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 마을 찾은 <무도>, 유재석이 사과한 까닭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 우리가.” 유재석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참고 참으며 누르고 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우토로 마을에 1세대로서는 이제 혼자 남은 강경남 할머니는 눈물을 보이는 하하와 유재석에게 오히려 울지 말라며 다독였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징용 되어 이주한 우리네 동포들이 지금껏 살아가는 곳 우토로 마을. 그곳에 따뜻한 한식을 들고 찾은 <무한도전>의 하하와 유재석은 그렇게 강경남 할머니 앞에서 한없이 고개를 떨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사실 하하와 유재석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하지만 그들이 강경남 할머니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그 분들에게 우리가 너무나 잘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라가 어려워 그렇게 힘겹게 한 세상을 살게 됐던 우리네 동포들이 아닌가.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기억 속에서조차 지워버리고 있었다는 건 크나큰 잘못이었다.

 

우토로 마을이 우리에게 재조명 됐던 건 약 10여 년 전인 2004년이다. 당시 일본의 시민단체인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회원과 주민들이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한중일 거주문제 국제회의에 참여해 했던 애끓는 호소는 여러 민간단체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89년 일본정부는 우토로 거주 동포들에게 우토로에서 나가라는 퇴거 명령을 내렸고 2000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퇴거명령 확정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강제로 끌려와 강제 노역을 했던 우리 동포들에게 터전을 주기는커녕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땅을 매각해 이제 강제 퇴거를 명령했다는 것이다.

 

2004년 이 사실이 알려지고 민간단체들이 발 벗고 나섰다. 민간단체와 재단들은 '그까이꺼 사버리자'며 우토로 토지 매입을 위한 모금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 사연을 접한 서민들은 꾸깃꾸깃 모아뒀던 쌈짓돈을 모아 성금을 보내왔다. 그리고 여론에 의해 국회에서도 우토로 땅 매입을 위한 30억 원 지원이 의결되기도 했다. 2011년 이렇게 모인 기금으로 우토로 지역의 832평을 시민사회의 모금으로 또 1152평을 한국정부의 지원금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 전체 크기의 3분의 1 정도 되는 규모였지만 그렇게라도 터전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우토로 마을을 찾은 <무한도전>의 하하와 유재석은 여전히 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그 곳에서 살아가는 그 분들에 대한 우리의 부채감을 마치 대변하는 듯 보였다. 그분들을 위해 <무한도전>이 정성껏 차려낸 한 끼의 밥상과 사라질 집 앞에서 그것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듯 사진을 찍어두는 장면에는 그래서 시청자들의 마음이 얹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고향의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한없이 행복해지고, 이별을 아쉬워하는 할머니 앞에서 결국 눈물을 터트리는 하하와 유재석의 마음은 그래서 우리들의 마음 그대로였다.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 유재석의 이 말 속에 모든 게 들어 있었다. 이제 1세대로서는 단 한 분 남아있는 강경남 할머니. 그 할머니의 연세는 91세였다.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이 곳으로 와서 벌써 8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오래도록 흘렸을 눈물로 더 이상 말라버렸을 것만 같은 할머니의 두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라도 찾아준 그들에게 할머니는 연실 고마움을 표했다. 잊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그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유재석의 사과는 같은 동포로서 아마도 그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자책이었을 것이다. 그걸 바라보는 우리들이 그러하듯이.



방송이 장악한 음원, 발 빠르게 대처한 YG

 

우리도 다음엔 <무한도전>, <쇼미더머니>에 나가려 한다.” MBC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에 출연한 소녀시대는 이렇게 말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이 섞인 얘기였다. 음원차트를 몇주 째 장악하고 있는 <무한도전><쇼미더머니>의 강력한 힘을 에둘러 말하면서 그 와중에도 차트 역주행을 한 자신들이 대견하다는 걸 말하는 대목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농담 섞인 얘기였지만 소녀시대의 이야기는 지금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음원차트를 들여다 보라. 1위부터 10위까지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 나왔던 음원들과 <쇼미더머니4>에 올랐던 음원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박명수와 아이유가 함께 한 레옹이 부동의 1위이고, 그 밑으로 황광희와 지드래곤, 태양이 부른 맙소사2위이며, 3위는 <쇼미더머니4>에서 송민호가 태양과 함께 부른 이다.

 

그나마 10위 권에 소녀시대의 ‘Lion heart’가 들어있다는 게 이례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음원차트 20위 정도까지는 사실상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 나왔던 가수들의 음원과 <쇼미더머니4>의 음원들이 채워지고 그 후부터 순수하게 음원을 낸 가수들의 곡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에이핑크의 ‘Remember’나 현아의 잘 나가서 그래같은 곡들도 이 밑에 들어가 있다. 평상시라면 10위 권에 충분히 들어갔을 곡들이다.

 

이쯤 되면 가수들의 볼 멘 소리도 나올 법 하다. 제 아무리 음원에 공을 들여도 방송에 출연해서 부른 곡에 밀려버리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한도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나온 음원들은 이벤트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가수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보니 음악 본연의 힘만큼 프로그램이 보여준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오버랩 되면서 생겨난 힘이 더 크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방송이 장악한 음원차트를 들여다보면 유독 YG의 강세를 느낄 수 있다. <무한도전>에 참여한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은 황광희와 함께 맙소사를 차트에 올렸고, 위너의 송민호는 역시 <쇼미더머니4>에서 태양과 부른 을 차트에 올렸으며 타블로, 지누션이 인크레더블과 함께 부른 오빠차도 차트 상위에 올라있다. 놀라운 건 이 <무한도전><쇼미더머니>의 공세 속에서도 빅뱅의 노래들이 10위부터 20위 사이에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빅뱅의 곡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무한도전><쇼미더머니>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빅뱅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영향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니 모든 기획사들이 어떻게든 방송과 공조하려 애쓰고 있지만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게 YG. 어쨌든 방송이 가진 위력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제 가수가 아무런 방송과의 공조 없이 음원을 내서 주목을 받는다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일찌감치 YG<K팝스타>를 통해 SBS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도 빅뱅이 거의 계속 출연하며 고정적인 지분을 마련하고 있다. Mnet <쇼미더머니>의 경우는 작년 바비가 우승한 데 이어 올해는 송민호가 2위를 차지했다. YGKBS와 소원했던 관계도 최근 들어 화해 분위기로 바꾼 바 있다.

 

이 정도의 흐름이면 지금의 음원 차트에서 유독 돋보이는 YG의 힘을 그저 우연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방송이 음원차트를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있지만 이제 이 제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쨌든 방송은 이제 음원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갖게 된 것. YG의 발 빠른 대처와 그 결과는 향후 음원시장이 어떤 풍경이 될 것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소녀시대의 너스레가 그저 농담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와 샤킬 오닐, 이 비현실적 조합의 성취

 

저거 합성 아냐? 아마도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보던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학교, 그것도 우리네 고등학교에 거구의 샤킬 오닐이 학생복을 입고 등교하고 있는 풍경이라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사진출처:JTBC)'

학교는 단박에 난리가 났다. 시청자들에게도 비현실적인 풍경처럼 보이는 거구의 사나이가 성큼성큼 교문을 지나 들어오고 있으니 당연할 법도 하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에게 샤킬 오닐은 낯선 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를 느끼는 데는 아무런 시간적 장벽도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거구의 사내는 자신을 보고 환호해주는 학생들을 향해 하이파이브 주먹을 내밀며 자신의 방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거구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조금 떨어져 따라오던 학생들은 그에게 달려나와 서로 그 주먹을 툭툭 건드리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실 샤킬 오닐이라는 존재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나오는 장면은 중년들에게 특히 각별한 느낌을 줬을 것이다. 샤킬 오닐이 누군가. 과거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과 함께 NBA 붐이 국내에 한참 불었을 때 엄청난 존재감으로 나타났던 닉네임 그대로 샤크가 그가 아닌가. 우악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그의 덩크슛에 농구대가 종잇장처럼 찢어져 나가는 장면을 보며 환호했던 그들이다.

 

아마도 당시 고등학생이었을 중년들의 눈에, 샤킬 오닐이 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풍경은 순식간에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았다. 이제 그 샤킬 오닐이 우리네 고등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도무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열광의 존재가 우리 옆에 앉아 말을 건네는 듯한 장면은 자꾸만 생각해도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샤킬 오닐을 가까이에서 보자 의외로 귀여운 모습이다. 잠깐 보여진 모두들 안녕 나는 샤크야라고 인사하는 장면 속에서 샤킬 오닐은 마치 어린 아이 같은 천진한 얼굴이었다. 물론 언어의 벽이 있지만 흥 많기로 소문난 그의 노래와 녹슬지 않은 농구실력은 그 벽을 쉽게 허물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샤킬 오닐의 조합은 그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판타지를 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특히 그를 기억하는 중년들에게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주는 복고적인 감성에 더욱 빠져들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기획의 승리다. 샤킬 오닐이 만일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 나왔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이미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다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프로그램 속으로 성큼 성큼 들어오는 샤킬 오닐의 모습은 바로 그 비현실적인 느낌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시선과 감성을 잡아끈다. 특히 그에 대한 기억이 남다를 중년들에게는 더더욱.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든 <무도>의 음식 배달

 

모두가 엄마의 밥으로 큰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보니 늘 밥은 먹었니하고 묻고, 나이 들어도 여전히 어린 자식 대하듯 어떻게든 밥을 챙겨주려 애쓰는 엄마에게 괜스레 툴툴댔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다. 너무 편하고 익숙해 잊고 있던 엄마의 음식에 담긴 가치. <무한도전>이 이역만리에 떨어져 살고 있는 분들에게 전해준 음식이 그토록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건 잠시 잊고 살았던 엄마의 음식에 담긴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이 배달한 엄마의 음식이 각별하게 다가온 건 그 주인공인 선영씨가 아기 때 해외로 입양된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잃어버렸던 아이에게 엄마가 가졌을 미안함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 아이가 이제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엄마가 먼저 떠올렸을 것은 그래서 미역국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먼 길을 찾아온 유재석이 그녀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그녀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엄마와 딸 사이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둘이 각각 걸어온 삶이 너무나 멀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 멀고도 먼 삶을 말이 통하지 않아도 연결해주는 건 엄마의 음식이었다. 혼자서도 챙겨먹을 수 있게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는 엄마와 딸 사이에 언어의 장벽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딸에게 정성스레 음식을 챙겨주는 엄마와 그 음식을 너무나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는 딸 사이에는 언어 그 이상의 사랑이 전해졌다.

 

엄마와 딸이, 사위와 장모가, 또 그 낳아주신 엄마와 길러주신 아빠가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 누구보다 살갑고 정이 느껴지는 진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래서 기적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낳아주신 엄마가 해주는 밥을 사위와 길러주신 아빠가 오래도록 앉아 먹는 모습 속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 특별한 가족의 끈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끈끈한 가족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같은 경험을 한 통역사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어린 시절 입양된 그녀의 남편은 지금도 부모를 찾고 있지만 못 찾았다고 했고, 그런 그녀에게 선영씨의 엄마는 마치 친부모처럼 다독이며 기다리면 언젠간 만날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사실 만나기 힘든 가족을 다시 상봉시키는 그런 이야기를 우리는 TV를 통해 여러 차례 봐온 바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가족 상봉기가 특히 우리의 마음을 울렸던 건 거기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 전하는 사랑보다 음식이 전하는 사랑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수만 가지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기 마련이었다.

 

떨어져 있는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준 엄마의 마음,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주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걸 마다치 않은 <무한도전>의 마음, 음식을 통해 전해진 그 마음 앞에 한없이 느껴지는 행복감, 그 광경을 보며 각자의 엄마의 음식을 떠올렸을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무한도전>이 배달한 음식 속에는 그 많은 마음들의 오고감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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