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이로 보는 연출의 힘

캐릭터 전성시대, 이제는 견공 상근이 마저 떴다. ‘상근이의 일기’, ‘상근이 미니홈피’는 ‘1박2일’ 제 7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상근이의 인기를 말해주는 대목. 회당 40만 원의 고액(?) 출연료를 받는 상근이는 ‘아현동 마님’에 겹치기 출연을 하는 등 연예인 못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안티마저 없으니 캐릭터 전성시대에 이만한 캐릭터가 있을까.

흔히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관건은 캐릭터에 있다고 한다.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1박2일’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은초딩, 허당 같은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축된 캐릭터는 마치 드라마가 그러한 것처럼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상황과 사건들을 용이하게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다. 웃기지 않은 행동도 과거 그 캐릭터가 구축되게 만든 어떤 사건과 연관되면 웃음을 주고 그것은 또한 캐릭터를 더욱 강화시킨다. 이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캐릭터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견공인 상근이의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된 것일까. 물론 견공에게도 어떤 성격 같은 것이 있겠지만 그것을 쇼를 통해 캐릭터로까지 발전시킨 것이 오로지 상근이 혼자만의 몫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사실 연출력의 힘이다. 갑자기 출연진들을 향해 달려드는 상근이의 영상 위에 강렬한 록기타 반주를 띄우자, 순간 상근이는 락커가 됐고, 은지원의 발부리에 오줌을 누고, 슬레이트를 겁내는 상근이와 은지원에게 달려드는 상근이의 영상을 절묘하게 편집하자 상근이는 은초딩과 앙숙이 되었다. 상근이의 캐릭터 이미지는 이처럼 연출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다른 출연진에게도 어느 정도는 해당되는 것이다. 이승기에게 ‘허당’이라는 캐릭터 닉네임이 붙은 것은 네티즌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김C가 어느 날 내가 너에게 호를 주겠다며 ‘허당’이라 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것은 다른 출연자들도 마찬가지. 은초딩은 ‘울릉도 독도를 가다 편’에서 은지원이 유치한 말을 한 것에 대해 노홍철이 ‘초딩, 초딩’이라 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후 이승기와 은지원이 등장할 때, 자막은 그들을 허당과 은초딩으로 설명하면서 캐릭터는 구축되었다.

캐릭터 구축의 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경쟁구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라면에 우유를 넣어먹는 에피소드’이다. “라면에 우유를 타 먹으면 다음날 붓지 않는다”는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역시 캐릭터에 걸맞는 강호동이었고, 그러자 그의 완력에도 아랑곳없는 은초딩이 “그럴 거면 안 먹고 말지”하고 되받는다. 그런데 여기에 허당 선생이 “라면 다 먹고 우유 먹으면 되잖아요”하고 쐐기를 박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화가 오고갈 때 함께 제시되는 자막이다. 거기에는 ‘막상막하 허당 승기와 은초딩’이라 적히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상황을 캐릭터들간의 각축장으로 바꿔 놓는다.

상근이와 은초딩의 대결구도는 저 허당과 은초딩의 대결구도와 유사한 양상을 띄면서 상근이 캐릭터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러니 캐릭터 전성시대가 도래한 이유에는 출연자들의 노력 이면에 연출자들의 탁월한 연출력이 전제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무한도전’과 ‘1박2일’같은 ‘캐릭터라이즈드 쇼(Characterized Show)’의 성공한 캐릭터들 뒤에는 김태호 PD나 이명한 PD 같은 제 7, 제 8의 캐릭터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박명수보다 더 악마 같은 김태호 PD라는 말이나, 역시 쫀쫀하게 출연진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악명 높은 이명한 PD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부각되어온 것이다. 캐릭터를 세우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스타PD가 탄생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 아닐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진짜 힘은 바로 그 연출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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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쇼에 웃음만큼 필요한 진정성

흔히들 무정형, 무개념, 무의미로 정의하는 리얼리티쇼 전성시대. 이 정의는 재미만이 오락 프로그램의 지상과제가 된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리얼리티쇼에서 무정형은 이해가 되지만 무개념과 무의미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그 자체의 개념과 의미를 갖기 마련이며, 그것을 상실한 재미추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형식의 대부분을 만들어낸 ‘무한도전’이 한 때 인기도가 주춤했던 것은 바로 재미추구에만 몰두하면서 드러난 한없는 무의미, 무개념에 조금씩 지쳐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댄스스포츠 특집’편은 이 무의미와 무개념을 일거에 날려버리면서 다시금 ‘무한도전’의 상승세를 만들었다. 그 이유는 이 특집이 그간 무의미와 무개념으로 보이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맨 얼굴을 드러내면서 이면에 숨겨졌던 진정성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가끔은 마음을 보여주세요
‘무한도전’, 독주 체제에 뛰어든 ‘라인업’과 ‘1박2일’은 처음 기획단계부터 이 부분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인업’이 주창하는 ‘생계 버라이어티’는 그 자체로 개그맨들의 진정성을 담보한다. 프로그램 안에서의 경쟁은 물론 과장된 부분들이 있지만 실제 개그맨들 사이에서의 경쟁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경민이 보여준 뜻밖의 눈물은 실제상황의 진정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리얼리티쇼의 신뢰성을 부가시킨다.

하지만 ‘라인업’의 생계를 위협하는 장본인은 말 그대로 ‘무한도전’ 자체이기 때문에 ‘라인업’은 초반부, ‘무한도전’에 대한 과도한 경쟁의식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 따라서 프로그램은 종잡기가 어려웠다. ‘무한도전 따라하기’라는 비아냥이 나온 것은 그 경쟁의식으로 인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무거운 생계와 ‘무한도전식’의 가벼운 재미가 겉돌았기 때문이다.

‘라인업’이 ‘태안봉사활동’을 통해 방향성을 재미보다는 진정성에 맞춘 것은 따라서 적절한 것이라 여겨진다.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장이나, 군인들에게서조차 오지로 인식되는 최전방, 그리고 그 자체로 숭고함을 가진 일터로 달려가 말 그대로의 ‘체험 삶의 현장’을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이제 이경규식의 공익적 개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경규의 개그세계는 ‘양심냉장고’와 함께 빛을 발했던 경험이 있다.

때론 따뜻함을 전해주세요
한편 ‘1박2일’은 여행이라는 컨셉트 자체가 의미를 내포한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된 요즘, 국내 여행지로 달려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네 산천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이것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격상 오지로 달려가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지역에 대한 따뜻한 조명의 의미를 갖게 된다. ‘독도편’에서 그 곳을 지키는 분들에게 자장면을 손수 만들어준다거나, ‘가거도편’에서 오지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피자를 만들어주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프로그램에 의미를 부가해준다.

이것은 비단 오지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버리고 시골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그 따뜻함을 전해주는 ‘1박2일’의 멤버들은 때론 거기서 역시 시골에 계실 자신들의 부모님의 자화상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 멤버들과 어르신들의 공감대는 때론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고, 계층을 아우르며, 세대를 끌어안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때론 그 힘을 의미 있는 곳에 써주세요
최근 들어 ‘무한도전’이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김태호 PD 역시 한 인터뷰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요즘,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그 인기도를 타 프로그램과 접목시켜 시너지를 얻으려는 것이지만 그것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무한도전’의 이러한 무한노출이 가져오는 이미지의 과잉소비가 자칫 생명을 단축시키지나 않을까 애청자로서 저어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무한도전’만이 가지는 무한재미의 추구는 피로도를 더 깊게 만든다. 재미란 점점 더 큰 것을 요구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조금 떨어지는 재미에 대해 그만큼 가혹한 평가를 받는 상황을 만든다. 그러니 이제는 ‘무한도전’도 웃음과 재미에 대한 강박을 조금 벗어내도 좋을 것이다. ‘라인업’이 ‘체험 삶의 현장’에서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찾아내려 하는 것처럼, ‘무한도전’은 ‘도전 지구탐험대’같은 ‘도전하는 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어쨌든 캐릭터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기에, 이제는 무얼 해도 큰 웃음을 끄집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만큼, 그 힘을 조금은 의미 있는 쪽에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 SBS 라인업 특징 비교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 MBC ‘무한도전’이 그 포문을 열고 나머지 방송사들이 연달아 ‘리얼’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꺼내놓으면서 이제 방송3사는 모두 저마다 색깔을 갖춘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제공하고 있다. MBC의 ‘무한도전’, KBS의 ‘1박2일’, SBS의 ‘라인업’이 그것이다.

도전하는 MBC의 ‘무한도전’
MBC의 방송 성격을 보면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면모들이 드러난다. 이것은 MBC의 사풍과도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다. 프로그램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MBC는 드라마에서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일단 시도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무한도전’은 바로 그런 도전정신 속에서 나올 수 있었던 프로그램으로 자체 포맷도 그 도전정신이 그대로 투영된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초반 4%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무한도전’의 도전을 방송사가 감당하지 않았다면, 또한 ‘무한도전’ 스스로 끝없는 변신의 도전을 취하지 않았다면 현 20%에 육박하는 예능의 지존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의 세계는 초반부 얼토당토않은 상황(무리한 도전, 무모한 도전에서 보여준)에서부터 시작해, 차츰 출연진들에 걸맞는 리얼한 상황들(패션쇼나 드라마 같은)을 보여주다가 이제는 도전 목표를 조금씩 상향하고 있다. ‘댄스스포츠 특집’편이 큰 웃음과 함께 어떤 감동까지 주는 이유는 이제 ‘무한도전’의 도전이 현실에 더 바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들은 댄스스포츠대회에 실제 참가하기 위해 몇 달에 걸쳐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 그 몸치들의 도전은 그것이 현실에 기반 한다는 점에서 웃음과 함께 감동을 준다. 지존의 자리는 이처럼 끝없는 도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MBC는 ‘무한도전’을 통해 그 사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

건전한 KBS의 ‘1박2일’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최근 ‘1박2일’은 점점 그 팬층을 넓혀가며 주말의 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1박2일’에는 무리하지 않고 보수적이지만 그 안에서 충분한 재미를 끌어내는 저력을 가진 KBS 방송의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질 수 있는 도에 지나친 몸 개그나 신변잡기적 요소들은 ‘1박2일’로 들어오면 여행이라는 건전한 코드 속에서 용인된다. ‘1박2일’이 주장하는 야생은 그 야생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우리가 가진 동물적인 본능으로 이해시킨다. 배가 고프고, 춥고, 졸리고 하는 원초적인 상황들이 주는 웃음은 여행의 양면성(낯선 세계에 대한 설렘, 동경과 낯선 세계의 불편함)에서부터 비롯된다.

여행이 주는 장점은 거기서 의미를 도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1박2일-독도편’이 보여준 웃음과 감동은 독도라는 오지에서 겪는 출연진들의 불편함과 그 불편함을 감당하며 묵묵히 오지를 지키는 사람들이 교차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출연진들(물론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이 매회 여행을 떠난다는 상황은 출연진들 개개인의 캐릭터를 구축함과 동시에 그들간의 끈끈한 유사가족의 틀을 만들어낸다. 어찌 보면 오랜 전통을 가진 여행지 소개 프로그램을 예능 프로그램화 한 ‘1박2일’은 완전히 새로운 재미를 준다기보다는 익숙한 소재를 재해석하면서 재미를 유발한다.

절박한 SBS의 ‘라인업’
반면 SBS의 ‘라인업’은 절박하다. ‘라인업’은 리얼리티의 요소로서 생계를 직접적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막장에 몰린 듯한 개그맨들이 대거 출연해 서로 살기 위해 웃기는 마당이 펼쳐진다.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는 설정이지만 그것이 실제 상황인 경우도 있다. 김경민이 방송 도중 흘린 눈물은 ‘라인업’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의 성격을 정확히 집어낸다. 상황이 리얼한 게 아니고 출연진 자체가 리얼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라인’은 규라인, 용라인처럼 우스운 상황으로 보여지지만, 이것은 실제 개그계의 생존모드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라인업’의 절박함은 SBS 예능프로그램의 절박한 심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SBS는 MBC ‘무한도전’이 등장하기 전까지 예능의 지존자리에 있었다. ‘야심만만’과 ‘X맨’은 사실상 지금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근간을 만든 개그맨들을 배출한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개그맨 자체의 캐릭터를 중심에 세운다는 점에서 SBS는 사실상 지금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SBS는 예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끝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처절함은 ‘라인업’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개그맨들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닮아있다.

도전모드를 갖춘 MBC의 ‘무한도전’, 건전모드를 가진 KBS의 ‘1박2일’, 절박모드를 가진 SBS의 ‘라인업’은 공교롭게도 각각 방송사의 색깔을 그 리얼 버라이어티쇼 속에서 드러내고 있다. 물론 상황 속에 개그맨들이 리얼한 애드립을 보여준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성격상 비슷한 구석을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색깔이 유지된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만큼 주말 밤 시청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여행으로 현실감 부여한 리얼 버라이어티쇼, ‘1박2일’

갑갑하고 답답한 도시를 탈출한 연후에 접한 야생 속에서 당신은 진정으로 편안했던가. 인공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야생은 그 자체로 도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은 그런 점에서 도시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스스로 ‘야생 버라이어티쇼’라 칭하듯 프로그램 속에서 연예인들은 야생의 불편함이 주는 도전을 희화화한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연예인들은 타지에서 밥 한 끼를 챙겨먹는 거나, 하룻밤 잠을 청하는 것 자체도 신선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시청자들은 그 간단한 일상조차 심각한(물론 설정이지만) 도전으로 바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공감과 과장의 문턱을 넘나들며 웃음을 터뜨린다. 물론 ‘1박2일’은 저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캐릭터와 상황코미디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거기에 이 여행이란 컨셉트는 독특한 차별성을 부여한다.

‘무한도전’에 와서 그 형식이 정착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그 안에 캐릭터 개념을 정착시키면서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시트콤과 유사하다.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이 특정한 상황(도전) 속에 투여되면서 보이는 반응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포스트‘무한도전’을 추구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무한도전’이 그 희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피했던 무게 있는 현실감을 넣기 시작했다. ‘라인업’이 프로그램 속에 개그맨으로서의 생존이라는 극한의 현실적인 도전을 넣었다면 ‘1박2일’은 좀더 부드럽지만 분명한 현실인 여행이란 도전을 넣었다.

마치 부모를 잃은 상황 속에서 개그맨이 웃기기 위해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그 사실을 알아버린 관객이 도저히 웃음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쇼가 현실감이 극대화됐을 때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다. 하지만 리얼리티쇼가 늘 현실에서 한 발짝 정도 허공에 붕 뜬 도전상황만을 연속적으로 보여줬을 때, 시청자들은 그 비현실감에 캐릭터 쇼가 가진 몰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야생이란 여행 컨셉트는 가장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여행은 그 자체로 현실에서 벗어나서 느끼는 또 다른 현실(야생)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현실에서 벗어나지만 그 역시 현실이라는 부분이 그걸 겪는 캐릭터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그들이 겪는 상황은 비현실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존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존재하는 ‘불편함’ 정도라는 것이 리얼리티와 더불어 경쾌함을 부여한다. 게다가 여행 속에는 그 자체로 드라마적인 극적 만남이 동반된다. 그들이 엮어 가는 사연들은 리얼리티쇼의 의외성을 만들어주면서도 드라마적인 훈훈한 감정을 끌어낸다. 강호동이 밥을 얻기 위해 찾아간 어느 시골집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를 만나 잠깐 시골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는 장면은 ‘1박2일’ 같은 여행쇼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이것은 마치 로드무비가 갖는 낯선 곳에 대한 대리체험욕구를 버라이어티쇼 형식으로 끌어온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영동으로, 통영으로, 전주로, 울릉도-독도로 달려가는 강호동을 포함한 여섯 명의 멤버들은 함께 여행하고픈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자리매김한다. 또한 그들은 물론 1박2일이지만 그 시간동안 함께 생활한다는 점에서 형제 내지는 적어도 호형호제하는 선후배와 같은 유사가족의 형태를 이룬다. 앞으로 그들이 이 코너 속의 여행을 통해 엮어 가는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관계는 더 끈끈해지고 그 속에서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는 더 깊어질 것이란 점에서 ‘1박2일’은 강력한 포스트 ‘무한도전’의 후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리얼리티쇼에 여행 컨셉트가 가진 도전의 현실성, 게다가 훈훈한 감동까지 갖춘 야생 버라이어티쇼, ‘1박2일’이 가진 차별점이자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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