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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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온', 이 드라마에 신데렐라도 온달도 없는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1. 27. 16:41
'런 온', 부자와 가난한 자는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미안하게도 다소 뻔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변주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했다. JTBC 수목드라마 에 그런 오해를 갖게 된 건, 이 드라마의 겉면이 멜로 장르의 틀을 보여주고 있고 그 멜로에는 사는 환경이(부유층과 서민으로 나뉘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남녀 인물들이 포진해 서 있어서였다. 국회의원과 유명배우의 아들인 기선겸(임시완)은 호텔에서 살며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로 뭐든 잘 할 것 같은 '엄친아'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오미주(신세경)는 영화 통번역을 하며 살아가면서도 자존감이 넘치는 캔디형 인물이다. 또한 서명그룹의 적통으로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인 서단아(최수영)와 미술대학생인 이영화(강태오)의 구도도 그렇다. 그 구도만 보면 이들이 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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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온', 임시완·신세경 매력 충분한데 유일하게 남는 아쉬움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1. 11. 11:18
'런 온', 대사 좋고 연기 좋은데 멜로로 귀결되는 건 JTBC 수목드라마 의 가장 큰 강점은 '대사'가 아닐까.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로 활약해왔던 박시현 작가가 쓴 게 확실하다 여겨지는 의 대사에는 '말 맛'이 있다. 이를 테면 육상부 대표팀에서 상습적인 폭행 사실을 폭로하고 달리기를 그만두겠다 선언한 김우식(이정하)을 만난 오미주(신세경)가 기선겸(임시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식씨가 하는 말은 이렇게 다 알아 듣겠는데 도대체 왜일까요? 두 시간짜리 외국어 번역보다 그 사람이 하는 우리 말 한 마디가 훨씬 더 어렵고 해석이 안 될 때가 많아요." 통번역이 일인 오미주는 자신과 기선겸과의 관계를 번역에 빗대 그렇게 표현한다. 어딘지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아서 소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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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 너무나 많은 대사의 숲, 언제쯤 액션으로 보여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9. 21. 17:03
'비밀의 숲2', 보다가 졸았다는 이야기도 공감되는 까닭 너무나 많은 대사들이 그것도 너무나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온다. 그 대사들 속에는 또 무수히 많은 인물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그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시청자가 아니라면 옆에 인물표라도 펼쳐 놓고 봐야 지금 저 대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를 이해할 지경이다. 게다가 이들의 대사는 결코 직설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다. 그 말에 담긴 뉘앙스에 정치적 의도나 노림수가 들어있고, 어떤 대사는 주인공 황시목(조승우)이나 한여진(배두나)이 예리하게 파고들면서 상대방의 허점을 드러내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tvN 토일드라마 는 마치 '대사의 숲'처럼 느껴진다. 그 안에 들어서면 무수히 서 있는 대사 하나하나의 나무들이 둘러서 있어 자칫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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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한지민의 공룡스티커에 정해인이 먹먹해진다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6. 15. 11:19
'봄밤'이 대사 없이도 내밀한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 도서관에서 유지호(정해인)에게 아들 유은우(하이안)와 함께 슬쩍 빠져나가라는 이정인(한지민)의 말에 유지호는 발끈한다. 마침 도서관을 찾은 이정인의 남자친구 권기석(김준한)을 피해 나가라는 뜻이었지만, 유지호는 아들 은우까지 그렇게 죄라도 지은 양 피해가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자신은 어떤 취급을 받아도 좋지만 그 누구라도 아들이 그런 취급을 받게 하는 건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 그 말은 이정인의 가슴에 콕 박힌다. 그래서 결국 찾아온 권기석에게 “미안하다”며 유지호의 뒤를 따라간다. 그것은 자신이 유지호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남자친구가 알게 되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유지호를 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기석은 그런 사실을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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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어째서 진취적인 여성상을 발견하기 어려울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4. 8. 08:36
'사임당', 교훈적 대사들 듣기 불편한 까닭KBS 이 떠난 자리 수목드라마들 성적표는 고만고만해졌다. 새로 들어선 KBS 이 첫 회 11.2%(닐슨 코리아)로 좋은 시작을 알리는 듯 했으나 2회에 9.5%로 추락하면서 9.6%를 기록한 SBS 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계속해서 2위 자리에 머물러 있던 이 겨우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그리 좋지 못하다.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된 건 의 1위 탈환이 자체적인 성취라기보다는 타 방송사 드라마들의 부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청률이라는 지표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얘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은 방송 이래 끊임없이 완성도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왔고, 그것은 타당한 문제제기들이었다. 이것은 사임당이라는 인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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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어째서 한석규의 대사 하나하나가 달리 들렸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1. 18. 09:20
고구마 시국 날려준 사이다 낭만 드라마 “그냥 닥치고 조용히 내려와! 추하게 버티지 말고 내려와서 네가 싼 똥 네가 치워. 됐냐?” 어째서 이 평범해 보이는 대사는 이토록 다른 뉘앙스로 들리게 된 걸까. 이 대사는 SBS 에서 김사부(한석규)가 도윤완(최진호) 원장에게 던지는 일갈이다. 도원장은 과거 자신이 조작한 대리수술의 증거들을 김사부가 내놓자, 자신이 병원장직을 유지하게 되면 돌담병원을 외상전문센터로 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하지만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하자 그럼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 도 원장에게 김사부가 던지는 속 시원한 한 마디. 이 대사 한 마디에는 어째서 우리가 라는 드라마에 그토록 빠지고 열광했던가가 들어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지금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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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거야', 이래서 막장 이길 수 있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2. 16. 09:27
, 김수현 작가 최대의 위기 SBS 주말드라마 는 첫 회가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김수현 작가가 아닌가. 막장드라마들이 주말 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는 현재, 김수현 작가라면 이를 깨치고 가족드라마의 부활을 알려주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다. 첫 회 시청률 4%(닐슨 코리아). 물론 2회에 5.8%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것이 시청률 상승의 신호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다분히 tvN 이 금토드라마로서 일요일에 방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무관하다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청률이야 지상파에서 가장 높은 게 막장드라마들이니 그렇다 칠 수 있겠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도 그다지 좋지 않다. ‘기대 이하’라는 평가 속에는 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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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가 범죄자를 옹호했다고? 글쎄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8. 20. 08:39
논란, 앞뒤 맥락 없이 대사만 갖고 침소봉대 “차세윤이 너한테 한 짓은 죽어 마땅하지만, 쉽게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그의 호텔방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너의 잘못이 없어지지 않아. 그리고 너의 자책감을 덮기 위해서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을 죽게 해서는 안 돼.” SBS 에서 주인공인 김태현(주원)이 성폭행 피해자 여성에게 던진 이 말은 논란의 빌미가 되었다. 이 대사만을 놓고 보면 성폭행을 당한 피해 당사자 역시 그 잘못이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대사 속의 ‘자책감을 덮기 위해서’라는 말이나 ‘호텔방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너의 잘못’이라는 말이 그렇다. 이 대사 한 줄이 만들어낸 논란은 점점 확대 해석되었다. 마치 이 드라마가 성폭행에는 피해자의 잘못도 있다는 식으로 일반화시킨 것처럼 해석되었고,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