을 바꾼다.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변신 욕구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재지만, 이러한 범죄에까지 와 닿는 변신에 대한 욕망은 그 사회의 건강하지 못함을 드러낸다.

 


'가면(사진출처:SBS)'

즉 이 드라마는 가면이란 설정 자체가 이미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특징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막상 가면을 씌우고 나니 거기 보이는 많은 놀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적으로 이런 놀이들은 극성을 높여주고 때론 달달하게 때론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가면을 쓴 당사자인 변지숙(수애)과 그 사실을 모른 채 조금씩 그녀에게 마음이 이끌리는 민우(주지훈)의 사랑이다.

 

가면이란 장치를 쓰자 두 사람은 서로 끌리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변지숙은 다가오는 민우에게서 한 걸음씩 물러나게 된다. 자신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또 두 사람은 정략결혼을 한 사이로 한 방에서 지내지만 한 침대를 쓰지 않는다. 이것은 또 하나의 가면 장치다. 그들이 한 침대를 쓸 것인가 아닌가 역시 이 드라마의 달달한 자극 중 하나다.

 

가면을 씌우자 만들어지는 놀이는 이밖에도 많다. 변지숙에게 그 가면을 씌운 석훈(연정훈)은 그녀에게는 이 모든 사실을 터트릴 수 있는 두려운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 범죄의 공모자로서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의 정체를 아는 동창을 그는 끝내 살해한다. 또 그녀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서 그는 등장해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해댄다.

 

가면이란 설정은 결국 두 가지 장치를 가능하게 해준다. 멜로의 장애물로서 정체를 숨기는 장치가 그 하나고, 스릴러의 요소로서 범죄 사실을 숨기는 장치가 나머지 하나다. 이 두 장치가 서로 얽히면서 굴러갈 때 드라마의 극적 전개는 가능해진다. 여기에 여전히 가난한 지숙의 집안과 병을 앓는 노모 그리고 사채 빚을 받는 일을 하는 동생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지숙을 향한 석훈의 시선이 단지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는 게 아니라 죽은 서은하와의 비뚤어진 애정관계도 깔려 있다는 사실은 이 극적 전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좋다. 가면이란 장치는 이만큼 충분한 효용을 드러낸다. 하지만 드라마는 단지 그런 놀이의 쾌감 때문에 보는 건 아니다. 하나의 이야기 흐름이 메시지를 관통해야 하고 놀이의 쾌감 역시 그 흐름 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정도여야 한다. 그런데 <가면>은 이 장치를 활용한 놀이에 너무 깊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의 구성 또한 약간 패턴화되어간다. 즉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놓인 변지숙을 민우나 석훈이 등장해 구해주는 장면들이다.

 

변지숙의 캐릭터 또한 너무 수동적인 입장만을 만들어 놨다. 즉 그 범죄의 가면을 쓰게 된 그녀의 입장을 가족을 위한 희생 같은 선함에서만 찾다보니 너무 캐릭터가 일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저 밑으로 꾹꾹 눌러놓은 채 수동적인 위치에만 서려 한다. 누군가 그걸 건드려 주었을 때만 깨어나기 때문에 그녀의 행동이 너무 답답하게 여겨지는 면이 있다. 어차피 가면을 썼다면 그 가면이 주는 욕망을 끄집어내는 힘또한 무시할 수 없을 텐데도 그녀는 여전히 신파의 주인공처럼 그려진다.

 

<가면>은 그 장치가 가진 극성이 높은 드라마다. 그래서 시청률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가 가면이 가진 욕망의 변주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멜로나 스릴러적인 상황에만 빠져 가면놀이에 탐닉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막장의 유혹에 빠져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만 치닫는. 가면놀이에서 벗어나 좀 더 인물들의 과감한 변신과 그 파국을 그려내는 일은 어려운 일일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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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에게 특히 <삼시세끼>가 주는 로망이란

 

하루쯤 아무 것도 안하고 저런 산골에 푹 파묻혀 삼시세끼나 챙겨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영석 PD는 과거 회의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이런 생각에 <삼시세끼>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마음은 아마도 지금 현재 직장인들에게도 하나의 로망처럼 다가오는 일일 것이다. 일주일 내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아빠들이나 워킹맘들은 그래서 <삼시세끼>를 본다. 거기에는 일조차 즐거움이 되는 시간이 있으니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나영석 PD는 이 <삼시세끼>에서 유일하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상사다. 그런데 그 업무라는 게 고작 점심으로 다슬기 비빔국수를 해먹으라는 거다. 물론 이 정도의 업무에도 이서진은 툴툴거린다. 때론 쓸 데 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그러기도 하고 때론 자꾸 이상한 걸 시켜?”라고 상사(?)를 질책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서진은 앞장서서 다슬기를 잡으러 개울로 나서고, 의외로 열심히 그 일에 빠져든다. 그건 사실 일이 아니다. 김광규는 흐르는 개울물에 웃통을 벗고 뛰어들어 다슬기를 잡지만 그건 미역 감는 일이나 마찬가지. 시청자들조차 그 장면에서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물 속에 몸을 담글 때마다 한 웅큼씩 다슬기가 올라온다. 물놀이가 진짜고 일은 덤이다.

 

직장에서의 일을 떠올려보자. 하기 싫은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해야 한다. 못하면 퇴근 시간이고 뭐고 늦게까지 남아서라도 업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일이라는 게 나와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도통 모르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는 분명 이득이 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왜 이렇게 늦게까지 앉아 일을 하고 있지?

 

하지만 정선의 <삼시세끼> 집에서는 그 일을 서두르는 법이 없다. 오후 네 시가 다 되어 나영석 상사가 지시한 다슬기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게 되도 그러려니 한다. 게다가 이 일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맛좋은 비빔국수를 허기를 반찬으로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회사의 업무를 떠올리는 직장인들이 <삼시세끼>라는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시세끼>라는 일터(?)의 인간관계라는 것은 괜히 택연이 좋은 지성이 그 같은 동생이 갖고 싶다고 말하고, 상사인 나영석 PD가 그럼 택연과 이서진을 1+1;으로 싸가라고 하는 관계다. 직장 내에서 이른바 정치라는 것을 느껴본 직장인들이라면 이들의 이 따뜻하고 즐겁기 이를 데 없는 관계를 보며 어떤 기분을 갖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들이 하는 삼시세끼 밥을 챙겨먹는 일은 그래서 건강하고 즐겁다. 굳이 양봉을 하기 위해 벌통을 갖다 놓으면 우리가 그냥 회사 일도 번 돈으로 꿀을 사먹는 것보다 더 건강하고 즐거운 꿀을 먹을 수 있다. 그 벌통의 꿀은 동네 곳곳에 피어난 꽃들이 제공한 것이니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겠는가.

 

그들이 하는 건 놀이고 우리들이 하는 건 일이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늘상 입에 달고 다니듯 하는 말처럼, 그들이 하는 일이나 우리가 하는 일이나 매한가지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죽어라 일을 하는 우리라고 해서 하루 네 끼를 먹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아무 것도 아닌 단순한 진리. 이것은 어쩌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삼시세끼>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저 나영석 PD가 과중한 업무 속에서 떠올렸다가 후에 실제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것처럼, 가끔은 일을 훌훌 벗어버리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삼시세끼 챙겨먹는 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의외로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힘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이 단순한 삶에 이토록 열광한다는 것은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어떤 갈증이 분명 있다는 얘기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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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참신했던 서울대 김종민들의 만남

 

<12>은 왜 서울대에 갔을까. 언뜻 여행이란 소재와 서울대는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12>의 유호진 PD는 세계의 유명 대학들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고 밝힌 바 있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대학은 때로는 도시의 녹지와 공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서울대는 학교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곳이 하나의 작은 도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12>이 서울대에 간 이유가 어디 여행지로서의 그 곳을 소개하기 위함만일까. 더 큰 기획 포인트는 서울대가 주는 막연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있기 때문이었을 게다. 수능만점자 만나는 것이 발길에 채이는 돌멩이처럼 흔한 곳. 남다른 뇌섹남, 뇌섹녀들이 있는 그 곳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과 동경.

 

그렇지만 <12>이 보여주려 한 것은 서울대생이라는 그들만의 특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 역시 보통의 청춘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라는 걸 <12>은 보여주었다. 휴강이 되면 마치 축제라도 하듯 즐거워하며 삼삼오오 캠퍼스 잔디밭에 둘러 앉아 시간을 보내고 애니메이션 동아리 같은 활동에서는 그 누구보다 오타쿠들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

 

그런 점에서 서울대에서 찾은 여럿의 동명이인 김종민들과 <12> 팀이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특히 흥미로웠다. <12> 멤버들은 읽지도 못하는 수학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서울대생들이지만 제기차기 대결을 하거나 콜라 빨리 마시기 대결을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또래의 청춘들과 다름없었다.

 

이른바 신바(신나는 바보)’라는 캐릭터로 불려온 김종민이 똑똑한 서울대 김종민들과 팀을 이룬다는 발상은 그래서 그 자체로 우습기도 했지만 서울대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깨주는 설정이기도 했다. 서울대는 그렇게 <12>의 놀이를 통해 조금씩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공부에는 서울대생들을 당해낼 수 없는 <12> 팀이지만 재치에 있어서는 역시 <12>팀이 한 수 위였다. 2 빼기 2라는 공식의 답을 김준호는 이를 다 뺐으니 잇몸이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포복절도시켰고, 10억 단위의 숫자 연산문제를 실패하자 데프콘이 문제를 로또 상금으로 얼마를 받았는데 누나 명품 백 사주려 얼마를 쓰고하는 생활밀착형 문제로 바꿔 냈으면 맞췄을 거라고 해 큰 웃음을 주었다.

 

서울대생이라고 취업 문제에 있어서는 걱정이 없을까. 휴강을 맞아 잔디밭에 앉아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던 데프콘은 불쑥 공부를 잘하니 취업 걱정이 없겠다고 물었다. 그러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요즘 암울하다다들 고시 준비를 한다고 말했던 것. 청년 실업 문제는 서울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12>이 만난 것은 단지 우리네 최고의 명문대생들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들 역시 똑같은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보통의 청춘들이었다. <12>의 서울대 여행은 그래서 우리가 막연히 생각해온 서울대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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